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학교도 12월이면 무척 바쁘다. 성적처리에 생활기록부 정리-이것 하나만 해도 할 일이 무지 많다- 게다가 진급사정 준비, 그리고 나 같으면 담당업무인 교과서 배분, 그리고 내 수업에 대한 평가서까지! (오늘 하루는 정말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가 없다.)
오늘은 애써 만든 '국어수업평가서' 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며 지난 1년동안의 국어수업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물론 스스로의 학습태도와 학습능력 발달에 대한 평가를 포함해서 만들었지만, 학생들이야 그냥 평가서를 나에게 내고 말면 아마도 그냥 잊혀져 버릴 지도 모르겠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학생들이 1년 동안의 수업에 대한-또, 나에 대한- 평가서를 읽는 내내 긴장되었다. 마치 옷을 모두 벗고, 사람들 앞에 서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을까? 내 그늘이, 감춰두려고 했던 내 치부가 어디선가 툭 튀어나올 것 같은 조마조마함!
비참할 정도는 아니지만(자아존중감이 워낙 높아서 ^^;), 즐거워할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친다.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선 차마 말 못 하겠다-은 고치도록 노력해야겠고, 그나마 좋았다고 생각한 부분은 내년에도 계속 하리라고 다짐해 본다. 물론 학생들이 나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점도 많고(그래서 무지 답답하다), 또 그만큼 내가 학생들을 오해하고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학생들도 답답하겠지?)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 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부담스러울까? 어느날 문득, 자신이 학생들과 전혀 소통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을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애써 눈감고 있는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냥 참고 버티는가? 그래서 적당한 나이가 되면 교장이나 교감이 되려고 그렇게 애쓰는 것인가?
요즘 주변에서 학생들에게서 받는 상처로 고민하는 선생님을 가끔 본다. 말씀을 들어보면 정말 무심한 돌팔매에 치이는 개구리 같다. 나야 워낙 아이들과 '말싸움'을 잘 하니까 (^^;) 늘 아이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만, 뭐 나 같은 선생만 있는 건 아니니까...
휴~! 아무튼 복잡한 심경의 하루였다. 아직도 평가서는 3반이나 남았고, 그 평가서를 다 읽으면 속이 시커멓게 타려나?ㅋㅋ 국어수업평가서 만들었다고 하니까, 어느 선생님께서 나보고 '강심장'이라고 놀리시던 게 생각이 난다. 지금 자고 내일은 좀 더 튼튼한 심장을 만들어 가야겠다.
- 나는 '조지아의 미친 고양이1'은 읽었는데, 리뷰는 별로 쓰고 싶지 않다. 지금은 '한국미, 그 자유분방함의 미학'을 잡았다. 잘 읽힌다. 다음에 읽을 책은 '남자 이야기'...방학하면 리뷰나 차분히 쓰고 싶다.(잘 될라나?)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가 새로 4권이 나왔고, 나머지도 탈고를 끝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당장 사지는 않을 것이다. 다음에 완간 기념으로 싸게 팔면 사야지.
나는 방학 때 특기/적성교육이라는 명목으로 하는 보충수업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