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풍경

 - 신현수

(너무나 감격스러운 어조로, 약간 눈물도 글썽이며)
너희들이 태어나던 해에 우리나라 남쪽에서
아주 불행한 일이 있었단다.
어떤 욕심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게 위해서
아무런 죄도 없는 많은 사람들을 총으로 칼로 죽였단다.
그 후에도 그 일을 다른 곳에 알리고자 한 사람
그 일이 잘못되었다고 말한 사람들이
계속 피를 흘리면서 죽어갔단다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아
이제 정부에서 그 공로를 인정하고
그날 이후의 희생된 넋들을 기리기 위해
오늘부터 기념일로 제정하기로 했단다, 얘들아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선생님! 그럼 내년부터 5월 18일날 놀아요?

풋~! '선생'인 내 일상이다. 너무나 우습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우리의 교실 풍경!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소굼 2004-01-16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거나 저쨌거나 기념일은 빨갛게 칠하고 놀아;줘야 더 기억에 남죠;
 

기운아 솟아라  http://my.aladin.co.kr/lemona77  

   열혈은 아니지마는, 글쎄요. 이분이 언제부터 서재 가꾸기를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12월 이후부터이리라 생각합니다. 아직은 그렇게 많은 글이 올라와 있지는 않지만, 올려져 있는 글을 읽는 것은 아주 유쾌합니다. 이 서재에 가시면 기운이 팍팍 솟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서재 주인의 마음씨가 서재에 아주 잘 나타나 있어서, 늘 밝고 즐거운 이야기들이 무척 많습니다.

   마이페이퍼는 '책을 읽고서'와 '영화를 보고서',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고 든 느낌들을 잘 정리해 두고 있고, 영화 본 느낌을 소박하게 쓰고 있습니다. 스쳐지나가는 생각들에서 살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들었던 심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페이퍼의 글보다 삶이 훨씬 아름다운 사람인 것 같습니다. 물론 페이퍼의 글들도 항목 하나하나는 버릴 것 없이 속이 꽉 찬 것입니다.

-'기운아 솟아라' 서재에 한 번쯤 들러서 좋은 말씀 남겨주신다면 서재 주인이 앞으로 더 활기찬 페이퍼를 많이 많이 올려주실 겁니다. 진지하고 예리하고 따뜻한 심상이 최고야 님의 서재에 한 번 놀러가 보셔요. ^^ 모두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마이페이퍼(전체보기)
 책을 읽고서 
 영화를 보고서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4-01-16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드디어 '신영복의 엽서'라는 책이 내 손에 들어왔습니다. 부록으로 '신영복 서화 달력'도 딸려와서 무지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혹시, '신영복의 엽서'가 어떤 책인가 궁금해 하신 분들도 계시고, 좋은 책을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도 들고, 알라딘 이벤트에도 참가하고 싶어서 사진도 몇 장 찍었습니다. (본문 내용이 궁금하시면 알라딘 메인홈으로 가셔서 검색하시면 되겠지요?)


다른 책보다 약간 커요!

   제 방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내용별로 분류되지 않은- 책 앞에 엽서를 두고 사진을 찍으니 보통 책보다 약간 크다는 걸 알수 있습니다.

 


검은색 테두리를 떼어내면 이렇죠!

 


본문1-또박또박한 글씨체 그대로

   신영복 선생님께서 감옥에서 친지/친구들에게 보낸 엽서들을 그 친구들이 다시 모아서 원본은 주인에게 돌려주고, 영인본으로 만든 책입니다. 최대한 원본의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출판사 홍보요원 같네요 ^^)

 


본문2-옆에서 펼쳐놓은 모습

   글씨와 그림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본문3-한페이지만 확대

   설명처럼 한 페이지만 확대해 보았습니다. 내용이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과 같겠지만 책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가지고 싶은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신영복의 엽서'와 관련해서 어제 있었던 일

   어제 학교를 나와서 근처를 지나다 보니 학생들이 몇 명 서점에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평소에 책하고는 약간 거리가 먼 친구들이라 기특해서 저도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애들이 '선생님'하고 불러서 무척 소란스러워졌지요.(민망 ^^;) 서점에서 애들이랑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애들은 먼저 나가는데 슬쩍 따라나가려니, 서점에 약간 미안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있다가 나가려고 서점안을 어슬렁거리는데 주인아저씨께서 호기심을 생기셨는지 저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시더군요.

   저는 어제 오기로 한 책이 택배회사의 게으름으로 그 때까지 도착하지 않은지라 '엽서'라는 책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가지고 아무리 눈어림으로 그 책을 찾아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죠! 마음도 답답하고, 서점아저씨께 미안하기도 해서, 혹시 엽서라는 책이 있는지 여쭈었지요.(전 당연히 없을 줄 알고, '제가 찾은 책이 없군요'라고 말하면서 유유히 빠져나올 생각이었답니다. 그러나 의외로!) 아저씨께서 '며칠 전에 책이 들어온 걸 봤다'면서 서가를 하나하나 짚어내시며 책을 찾는 겁니다. 저는 더 미안했지요. 나중에서 제가 "사지는 않구요, 그냥 잘 만들어진 책이라기에 구경만 하려구요"라고 말씀드려도 막무가내로 찾아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근데 그 서점의 사장님, 같이 일하는 딸, 그리고 나름대로 책찾는데 재주가 있는 저까지 30분을 넘게 뒤져도 '며칠 전에 들어온 그 책'을 못 찾았답니다. 아저씨께서 다음에는 꼭 찾아놓겠으니 다시 들러달라며 미안한 웃음을 지으시더군요. 그러면서 따님과 주고 받는 정다운 말씀!

아저씨 : 허허, 이래가 책 장사 하겠나?

딸 : 어? 못하겠는데...^^;

   저는 겸연쩍은 웃음으로 그 서점을 나왔답니다.(어제 중요한 손님이 제 집에 놀러온다고 해서 청소도 했어야 했는데, 거기서 시간을 많이 써 버려서 청소도 제대로 못하고 손님을 맞았답니다. 손님한테 무지 미안하네요.)


댓글(3)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nrim 2004-01-15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번에 저도 구입해야겠어요... 너무 멋진걸요..

▶◀소굼 2004-01-15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모르는 제가 있었어도 같이 찾았을것 같은 분위긴걸요^^;
아무튼 엽서는...참 좋아요^^ 빨간 '검열필' 도장이 인상적인...

2004-01-16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리 동네 택배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할 때마다 아침에 도착한 책을 그 날 오후에 배달해 주지 않는다. 요리조리 핑계를 대면서 꼭 다음날이나 그 다음날에 갖다 준다. 그러면 주문한 날로 치면 거의 일주일쯤 지나야 내 손에 책이 들어오는 셈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오후에는 학교를 나서기 때문에 책이 오려나 싶어서 전화를 했더니, '물량이 밀려서 내일에나 갖다 줄 수 있다'고 한다. 기분이 약간 상했다.

   아무튼 이번에 주문한 책은 지금 당장 읽을 것은 아니니까, 참기로 한다. 그러나 어떤 모양의 책인지 무척 궁금하다. 특히, '신영복의 엽서'라는 책. 알라딘에서 리뷰 보고 사는데, 실제로 한 번도 본 적은 없 다. 게다가 아주 거액을 주고 샀기 때문에 예쁜 책이었으면 좋겠다.

   아직 책 읽고 리뷰를 쓰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리뷰가 자꾸 밀린다. 그러니까 마음의 부담은 더 쌓이고... 어쩌면 오래도록 이 부담은 떨치기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이건 앞으로 계속 될 걱정이니까 다음에 또 하면 되는 것이고, 지금은 내일을 위해서 자야할 때! 아침에는 무척 춥다는데 아이들이 또 학교에 얼마나 안 올지 걱정이다. 그러고 보니, 사는 게 걱정이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nrim 2004-01-14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역에 따라 거의 횡포를 부르는 택배아저씨들이 있죠.... 당하게 되면 무척 화남;; 한때 온라인 쇼핑몰에서 일했던 적이 있는데 이 택배때문에 얼마나 머리가 아팠던지;;;
엽서. 저도 살까 생각중인데.. 받아보시면 소감을 알려주세요.!

kim 2004-01-1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알라딘에선 발송됐는데도 택배회사에서 질질끄는 바람에 늦게 도착하는 경우가...-_-+전 전화하려다가 말았는데요.ㅋㅋ 학교 선생님이신가봐요?^^

▶◀소굼 2004-01-14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엽서...사셨군요. 도서관에서 봤거든요. 물론 예전 것이지만...아마 흡족하실 수 있으리라 여깁니다.^^;
 

기대

- 양정자

공부도 신통찮은데

남에게 지기 싫어하고 참견 안 하는 데가 없어

친구들과 유난히 잘 다투는

입이 참새처럼 뾰죽 튀어나온 박현주

아무리 야단쳐도 말다툼 그칠 날 없네

생각다 못해 1학기 성적표 가정통신란에

'마음이 너그럽고 이해심이 깊어

친구들과 유난히 사이가 좋습니다'라고

은근히 정반대로 부추겨주었더니

아니, 이게 웬일인가

2학기부터는 싸움 한 번 안하고

밀가루 반죽처럼 부드러워졌네

눈부신 꽃으로 보면 더욱 눈부신 꽃이 되고

하찮은 돌멩이로 보면 여지없이 돌멩이로 돼버리는

기대한 만큼보다 훨씬 더 이루는

무한 가능성의 놀라운 아이들

 

   며칠 만에 임시 우리반에서 가장 결석을 많이 한 현미(가명)가 학교를 왔다. 생긴 건 순풍산부인과의 '미달이'처럼 생겼는데, 평소에도 우리 학교에서는 지각과 결석이 잦은 편인 학생이었다. 요즘에도 연락 없이 안 온 날이 있어서 방과 후에 남겼다. 일단 교무실에 데리고 와서 원래 우리반 아이들이 쓴 날적이 공책(모둠 일기장)을 찬찬히 읽어보라고 줬다. 나는 옆에서 간단하게 컴퓨터 정리와 책상 정리를 하면서 앉아 있었다. 그러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하나? 기회를 엿다가 질문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약간 당황스러웠다. 그 녀석에 대해서 아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나혼자 생각하고 판단하고 있는 게 무척 많았다.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내가 생각하던 녀석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우리반이 아니니까 국어시간에만 볼 뿐인데, 그 시간에 하는 행동만 가지고-사실 무지하게 공부는 안 한다- 내 마음 속에서 이미 그 녀석에 대한 평가를 모두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차분히,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야기 속에 한 학생이 아니라, 한 사람의 모습이 들어있었다.

   미안해서 학교를 같이 나와 호떡집과 어묵집으로 데리고 갔다. 날도 무척 추운데 둘이서 호떡 한 개씩-땅콩든 음식은 못 먹는단다- 그리고 어묵 한 두개씩 먹고, 내일부터는 꼭 학교에 오라고 말했다.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이 참 예뻤다.

   나는 그 녀석이 김치찌개를 비롯한 온갖 요리를 잘 하는 줄은, 아버지가 많이 편찮으신 줄은,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줄은,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줄은, 땅콩과 단무지를 못 먹는 줄은 몰랐다. 가끔씩 학교에 오지 않고, 오직 공부시간에 떠들고 산만한 아이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소굼 2004-01-13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접 대하기 전까진 그 어떤 것으로도 비춰질 수 있죠. 자신의 상상이 만들어낸 산물...현실은...:)저도 그런 경우가 많아요^^; 친구한테 이전의 생각했던 걸 얘기해줬더니 맞을 뻔 했다는;

모래언덕 2004-01-14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겉모습만 보시던 학창시절 어떤 선생님이 생각나는군요.
선생님과 제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어쩜 이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직접 다가가서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그 문을 조금씩 열어보이고 들어가고...
학생 하나하나에게 신경 쓰기가 쉽지않으실텐데...
선생님의 편견없는 다가섬에 마음의 응원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