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고든 지음, 김홍옥 옮김, 양철북, 2003
몇 살을 먹었든 간에 학생은 모두 인간이며, 교사가 자신들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좋은 관계일 수도 있고 좋지 않은 관계일 수도 있는 인간 관계를 교사들과 맺는 존재들이라는 것이 우리의 신념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인종, 출신지, 지능 지수, 재능, 사회경제적 배경 등 학생들 사이의 차이도 지나치게 부각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학생들을 나누고 테스트하고 평가하고 꼬리표를 달고 전형화하는 것은 불필요할 뿐 아니라 해롭기까지 하다. 교사들은 의사가 환자를 알레르기 환자, 심장 환자, 궤양 환자, 과민 결장 환자 등으로 나누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학생을 취급한다. 즉, 학생을 사람이 아니라 어떤 익명의 사례로 생각하는 것이다. 열등생, 재능이 있는 아이, 학습 장애아, 문화적으로 소외된 아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 지능이 높은 아이, 지능이 낮은 아이, 과잉 활동아, 정서 불안아, 잠재력이 있는 아이, 없는 아이, 지진아 등등. 이런 식으로 학생을 진단하고 분류하는 것이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는 연구를 통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분류는 학생들의 자신감을 손상시킬 뿐 아니라 교사가 편견을 가지고 학생을 대하게 만들어 교육의 질도 떨어 뜨린다는 것이 연구 조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학생들 사이에는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은 모두 사람이다. 사람의 특징과 감정과 반응을 가지는 것이다. 아이는 누구나 무언가를 진짜로 배울 때에는 집중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지루해 한다. 또 무언가를 잘 못했거나 실패했을 때 야단을 맞으면 낙심한다. 아이들은 모두 교사의 권위 행사에 대처하기 위해 대응 기제를 발달시킨다. 아이는 모두 의존적인 경향이 있지만 한편으론 자립하기 위해 애를 쓰기도 한다. 또 화가 나서 앙갚음을 하고 싶은 마음을 갖기도 한다.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에는 자신감을 얻지만 성취한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평을 들었을 때에는 자신감을 잃는다. 아이들은 누구나 자신의 욕구를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권리를 지키려고 한다.
읽어보면 너무나 평범한 사실 아닌가? 그러나 함정은 여기에 있다. 너무나 평범하기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이 사실이야 말로 내가 늘 외우고, 몸에 익혀야 할 법칙이 아닌가? 모르고 못 하는 건 용서가 되어도 알면서도 안 하는 건...
이제 곧 새학기다. 교사로써 여섯 번째 해를 맞는다. 아직은 올곧게 지켜가야 할 그 무엇이 나에게는 더 많다고 생각한다. 뚜벅뚜벅, 묵묵하게 내가 가야할 길을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