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피크닉 민음 경장편 2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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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눈여겨 오던 책이었는데 카트에 담아두었다가 민음사에서 반값할인으로 구매한 책이다. 제목에서도 책 칼라도 모두 왠지 마음에 들었는데 아 이런 이 책 표지가 결코 가벼운 그림의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우선 그림을 보면 세 사람이 각자의 가방을 들고 세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가방에서 삐져나온 것들이 보인다. 바로 사람 다리하고 사람 손이다.  성탄이라는 경건한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토막살인을 이 세사람이 한 것이다. 그리고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 둘레를 감싸고 있는 도시가 있다. 이 것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그림이다.

 

그림 속의 세 사람은 세 남매이다. 강남 한양아파트 608호에 사는 세 남매. 그들은 돈이 없어도 강남 한양아파트에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 4년전 강북에 살던 가족들이 로또에 당첨되자 강남의 오래되어 난방이 안될지라도 강남의 한양아파트란 사실이 더 중요했던 이들의 가족이 강남인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댓가를 치러야 했다.

로또 당첨금의 20/1 을 조건으로 이혼한 아빠, 홍콩의 딤섬유학을 떠난 엄마를 대신해  명문대학에 다니는 은영은 대학졸업반이다. 수십군데 면접을 봤지만 번번히 떨어지기만 한다. 명문 대학을 다니고 강남에 산다는 사실외에는 은영은 강남인이 될 수 없는 뼈속까지 강북인인 것이다. 그것은 친구 민우와의 관계에서도 보여지는데 민우는 카프회원으로서 호텔화장실이 아닌 곳에서는 볼일을 볼 수 없고 외제차를 끌고 다니며 외국유학을 준비중이다. 같은 동에 살면서도 평수가 비교되지 않는 민우는 타고나길 뼈속까지 강남인인 것이다.

 

둘째 은비는 로또에 당첨되자 원래도 사치를 즐기는 성향이었으나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사치를 부리는 것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강남의 한양아파트에 산다는 자부심만으로 돈 많은 친구 지희와 술과 남자들을 만나는 일을 즐기는 것이 인생 전부가 되었다. 루이비통백을 들고 남자들에게 돈을 갈취하는 것 그것이 은비의 삶이다. 압구정의 40평대 집과 외제 차와 골프 회원권을 살 만한 능력, 경제적인 부분만 해결되면 간섭하지 않는 유순한 아내, 성적이 그럭저럭 상위권인 두 아이, 를 사진 성형외과 의사 최원장이 은비를 강남인처럼 보이게 하는 물적 수단이다. 가진 게 많은 사람은 잃을 게 많다는 이유로 최원장을 협박하여 돈을 갈취해 왔는데 어느 날 최원장이 화가 나 한양아파트 608호에 쳐들어오게 되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셋째 은재는 학교에서 문제아이다. 그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으며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게임중독자, 그러나 그런 은재와 옆집 아기 엄마 은주와 불륜관계를 맺는다. 신혼부부가 사는 집인 607호 은주네 집은 사는 집만 번듯할 뿐 사는 모습은 언제나 주구장창 매맞는 여자의 모습만을 보인다. 다른 사람과는 관계맺기가 힘들었던 은재가 은주와는 관계를 맺을 수 있던 것은 둘다 세상에서 타자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가족이란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생각해보았다. 부모의 역할은 자식들에게 올바른 인성교육을 시켜야 하는 책임의 역할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인성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회에서 인성을 배울 기회를 상실한채 살아간다. 은영, 은비, 은재가 보여주는 행동에서 그런 인성의 부재로 인한 인간성 사실을 느꼈다. 뿐만아니라 소설은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강남을 통해 " 압구정동은 체제가 만들어 낸 욕망의 통조림 공장이다."라는 물질세계의 실체를 보여준다. 강남인이 되기 위해서는 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강남인이라는 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허울 뿐일 지라도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난방이 잘 가동되지 않고, 창문은 바람을 막아주지 못하며, 수돗물은 늘 말썽이라서 재개발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아파트이지만, 주인공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압구정 한양아파트에 산다고 하면 학교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고 아무리 힘겹고 슬픈일이 넘쳐 날 때도 이 집이 강남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유토피아같은  집에서 살인을 저지른 세남매의 이야기속에서는 자본주의 속에서 물질만능주의는 곧 인간성 상실이라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은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한달 새에 일어난다. 4년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로또에 당첨되기 전에 집은 가난했어도 행복했던 가정의 모습이  로또에 당첨된 후 뿔뿔히 해체된 가정의 모습에 씁쓸함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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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가족, 천 개의 표정 - 이순구의 역사 에세이 너머의 역사책 5
이순구 지음 / 너머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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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 개인적으로 역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역사를 알면 시대가 보이고 시대를 알면 사회가 보이고 사회를 알면 사람이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는 현대를 알기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역사를 아는 것은 바로 사람을 알게 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래서 반가운 책 <조선의 가족, 천개의 표정>이다. 이 책은 역사에세이인데 쉽게 읽히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역사이며 무엇보다도 사회구성원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의 역사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가족의 모습속에서 힘겨운 가장의 역할을 떠올리며 가장의 역할이 처음부터 힘겨웠을까? 라는 가벼운 호기심에서 시작된 조선시대의 가족의 이야기들 속에는 신분제사회였던 조선사회속에서 가족들은 어떤 표정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조선 시대에는 많은 혁명이 일어난 시대이다. 또한 19세기는 우리 역사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시기이기도 하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넘어오면서 사회는 변화라는 물결이 꿈틀대는데 그 변화는 사회의  기초적인 단위인 가족의 삶속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조선시대에 가장 큰 변화는  불교중심의 문화에서 유교문화로의 변화를 꼽을 수 있는데  조선 초 혼인의 풍습은 대부분이 처가살이였다.  사림파의 종장 김종직으로부터 성리학 부계사회의 영향으로 인해 처가살이가 퇴조하고 시집살이로 변하기 시작하며 , 인수대비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성리학에 대해 생각하고 향후 성리학과 여성들의 상관관계에 대해 고민한 사람이다. 또한 조선시대에는 신분제도의 변화의 시도가 있었던 시기로서 서얼이었던 노수가 경제력을 키우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며 족보에서 '서'자를 제거하고 문중에서 위치를 확보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것은 조선 후기 서얼들의 신분 상승 과정을 사실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럼 조선시대의 여성의 지위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생각했던 조선시대 여성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보여지는 것은 유명한 칠거지악으로 인해 부인이 쫓겨난 경우는 없었으며 중국의 전족이라는 제도에서 보여지는 중국여성의 지위와는 달리 처라는 지위가 확고부동한 지위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확고한 지위로 인해 첩을 시기하거나 질투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 게다가 중화사상에 젖어 있던 사회분위기 속에서 전족만은 예외일 수 밖에 없는 것이 확고부동한 지위였기 때문이라는 것 또한 무척 재미있는 사실이었다. 조선 시대에는 또한 제사의 변화를 빼놓을 수 없는데 현대 사회에서 제사라는 것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를 조선 시대 제사의 권한을 가진 총부를 통해 조선시대의 제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조선시대의 제사는 엄청난 권한과 막중한 힘을 발휘하는 권력을 가진 자로서 거의 맏며느리에게 전수된다.조선시대에  총부자리를 두고 갑론을박이 많았던 것은 그만큼 총부가 가진 절대적 권력의 힘 때문이었는데 아마도 현대 사회에도 맏며느리에게 제사만 강요하지 않고 그에 따른 권한 또한 주어진다면 아마도 제사는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조선 시대가 유교적이거나 타문화에 배타적인 모습때문에 한 때는 조선 시대를 무척 한심하게 바라본 적이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속으로 들어가보면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시대와 달리 자신의 뜻을 가지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존재하며 시대와 함께 생생히 살아숨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어떤 시대를 살던지  시대를 불행하게 사는 사람은 불행한 역사를, 행복하게 사는 사람은 행복한 역사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조선 사회에 대해 막연하게 상상하는 것보다도 더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역사에세이면서도 그 안에 가족과 사회의 메커니즘에 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아주 재미있는 역사를 말하고 있다. 또한 가족들의 사는 모습에서 우리의 사는 모습을 반추해보며 역사는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과  현대를 사는 우리 또한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

   

"삶이란 유장하게 계속된다.


그 속에 있는 우리들은 얼핏 개별적인 삶은 사는 듯 보이지만,역사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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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돛을 펼쳐라 - 한국인 최초 단독 요트 세계일주
윤태근 지음 / 미래지식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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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이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가끔 여행책에서 삶은 곧 여행이다. 하는 익숙한 속삭임을 듣곤 한다.  삶의 지혜란 여행중의 온갖 부침속에서 두려움 없이 나아갈 힘을 얻게 해주며 이런 힘의 바탕은 곧 꿈을 꾸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이 책은  작은 요트에 몸을 실어 단독 세계일주에 성공한 요트맨 윤태근의 드라마틱한 항해기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하며 느끼기를 요트세계일주라는 말에 돈많은 사람이겠거니 하는 선입견으로 보게 되었는데 그것은 나의 순수하지 못한 잣대일 뿐이었고 윤태근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사람에게도 역시 현실이라는 장벽이 있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사실 40대후반의 가장이 느닷없이 요트세계일주를 한다고 나섰을 때는 누구도 이 사람을 정상으로 보진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까..그런 비정상으로 보이는 사람의 항해기는 삶이 곧 여행이라는 말과 맞닿아 여행중에 겪는 수많은 일들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홀로 요트일주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605일을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그가 가장 힘들어 한 것은 바로 외로움이었다고 한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다독이며 완주를 했을 때의 진한 감동이 책을 통하여 그대로 전해지기도 한다.

 

 



 

인트레피드호를 타고 <동북아시아>를 경유하여 <동남아시아><인도양> 에 이어 <대서양><남태평양>까지,   지나가는 배에서  만난 한국인들이 바다에 김치를 떨어뜨리고 갔을 때 한국인이 새삼 정이 많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목이 매는지도 모른채 김치를 먹었다는 이야기와 같은 소소한 일들이 적혀 있는 항해기는 시종일관 웃음이 지어지는 이야기도 있지만 갑자기 이스라엘군의 느닷없는 사격소리에 놀라고 해적을 피해 도망가야 했던 이야기는 간담이 서늘해지기도 하며 아들 생각과 그리움에 다 큰 남자가 눈물을 흘리는 부분에서는 가슴이 짠해지기도 한다.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우리의 인생길이 일직선이 아닌 지그재그로 되어 있듯이 그 안에서 서서히 삶을 터득해나가는 것 또한 인생이다. 여행에서 갑자기 비가 온다거나 갑자기  폭풍우가 치듯이 인생에 있어서도 갑작스런 일은 언제든 일어나는 것이 삶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 가는 것 또한 우리의 몫이다.

 

내 꿈은 잠들어 있은지 오래이다. 그러나 나의 아이들이 나의 꿈을 언제가는 대신 이루어주리라는 꿈을 꾸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하다. 하지만 내 안의 잠들어있던 꿈을 그저 잠들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절하게 원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한 낱 꿈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이렇게 가슴을  울리는 걸까. 요트 초보였던 저자가 오로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꿈을 이루었듯이 나도 언젠가는 내 꿈의 돛을 펼치리라는 다짐을 해 본다.책의 저자가 부러웠던 것은 여행일주를 끝내고 세상 무엇과도 바꾸지 못할 감동과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이다.그것은  여행중에 만난 그 어려운 난관들을 이겨냄으로 인해서 그에게 주어진 값진 깨달음이자 앞으로 살아가는 것에 두려움 없는 용기를 얻게 된 것은 자명한 일일 것이다.   꿈이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그것이 윤태근의 요트세계일주의 성공비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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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거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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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의 여지가 없다. 무조건 범인이 있어야 돼.
그것도 살아 팔딱거리는 놈이
우리 손에 탁 채여서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실려야 된다고.
명심해. 전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이벤트다.

대한민국을 떠들썩 하게 만든 연쇄 살인 사건!
범인은 검거되었지만
그는 단지 누군가가 세운 가짜 배우일 뿐!
조작된 사건을 둘러싸고 부당한 거래를 시작한
경찰, 검사, 스폰서의 대국민 조작이벤트가 시작된다!

<부당거래>

출연진들부터 화려하다. 한 여자를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순정적인 시골 청년에서부터 비열한 부패 경찰까지 극과 극을 오가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믿음을 주는 황정민부터해서 주조연을 넘나들며 작품의 무게감을 소화해내고 있는 천호진, 살인범의 연기는 물론 어리벙벙한 바보에 시골 깡패까지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었던 류승범은 이번에는 아주 악랄하고 날카로운 검사의 연기를 신랄하게 보여준다. 뿐만아니라 충무로에 새롭게 떠오른 신인 송새벽 또한 철없는 매제역을 유머스럽게 소화해내는 모습으로 극중 재미를 주고 어떤 장르에도 구애받지 않는 유해진의 연기는 비열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스폰서역으로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한다.

 

 


전국을 떠득썩하게 만든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자 특수부가 차려지지만 계속된 검거 실패로 대통령이 직접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그러나 수사도중 유력한 용의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마지막 카드를 꺼내드는데 그것은 다름아닌 가짜 범인을 만드는 것이었다. 강국장(천호진)은 최철기(황정민)가 경찰서내에서 항상 경찰대 출신에 밀려 번번히 승진누락이 되는 것을 보고 이번 사건만 잘되면 승진을 보장해준다며 최철기를 광역수사대 담당자로 만든다. 사건의 해결을 위해 건달 스폰서 장석구(유해진)에게 가짜 범인을 만들어오는 조건으로 뒤를 봐주기로 하고 김회장으로부터 스폰을 받는 검사 주양(류승범)은 최철기가 입찰비리로 김회장을 구속시키자 화가 나서 최철기의 뒤를 캐어 약점을 찾아내려 한다. 최철기의 비리로 김회장의 구속을 거래하기 위해서였는데 주양의 조사에 포착된 것은 다름아닌 장석구와의 부당거래사실이었다. 이어 주양과 최철기 사이에서도 부당거래가 이어지고 장석구의 비열한 거래로 인해 최철기는 위기에 처하는데 검사와 스폰서, 경찰의 밀도 당기는 거래속에서 영화는 극도의 긴장을 유지하며 팽팽한 접전이 펼쳐져 시종일관 눈을 뗄수 없게 만들고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최철기를 무작정 따르는 후배들의 믿음을 산산히 부서지게 하는 장면이 극의 하이라이트이다.


어떤 면에서는 잔인하기도 하지만 이것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 보는 내내 마음 한곳이 불편해진다. 영화에 나오는 사건들이 우리가 뉴스를 통해 보도되었던 사실들과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는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사건이 중심이 아니라 그 사건을 둘러싼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다. 사건을 파헤치는 과정과 범인의 진실속에서 어쩌면 결말의 씁쓸함만 남긴채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조직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같아 서글퍼진 영화였다.


황정민, 유해진, 류승범의 연기는 그야말로 10점 만점에 + 알파를 주어도 모자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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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본능 - 불, 요리, 그리고 진화
리처드 랭엄 지음, 조현욱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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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인류는 불로 요리하는 유인원이며, 불이 피조물이다.>

TV 예능프로그램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은 아프리카에 출연진들을 떨어 뜨려놓고 정글에서 생존기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살기 위해서는 먹어야 했기에 정글에서 그들은 뱀도 잡아먹고 애벌레를 보며  맛있겠다를 연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도시문명에 익숙한 이들이 굶주림앞에서 뱀과 애벌레같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에 충격적이기도 하지만 인간은 먹지 않으면 살수가 없는 동물임을 증명해주는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뱀과 애벌레를 먹기 위해서필요한 것은 바로 불이다.불이 없으면 김병만과 그 일행은 뱀도 먹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날 것 그대로 음식을 섭취하지 않고 어떤 음식이든지 익혀먹는 것에 익숙해져 왔다.  

 

 음식을 익혀 먹는 "화식은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확립한다. 그리고 화식은 자연으로부터 문화로의 이행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인간 상태의 모든 속성은 화식을 통해서, 그리고 화식을 수단으로해서 규정할 수 있다." [요리 본능]에서 랭엄 박사는 고고학적, 인류학적 증거들을 바탕으로 최초로 불을 사용해 먹을거리를 조리한 요리의 기원을 추적하고 인류의 몸에 새겨진 생물학적 흔적들을 통해 요리가 인간의 육체에서 정신에 이르는  삶의 모든 영역에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나아가 인류가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도록 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음을 밝힌다.  그러나 인간이 불을 사용해 먹을거리를 조리해 먹었음을 입증하는 고고학적 증거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 불을 피운 흔적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 따라서 요리를 조리하기 시작한 시점을 4만 년 전 후기 구석기 시대로 추측하는 학자도 있으며, 그보다 이른 시기인 20만년 전, 혹은 50만년전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랭엄박사는 주먹도끼와 뼈, 불에 탄 씨앗과 나무, 부싯돌이 발굴된 바 있는 이스라엘 요르단 강 부근의 게셰르베노트야아코브 유적으로 볼 때 적어도 79만 년 전 이전에 인류가 불을 제어하고 사용했으며, 거기에 더해 하빌리스에서 직립 원인(호모 에렉투스)으로의 진화가 그 어떤 단계보다 크나큰 해부학적 구조의 변화를 보인 것으로 미루어볼 때 인간은 약 200만 년 전에 이미 불로 음식을 익혀 요리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달리 인류학에서 전통적으로 받아들여 온 사냥꾼 인간 가설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인간으로 진화한 데는 고기를 더 많이 먹으려 하는 성향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한다. 인간의 진화와 영양을 논할 때 육식이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의 신체에 미친 영향력으로 말하자면 불에 익힌 음식 쪽이 더 크다. 우리는 날먹을거리에 의존해서는 잘 살아갈수 없다. 김병만족이 정글에서 처음 뱀이나 애벌레를 발견하고 바로 날 것으로 먹었다면 아마 몸에 이상이 생격 죽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몸의 적응 양상은 우리가 왜 날 것을 섭취하지 못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는 육식동물이라기보다 익혀먹는 동물인 것이다. 음식을 익혀먹는 '불로 요리하기'가 생활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우리 인류는 과거의 유인원과 같은 모습을 벗어 던지고 더 이상 어두운 밤과 추운 겨울, 대형 육식 동물을 두려워만 하지 않고 맞서 싸우며 아프리카 대륙 밖으로 점차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 불가에 모여 앉아 함께 사냥한 먹이를 나눠 먹으면서 집단을 이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내심과 참을성 등의 성품을 발달시켰으며, 사냥을 하는 자와 요리를 하는 자라는 성별 분업과 결혼이라는 남녀 간의 제도적 결합을 탄생시켰다. 익힌 음식으로부터 얻은 풍부한 열량은 지구상 그 어느 종보다 큰 두뇌를 가질 수 있게끔 하였으며 결국 고도로 발달된 언어와 문명사회를 이룩하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랭엄박사는 하빌리스와 같은 시기의 유인원으로서 하빌리스가 수십만 년에 걸쳐 날음식을 먹고 있는 동안 운 좋은 한 무리가 불을 사용하여 음식을 익혀먹는 요리를 탄생시키며 새로운 문명사회를 가져왔다는 것인데 나는 다소 억지가 있는 주장이 아닐까 한다. 남녀가 성적으로 끌리는 것은 본능과도 같은 것인데 요리라는 것이 남녀의 역할을 구분지어주면서 제도적인 결합으로 탄생했다고 보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불의 사용흔적은 고고학으로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 또한 가설을 부정하게 한다. 인간을 무인도 섬에 한달 동안 억류시켜보면 학설이 받침이 되지 않아도 인간의 본능이 무엇인지는 이런 복잡한 화식가설없이도 행동으로 보여진다. 그것은 아프리카 악어섬에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병만족만 보아도 인간에게 불이란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며 살기 위해서는 음식은 꼭 익혀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 또한 증명되지 않은채 학설로 내려오듯이 랭엄박사의 요리본능 또한 하나의 학설로 본 인류의 또다른 진화의 시각으로만 보는 것이 타당하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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