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새 봄이 오려는가 보다. 겨우내 읽으려고 사 두었던 책들은 어찌어찌하여 거의 다 처분(?)이 되고 있고, 다시 새 책을 사고 싶어졌다. 창고-보관함-에 사려고 쌓아둔 책은 여러 권이니 골라내는 작업만 하면 될 듯하다. 이번에도 책을 사는데 별다른 기준은 없지만, 오래 전부터 사려고 봐 둔 책부터 사려고 한다.

  • DNA: 생명의 비밀
  • 인디언의 전설, 크레이지 호스
  • 콜롬버스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 칠레의 모든 기록
  • 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

   예전에는 책을 사는 통로가-책을 좋다고 평가하는 기준이- 단순했던 것 같다. 나는 베스트셀러라며 책을 골라 읽어 보던 시절은 남들보다 좀 빨리 끝난 것 같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주로 사회과학서점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학교 도서관에서 고전과 80년대 문학들을 빌려 읽은 기억이 난다. 내 돈으로 책을 사 모으기 시작한 때는 아마도 제대 후가 아닌가 싶다. 서점에 들러서 마음에 드는 책은 종류를 별로 가리지 않고 샀던 것 같다.-그래봐야 돈이 없는 학생이라 몇 권 사지도 못했지만- 이미 읽는 책에서 좋다고 언급하거나, 신문에 좋게 서평이 실리는 책에 관심을 두고, 샀다.

   지금은 글쎄, 그 때보다 책을 고르는 눈이 더 나아졌을까?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신문에 난 서평도 잘 믿지 않는다(신문 기사에 대한 불신감이 너무 크다). 그래도 연말에 '올해의 좋은 책' 정도에는 눈길이 가던데... 인터넷 서점에서 독자 평점이 높은 책은 비교적 믿을만 한 것 같다. 가끔씩 보면 너무 터무니 없는 경우도 있지만...(대표적인 경우가 최준식 '한국미, 그 자유분방함의 미학'인데 한명은 별 다섯개를, 한 명은 별 한 개도 아깝다는 평가를 내렸다. ^^;)

   아무튼 나는 어떤 과정을 통해서 저 책을 사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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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2-2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칠레의 모든 기록 주문하셨군요... 재미있게 읽으셔야 할텐데... ^^

느티나무 2004-02-20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이건 순전히 nrim님의 평을 보고, 또 여쭈어 보고 사는 겁니다. 아시죠? ㅋㅋ
 

   날적이가 무엇이냐? 음.. 날적이는 일기장이다. 대학에 다닐 때 우리 과에서는 모두 날적이라고 불러서 나는 그게 입에 붙어버렸다. 일기는 날마다 적는 것이니까... 생각이 젊은 누군가가 '날적이'라는 말을 만들었겠지? 아무튼 지난 1년 동안 우리반 아이들은 돌아가면서 공책 두 권에 그 날의 일상들을 기록해 둔 날적이를 가지고 있다.

   날적이는 홀수와 짝수로 나누어서 홀수 번호 학생은 홀수 번호 학생끼리 쓰고, 짝수 번호 학생은 짝수 번호 학생끼리 썼다. 한 명이 쓰고 나에게 내면 내가 간단한 코멘트를 달고 그 다음 차례 학생에게 전달한다. 그 다음 학생은 또 그 날의 일기를 쓰고 다음날 나에게 날적이 공책을 내는 것이다. 우리반은 이렇게 날마다 돌아가면서 일기를 썼다.

   나는 날적이 공책을 통해 아이들의 삶을 합법적으로, 필요한 만큼만-또는 아이들이 보여주는 만큼만-들여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늘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부단히 일깨우는 좋은 상징물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1년 동안 우리 반 모두의 손때가 묻은 이 날적이와도 안녕할 시간이다. 마지막날 날적이 공책을 받으면 어떻게 해야할 지 걱정이다. 방학 때 컴퓨터에 기록으로 남겼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역시 게으름이 문제다.

 


우리반 날적이 공책

   학기초에 거액(?)을 들여서 공책을 샀다. 1년 동안 꼭 이 공책에 소중한 우리의 일상을 담았으면 했는데, 4월에 한 번 잃어버리고 다시 산 공책도 있다. 이제는 공책 속지를 다 쓰고, 맨 뒷장에 공책을 덧붙여서 날적이를 쓰고 있다.

 

 


공책 속에 당부하는 말

   공책 안쪽에 작은 메모를 붙여 두었다. 아이들이 날적이를 쓰기 싫을 때 한 번쯤 읽고 날적이를 쓰는 의미를 되새겼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날적이는 이렇게 쓴다

   가능하면 한 페이지 정도에 내용을 써 오라고 해도 공책의 반이나 2/3정도에서 그만두는 것이 보통이다. 내가 날마다 읽으면서 빨간 펜으로 코멘트를 달아준다. 야간자율학습이 너무 지루할 때, 날적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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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2-18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입니다.....

▶◀소굼 2004-02-18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인쇄본을 만들어서 하나씩 가지면 좋을거 같은데 말이죠^^

nrim 2004-02-18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학교때 이런 날적이를 썼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에는 날적이라 부르지는 않았고(이 단어는 대학와서 알게된 단어인듯..) 무언가 다른 말로 불렀는데 그 말이 생각이 안나네요.. 돌려보는 일기장이라는 그런 뜻이었을텐데... 교실 앞 탁자위에 그 일기장을 두고 쓰고 싶은 사람이 쓰고 싶을때 쓰고, 담임 선생님도 가끔 글을 쓰시곤 했는데...

당시에는 개인 일기장 검사가 있었기에(지금도 있나요? 중학교때까지 일기장 검사가 있었고 잘 쓰면 상도 주고 -_-;; 했었는데;;) 반강제적으로 개인 일기도 쓰고 있었는데, 그런 일기와는 다른 의미를 지니는 이 같이 쓰는 일기장은 꽤나 인기가 있었죠. 그때 그 일기장에 나와 내 친구들이 어떤 글들을 남겼는지 지금은 도무지 생각이 나지가 않아요. 만약 지금 그 일기장들을 다시 볼 수 있게 된다면.. 흠.. 어떤 기분이 들까요...

대학 다닐때도 과방에 날적이가 있었는데 지금은 웹사이트의 게시판이 그 기능을 대신하게 되었죠. 그래도 그때 손에서 손으로 오가며 사람냄새 물씬 풍기던 그 날적이를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노트를 준비해서 과방 한 쪽에 놓아두고 함께 쓰기도 하고 하더군요. (웹상의 게시판과는 확실히 그 냄새가 차이가 나니;;;) 과방 한구석에 모아져 있는 90년대부터의 날적이들을 뒤적거려보는 것도 큰 재미였는데...

그러고 보니 요즘은 따로 일기란 것을 쓰고 있지가 않군요. 웹에 따로 끄적거리는것이 있긴 하지만 그것도 일기라 하기에는 애매하고.. 더군다나 손으로 쓰는 일기는 언제부터 쓰지 않게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않는...이 기회에 일기장을 마련하여 일기나 다시 한번 써볼까요...

혼자 추억에 잠겨 괜시리 글이 길어져버렸네요. ^^;


nrim 2004-02-18 2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내가 주절주절 코멘트 쓰는 동안 소굼이 왔다갔군..
복사해서 제본하게 되면, 그 매무새 자체가 너무 조잡해져버리지... 그렇다고 <엽서>처럼 멋지게 만들기에는 비용이;;;

느티나무 2004-02-19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모둠일기장'이라고 부르지 않았을까요? 요즘 중학생들은 일기 안 쓸텐데...아마도 일기 검사하는 학교는 없을 겁니다. 저도 군대 갔다 온 후에 과방에서 우리 학번 날적이를 찾았을때 참 기뻤지요. 지금도 제 책꽂이에 있거든요. 그리운 시절이 생각나지요. ^^ (그러면 글도 길어지고~!)
 

토요일(2월 14일)

08:10-08:40  등교

09:00-13:00  수업 및 일과 처리

13:00-14:00  운동하러 온 친구들과 점심 식사

14:00-17:00  친구들과 체육관에서 운동

17:00-18:00  기영이네 집들이 출발 : 용호동 아파트

18:00-20:00  결혼식 비디오, 앨범 보기, 축구 중계 보기(이 때 공부방에서 빨리 오라는 전화 옴)

20:00-21:00  공부방으로 이동(공부방 선생님들은 모꼬지 중)

21:00-23:00 공부방 회의

23:00-24:30  야간 산행

일요일(2월 15일)

24:30-04:30  뒷풀이

04:30-05:00  뒷정리 

05:00-07:30  잠자기

07:30-08:30  일어나기, 아침 식사

08:30-09:30  집에 잠깐 다녀왔다가-참고로 우리집과 공부방은 부산시내에서 가장 먼 거리-(공부방 연수에 필요한 준비물을 집에 두고 와서 ^^;) 공부방 교사 연수 장소인 장전동으로 이동

09:30-17:00  공부방 교사 연수 참가

17:00-18:00  장전동에서 저녁식사를 위해 부산역 근처로 이동

18:00-19:00  저녁 식사

19:00-19:30  공부방 선생님들-대부분 영도구에 거주-을 자가용으로 모셔다 드림

19:30-20:00  차를 타고 오다가 길가에 주차시킨 후 잠

20:00-20:30  집에 도착

20:30-21:00 간단한 세면 후 바로 잠

 

야근하고 월요일 저녁 12시에 귀가한 나를 보고 동생이 한 마디 했음.

"행님아, 오래간만이네?!"(참고로 우리는 같은 집에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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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2-17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엄청나네요.. 그러고도 이시간에 서재에 글까지 남기시다니;;;;
너무 무리하시는거 아니어요.. 건강을 생각하셔야죠.. ^^

▶◀소굼 2004-02-17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방과의 주말;을 보내셨군요^^

느티나무 2004-02-1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방은 새로운 생각과 의미를 찾게 해 준 내...청춘이 녹아있는 곳이거든요. 언제까지 계속할지 모르겠지만, 제 몫이 있을 때까지는 해봐야죠!
 

예상대로 야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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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2-1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획대로 바쁘셨던 모양이네요.. 지금까지. ^^

느티나무 2004-02-17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오늘 늦게까지 하려고 했는데, 집에 오는 차비가 여차여차해서 한 푼도 없었답니다. 그래서 지하철이 다닐 때 잽싸게 왔어요.(교통카드만 있었거든요) 느긋하게 교무실에 앉아서 한 녀석 한 녀석 떠올리며 기록부를 정리하는 맛도 쏠쏠하던데요 ^^;... 아, 그리고 주말에는 정말 죽음이었습니다.
 

   오늘 날이 밝으면 토요일이다. 목요일 개학이후 첫 주말이다. 주말에는 좀 쉬면서 학년말 마무리 업무가 많은 주중을 대비해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이번 주말은 나에게 무척 바쁜 시간일 것이고, 그래서 아마 주중에도 좀 피로가 풀리지 않고 그대로 갈 것 같다.

   이틀 동안도 나름대로는 무척 바쁘게 지냈다. 수업 준비물도 만들었고, 내 담당업무 처리도 하고 있고, 게다가 학년말이니 담임 업무도 있고, 게다가 엉뚱하게도 이번에 입학할 신입생 시험문제까지 내가 맡게 되었다. 사실, 학교일이야 뭐, 창의성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라, 마음만 먹으면 금방 할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나는 일하는 걸 겁내는 스타일은 전혀 아니다. 가끔 일이 많으면 '오늘 학교에서 밤새우지, 뭐!' 이런 말도 거침없이 한다.) 그러나 틀리면 안 되는 일도 있기 때문에 아주 집중해서 해야할 일이 몇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적처리 업무와 학생생활기록부 작성 업무인데, 학교 일정상 다음주 화요일까지 업무가 끝나야 한다.

   이번 주말에는 공부방 교사 모꼬지가 있다.(햐~! 느티나무 모꼬지 정말 많다. ㅋㅋ) 가볍게 공부방에 모여서 하룻밤을 같이 보내기로 했기 때문에 별로 부담은 없지만, 그래도 새학년 계획과 대표교사 선임 등 몇가지 중요한 안건 처리를 위한 회의가 열린다. 일요일은 부산지역 공부방 교사들을 위한 일일 연수가 있다. 우리 공부방에서는 토요일 합숙하고 일요일에 단체로 참가하기로 했다. 그러니 일요일 하루도 거기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니 아마 피곤하고 힘든 주말이 될 것이 틀림없다. 게다가 우리의 족구계팀이 우리 학교에서 정기 족구대회를 하자고 한다. 나는 이 모임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거절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두달 전에 결혼한 녀석의 집들이까지!

   그래서 내 주말 계획은 이렇다. 일단 토요일에는 학교에 모여서 운동부터 하기로 했다. 운동이 끝나면 다섯시쯤 될텐데 친구들과의 저녁은 사양하고 바로 공부방으로 갈 것이다. 가면 6시가 될테니, 염치불구하고 저녁 먹는데 대충 합류할 생각이다. 저녁을 먹고나면 회의를 시작하고, 간단한(?) 뒷풀이를 하면서 하룻밤을 보낼 것이다. 일요일은 아침부터 연수에 참가해서 끝나면 다섯시쯤 될 것 같다. 그러면 집에 가든지, 여력이 되면 학교에 와서 생활기록부 작성을 위한 준비자료를 정리해 두면 월/화요일에 마무리를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계획이 좀 빡빡한가? ㅋㅋ)

   다음주 월요일은 야자감독하는 날이니 늦게까지 학교에 있을 것이고, 목요일/금요일은 공부방에서 수업하는 날이고, 다음주 일요일은 공부방 아이들과 경주월드로 눈썰매 타러 가는 날이다. 아!!! 그러고 보니, 학년말인데 우리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가 없네? 종업식을 하는 토요일에 같이 점심 먹자고 해 볼까? 그럼 너무 바쁠텐데... 아무래도 화요일과 수요일은 야근을 해야할 것 같다. 화요일은 생활기록부 정리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수요일은 그 밖의 잡다한 업무를 모두 처리하면 될 것이다. 그러면 목/금요일은 야근하지 않아 공부방에 갈 수 있을테니까!

   아무래도 우리반 아이들과 학년마무리 잔치 계획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이것도 일단 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이것만 끝나면 또 새학년이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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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14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