문화로 먹고살기 - 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 / 반비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에게도 꿈이 있다. 하지만 내 꿈은 언제나 먹고 사는 문제로 인해 꿈으로 존재만 할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디 나만 그럴 것 인가 ! 가수가 꿈인 내 친구는 먹고 사는 문제에 부딪혀 편의점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고 과학자가 꿈이었던 내 친구는 먹고 살기 힘들어 일반 회사에 취직하였다. 미술을 하던 내 친구는 그래도 저가 하고 싶었던 것은 다른 것일 테지만 그래도 미술학원을 차려 입에 풀칠을 하고는 산다. 뭐든 것이 이 먹고 사는 것 위에 있다. 삶도 사랑도 문화도 정치도 경제도 모두가 따지고 보면 먹고 살자는 것 아닌가.



문화로 먹고 살기 이 책은 문화로도 먹고 살수 있다는 경제학자의 말이다. 그럼 문화로 먹고 사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이 문화라는 것에는 우리가 보고 듣고 생활하는 모든 것이 다 들어가 있다. 아시아에 분 한류열풍을 예로 들면, 드라마, 영화, 음악의 열풍을 가져와 경제적으로나 국가 경쟁력이나 여러 가지 다방면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 책은 그런 한류라는 문화 안으로 들어가 영화, 드라마, 음악, 책이라는 문화의 내적인 부분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럼 이 한류를 형성한 문화 속은 어떻게 되어있느냐를 두고 문제점과 개선책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이제 우리나라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굶어죽는 사람이 이 문화의 내면이다. 젊은 소설가가 배가 고파 죽고 생활고로 인하여 비관자살한 감독이 있으며 힘들다며 투신자살한 막내방송작가가 있는 현실이 곧 문화의 내면이란 사실이다. 그럼 개선책은 있는 것일까?



영화와 드라마의 제작환경에 대한 이야기들 중에서 다소 공감했던 부분은 스타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는 출연료에 대한 생각이다. 열악한 제작환경 탓으로 여배우가 촬영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도피한 후 다시 복귀 한 일을 본 적이 있다. 편당 수 천 만원을 받는 여배우가 고작 몇 십 만원을 받는 제작진들을 무시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제작진들은 여배우의 처우에 관한 성명서까지 발표했고 이어 다른 배우들도 여배우의 태도의 문제점을 이야기했지만 kbs는 없던 일처럼 사건을 무마시켰다. 이것은 방송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수 십 명의 의견보다도 단 한사람의 스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열악한 제작환경을 탓해야 하는 건 편당 수 천 만원의 스타가 아니라 배가 고픈 제작진이라는 것을 그 배우는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만 편중되는 출현료처럼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편중되어 있다. 그리고 최근 불거져 있는 영화 ‘디워’감독의 파행 또한 우리나라의 방송문화가 속으로는 얼마나 곪아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본다.



그리고 책에 관한 이야기, 책을 보면 최근 출판업계의 동향과 함께 우리나라의 독서 실태를 새삼 떠올려보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책 안 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성인기준으로 28퍼센트라는 통계이다. 우리 모두 부끄러워해야할 문제이다. 책을 읽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대가 있었는데....내가 살고 있는 곳도 서점이 두곳밖에 되질 않는다. 서점이 주로 먹고 사는 장르는 오로지 참고서이다. 책을 읽지 않는 미래, 결코 희망이 될 수 없다. 최근 한 조그마한 출판사가 부도를 맞았다. 책이라는 것은 이상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가슴이 아팠다. 나는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책은 사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서평이라는 좋은 제도로 인하여 가끔 읽고 싶은 책을 무료로 제공받을 때도 있지만 될 수 있는 한 사서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무료로 제공받다 보면 마음이 받는 것에 익숙해져서 모든 책을 당연히 돈 없이 읽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책을 사서 읽는 것도 문화로 먹고 사는 일에 일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라는 것은 참 이상한 것이 한번 문화라는 것이 형성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오지만 문화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하거니와 그 전에는 먹고 살기가 정말 힘들다는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도 강조하듯이 이십대들이 먹고 살 길이 없다는 현실은 실로 큰 문제이다. 기술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문명이라는 것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으나 대신 우리가 먹고 사는 생활문화는 점점 축소되어 가고 있다. 우리는 그 가운데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서 있는 상황인 것이다. IT업계에서는 제 4의 물결 “융합”이라는 키워드로 세계가 디지털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선언했다. 나도 최근 스마트폰으로 바꾸었지만 이런 모든 변화 속에서 우리가 먹고 사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디지털시대를 맞이하였지만 그것은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뜻도 된다. 영화, 드라마, 음악 모든 분야에서 젊은 일꾼들의 일자리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어쩌면 먼 미래에는 공부만 죽어라한 우리 아이들이 로봇의 명령에 따라 배달을 다니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



저자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하여 구체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문화로 먹고 살기는 과도기인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대안이라 생각된다. 정치인들이나 문화인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머니 열린책들 세계문학 9
막심 고리키 지음, 최윤락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학은 시대를 반영한다.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는 소련의 사회주의시대를 반영하고 있다. 볼셰비키의 혁명을 주도한 레닌과 막역한 사이였던 고리끼는 레닌의 영향을 받아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소설을 창조를 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어머니>는 러시아 문학에서 노동 계급에 관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최초의 소설이었고, 노동계급을 다룬 최초의 소설 이다. 20세기에 접어들면서 노동자는 역사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그리고 그 노동자들의 지독히도 비참하고 암담한 현실속에서 인간으로서 가지는 기본적인 생존욕구를 혁명의 과정으로 표현함으로써 가장 평범하고 보통의 인물인 어머니 닐로브나를 통하여 혁명의 완성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세밀한 심리묘사를 통하여 보여주고 있다.



혹독한 노동에 시달리며 술판과 도박 때로는 주먹질을 하는 것이 삶의 전부로 보여지는 공장촌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 이들은 만성적으로 자리잡은 이 삶의 모습을 버리지 못한 채 이유없는 잔인함과 혐오를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공장촌 사람들 중의 하나인 열쇠공 미하일 블라소프에게 매일 맞고 사는 닐로브나, 아들 빠벨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아버지가 죽자 아들 빠벨은 점점 말이 없는 아이로 변해간다. 그러던 중 아들의 부탁으로 아들의 친구들이 집에 오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사회주의운동을 하는 모임의 사람들이다. 어머니는 아들의 친구들을 불안하게 바라보지만 따뜻하게 대해준다. 무엇보다 아들의 친구들은 모두가 선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고 남편처럼 잔인함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인데 아들의 친구들에게 듣는 사회는 어머니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이성을 일깨운다. 글씨를 쓸줄도 모르고 읽을 줄도 모르는 어머니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진리를 위해 싸우는 아들을 위해 자신이 할 일이 있다는 깨달음은 어머니에게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한다. 마치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인하여 인류가 구원받았듯이 아들의 고난이 노동자들의 처참한 삶에서 구원해줄 거라는 믿음처럼 말이다...



너희들의 진리라는 걸 나도 이해해. 배부른 자들이 있는 한 민중은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것, 진리도 없고 기쁨도 없고 도대체가 아무것도 있을 수 없다는 걸 말야.죽도록 매질 당한 젊은 열정 내 자신이 그렇듯 가엾을 수가 없어.가슴이 저미도록 ! 하지만 내 삶은 나아지기 시작했어. 차차로 내 자신을, 진짜 나의 모습을 보게 되었지. -p115



그렇게 어머니의 내면에서는 지독히도 비참하고 암담했던 자신의 삶에도 햇빛이 들어오고 있다는 희망으로 가득차오르고 메이데이 시위에 참여한 어머니를 제외하고 안드레이, 빠벨,페쟈는 시위에 가담한 죄로 감옥에 가게 된다. 이후 어머니는 아들이 동지라고 불리우는 사람들과 생활을 같이한다.



막심고리끼는 소설을 통하여 노동자들의 삶을 대변하여 정부와 권력과 교회에 관한 이야기들을 사회운동가인 리빈을 통하여 적나라하게 비판을 하고 당시 노동계급들이 가난에 허덕일 수 밖에 없음을, 노동자는 사는 게 아니라 헤어날 수 없는 가난의 질곡에서 썩어가고 있다는 말을 통하여 당시 노동자들에게 혁명이란 피할 수 없는 진리였음을 보여준다.



아들 빠벨은 당시 노동계급의 정신적 지주이자 시대를 구원할 수 있는 인물로 묘사되었는데 빠벨은 정의롭고 사리판단이 분명한 인물로 당시 사회에 꼭 필요한 영웅적인 인물로 묘사된다. 아마도 그것은 레닌을 빠벨이라는 인물로 형상화시킴으로서 고리끼는 혁명의 필요성을 각인시키려 했던 것 같다.



군중은 검은 새의 모양 바로 그것이었다. 양 날개를 한껏 벌리고 비상해서 하늘을 날 채비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새였다. 빠벨이 그 새의 부리였음을.......p205



어머니 닐로브나를 통하여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순박하며 어둡고 비참한 삶을 살아가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는 인물로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죽도록 얻어터지는 것만이 삶인줄 알았는데 자신도 진리라는 것을 꿈꾸고 이제야 사회를 이해하고 비교하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는 고백을 통하여 비록 노동자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삶은 더 풍요롭게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것으로 혁명의 완성을 이루는 것이다. <어머니>는 실제 사건 속에서 문학의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동시에 고리끼의 사회의식을 엿볼수 있는 소설이다. 어머니를 읽다보면 마음속에 혁명의 불꽃이 일렁이는 기분이 드는데 그것은 비록 어머니가 사회주의사상을 가지고 있으나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에서도 똑같은 사회부조리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노동자와 시민의 차이일 뿐이다. 우리시대 ! 어쩌면 혁명이 필요한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고전으로 읽혀진지 한세기가 지났다. 19세기에는 자본주의의 물결로 많은 지식인들이 몰락하였다. 그리고 이 몰락한 지식인들은 가난한 삶으로 내몰렸다. 이어 20세기에는 노동자가 사회전반에 퍼져나갔다. 19세기 러시아문학을 대표하는 도스트예프스키를 통하여 시대의 대표적인 인물상을 볼수 있듯이 20세기에는 고리끼를 통하여 러시아 전체에 퍼져있는 사회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고전은 시대와 함께 한다. 막심 고리끼의 문학혁명을 통하여 사회주의혁명에는 성공하였지만 한세기가 지난 21세기에는 사회주의를 포기하게 된다. 그것은 사회주의로도 벗어날수 없었던 지독히도 가난한 삶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사회주의 혁명의 배경과 완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작품으로서 한시대를 풍미했던 사상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어머니는 듣고 보았다. 다시 한 번 그녀의 앞에 펼쳐진 어둠 속에서 빠벨, 그리고 그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길이 밝게 빛나는 줄무늬처럼 곧게 뻗어 있고 왠지 아른거리는 것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삼국사기의 산을 가다 - 테마가 있는 역사기행, 태백산에서 파진산까지 그 3년간의 기록
박기성 지음 / 책만드는집 / 2011년 9월
구판절판


역사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역사에는 우리가 살아있는 현재의 모든 이야기가 다 들어가 있다. 또한 그 역사속에서 불멸한 것은 없다. 인류의 모든 이야기들은 흥망성쇠의 기록으로 남아져 있다. 그리고 그 인류의 기록을 기억하고 있는 또 하나의 증인이 우리의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유구한 역사의 산 증인, 바로 산이다. 산은 인류의 모든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삼국사기의 산을 가다>의 저자 박기성은 삼국사기에 기록된 역사의 흔적을 따라 역사의 산증인인 산을 찾아 다녔다. 그리고 삼국사기에서 차마 밝혀지지 않은 미스터리에 멈춘 부분들에 대한 답을 찾았다. 재미있는 것은 그 해답을 찾는 과정이다. 산에게 묻고 산에게서 답을 듣는다. 저자는 이 미스터리의 해답이 자연스레 자면서 풀렸다고 하지만 아마도 저자의 물음에 산이 꿈에서 알려 준 것이 아닐까 한다. ^^



산행의 처음 시작은 태백산이다. 태백산에서 저자는 서라벌의 일성이사금이 태백산을 순행한 기록을 따라 산에 오른다. 서라벌의 임금들이 태백산에서 친히 제사를 모셨다는 기록을 따라 가는 산길에서 일성이사금이 정상까지 올랐는지 궁금해진 저자는 태백산에 오르는 내내 이사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침내 태백산 천왕단에 오르자 그 궁금증이 풀린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묻고 답하는 식으로 산행을 한다.)

이어 탈하이가 서라벌을 엿보던 토함산, 개구리 잡으러 떠나 결국 돌아오지 않은 개구리소년의 오룡산 등 삼국사기의 기록에 따라 현존하는 산을 찾아 역사와 함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내가 며칠 전 삼국유사를 읽으며 박제상의 이야기를 무척 흥미있게 읽었었는데 치술령에서 박제상의 이야기를 다시 듣게 되니 더 재미있었다. 그래서 박제상의 이야기를 살짝 올려본다.(삼국사기에서는 박제상으로 삼국유사에는 김제상이라 되어 있다.)



아들 미사흔을 일본의 볼모로 보낸 왕이 아들이 보고 싶어 눈물을 흘리며 제상에게 미사흔을 구해달라고 청하자 박제상은 일본에 가서 미사흔을 배에 태워 탈출시키지만 자신은 죽을 각오를 하고 왜에 남는데 왜는 도망 갈수 있는데도 남아있는 박제상의 용맹을 더 마음에 들어하여 박제상을 회유하려 하지만 박제상은 끝까지 충절을 외치며 죽는다는 이야기인데 박제상은 충신 계보는 박제상에서부터 출발한다고 본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직접 치술령에 가서 찍은 저자가 찍은 사진을 보고 역사 속에 실존한 이야기라는 사실을 새삼 떠올리게 되었다. 왕자 미사흔을 구하러 배에 오른 뒤 돌아오지 않을 것을 말하자 남편을 떠나보낸 후 그 자리에서 돌이 된 아내와 딸이 떠올라 언제 한번은 치술령에 한번 오르고 싶다.



천재전략가 이사부에 관한 이야기와 화랑 미사함이 대가야를 멸망시킨 기록에서부터 유추해 보는 신라의 계급사회의 이야기와 함께 대가야 토벌 현장인 주산에서 삼국을 통일하는데 일등 공신이었던 김유신 데뷔전이었던 비성산에서 백제의 멸망을 재촉한 황산벌 싸움의 본거지 갈마산까지 삼국사기의 기록과 함께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풀어간다.



저자의 해박한 역사지식과 함께하는 기행은 3년동안 산을 다니며 찍은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유추해볼 수 있으며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말 그랬을까? 라는 물음이 절로 든다. 시대가 흘러가며 지명도 많이 바뀌어 삼국사기의 기록에서부터 지명의 변천과정도 살펴볼 수 있으며 김부식의 모화사상에 비롯된 저술의도 또한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삼국사기 안에 살아있는 역사, 그 현장 속에 존재했던 산에서 보는 역사는 무척이나 생생한 체험이다. 삼국사기를 들고 산에 올라야겠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아캄페시나 - 세계화에 맞서는 소농의 힘
아네트 아우렐리 데스마레이즈 지음, 엄은희 옮김 / 한티재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시사람들은 가끔 농촌에 사는 것을 낭만적인 꿈처럼 생각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낭만을 꿈꾸며 낙향하였는데 결코 낭만이 될 수 없는 현실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농촌이 주는 아름다운 면도 있지만 시골에서 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 노인들인데다가 그들이 너무도 빈곤한 삶을 살고 있다는 현실은 무척 가슴 아프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모두 농사를 지으셔서 허리는 굽어있고 병은 기본적으로 한가지씩은 앓고 있는데다가 농기구를 구입하느라 기본적으로 빚이 깔려 있는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소농을 하는 농민들에게 너무 잔인한 나라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 빈민의 4분의 3이 농촌에서 살고 있으며 생존을 위해 농업에 의존하고 있다면, 나라발전을 위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농촌의 요구와 생각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주식으로 먹는 분유에 GMO성분이 검출되어 있다는 보도가 나와 아이의 분유를 모두 반납한 기억이 있다. 그 분유회사는 전국적으로 환불사태를 맞이하고 다수소비자들에게 사과문을 발표해야 했는데 지금은 분유에 버젓이 GMO성분함양이라는 표기가 있다. GMO는 유전자 변형식물에서 축출한 종으로서 생산량증가와 영농의 편이, 농약 사용량 감소 등의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GMO의 등장배경은 농업의 근대화라는 배경이 존재한다. 기업이윤이라는 이해관계 안에서 농민들의 작물은 들판에서 사라지고 식품제조업자들에 의해 재구성된 것이다. 소위 ‘과학적’ 지식들이 농민들의 현장 지시와 지역적 행위들을 대체하게 된 것이다. 결국 이런 농업 근대화의 결과는 농업인구의 급감과 농업의 기본생산인 농장에서 수행되는 작업의 역할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나았다.



<비아캄페시나>는 이런 농촌현실에서 탄생하게 된 우리나라 말로는 ‘농민의 길’이라는 뜻인 세계적인 조직이 탄생하게 되었다. 저자는 비아캄페시나를 통하여 농민이 가지고 있는 국제적인 위치와 농민운동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의미를 탐색하고자 집필한 책이다. 비아캄페시나는 한국에서는 생소한 단체이지만 지금 비아캄페시나는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뻗어나가 동참하고 있는 나라들도 많다. 비아캄페시나의 국제적인 노력은 농업과 먹을거리 관련 농쟁에서 중요한 전환점들을 끌어냈고 비아캄페시나라는 존재자체가 농촌에서 새로운 집단행동의 구조가 등장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여름내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도 비가 계속 내렸다. 길고 긴 장마로 인하여 과일의 값은 치솟았고 채소들의 가격과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제 곧 김장을 담그는 계절이 오는데 배추 값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해마다 먹을거리로 파동은 끊이지 않았던 것 같은데도 근본 해결책은 없이 늘 걱정만하며 산다. 2007~2008년 사이 지구적인 식량위기로 수많은 나라에서 식량폭동이 발생했고 간간히 농민의 생활고로 인한 자살소식이 들려오지만 우리는 남의 일처럼 수수방관하며 사는 것도 오늘 하루를 사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인도에서는 ‘농약 먹고 자살하기’가 유행처럼 번져가 그 비극을 죽음의 추수라 불렀다고 한다. 농민들을 그처럼 비참하게 만든 정책을 되돌리기 위한 극단의 방법이 필요한때이다. 비아캄페시나의 목표는 농촌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즉, 생계를 개선하고, 지역소비를 위한 지역 먹을거리 생산을 증진하며, 민주적 공간을 열어주는 변화이다. 또한 땅의 사람들에게 땅의 주인으로서의 역할과 지위, 이익을 돌려주는 것을 목표로한다. 농민들은 이 땅의 주인임에도 자본 축적에 위한 핵심 매커니즘으로 활용되어 나라와 기업에 탈취 당해왔다. 농민이 잘 살아야 나라가 존재할 수 있다. 원래의 주인에게 땅을 돌려주는 일 그것이 진정한 <비아캄페시나>라 할 것이다.



“소작농은 농촌에서 나옵니다. 이들은 항상 있어왔습니다. 투자자, 자본가, 정당 같은 것들이 그 전에는 없었던 것들이지요. 소작농은 항상 존재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입니다. 소작농은 절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음식문화박물지
황교익 지음 / 따비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서른이 되기까지 밥을 할 줄 몰랐다. 워낙 바빴던 탓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요리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 싫어 사먹거나 사내식당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그러던 내가 음식을 제대로 배워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은  프로그래머인 남편이 뜬금없이 식당을 운영하고 싶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남편을 도와주어야 했기에 밥 한 번 해 본적 없던 내가 요리를 배워야했다. 그러면서 한식을 공부하게 되었는데 음식문화라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봄여름가을겨울마다 자연에서 나는 것들에 관한 요리가 다 틀리고 한식은 마치 기다림의 미학을 인간에게 깨닫게 하려는 것처럼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야만 완성되는 요리도 무척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양의 음식들은 즉석에서 바로 해먹을 수 있는 요리가 대부분이지만 한식은 봄에 담궈 가을에야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는가하면 여름내내 햇볕에 말려두었다가 겨울에야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있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계절마다 나는 산물이 풍부한 한국의 지리상특성은 어찌 보면 자연이 주는 축복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음식은 자연에서 온다. <한국음식문화박물지> 이 책은 자연에서 나는 음식이 수천년을 흘러오면서 형성된 음식문화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보고 한국음식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고자 하는 의도로 집필되었다. 따라서 이 책은 거창한 음식에 관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이 즐겨먹는 음식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먹고 있는 밥상 문화의 기본은 밥과 반찬이다. 이런 밥상의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로 추정하고 있는데 밥과 반찬이라는 조합 앞에서는, 한국인의 모든 밥상을 평등하다라는 사상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이것은 실상 수천년을 이어온 계급사회에서 평민들이 밥 한 그릇이라도 편하게 먹기 위한 마음을 반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식민지 시대 일본이 한국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듯이 한국의 음식문화도 식민지시대를 전후하여 많은 변화가 있음을 볼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한정식문화이다.

 

읽는 동안 저자의 촌철살인으로 날리는 말로 인하여 웃게 되는데 이천쌀이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한 쌀이라는 믿음에 많은 사람들이 이천 쌀을 먹고 있지만 이천 진상미의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가장 일찍 수확할 수 있었던 벼의 품종때문이지만 그래도 한국인에게 중요한 것은 조선 왕이 받았을 수라를 연상하며 밥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 삼겹살이 생겨난 배경을 따져보고 한국인에게는 삼겹살이라는 부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삼겹살이라는 그 이름이 중요한 것이고  닭갈비가 소갈비의 짝퉁이라는 것을 , 축산물 중에 달걀이 유독 브랜드 혼란이 심한 것은 달걀이 서민의 식품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호떡이 한국인에게 원래부터 한국음식인 듯한 착각을 주는 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에 관하여 너무도  무지함을 말한다. 한 예로 2000년대 후반에 한국 정부가 떡볶이를 세계화하겠다고 나섰지만 우리가 먹는 떡볶이가 아닌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개조한 떡볶이를 내놓았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벌건 고추장 떡볶이를 열심히 먹고 있지 개조한 떡볶이는 누군가 먹겠지 할 뿐이다. 그리고 또 누군가 떡볶이의 세계화를 외치면 환호할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무척 동감하며 읽었다.

 

우리나라가 잘 먹고 잘 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 민족은 먹고 살기 힘든 시기를 지나왔고 일제 시대에는 농사를 지어도 쌀을 모두 상납하고 먹을 것이 없어 감자와 고구마를 먹고 살았던 시절도 있다. 먹고 사는 것이 힘든 시기를 지나오면서 이제는 그래도 잘사는 나라축에 속하지만 우리가 하나 잊고 있는 것이 있음을 저자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잘사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잘 살게 되었으며 우리의 음식의 진정한 가치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 있는 것이다. 고추장,된장,김치라는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가 있음에도 일본에 한발 뒤쳐진 것도 모자라 진정 가치있는 것임에도 세계화에 맞추려 하다보니 그 진정한 맛을 살리지 못하는 것에 안타까워 하며  한국의 진정성을 찾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엿보인다. 우리의 것이 소중한 것이라는 자각이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외국에 나갔다가 들어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가 그렇게 좋은 나라일 수 없다는 말을 한다. 우리의 것을 지키고 우리의 자연에서 나오는 좋은 식재료를 활용하여 세계속의 진정한 한국음식문화가 형성되기를 희망해보는 계기가 되어주는 아주 좋은 책이었다.  

 

 

한국인은 자신이 즐겨 먹는 음식을 직시하지 못하는 버릇이 있다....p172

한국전쟁 후 고난의 시대를 이겨 낸 당당함이 부대찌개 냄비에 끓고 있는 것이다.p190

도토리 향 하나 없는 물컹한 식감의 도토리묵을 앞에 놓고 고향의 뒷산을 추억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p200

한국인은 두부의 맛보다는 두부의 포장지에 찍힌 브랜드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다.-p202

한국인은 이제 전통의 콩 된장 맛을 더 어색해하고 있다.-p205

고추‘장’이 아니라 그냥 단맛이 나는 고추‘소스’인 것이다.-p211

매운 짬뽕이 번창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인의 미각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반증일 것이다.-228

한국인이, 고종보다야 낫지만, 불쌍한 것이다.-p25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