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썼는데 지웠다. 내 신상이 너무 많이 노출되어 약간 부담스러웠다. 음... 조금 전에 우리 동네-말이 우리 동네지, 지하철 두 정거장이나 지나야 한다-에 생긴 극장에다가 제안서를 보냈다. 제안서의 내용은 지역에 근무하는 교사들에게 예술영화-특이하게도 그 영화관은 예술영화전용관이 있다- 할인혜택을 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다름대로 할인혜택을 주었을 때 극장에게 이로운 점을 써 보았는데, 내가 극장주인이면 당장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지만...

   아무튼 쓰고 보니 내 신상정보가 너무 많이 노출되어서 고치다가 그래도 좀 그래서 아예 지우고 이렇게 내가 제안서를 보냈다는 사실만 기록해 둔다.

   오늘은 여러 곳에서 전화가 많이 왔다. 전에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던 선생님의 전화도 받았고, 운동하자는 친구한테서도 왔고, 같이 공부하는 선생님의 문자메세지, 그리고 이어지는 전화!

   요즘은 사실 너무 바쁘다. 생각보다 수업시간이 많고, 특기적성을 빙자한 보충수업도 많다. 또 아이들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도 분명하게 서지 않는다. 점심시간엔 도서실에 앉아 있기도 하다. 학교는 선거기간이다. 교육부에서 학교운영의 또다른 축으로 내세운 학교운영위원회! 위원들의 임기가 2년인데, 이번 해에 새로 뽑아야 한다. 나는 선거관리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는데 제법 할 일이 많은 것 같다. 모든 업무가 합리적으로 처리된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학교라는 것이 아주 합리적일 것 같으면서도, 아주 불합리한 구석이 많은 것 같다. 알면 알수록 더 문제투성이! 바로 학교다. (내가 너무 삐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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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10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꿈꾸는 학교

   내 책상에 깔려 있는 포스터이다. 아름다운 학교, 희망찬 학교, 행복한 학교... 우리 모두가 꿈꾸는 학교가 아닐까? 내 책상은 무척 단촐하다. 교과서 두 권과 참고서 한 두 권. 그리고 우리교육 잡지 최근호, 학급운영에 관한 책, 그리고 작은 국어사전 달랑! 그래도 생활하는데 전혀 불편하지가 않다. 충분하다. 내 삶도 꼭 필요한 것만 갖추고 살았으면 좋겠다. 너무 욕심내지 말고...

 

[이건 덤으로]


3월, 눈 내리는 학교에서

   그 날 부산에도 제법 눈이 내렸지만, 사진을 찍으니 겨우 이렇게 나왔다. 괜히 바람은 아주 세차서 손이 무척 시렸다. 눈 오는 학교 풍경을 찍으려다 얇은 옷과 세찬 바람 탓에... 이 사진만 겨우 찍고서는 교무실로 냉큼 들어왔다. 뭐, 지나가는 말씀이셨겠지만, 다른 선생님께서 "어? 샘, 보기보다 낭만적이시네요.." 라고 하셨다.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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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3-09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예, 한복 입은 모습은예?

nrim 2004-03-10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여주세예;; ^^ (으.. 이 어감이 아닌듯 한데;;;)

느티나무 2004-03-10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의 반응-스님 복장, 시골 청년, 농사짓는 사람, 택견하면 어울릴 복장, 우하하하~! 근데 제가 어떻게 공개하겠사와요? 특히, 얼굴 나오는 건 절대로 안 되고~! 아무튼 좀 두려운데요..다음에 기회되면 올리겠습니다.

▶◀소굼 2004-03-1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은 느림님 여권사진처럼 검은 테잎을 직접 눈에 붙이시고 찍으시면 되지 않을까요?;;;

ceylontea 2004-03-11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싶사와요.. ^^

느티나무 2004-03-11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홍차님 마저... 심각하게 고민해 보겠습니다요.

느티나무 2004-03-11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a1t님, 차마 그렇게는 못 하겠는데요.. 그건 병원에서 흉칙한 질병이 치료 전/후로 보이는 사진 아닌가요? ㅋㅋㅋ 싫어요, 그런 거는.

▶◀소굼 2004-03-1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번호판은 어때요?;;출석부라도;;[이상한 것만 요구하는;]
 

   오늘부터 학교 도서실 문을 열었다. 물론 점심시간에만 말이다. 오늘 새로 오신 선생님들께서 이용하실 수 있게 이용자 설정도 해 두고, 서가 정리도 대충해서 점심 시간에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무지 많이 찾아왔다. 난 여유있게 음악 들으면서 책 빌리러 오는 아이들과 이야기도 하고, 요즘의 안부도 묻고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웬걸... 며칠 문을 안 열었더니 밀려드는 아이들을 감당할 수가 없어서 교장실에서 연락온 것도 제대로 못 갔다. 예비종이 울리고 5분 정도 시간이 더 있는데, 수업 시작종이 울릴 때까지 책대출을 했었다.

   앞으로는 주 활동무대를 도서실쪽으로 옮길 생각이다. 꼭 점심시간이 아니어도 도서실에 가 있는 시간을 늘려야겠다. 그렇지만, 도서실이 너무 추운 게 흠이다. 사실 난방시설이야 되어 있지만, 혼자 있는데 그 넓은 공간을 난방하려고 하니 괜히 미안해서 그냥 참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버티기에는 너무 추운 곳이다. 내일부터는 날이 조금 더 풀린다니 기대를 해 봐야겠다. 아니면 점심시간 얼마 전에는 난방을 해도 괜찮겠지, 뭐!

   아, 교장실에 전화온 이야기가 났으니 말인데, 앞으로 열흘 후에는 학교운영위원 선거가 있다. 나는 우연하게 선거관리위원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오늘 교장실에서 온 전화도 그 선거관리위원회 회의 때문이었다. 흠... 거기서 있었던 이야기를 다 밝힐 수는 없지만, 참 답답한 일이 많다. 사람이 생각이 한 번 굳어지면 한 방향으로 밖에 생각을 못하는 것 같다. 특히, 살아온 이력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은 더욱 그러하다. 나는 늙는다는 것이 그래서 싫다. 내 생각만 고집하게 될까 봐서 두렵다.

   3학년 수업을 몇 번 해보았는데, 내 말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지금 2학년들은 어느 정도 느낌이 왔었다. 모르는 것 같으면 한 번 더 설명해 주고, 알면 넘어가고 했는데... 아직 학기초라 그런지 내 설명을 얼마나 소화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 길이 없다. 수업이 끝나면 몇 명의 아이들에게 꼭 물어보는데, 그냥 그렇단다. 모르겠다고 말하는 게 미안한지 꼭 다른 이유를 댄다. 이를테면 7교시는 수업을 너무 많이 해서 지쳐있으니까...1교시는 원래 잠이 많이 오니까...월요일이니까...이런 이유를 붙이지만, 글쎄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고...아무튼 익숙해지는데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오늘은 새로운 한 주의 출발이다. 도서실에서 나머지 업무를 마감하고, 돌아오는 길. 미용실에 들러 머리카락을 잘랐다. 상쾌하다. 내일은 모처럼 생활한복을 입고 출근해야겠다. 그럼 다림질하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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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3-0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활한복이라... 입으신 모습이 궁금하군요. ^^
 

나의 희망

- 안도현

학교 관사 옆 공터가 심심하지 않게
거기다가 호박을 심자 했더니
선생님, 우리가 우리를 어떻게 심나요?
깔깔대더니

어느새 호미와 삽과 괭이가 모이고,
비료가 한줌씩 오고,
쇠똥거름도 한 리어카 달려왔지
사실 이런 일이 생전 처음인 나는
구덩이마다 호박씨 서너 개씩을 꼭꼭 심으며
이것들이 땅속에서 부디 숨결을 열어주기를
그리하여 이 세상하고 다시 관계를 맺어주기를
얼마나 조마조마 기다렸는지 몰라

떡잎이 삼삼오오 오종종 돋은 날
나는 고것들이 햇볕의 끈을 부디 놓치지 않기를
빌었지, 덩굴손을 가지게 되면
자기 아닌 존재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을 손 뻗어 툭, 건드려보는 재미로 살아가기를
수업 없는 빈 시간에 둘러보고 물을 주며
또 빌고는 했지

사는 게 뭐 별거 있겠어
자꾸 물을 주다보면
호박꽃은 필 거야
그러면 어느날 아침 한때
나, 호박꽃 주위에서 붕붕거리는 한 마리 벌이 될지도 몰라
세상 속으로 뚫린 귀가 있다면
두두둥 둥둥둥 두둥두 둥둥두둥
호박이 익어가는 소리도 들을 거야
그래 그래, 삶의 뜨거운 날 다 지나간 뒤에
우리 반 여학생들 궁뎅이 같은 놈이나
드문드문 열렸으면 좋겠어

 

   나의 희망이라... 아이들에게 이 시도 읽어주곤 했는데... 아이들은 이 시인이 변태란다. 읽어 주고 얼마나 웃었는지. 아직 그런 생각 밖에 못 하는 녀석들도 곧 자라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살겠지? 사는 게 뭐 별 거 있을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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子曰 歲寒然後에 知松栢之後彫也

공자가 말씀하셨다.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것을 안다."

   가끔 아이들이 내 진심을 몰라줄 때, 내 자리에 와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말이다. 나는 어떤 의미로 이런 구절을 떠올리는가? 나의 이 오만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정말 찬바람을 견디는 송백같은 기운을 가진 나무가 될 수 있을까? 나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되는 것이 어려울 것 같기도 하고, 날씨가 추워지면 남보다 먼저 잎이 지는 나무가 되는 것도 어려울 것 같다. 어느 것이 더 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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