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시옷]          [십시일반]

   안녕? 지나 화요일의 모임 자료는 이미 정리를 했겠지? 아직 정리 다 못한 사람을 위해서 모임 자료 정리하는 팁(tip)을 알려줄까? A4 용지 앞뒷면이나 공책 한 두 바닥 정도면 충분하다. (그 많은 분량을 어떻게 정리하냐구? 그 중에 이미 반 이상은 미리 숙제로 해 온 것이니까 금방 할 수 있다.)

 ① 책 제목과 날짜, 장소 등 구체적인 모임 일정에 대해서 적고,
 ② 자기가 생활나누기 시간에 발표했던 자기 생활 이야기도 짧게 쓰고,
 ③ 책에 대해서 한 마디 하는 시간에 말했던 책 소개도 기록하고,
 ④ 숙제로 해 온 글을 옮기거나 붙이고,(이번 같으면 ○○과 나, 글이 되겠지?)
 ⑤ 그 날 모임의 전체적인 분위기, 특징, 느낌까지 기록하면 완벽하지.

   한 두 번 공책(파일) 정리가 밀리면 힘들어진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지금 당장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 나에게 부끄럽게 고백할지도 몰라. ‘열심히 안 했다고, 그게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말이다. 이미 늦은 걸 후회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 어쩔 수 없는 거지. 자기한테 주어진 기회를 자기가 버렸으니, 누구를 탓할까? 내가 좀 강압적으로 하면 더 잘 될 거라는 얘기도 지난 2년 동안 들었는데, 우리 동아리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동아리 활동은 자율성이 생명이라고 믿고 너희들의 가능성을 ALE는다. 보잘것없는 성과라도 스스로 해내야 의미가 있다. 자신이 최선을 다했다면 성과의 모습에는 연연해하지 말자.

   오늘 받는 책은 ‘십시일반’과, ‘사이시옷’인데, 어느 것을 먼저 읽어도 상관은 없다. 읽고 나면 마음이 답답하고, 기분이 안 좋을지도 몰라. 왜 이렇게 우울한 책을 권하냐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이게 현실이니까. 우리가 외면해도 현실이 변하는 건 아니니까. 오히려 외면할수록 현실은 더욱 나빠질 것이니까. 알아보자는 거지. 뭘 알아야 바꿀 수 있지 않겠어? 그래도 만화로 되어 있어서 금방 읽을 수 있고, 읽는 재미는 쏠쏠하지. 

   우린 다음 모임에서 상황극을 할 거야. 주제는 ‘학교, 차별, 인권’이다. 전에 강연에서 이상석 선생님이 우리나라는 ‘학생에겐 인권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걱정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우리가 이번에 다룰 주제도 학생 인권, 청소년 인권에 중점을 두고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책 내용을 그대로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책과 자신의 현실을 견주어 생각해 보는 게 중요하다고 전에 얘기했었지. 

   공책에다가 자신이 차별 받았던 이야기나 인권에 심각한 침해를 받았던 경험(말이나 행동)을 떠올려보는 보고 그 사례를 글로 쓰렴. 그것이 아주 작은 것이라도 좋아. 조금 더 예민한 감각으로 이유 없이(전혀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자신이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경험이 있으면 그 사례를 써 오는 거야. 모임하는 날에는 자신의 사례를 모둠으로 모였을 발표하고, 모둠별로 가장 공감이 가는 사례를 토의한 다음, 즉흥극으로 꾸며서 전체가 볼 수 있도록 공연하는 거지. 무대도 없고, 조명도 없고, 아무 것도 없는, 무대도 아닌 무대지만, 막상 연극을 한다고 생각하며 심장이 쿵쿵거리더라.(나도 그래!) 그렇지만, 꼭 필요한 작업이야.(그러니 이런 거 한다고 불평하기 없기. 고등학교 다니면서 이런 상황극을 준비하고 공연해 본 학생은 얼마나 있을까? 또 교과서가 아닌 다른 책을 읽고 ‘인권’에 대해서 토론을 해 본 학생은 또 얼마일까? 너희들은 청소년의 1%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을 지금 맞이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상황극이 끝난 다음에 모둠의 대표 학생이 그 상황극의 시놉시스를 정리해 오면 된다.

2008년 5월 30일, 느티나무가 책을 건네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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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사흘만 더 지나면 19개월이 되는 아기.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해 옹알거리기만 한다. 그래도 이제는 제법 말귀는 알아들어 엄마, 아빠를 구별하고 제 눈, 코, 입도 분명하게 가리는 녀석이다. 늘 제 욕구만 중요하고, 다른 건 안중에도 없는 욕심쟁이지만, 아직 어린 녀석이 지금껏 버티며 살아온 과정을 생각해 보면, 부모로서 아직은 그 욕구를 다 채워주고 싶은 심정이다.

*

   2년 전 여름이 끝나갈 무렵. 원래 다니던 종합병원에서 태아가 잘 자라지 않는다며 입원과 수술을 권유했을 때, 혹시나 싶어 다른 병원에서 한 번 더 검진을 받기 위해 들렀다가 의사의 강력한 권유로 그 날 저녁에 바로 수술을 받았고, 난 이 녀석을 처음으로 봤다. 힘차게 울어대기는커녕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인큐베이터 속에서 호흡기를 매단 채 이 녀석이 내게로 왔다. 태어나던 당시 919g. 덩치라고 할 것도 없이 딱 내 손바닥만 한 크기였다. 그래도 숨을 쉬며 세상에 나오게 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며 앞으로 씩씩하게 잘 키우겠노라는 다짐을 했다. 잠든 녀석을 보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문을 열고 마구 외치고 싶었다. -오늘 내 아들이 태어났다고 말이다.

   녀석이 나고부터는 오직 건강하게 키워 인큐베이터를 벗어나도록 하겠다는 집념만으로 거의 매일 병원을 다녔다. 우리 아기가 있었던 신생아집중치료실은 점심과 저녁 시간에만 각각 30분씩 면회가 허락되었기에 출근을 했던 나는, 저녁 면회 시간에 맞춰서 부민동까지 버스를 타고 다녔다.(아내는 매일 점심과 저녁 면회를 다녔다.) 엄마의 품에서 여러 사람의 축복 속에 탄생의 기쁨을 누려야 할 녀석이 인큐베이터에서 매일 사투를 벌이고 있으니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도 애가 타고 걱정이 늘었지만, 잘 크는 아이를 보면서 앞으로는 괜찮아질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도 점차 커졌다.

   처음에 달았던 호흡기는 폐가 성숙해지면서 뗐고, 수분이 빠져서 820g까지 빠졌던 몸무게도 하루에 20g씩 꾸준히 늘었다. 인큐베이터에 있을 때 중간에 감염 증세로 몇 번 고생하기도 했지만 거뜬하게 잘 이겨내고 씩씩하게 잘 자라는 것 같아 한시름 놓으려 할 때, 담당 의사로부터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진단을 받았다.

   백질연화증. 미숙아 정기 뇌 검사를 했는데 우리 아이의 뇌에서 백질연화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 날은 담당 의사를 만나지 못해서, 아내에게 대충 설명을 들어도 그게 뭐지? 너무나 황당한 병명에 멍한 상태로 있다가 집에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본 결과, 백질연화증은 주로 미숙아들이 태어날 때 뇌에 산소가 부족해서 생기는 병으로, 앞으로 뇌 기능에 이상을 보이며 심각한 운동 장애, 즉, 뇌성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정신없이 백질연화증에 대해 검색해 보다가, 실감이 나지 않는 병명에 아닐 거라고, 한창 씩씩하게 잘 자라는 녀석이 그렇게 무서운 병에 걸렸을 리 없다고 강하게 부정도 해 보다가, 마음이 가라앉을 때쯤에는 ‘너에게 어떤 절망적인 결과가 나오더라도 아빠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너를 어떤 시련에도 굴복하지 않는 ‘백절불굴의 사자’로 키우겠다고 다짐도 해 보다가, 운동 장애가 있을 때는 재활치료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검색해 보다가… 아무튼 2차 뇌검사 결과가 나온다는 삼 주 동안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불안과 공포와 절망이 지배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어진 2차 검사 결과는 다행스럽게도 정상. 인큐베이터 위에 달린 우리 아기의 인적사항과 병명 칸에서 PVL(PVL : periventricular leukomalacia 심실 주위의 백반 흑색종)이라는 글자가 드디어 지워졌다. 이제 또 다시 넘어선 한 고비. 다시 보름 후에 이어진 3차 검사에서도 정상 판정을 받아 뇌 검사는 이제 필요 없다는 결정을 받았다.

    그 사이에 아내와 함께 동사무소에 들러 출생신고를 하고 아기 이름을 지었다. 드디어 이 녀석은 법적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실체가 되었고, 우리에겐 가족이 한 명 더 늘었다. 아내와 꽤 오래 의논한 끝에, 태명이었던 '만복'이에서 세상에 보배로운 존재로, 하늘이 복을 내려주는 존재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보배 진(珍)에, 복 복(福), 진복으로 이름을 지었다. 남들이 뭐라고 말하든 지금도 아내와 나는 우리 아기에게 꼭 어울리는 이름을 지었다고 믿는다. 진복이-약간은 촌스러우면서도 정감 있고, 이름에 익숙해지면 은근히 세련된 멋까지 풍기는 좋은 이름이라고 생각을 자주 한다. (우리는 이 녀석이 결국 제 이름 때문에 살았다고 믿게 되었다.)

   그렇게 병원을 다닌 지 거의 두 달 만에 2kg의 몸무게를 넘기자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일반 신생아실로 옮겼다. 녀석은 이제 인큐베이터를 벗어나 처음으로 세상의 공기를 맡아보는 것이다. 이것은 이제 퇴원이 임박했다는 좋은 조짐이었다. 처음엔 한 번에 모유 3cc도 제대로 못 먹던 녀석이 어느덧 제 뱃고래를 키워 이제 40cc도 거뜬히 먹는 게 여간 신기하지가 않았다.

   신생아실에서 다시 일주일 후. 이제 집으로 가도 될 시기가 왔다. 진복이가 태어나서 62일 만에 병원 문을 나서는 것이다. 출산 후 산후 조리를 잘 하기 위해서 아내는 친정에 머물고, 진복이도 며칠 동안은 외가에서 머물며 진복이의 외할머니와 엄마, 이모가 번갈아가며 돌보기로 했다. 다행스럽게도 진복이가 퇴원해서는 크게 아프지 않고, 무럭무럭 잘 자라며 빠르게 제법 사람꼴을 갖춰갔다. 우리 가족에게 힘들지만 사랑스럽고 행복한 시간들이 흘렀다.

   우리 집에 온 이후로 손가락을 빨고, 뒤집기를 하고, 엎드려서 기고, 제 힘으로 일어서고, 걸음을 떼서 걷고, 옹알이를 시작하고…… 진복이가 보여주는 작은 변화 하나하나가 나에게 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녀석이 조금씩 자라남에 따라 내 생각도 녀석의 조금 더 먼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까 내 생각의 끝은 세상살이의 근본적인 질문에 가 닿는다.-진복이에게 어떤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가? 녀석이 자라게 될 세상은 어때야 하는가?

   진복이는 지난 1월말엔 ‘요도하열’을 교정하는 수술을 했다. 아내와 나는 서울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한 열흘 정도 지낼 각오를 하고 올라갔지만, 우리가 걱정했던 것보다는 상태가 좋아서 나흘 만에 퇴원을 하며 다시 한 고비를 넘겼다. 경미하다고 하더라도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이라 큰 병원의 중앙 수술실에 들어설 때는, 엄마가 안고 있었지만 저도 어떤 느낌이 왔는지 수술실로 안 들어가려고 발버둥을 칠 때나 마취가 깨면서 열이 잔뜩 올라 볼이 벌겋고, 입술이 바싹 마른 모습으로 축 늘어진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이 불에 데인 것처럼 쓰리고 아팠다.

   이후로 지금껏 진복이는 별달리 아픈 곳 없이 자란다. 감기에 걸린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그 정도야 다른 아이들도 흔한 일이니까. 이제 이 녀석이 곧 말을 시작하려고 그러는지 옹알이가 잦고, 주변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 굉장히 많아졌다. 내가 좀 일찍 퇴근을 하면 녀석을 데리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는데, 저 혼자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또 제가 신기하다고 여기는 것에는 어김없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무엇이냐고 묻는다. 온 방안을 운동장처럼 뛰어다니며, 집안의 물건이 제 자리에 있는 걸 두고 보지 못하는 녀석에게서, 그러다가도 제 맘대로 안 되면 온몸으로 소리를 지르는 녀석에게서, 나는 지금껏 이 녀석을 이렇게 만들어 준 세상 모든 존재들에게 머리 숙여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


   이제 이 사랑스러운 녀석의 제법 길었던 생존 투쟁은 끝나 가는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아직은 아니다. 이 녀석이 태어난 지 2년째가 될 즈음인 이번 여름부터는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단 정밀한 검사와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담당 의사의 권유로 병원 예약은 해 둔 상태다.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시련을 잘 이겨낸 것처럼 우리는 앞으로도 씩씩하게 잘 견디며 두려움 없이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고통을 겪으면서 진복이가 어떠한 고통에도 굴복하지 않는 ‘백절불굴의 사자’로 거듭나리라 믿는다. 시련은 극복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고, 시련은 결국, 사람을 키우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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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5-27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복이가 힘든 시간을 잘 견뎌주었군요. 대견하고 고맙습니다. 이름만큼만 해준다면 더도 덜도 바랄 게 없겠어요. 가족 모두에게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느티나무 2008-05-27 22:27   좋아요 0 | URL
음 이 글은 진복이가 크면 꼭 읽게 해 줄 겁니다. 그 때를 위해 미리 써 둔 겁니다. 말로 하려면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그러면 기억이 가물가물해 질까봐... 네가 태어나고 힘든 과정을 거쳐올 때 내 마음이 이랬다는 걸 전해주고 싶었거든요.

마노아 2008-05-28 02:02   좋아요 0 | URL
아름다운 선물이, 소중한 유산이 될 겁니다. 백업도 꼭 해놓으시고 출력도 해놓으셔요. (알라딘을 못 믿는 거???)

드팀전 2008-05-28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절불굴...GG 힘이드껴지누만요..^^

느티나무 2008-05-28 10:45   좋아요 0 | URL
아프리카 카메룬 축구 대표팀의 닉네임이죠^^ 백절불굴의 사자... 진복이가 동화 속의 주인공이 아닌 이상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살아가게 될텐데, 잘 견디고 씩씩하게 자랐으면 해서요.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다짐했어요.ㅋ

hook-choi 2008-06-30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련은 사람을 키우기 마련이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진복이가 씩씩하게 잘 크고 있는 걸 보니 제가 다 뿌듯하네요.ㅋ
우리 수민이도 6개월 동안 별탈 없이 잘 크고 있어요.
휴직을 더해야 하나 복직을 해야 하는 고민하다 샘들은 어찌 지내시나 궁금하여 들렀어요.
아기와만 지내는 시간이 매일매일 즐겁지만은 않지만, 힘들다고 느껴질때마다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요.
저도 딸을 위해 성장일기를 써야지 맘만 먹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미루기만 했는데,
샘 글을 보니 지금이라도 꼭 시작해야 겠어요.
모두들 잘 지내시겠죠?
내년이든 언제든 학교로 돌아가면 샘들과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진복이도 송희샘도 느티나무님도 화이팅!!!

느티나무 2008-07-01 15:41   좋아요 0 | URL
정말 오랜만이에요. 애기 잘 큰다니 우리 애기가 잘 크는 것처럼 기쁜 소식이네요.ㅋ 애기 키우기가 힘들지만, -저야 거의 옆에서 거드는 수준이지만- 보람도 있어요.ㅋ 저는 육아일기 같은 거 못 썼어요. 복직하시면 가끔씩이라도 뵈요. 의주샘은 12일에 한 달간 미국으로 연수간대요. 그 집이랑은 가끔씩이라도 봐요. 샘도 건강하게 잘 지내십시오.
 

5월 24일, 느티나무의 서울 나들이
- 전국교사대회에 다녀왔다.

   음.. 또 6시 반까지 모이라네? 요즘 고속도로 잘 뚫렸는데, 너무 일찍 가는 거 아냐? 일곱 시 출발도 너무 빨라, 라는 불평으로 늦게 잠들었더니, 토요일 아침, 내 몸이 늦게 반응한다. 서둘러 짐 챙겨서 마트 앞으로 나가 버스에 올랐다. 늘 봐서 밍숭맹숭한 우리 학교 선생님들도 이런 버스에서 보면 한 번 더 웃음이 난다. 정한철 샘네는 가족들이 다 왔고, 박상철 샘네도 사모님과 아들, 딸이 같이 왔다. 강성희샘,  최병희샘, 김현숙샘도 벌써 오셔서 자리 잡고 계셨으니까 우리 분회에선 내가 제일 늦었다. 

   버스는 7시 10분에 출발! 청도휴게소에서 지회별로 차를 옮겨 타니 분회장 정관모샘, 최희정샘, 양인숙샘께서도 우리 차에 합류하셨다. 거기서 간단히 김밥 한 줄 먹고, 지회에서 챙겨준 간식거리도 받아들고 다시 서울로 고고씽! 이후 나는 버스 안에서 헤드뱅잉을 좀 많이 해 줬다. 그러다 청원 휴게소에서 정신을 차렸더니, 내가 탄 버스도 그 때쯤에서야 슬슬 활기가 도는 듯 싶다. 이어지는 교육선전 - 5.24교사대회의 의미, 교사대회 이후에 이어질 투쟁 계획 , 쇠고기 수입 파동-도 익숙한 주제지만, 싸우러(?) 가는 차안에서 들으면 지겹지 않다. 이어서 학교별로 참가자 소개. 분회장이 앞에 나가서 마이크를 잡고 우리 학교 참가자들을 소개하고 선생님들도 얼굴을 알렸다.

   부산은 계속 비가 내린다는데 중부지방부터는 날이 맑았다. 어제 흐리다는 일기 예보에 내심 데모하기에 좋은 날씨군, 했는데 우리나라 일기예보 역시 믿을 게 못 된다. 오후 한 시 10분쯤에 여의도 시민공원 도착. 버스에서 내리니 달궈진 아스팔트 열기가 확 올라온다.(다시 일기예보를 원망했다.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일기예보가 뭔 죄가 있을까마는! 예보가 땡볕일 겁니다,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평소엔 널찍하고 한가로웠을 공원에 사람이 이미 빼곡하다. 

   난 점심 도시락을 늦게 받아든 탓에 집회가 시작되어도 공원 한 구석에서 밥을 먹으며, 다시 한 번 밥의 무서움을 생각한다. 삶의 근본으로서의 밥. 그러니까 데모도 밥을 먹어야 한다. 그러면서 나는 출범한 지 100일도 안 된 정부가 우리들이 먹을 ‘밥’ 을 빼앗아 배가 터지도록 잘 먹고 사는 자기와 자기 친구들의 밥상을 더욱 푸짐하게 차리려는 술수에 분노한다. 이 싸움의 본질은 내가 먹어야 할 ‘밥’을 지키는 싸움이다. 또한 우리 아이들이 최소한이나마 누려야 할 ‘밥’에 대한 싸움이기도 하다.  

   맨바닥에 앉아서 두 시간 동안이나 집행부에서 준비한 대회사, 투쟁사, 연대사, 문화 공연을 듣고 본다. 엉덩이가 심하게 아팠지만 혼자 일어나서 뭣해서 꾹 참았다. 아스팔트의 열기는 정점으로 오르는데, 내 몸이 점점 무겁다. 사실, 연설은 귀에 잘 안 들어오는데, 역시 이야기가 있는 문화 공연이 가장 재미있다.(모처럼 정태춘 씨의 노래도 들었다.) 보통 이런 공연을 보면 준비할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만, 어제 본 문화 공연은 ‘공연하는 지금이 진짜 힘들겠다’는 마음이 들어 미안할 정도로, 한마디로 공연자들의 진을 빼는 공연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거 생각 안 하고 본다면, 돈 내고 보는 연극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좋았다.

   두 시간 동안 진행된 교사대회는 4시를 좀 넘겨서 끝났다. 같은 자리에서 민주노총 공공연맹이 주최한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는 집회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 날 저녁 청와대까지 삼보일배를 앞둔 강기갑 의원의 연설을 들었다. 이어지는 결의 대회…… 

   집회장을 정리하는 마음이 무겁다. 서울에 왔다가 내려갈 때면 참 해야 할 일이 많구나, 하는 생각! 꼬박꼬박 챙겨든 전단지, 선전물을 챙기니 벌써 한 보따리다. 이게 사람의 마음을 든든하게 하면서도 묵직하게 누른다. (이렇게 무거운데 왜 서울엔 꼬박꼬박 오는 거야, 하는 생각이 다시 슬쩍 든다.) 앞으로 1년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겠단 생각도 들지만, 학교에서 아이들과 가르치는데 집중해도 내 생활을 제대로 꾸리기가 쉽지 않은 이 판국에, 이렇게 데모까지 하러 나서야 하나? 그러면서도 6월엔 또 해야 할 일은 얼마나 많나, 하는 걱정이 더욱 앞선다.(음, 행동으로 잘 옮기지는 못하지만 머릿속은 늘 복잡하다.) 

   교사대회에 있던 많은 분들이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가신다고 하시고, 상경한 김에 볼 일도 본다는 분도 계셔서 내려오는 버스 안은 조금 한산하다. 차가 비교적 수월하게 서울을 빠져나와 고속도로에 들어서자, 나는 단조로운 속도에 졸음이 쏟아진다. 

   한참을 자고 일어났더니, 돌아오는 차에서도 북부지회에서 준비해 준 다양한 먹거리(유기농임)를 펼치고 가까운 자리에 앉은 분들끼리 얘기를 나눈다. 이후 천안휴게소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었다. 다시 버스 안, 하루를 보람차게 보냈다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기분이 이런 것일까? 다들, 환한 표정으로 신바람을 내면서 이야기한다. 나도 그 속에 슬쩍 끼어든다. 이때부터는 시간이 더 빨리 지나갔다.

   자정을 넘긴 12시 15분. 롯데마트 앞에 도착했다. 도착하기 전 휴게소에서 다른 지역에 사시는 샘들은 다른 차를 타셨고, 또 근처에 사시는 분들은 차가 가까이 지나갈 때 내리셔서 버스에는 몇 명 남지도 않았다. 거의 마지막으로 차안에서 내리니 밤공기가 상쾌하다. 어두운 밤도 항상 나쁜 것만 아니군, 하는 위험한(?) 생각을 하며 집까지 걸었다.

   나의 교사대회 참가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으나, 조금 더 내 생각을 벼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만은 분명하다. 정신의 울창한 숲속을 즐겁게 걷다 온 기분이다. 피톤치드가 마음속에 가득하니 당분간은 행복하게 지낼 것이 틀림없다.

   이건 사족 같은 말이지만! 아, 역시 나는, 투쟁보다 투쟁가가 더 좋더라. “굴종의 삶을 떨쳐! 반교육의 벽 부수고……” 아직도 내 마음을 흔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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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8-05-27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하셨습니다. 먼 길 다니면 참 힘든데요...
저도 분회 샘들하고 함께 가도록 해 보고 싶습니다. ^^

느티나무 2008-05-27 18:53   좋아요 0 | URL
1년에 한 번씩 서울에 다녀오면 한 몇 달은 씩씩하게 잘 살 수 있었어요.^^ 정말 맑은 숲에서 좋은 기운 받고 온 기분이거든요. 이번에는 더 분위기도 좋았고, 의미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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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휴! 도저히 못 쓰겠어요.”
   “선생님, 이거 안 하면 안 돼요?”
   교실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불평 소리. 기껏 네 다섯줄이나 될까 하는 짧은 문장을 적어 보라는데 금세 터져 나오는 아우성이다. 그래도 이런 불평이나 터트리면 좀 나은 편이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할 지 몰라 멍하게 앉아 있는 학생들이 더 많다. 시간이 좀 지나도 멍한 표정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처럼 손도 못 대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에 끙끙대던 녀석들도 손을 놓아버리고 만다.
   요즘 내 수업시간에 자주 벌어지는 풍경이다. 2학년 문학 수업 시간에 문학작품의 수용 과정이라는 단원을 배우고 있는데, 이 단원의 맨 마지막 수업 내용이 작품의 창조적 재구성과 내면화를 연습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교과서 소설 속 인물들의 대화 내용을 재구성해 보거나 시를 읽고 자신의 느낌을 곁들여 비평하는 짧은 글짓기 시간이 주어지면 아이들의 표정이 굳어졌다가 이내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그러면 나는 숫제 하소연이다. 자기 생각을 글로 써 볼 기회가 거의 없다는 점을 누차 강조하고, 슬쩍 수능 공부에 실제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말도 보탠다. 이걸로도 통하지 않으면, 기말고사에 오늘 쓴 글쓰기도 시험 문제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을 흘린다. 이 말이 끝나도 교실의 반 정도 학생은 멍한 상태, 그대로이다.
   이쯤에서 고백하자면, 경력 10년차. 신임 국어교사 티를 벗어나고 있는 나는 아직도 아이들의 글쓰기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시간이 한참 더 지나도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나부터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을뿐더러-익숙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글쓰기 과제는 꼭 피하고 싶은 청소구역 당번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다.- 어떻게 가르쳐야 한다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적도 없다.(이런 생각을 하니 도대체 대학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글쓰기 수업을 할 때 글의 시작은 어때야 하는지, 마무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실제 글을 가지고 예를 들어 설명하고 학생들이 실제로 연습해 보도록 가르치기가 아주 어렵다. 아울러 자신들이 쓰려는 모든 글에 일관되게 담겨야 할 글쓰기의 자세나 태도를 가르치거나, 여러 가지 형식의 글을 쓸 때 꼭 필요한 각각의 특징을 이해하게 하고, 기능을 연마하게 하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지만, 꼭 이런 문제의식으로 이 책을 고른 건 아니었다. 제법 오래 전에 내 서재이웃인 ‘순대선생’님께서 이 책을 극찬했던 리뷰를 읽고 나서 당장 이 책을 샀었다. 그렇지만 내 머리의 말을 잘 듣는 내 손이 그때 같이 샀던 읽기 편한 책들을 항상 먼저 골라 들어서, 이 책은 내 책장 한 곳에 꽂혀있기를 벌써 몇 달!(그런 책이 꽤 많다.)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올해는 책장에 묵혀둔 책을 좀 읽자는 결심으로 펼친 책이다.

 *


    3월 중순부터 거의 두 달 동안 윌리엄 진서의 ‘글쓰기 생각쓰기’를 띄엄띄엄 읽었다. 내가 쓰고 나서보니 이 첫 문장은, 혹시나 이 글을 읽게 될 독자들에게 전혀 놀라움을 줄 수 없는 죽은 문장이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은 탓이라고 해야 할까,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 앞 문장에서 어떤 단어를 골랐든, 앞으로 내가 어떤 글을 쓸 때마다 이 책의 내용이 가물거려서 내 둔한 머리 수준을 탓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윌리엄 진서의 이 책을 통해 나는 좋은 글쓰기의 핵심 요소가 명료함, 간소함, 간결함, 인간미(154쪽)라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글쓰기에 있어서 명료함이란 자기의 생각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자신이 이 글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가 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간소함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글쓰기 자료를 자기가 쓰는 글에 쏟아 부어 만들어나가지 않는 것이다. 또한 어떤 영역의 글이든 작가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글의 내용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간결함은 모든  문장에서 가장 분명한 요소만 남기고 군더더기를 걷어내어서 표현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간미. 인간미는 아무리 딱딱한 글이라도 결국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간일 수밖에 없는 작가의 목소리가 글의 문체를 통해 표현되어야 한다는 거다.
   이 책은 또 우리에게 이런 깨달음을 전해준다. 앞에서 말했던 글쓰기의 이런 기능을 익히는 것보다 진짜 글쓰기를 좋아하고, 자기가 쓰는 글의 내용에 대해 관심과 흥미, 애정을 갖는 것이 더 좋은 글을 쓰는 데 더욱 필요한 자세라는 것을 말이다.

   중등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쓴 책은 아니지만, 교사들이 이 책을 곁에 두고 글쓰기 지도에 활용한다면 학생들이 어떻게 글을 시작하고 내용을 채워 넣고, 마무리해야 하는지에 대해 적절한 설명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당연히 학생들이 쓴 글에 대해서도 제대로 평가를 내리고, 평가 결과에 대해 일관되고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도 가능하다.

「뱀발」

   교사 자신이 글쓰기를 좋아하고, 평소에 자주 글을 써보는 것보다 좋은 글쓰기 수업 준비는 없다는데, 나는 리뷰 한 편 쓰는 것도 이렇게 힘이 드니, 참……! (선생 노릇 제대로 하기가 이렇게 어렵다.) 그러니 수 백 편의 리뷰를 쓴 사람들이 부럽다고 해야 하나, 두렵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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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08-05-24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을 읽고 써서 그런지 리뷰가 재미있으면서 지루하지 않네요.ㅋㅋ 좋은 글의 요건이라는 명료함, 간소함, 간결함, 인간미가 두루두루 갖춰졌네요!
 

 

 

 

 

 

‘엄마와 나’라는 책[2008.05.19]

   월요일 아침, 안녕!
   이번에 읽을 책은 엄마와 나. 이 작가와 비슷한 나이,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나는 이 책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 경험을 같이 나눌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솔직함의 힘이라도 해야 할까? 아무튼, 이 책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뭉클함이 있지.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글이 깨끗하다는 것이다. 깨끗한 글이란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으면 좋겠다. 어려운 게 좋다는 생각, 버리자. 결국은 쉽고, 단순한 게 진리일 테니까. 너희들도 이 책을 따라 고운 우리말을 하고, 깨끗한 글을 써 보렴.

   자, 이번엔 이 책을 읽고 해야 할 숙제에 대해 알려줄게. 이 책을 읽고, 엄마와 나,처럼 지금 자신의 마음속에 가장 넓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대상을 제목으로 해서 ‘○○과 나’라는 제목으로 생활글(수필)을 써 오거나, 자기한테 가장 소중한 존재인 그 ○○에게 편지글을 써 오렴. (물론 동아리 모임에서 발표할거야.) 자기 주변을 돌아보는 생활글은 솔직하지 않으면 아무리 매끈하게 잘 써도,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거, 알지?


 느티나무의 잔소리!

1. 글밭 나래, 우주인은 책을 안 읽어 오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동아리에 들었으면 할 때의 간절함으로 노력해 다오. 책을 읽어오는 것은 (열심히 활동할-다만, 여러 가지로 운이 나빴던) 다른 사람을 제치고 이 동아리에 들어온 학생의 의무다. 다른 건 변명의 여지가 있지만, 책 안 읽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2. 생활에서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예민한 감각으로 항상 의문을 품어야 한다. 그래야, 생각이 자랄 것이다. 공부란 달리 말하면 생각하는 힘이지 않니. 반복되는 일상, 지루한 생활일수도 있지만, 거기에 조금씩 자기만의 생각을 키우다보면 늘 생동감 있는 생활을 할 수도 있을 거야. 그러다 보면 어느새 생각이 깊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건, 덤이지.  

3. 우린 항상 오해하지. 막힘없이 술술 자기 말을 하는 사람이나 현란하게 꾸며서 말을 하는 사람을 두고 ‘쟤는, 참 말을 잘한다.’고. 그러나, 사실은 그게 진짜 오해야. 아마 첫모임에서 얘기했던 것 같은데? 몇 달이 지나니 잊은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말해 둔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사람이 정말 말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이 말을 몸으로 느낄 수 있을 거다. 우리가 모여 앉았을 때, 내가 무슨 얘기를 할까,를 생각하기 보다, 말하고 있는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지를 잘 듣고, 거기에 적절하게 반응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4. 동아리 활동을 하는 것은 늘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잔소리도 여러 번 했었다. 마음으로 생각하면서도 ‘다음에, 다음에’ 하다보면 1년이 지나가 버린다. 아직도 동아리 활동을 정리할 파일이나 공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면 이 글을 읽는 순간 당장 준비하렴. 그리고 지금까지 했던 활동을 떠올려보며 정리를 해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동아리 활동을 하는 녀석들에게서 가장 듣기 싫었던 소리가 ‘열심히 안 한 거 같아서 후회스럽다.’는 말이었다. 올해는 그런 말 듣기 싫은데…… 도와줄 수 있지?

월요일 아침 느티나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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