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작년 3월 '모두 아름다운 아이들' 주최로 열린, 처음 발령받은 선생님들을 위한 학급운영 연수에서 제가 선생님들께 말씀드리고자 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제 컴퓨터 속에 들어가 있네요 ^^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교사는 이런 고민을 하며 아이들을 만나고 있구나!'하고 생각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진정한 소통을 꿈꾸는 학급운영의 원리
느티나무(XX고등학교)
원고를 시작하려니 막막해서 며칠을 끙끙대었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모든 일은 시작하기가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지고 있는 시집을 뒤적이다가 좋은 시 한 편을 골랐습니다. 결국 남의 생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셈이네요. 선생님들께서도 교직생활의 시작이 막막하실 때는 주변의 좋은 선생님들의 모습을 찾으려는 것으로 시작해 보시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
고향 같은 선생님
내게 고향 같은 선생님 한 분 계셨으면
객지 어느 쓸쓸한 길모퉁이 돌다가
생업에 낯선 사람들에 시달리다가
문득 가슴 넘치는 안온함으로
떠올릴 수 있는 선생님
시외 버스로 두어 시간이면
달려갈 수 있는 동네
사립문 활짝 열려 있고
늦도록 남포불 내걸려 있는 집
그리운 흙냄새와 낯익은 풀꽃들
서리서리 벌레 울음도
가슴 가득 품고 계신 분
내게 그런 선생님 한 분 계셨으면
또한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선생님이 되었으면 (조향미선생님)
여러 선생님들,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그 아는 것마저도 교실에서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어줍잖은 교사인 제가 이 자리에 서서 여러 선생님들께 '학급운영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같이 고민하자는 말씀을 드리려고 하니 몹시 부끄럽고, 또 부담스럽습니다. 더구나 오늘은 구체적인 학급운영의 실천 사례보다는 학급운영의 방향이나 원칙, 학급이나 학생을 보는 관(觀)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릴 건데 아마도 아주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듭니다. 또, 선생님들께서 익히 아시는 이야기를 제가 반복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든 중요하고 복잡한 일이 다 그렇듯이, 학급을 운영하실 때에도 '학급운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정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의 어설픈 이야기를 들어보시고 선생님들께서 가지고 계신 학급운영에 대한 관점도 소개해 주시면 이 자리가 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듯 싶습니다. 우선 학급운영에 대한 저의 짧은 생각이나 고민, 어쩌면 하소연 같은 말씀을 먼저 드리겠습니다.
학교에서 보면 아이들에게 헌신적인 선생님들도 많고, 특별한 주제로 아이들의 일상적인 삶과 만나고 계신 분들도 계시고, 참신한 학급행사로 아이들을 행복하게 하는 선생님들도 있습니다. 우리 나라와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 학급운영에 대해 그렇게 놀라운 능력을 보이시는 분들을 보면, 어디서 저런 열정이, 이해심이, 참신한 생각이 나오는지 스스로를 되돌아 보던 때가 얼마나 많았던지요.
그러나 화단에 저마다의 색깔로 피는 꽃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곧 그 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제가 그 꽃을 대하는 것처럼 우리반 아이들 각자가 가진 색깔을 존중하기로 다짐하면서, 여러 선생님들의 훌륭한 학급운영에 대한 저의 부러움은 잠시 접기로 했습니다. 그 대신 제가 고민하고 있는 생각들을 저의 학급에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 과정이 한없이 기뻤습니다만, 실제로 아이들과 부딪치면서는 수도 없이 실패를 겪고, 다시 고민하고 방법을 바꾸고, 또 실패하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러니 이 글은 저의 학급운영에 대한 실패에서 나온 반성문 같은 것입니다.
저는 아이들과의 행복한 공동체를 학급목표로 정했습니다. 아이들이 저와 더불어 공동체 생활의 기쁨을 맛보며,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정해진 규칙이나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도록 학급활동의 방법에 대해, 학급행사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하구요)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방법이야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것들입니다. 조례와 종례시간을 새롭게 활용하기(노래, 시, 신문 등을 학생들이 소개하기), 모둠 일기 쓰기, 모둠 활동하기(비빔밥 해 먹기, 식물 키우기, 모둠 노래자랑 대회, 방학 중 모둠 모임……), 학급회 시간을 이용하여 학급행사 꾸리기(학급체육대회, 학급노래 배우기, 편지 쓰기, 세밀화 그리기, 뒷산 오르기, 목욕탕 가기……) 학기초에 하는 집단상담, 학기 중에 하는 개인상담(학생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준비해서 선생님께 들려주는 상담)…… 지금 생각해 보면 어느 것 하나 성공했다고 말씀드릴 만한 게 없을 정도로 부끄럽기만 합니다.
돌이켜 보니, 짧은 경험이었지만 저의 의욕적이고 적극적인 학급운영 방법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굳어진 상처 자국을 싹싹 문질러 빨리 지워내려고 서둘렀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굳어진 응어리는 따뜻한 물에 담기면 자연스럽게 풀리는 것처럼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으려는 저의 마음에 '진정성'이 담겨있는 걸 느낀다면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릴 것이고, 그때야 저와 학생은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이 꼭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학급을 운영해 보신 선생님들께서는 이미 이 말을 마음에 담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말인지 잘 아시리라고 생각됩니다. 머리와 귀에는 많이 들어왔으나 진정 우리의 가슴으로까지 내려가지 않는 그 말, 아이들을 받아들이려는 마음!
최근 들어, 교과 학습 방면에서는 학생들의 자율성과 능동성, 창의성과 자발성을 존중하는 흐름들이 보편화되고 있지만, 정작 이런 능력들이 일상적으로 존중받고 실천하는 공간인 학급활동이 그렇게 활발하게 펼쳐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도 새 학기가 시작되면 '3,4월에 웃고 다니면 애들이 만만하게 봐', '반장을 잘 뽑아야 담임의 1년이 편해', '애들은 초반에 꽉 휘어잡아야 해' 뭐, 이런 수준의 담론들이 교무실의 한켠에서 은밀히, 때로는 공개적으로 떠돌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런 이야기가 아직까지 전해지는 가장 근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개별적인 존재로, 주체적인 삶을 살 권리를 가진 존재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청소를 아주 잘 하는 학생이나 공부를 잘 하는 학생처럼, 결석이나 지각이 잦은 학생도 그래서 당연히 '학급분위기를 흐리는' 학생도 우리 반의 한 구성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물론 그 학생의 개별 행동이 다른 학생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면 교정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결과적인 '공평함'도 좋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급의 아이들이 모든 같은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아이는 제 시간에 학교에 오는 것만으로도 너무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고, 그런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도 않는 아이도 있습니다. 점심을 정부로부터 지원 받아야 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며, 누군가로부터 사랑 받고, 존중받아 본 경험이 없는 아이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예의바르고 공부도 잘 하는 아이도 같은 한 반에는 섞여 있을 테구요. 이런 다양한 환경의 아이들을 어느 적당한 기준에 맞추어 재단하려고 한다면 누구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를 넘기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물론 '차별'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지만, 아이들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 두면 괜찮을 겁니다.) 아이들의 개인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자신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수준을 요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누군가는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인내의 여행이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아이들과의 생활은 참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겠지요.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우리가 누군가의 잘못을 지켜보고만 있다는 것은 거의 형벌과도 같은 고통일 것입니다. 우리는 작은 것 하나지만 그 순간에 잘못을 지적하고 고쳐야 다음에 학생들이 바르게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실천하는 것이 옳다고 믿습니다. 물론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런 '선생님들의 좋은 의도가 학생들의 행동 교정으로 이어질 것인가?'하는 점에서는 저는 회의적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습관이나 잘못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복합적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단순한 훈계보다 우리의 믿음과 관심이 학생의 '바람직한' 선택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선생님 자신에게 맞는 학급운영의 계획과 실천입니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모두 자기의 색깔을 가진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색깔이 어울려서 빚어내는 학급운영의 색깔은 또 어떨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미 보여준 학급운영의 모습은 그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낸 독특한 색깔일 뿐이구요. 선생님께서 좋아하시는 학급활동, 평소에 관심 있었던 학급활동,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학급활동을 계획하시고, 아이들과 의논하시면 좋겠습니다. 물론 계획 단계에서부터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다면 더 좋겠구요. 다른 사람의 학급운영은 단지 실패를 줄이기 위한 참고자료로 필요할 뿐입니다.
이 모든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데 밑바탕은 결국 아이들에 대한 믿음입니다. 떨어지는 공은 아무리 받쳐 올리려고 해도 어려운 일입니다. 떨어지는 공을 받쳐 올리려다 상심하지 마십시오. 그냥 그 공이 땅에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그 반작용으로 튀어 오를 때 힘껏 밀어 올려 주십시오. 결국 우리는 공이 튀어 오르려는 시기를 알고 도와주는 게 필요하지요. 또, 라면국물 한 사발을 희석시키려면 물 다섯 욕조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 가슴에 응어리진 분노와 좌절, 적개심을 없애려면 어쩌면 일년, 아니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을 겁니다. 차분히 한 걸음 한 걸음 아이들이 변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다가갔으면 합니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의 특권은 실패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것일 겁니다. 어쩌면 선생님들의 올 한 해 학급운영의 실패는 미리 예견되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한 과정에 대한 결과로써의 실패는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리라 믿습니다. 그럼 올 한해 여기 계신 모든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더불어 행복한 꿈을 꾸시기를 기대하며 잔소리 같았던 제 말씀을 이만 마치고자 합니다. 잘 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학생들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위해 제가 시도해 본 방법입니다. 그럴듯하게 보여도 아이들과 갈등도 많았답니다. 정말 제가 보여줄 수 없는 부분도 있구요.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선생님들의 칭찬(?)보다 이런 학급 활동이 우리반 학생들의 더 나은 생각이나 행동을 가져올 것인가, 학생을 한 인간으로 존중하고 있는가를 고민하면서 계획하고 실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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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 모둠 활동하기 [모둠 소식지 만들기1] [모둠 단합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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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 1학기 학급 운영 설문조사
- 모둠 활동 [비빔밥 먹기]
- 학급행사 꾸리기 [학기 마무리 잔치]→[수박 먹기 대회] [학급 대청소]
- 8월 - 모둠별 모임 [모둠별 계획: 선생님과 하루 놀기-노래방, 오락실, 영화,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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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 [개인상담하기] → 방학 생활 나누기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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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급행사 꾸리기 [비디오 감상] [사진 콘테스트] [편지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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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둠 활동 [학급 노래자랑 대회] [모둠 소식지 만들기2]
- 12월 - 학급행사 꾸리기 [계란 삶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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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 학급행사 꾸리기 [꿈봉투 개봉] [학년 마무리 설문지]
- 학년 마무리 [영상 편지 전하기] [친구 격려의 말 전하기(rolling pa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