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학교 도서실 문을 열었다. 물론 점심시간에만 말이다. 오늘 새로 오신 선생님들께서 이용하실 수 있게 이용자 설정도 해 두고, 서가 정리도 대충해서 점심 시간에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무지 많이 찾아왔다. 난 여유있게 음악 들으면서 책 빌리러 오는 아이들과 이야기도 하고, 요즘의 안부도 묻고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웬걸... 며칠 문을 안 열었더니 밀려드는 아이들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교장실에서 연락온 것도 제대로 못 갔다. 예비종이 울리고 5분 정도 시간이 더 있는데, 수업 시작종이 울릴 때까지 책대출을 했었다.
앞으로는 주 활동무대를 도서실쪽으로 옮길 생각이다. 꼭 점심시간이 아니어도 도서실에 가 있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그렇지만, 도서실이 너무 추운 게 흠이다. 사실 난방시설이야 되어 있지만, 혼자 있는데 그 넓은 공간을 난방하려고 하니 괜히 미안해서 그냥 참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버티기에는 너무 추운 곳이다. 내일부터는 날이 조금 더 풀린다니 기대를 해 봐야겠다. 아니면 점심시간 얼마 전에는 난방을 해도 괜찮겠지, 뭐!
아, 교장실에 전화온 이야기가 났으니 말인데, 앞으로 열흘 후에는 학교운영위원 선거가 있다. 나는 우연하게 선거관리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오늘 교장실에서 온 전화도 그 선거관리위원회 회의 때문이었다. 흠... 거기서 있었던 이야기를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참 답답한 일이 많다. 사람이 생각이 한 번 굳어지면 한 방향으로 밖에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특히, 살아온 이력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은 더욱 그러하다. 나는 늙는다는 것이 그래서 싫다. 내 생각만 고집하게 될까 봐서 두렵다.
3학년 수업을 몇 번 해보았는데, 내 말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지금 2학년들은 어느 정도 느낌이 왔었다. 모르는 것 같으면 한 번 더 설명해 주고, 알면 넘어가고 했는데... 아직 학기초라 그런지 내 설명을 얼마나 소화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 길이 없다. 수업이 끝나면 몇 명의 아이들에게 꼭 물어보는데, 그냥 그렇단다. 모르겠다고 말하는 게 미안한지 꼭 다른 이유를 댄다. 이를테면 7교시는 수업을 너무 많이 해서 지쳐있으니까...1교시는 원래 잠이 많이 오니까...월요일이니까...이런 이유를 붙이지만, 글쎄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고...아무튼 익숙해지는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오늘은 새로운 한 주의 출발이다. 도서실에서 나머지 업무를 마감하고, 돌아오는 길. 미용실에 들러 머리카락을 잘랐다. 상쾌하다. 내일은 모처럼 생활한복을 입고 출근해야겠다. 그럼 다림질하러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