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학급운영을 되돌아 보며
[빛나는 일상으로?]
5월이 훌쩍 가고 있습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같은 기념일의 틈바구니에서, 학교 담장을 넘어 들어오는 우울한 소식들로 제 자신이 약간 혼란스러웠던지라 정작 아이들과의 자잘한 일상에서 제 모습은 어떠했는지 제대로 돌아볼 기회가 없습니다.
따지고 보면, 어린이날에는 친구를 괴롭혀서 배운 춤으로 공부방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고, 어버이날에는 부모님께 기껏 용돈을 드리는 것으로 생색도 냈으며, 스승의 날에는 한없이 부족한 저를 잊지 않고 찾아준 몇 녀석들과 점심을 함께 하며 서로의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으니, 주어진 상황에서 나름대로 적응해 가며 살아온 것도 같습니다.
엄청난 담론의 공간 어디에도 교육의 논리를 찾아 볼 수 없는 NEIS 문제를 보며 다른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연가를 내기로 했지만, 담임을 맡은 처지라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학생 인권 보호와 되돌릴 때의 현실적인 어려움 가운데 어느 것 하나를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처음부터 다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자고 스스로를 몇 번이나 다그쳤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결론은 ‘왜 지금 NEIS여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얻을 수 없었기에 기꺼이 연가를 낼 생각이었답니다.
그러나, 제가 안팎으로 복잡하고 답답한 상황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아이들과 마음을 열어두고 한 달을 살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항상 아이들과의 관계를 중심에 두고 교사로 생활해야 한다고 여러 번 다짐하면서도, 일상에서 제 모습이 과연 제 다짐을 담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자신은 없습니다.
생각과 행동의 간극이 크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해야겠습니다.
[2%로 부족하다.]
5월 학급운영이라... 그것을 제대로 된 학급운영 계획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하지만 제 나름대로 계획한 것은 겉으로나마 실천에 옮기려고 애썼습니다. 차라리 여러 선생님께 공표된 계획이라 더 실천하려고 매달렸던 것 같습니다.(겨우 이 정도의 활동에 ‘매달린다’는 표현을 썼네요.)
우리반 아이들과 점심시간을 이용해 여전히 만나고 있습니다. 저는 날마다 아이들과 교감하고 있다는 사실에 -착각하고 있는 거겠지만- 안도감이 듭니다. 날적이는 성실한 우리반 아이들 덕분에 꾸준히 나가고 있고, 스승의 날을 기념하여 아이들과 사진도 찍었으며, 비빔밥도 해 먹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학부모님들께 지난 3개월 동안 학급에서 일어난 일들을 알리는 가정통신문도 드렸습니다. 지난 토요일 방과 후에는 널찍한 운동장에서 축구 시합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괜한 투정인지는 몰라도 모든 게 잘 돌아간다고 말씀드리기에는 무엇인가가 부족합니다. 아마 아이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까닭인가 봅니다. 이제 겨우 세 달, 아마도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엔 짧은 시간인가 봅니다. 아니, 누군가의 마음을 담기엔 작은 그릇인가 봅니다. 스스로를 가다듬는 마음으로 더 힘차게 걸어가겠습니다.
[6월 학급운영 계획]
벌써 아이들과 제 스스로에게 몇 가지 약속을 한 게 있습니다. 이제 6월에는 아이들과 제가 한 약속들을 하나 하나 곱씹으면서 지켜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스스로에게 당당한 사람이 되라’고 충고했습니다. 또 자기 선택의 ‘권리’와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첫날부터 말한 이 약속이 지금 얼마나 아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는지, 아이들 기억에 힘주어 말한 제 이야기가 남아 있을까요?
1) 자기 삶의 주인으로
인문계 고등학교 선생만의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야간 자율학습 문제입니다. 학생들이 야간자율 학습을 무척 힘들어합니다. 학교는 억지로라도 잡아 앉혀두려고 하고, 학생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저항합니다. 학생들은 아파서 집에 가는 것이 아니라, 집에 가고 싶어서 아픈 모습입니다. 저는 그 상황을 막아내는 것이 너무 괴롭습니다. 못 가게 할 명분도 없고, 못 가게 한다고 해서 진득하니 앉아서 공부하는 것도 아니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었습니다. 제 자신도 갈피를 못 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다른 선생님들과 여러 상황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제 소신대로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6월부터는 스스로 공부할 계획을 세우고 부모님께서 동의하는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강조해 온 제 방식대로 아이들 스스로 공부해 나갈 수 있게 맡기는 것이 옳다고 정했습니다. 가능한 대로 여기저기 눈치보지 않고 아이들에게 집중하며 6월을 보내겠습니다.
2) 음악이 있는 종례시간을
종례시간에 아이들에게 음악을 듣는 시간으로 정리할 생각입니다. 우리반 학생들의 전체 의견을 통해서 진작에 하기로 했는데, 여러 가지 기술적인 어려움 때문에 지금껏 미뤄왔습니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가 해결된 마당에 무엇을 더 망설이겠습니까? 또 다시 예쁜 공책 한 권을 준비해야할까 봅니다. 다행히 아이들도 우선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부디 아이들이 짜투리 시간도 의미 있게, 저희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이 욕심 많은 선생을 욕하지 않기를 바라며... 다음 달에는 짤막하게나마 제가 이 공간을 통해 노래와 함께 보낸 종례시간이 즐거웠다고 쓰게 되기를 바라며...
3)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학급자치시간에는 다양한 학급행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고 재미있는 노래도 같이 부르고 싶고, 제가 사 둔 비디오도 한 두 편은 보고 싶고, 통일주간을 맞이해서 통일 관련 계기교육도 해 보고 싶습니다. 6월말이나 7월초엔 그 유명한 수박먹기 대회를 해 볼 궁리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학급운영비도 예산에 잡혔다는데 기회가 되면 기분 좋게 한 턱 쏘지요~, 뭐!
4) 하고 있는 일은 끝까지
야간 자율학습이 시작되기 전, 짧은 쉬는 시간에 창밖으로 고개를 삐죽 내밀며 인사하는 아이들을 두고 퇴근하는 그 머쓱함이란! 나와 아이들의 처지가 본질적으로 다른 거구나!를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입니다. 아이들과 저는 어디까지 마음을 열고 만날 수 있을까요? 모범을 보이라며 샘도 머리를 짧게 자르라는 녀석에게 불끈 화가 치미는 하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