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 노래, 김광석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내 텅빈 방문을 닫은 채로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향기 내 텅빈 방안에 가득한데

이렇게 홀로 누워 천정을 보니 눈앞에 글썽이는 너의 모습

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에 말 없이 흐르는 이슬방울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 보다 커진 내 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밤하늘에 빛나는 수많은 별들 저마다 아름답지만

내 맘속에 빛나는 별 하나 오직 너만 있을 뿐이야

창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 보다 커진 내 방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실물로) 본 가수, 김광석... 아마 92년이었을 것이다. 부산가톨릭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그를 보았다. 기타 하나와 하모니카로 노래를 불렀다. 그 날 그 공연에서는가수의 목소리가 저렇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그 때만 해도 그렇게, 유명한 가수는 아니었다.)

   학교 다닐 때는 과방에서 '사랑했지만'을 자주 불렀다. 입대하기 전에는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면서 밤을 새운 적도 있었다. 훈련병 시절, 내가 부른 '이등병의 편지'로 우는 동료도 있었다. 마음이 흔들릴 때에는 '나의 노래'를 불렀다. 내가 힘을 내야할 때는 '일어나'가 있었다. 어김 없이 가을이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를 흥얼거리고 내 마음을 들여다 보고 싶을 때에는 다시 부르기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듣는다. 서른을 넘기기 전에는 '서른즈음에'가 있어 불안한 내 삶의 작은 위안이 되었다. 아이들에게 희망을 이야기할 때는 '그루터기'를 가르쳤다.

   오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노래를 듣는다. 지금 봄비가 내리고 있기 때문일까? 옛날 의주샘이 동료선생님의 결혼식 뒷풀이에서 엉뚱하게 이 노래를 부른 기억이 새롭다.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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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30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는 하루종일 졸았던 탓에 새벽까지 잠을 못 잤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모의고사 문제를 풀고(이건 kimji님 서재에서 얻은 힌트다) '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라는 책을 읽었다. 사계절의 1318 문고 시리즈는 언제 읽어도 재미가 있다. 읽으면서 내내 쓸 데 없는 생각이 들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동성애자라던데... 레오나르도가 좋아한 사람이 이 책에 나오는 '살라이'라는 젊은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월요일, 한 주가 시작되었다. 1교시는 신나게 수업했다. 아이들과 유쾌하게 웃고, 수업도 신이 났었다. 2교시는 수업이 없는 시간... 도서관 이용자(학생)의 기본 정보를 고치는-진급 처리- 작업을 했다. 3교시는 또 수업이었다. 아이들의 표정이 무척 어둡다. 아마도 금요일에 친 모의고사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4교시에는 수업이 없어서 빨리 점심을 먹었다. 그리고 6교시 수업에 쓸 프린트를 복사해 두었다. 점심시간은 도서실에서 아이들의 도서 대출 업무를 맡았다. (월요일과 수요일은 도우미 어머니가 없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한다.) 이 일도 신나기는 하지만 점심시간을 이렇게 보내고 나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종이 쳐도 도서실에서 미적거리는 아이들을 보내고 도서실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서둘러 교실로 올라갔다. 5교시 수업도 좀 힘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 보인다. 5교시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 잠깐 동안 아이들과 모의고사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해 주었다. 6교시도 수업이다. 6교시는 1학년 진로와 직업인데, 나는 도서실에서 아이들과 소설 읽기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둘러 도서실 문을 열고, 아이들을 앉히고 준비한 학습지를 나누며 오늘 공부해야 할 과제를 일러준다. 그러나 1학년들은 산만하고 잡담이 심해서 나는 답답하다. 오늘 배울 소설은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다. 내가 낸 질문에 제대로 답도 못하면서 마냥 떠들고 노는 것에만 정신이 팔린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 좋을 지 모르겠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은 모두 교실로 돌아갔다. 나는 점심시간에 정리하지 못한 책들을 서가에 꽂았다. 원래, 청소당번이 있으나 오늘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나가는 학생에게 쓰레기통을 부탁하고 교무실에 와 앉았다. 10분의 여유가 있다. 7교시는 또 보충수업이다. 아침에 수업한 그 반이라 약간 걱정은 덜 된다. (아침에 반응이 좋았으니까...) 교실에 올라갔더니 여러가지 일 때문에 교실 분위기가 붕붕 뜬다. 괜히 아이들의 페이스에 말려서 잠깐 수업을 제쳐두고 옆길로 빠졌다. 그래도 수업 분위기는 좋았다.

   오늘 수업이 모두 끝나는 4시 50분. 드디어 교무실 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 도서실 이용자 1학년 등록을 마무리하려고 했으나 몇 가지 문제로 입력이 잘 안 되었다. 그냥 집에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순간,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 아차차, 내 책가방을 3-6반 교실에 두고 왔구나! (수업 중에 중요한 자료가 가방에 있어서 들고 갔던 가방을 가지고 내려오지 않은 것이었다.) 그 생각이 떠올랐을 땐 이미 8교시 보충수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할 수 없이 교무실에서 내일 할 일을 건성으로 하면서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렸다.

   수업이 끝나는 6시 10분. 3학년 교실에 올라가서 가방을 찾았다. 교무실을 나섰다. 날은 잔뜩 흐리다. 곧 비가 쏟아질 것이다. 갑자기 며칠 전에 보충수업하다 쓰러지신 선생님이 생각났다.

-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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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i 2004-03-30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이 안 오는 밤에 푸는 문제풀이는 효과가 있으시던가요? ^>^ 제가 쓰는 방법이 또 이렇게 전해지다니 반가운 마음에 덥석 코멘트를 답니다. 님의 일상을 읽다보니, 제 어깨가 벌써 쳐지는 기분이 듭니다. 유독히 힘겨운 날도 있고, 유난히 어려운 날도 분명 있지요. 슬펐다,라는 마지막 문장이 많이 남습니다. 그래도 매 수업을 열심히, 그리고 진실되게 접근하는 모습을 뵙게 되어서, 그저 읽는 이지만 안심,같은 기분도 들곤 하더군요. 힘내십시오. 마음으로 많이 응원해 드리겠습니다.

모래언덕 2004-03-30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 책엔가 보니 살라이가 맞는 것 같더군요. 무의도식하는 그를 일생 곁에 두고 보살펴주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그런지 전 이 책을 사긴 했는대 별로 재미있지 않았고 아이들에게도 권하지 않았어요. 왠지 공허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토요일 수업은 12시에 끝났으나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올해 맡은 업무는 도서실 관리 운영인데, 새 책도 살 준비를 해야 하고, 이용자 학년 진급도 시켜야 한다. 일단 이용자 진급이 급한 일이라 서둘러서 이용자 진급을 위한 기초준비를 했다. 그러니까 한 시간이 금방 흘렀다.

   점심을 대충 먹고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2시에 학교 근처에서 선생님들을 만나 금정산에 오르기로 했기 때문이다. 2시 정각, 역시 제 시간에 선생님들을 만나 금정산 동문까지 차를 몰고 올라갔다. 거기서 본격적으로 남문까지 걸었다. 동문에서 남문까지는 1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능선길이지만, 우리는 쉬엄쉬엄 걸으면서 이야기하며 걷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산에는 진달래꽃이 피기 시작했다. 가벼운 산행으로 마음도 산뜻해졌다. 맨날 오전만 일하고 이렇게 오후에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에 모두 웃음이 터져나왔다.

   5시 30분, 이런 저녁을 먹었다. 나는 산에 같이 올랐던 선생님들과 잠깐 헤어져 한 현선생님(참사람 되어 발행인), 지연이선생님(하늘마을공부방 운영)과 저녁에 만났다. 원래는 1달에 한 번 정기모임이 있었는데, 내가 늘 빠졌기 때문에 지난달에는 한 현 선생님께서 직접 전화도 하셨다. 일요일 모임이지만 토요일에 '송환' 보는 것으로 모임을 대체하기로 했다. 반가운 얼굴들이라 한 현 선생님, 지연이선생님과 저녁을 먹었다.

   '송환' 보기로 했던 극장에 갔더니 진작에 표는 매진... 아무래도 감독과의 대화 때문에 관객들의 호응이 높았던 것 같다. 나로서는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내가 제안해서 같이 보기로 한 사람이 열명은 되는데, 눈앞이 막막했다. 결국 극장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 제안서를 보낸 인연으로 안면도 있고, 몇 번 통화도 나눈 터라 영화만 볼 수 있게 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겨우 통로에서 볼 수 있도록 허락을 얻었다. 선생님들께 양해를 구해서 통로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한현선생님은 연세도 많으신데다가 영화 시간도 아주 길어서 걱정이 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감독과의 대화가 있었는데, 한현선생님과 지연이선생님은 김동원감독과 아주 잘 아는 사이라고 했다.(특히, 한현선생님은 대학 선후배로, 감독이 누님이라고 부른다고 하셨다.) 그래서 감독과의 대화가 좀 불편하셨는지 먼저 자리를 떴다. 그렇게 한현선생님과는 헤어지고 나는 끝까지 감독과의 대화에 앉아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계속된 대화는 약간 초점 없이 중구난방으로 이루어진 감이 없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자체에 집중해서 이야기가 전개되었으면 했는데, 영화와 별 상관 없는 독립영화에 대한 이야기, 독립영화의 입문 계기, 상업영화에 대한 견해...이런 이야기들의 시간들이 좀 아깝게 생각되었다. 나는 처음으로 유명인에게 사인을 부탁했다. 한현선생님이 주신 책을 들고 나갔는데-내가 가지고 있는 종이가 이것 밖에 없었다. 극장엔 빈손으로 갔었고, 한현선생님이 가시기 전에 참사람되어에서 발행한 책을 주고 읽어보라며 주셨다.- 감독이 내민 책을 보더니 놀라서 나를 다시 쳐다 보았다. (복잡한 가운데서도 그 덕에 감독과의 짧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는 영화관을 나와 짧은 이야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집에 와서 금요일에 시험 본 모의고사 문제를 풀었다. 월요일에 학교 가서 아이들과 모의고사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이었다.

   오늘 원래는 동기들과 운동하는 날이었으나, 태형이가 아프다고 해서 취소되었다. 그래서 하루 종일 원없이 잠을 잘 수 있었다. 계속 잠이 쏟아져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왜 이렇게 잠을 많이 자는지 혼자 생각해 보았다. 너무 게을러서 그런가, 몸이 아픈가, 요즘 너무 피곤해서 그런가...여러가지 생각이 들면서도 잠은 계속 왔다. 4시까지 아무 것도 안 먹고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토요일의 빡빡한 일정과 오늘의 할랑한 생활이 너무 대조되었다. 그러나, 오늘 푹 쉰 덕분에 내일부터는 조금 더 활기찬 일주일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주만 힘내서 잘 지내면, 다음주에는 여유있게 보낼 수 있다.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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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9 06: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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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9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4-03-29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교 도서관에 3000권 정도의 책이 있습니다. 전부 새 책들입니다. 책 선정은 학생과 교직원전체에 희망도서를 신청받구요.. 부족한 부분(대개가 부족하지요..)은 주로 담당자가 추가하지요. 그래서 담당자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학교 업무는 담당자가 하는 일을 다른 사람이 참견하지 못하는 분위기거든요. 책 구입 예산도 많이 늘었습니다. 학교 전체 운영비의 5% 의무거든요... 그래서 저희 학교는 올해 약 1600만원 정도 구입할 예정입니다. 잘만 하면 2000권 정도 넣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근데 교장선생님이 같은 국어과 출신이라서 (제가 보기엔 쓸데없는 책을) 같은 책을 50권씩 주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돈이 아까워 죽겠는데... 아무튼 저는 아이들에게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을 골라주려고 합니다. 제법 읽히는 걸루요... 이번에 도서구입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아이들과 독서토론회 같은 것도 해 보려고 합니다.

비발~* 2004-03-30 0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
 

   어제는 학급운영모임 '모두아름다운아이들'의 정기모임에 갔었다. 연수 갔다가 너무 피곤해서 집에서 뒹굴고 있는데, 당장 오라는 호출을 받고...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그래봐야 체육복이다-모임 장소에 갔었다. 출발할 때 나의 생각은 가서 대충 마무리를 하면 뒷풀이할 때 '바닷가에 가자고 꼬셔야지~!' 했더랬다. 그러나 예상외로 회의는 길어지고 9시를 넘겨 겨우 끝났다.

   그러나 결국 나의 강력한 주장으로 우리는 다대포에 갔다. 밤바다의 시원함을 넘어 어제는 약간 쌀쌀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무한대로 커지는 느낌이 들어 바다는 역시 좋다. 그러나 나는 다대포에 가서 느넓은 모래밭에서 계속 달리기를 했다. 다른 선생님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혼자서 모래밭 이곳저곳을 뛰어 다녔다.

   월요일 저녁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좀 제대로 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화요일은 공부방에 가니 달리기는 힘들고, 수요일은 연구부 회식에 먹은 술 한 잔 때문에 달리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목요일이라도 꼭 달리고 싶어서 어렵게 찾아간 모래밭에서 달리기를 했다.

   오늘도 연수는 예상보다 일찍 끝나서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려고 했다. 그러나 컴퓨터에 앉아 있다보니 시간이 금방 흘러갔다. 한참을 미적이다가 7시 30분에 집에서 나섰다. 도착해서 가벼운 몸풀기를 하고, 20분 동안 같은 속도로 운동장을 뛰었다. 처음에는 바람이 불어 좀 쌀쌀했는데, 곧 몸도 데워지고 기분이 아주 상쾌했다. 두 달 정도만 연습하면 달리기에 적응이 될 것 같다.

   이제 달리기는 시작 단계이지만 나의 꿈은 크다. 서른 다섯이 되기 전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이다. 원래 계획은 서른 셋이었는데, 현실적으로 지금 시작해서 가능할까? 뭐, 좀 무리한다면 안 될 것도 없겠지만, 굳이 무리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렇게 목표를 정해 놓고 준비하면 재미도 있고, 성취감도 생길 것 같다. 이렇게 서재를 통해서 광고도 하니까, 쉽게 그만두기는 어려울 것이고...

   사실, 오래달리기는 학교 다닐 때 아주 잘 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육상선수를 뽑는다며 전교생들이 3km 달리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4등을 한 것 같다.(초등학교 5학년 때라 기억이 가물가물...) 그리고 고등학교 때도 1000m 달리기는 잘 했다. -이거 뭐, 자랑이 너무 심한 거 아닌지 모르겠네?- 아무튼 소질(?)에 자만하지 말고, 열심히 연습해 보고 싶다.

   내일은 즐거운 토요일이다. 등산도 가야하고, 영화도 봐야하고...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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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3-2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등산과 영화를 하루에?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

느티나무 2004-03-27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등산은 산책 수준이고... 영화는 '송환'이랍니다. 아, 감독과의 대화도 곁들어 있어요 ^^

비발~* 2004-03-27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지 오늘 날씨 참 좋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중등 우리교육, 2004년 , 3월호

다큐, 이 교사 - 좌충우돌 욕심쟁이 교사, 한 뼘 더 성장하다.

(서울 목일중 조영선 교사 인터뷰에서)

 

   아이와 교사가 같은 행사를 치르고 나서 보이는 상반된 반응. 그것은 충분한 소통을 통해 일체감을 가지지 못한 결과일까?  아니면 가르침을 전제로 한 사이에서는 당연히 빚어질 수 밖에 없는 차이일까?

   학급행사는 행사 자체보다 교사가 학생을 관찰하는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교사가 수업을 통해서만 학생을 만날 때는 학생을 일면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설령 포르노를 본다고 해도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죠. 교사는 아이들 문화를 학교로 끌어와서 그들이 그것을 낯설게 볼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사실 아이들이 학교 밖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잖아요. 교사의 역할은 그것을 성찰하는 힘을 키워 주는 것이겠지요.

   그는 올해에는 교사들과 함께 학급운영 모임을 꾸려 보려고 마음먹고 있다. 혼자서 아이들을 꼼꼼하게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관찰을 함께 나눌 사람들이, 교사 조영선이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꼼꼼하게 살펴 줄 사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사로서의 성숙은 외부인의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정해진다고 그는 믿는다.

42-47쪽

 

2004, 이 교사의 수업 준비법 발문에서

   교사에게 '수업 준비법'을 묻는다는 것은 곧 그가 지향하고 있는 수업의 이상향을 묻는 일일 것이다. 그 교사가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조직하고자 하는 것인지, 교과 내용의 핵심을 무엇으로 파악하고 있는지에 따라 수업을 준비하는 교사의 실천 역시 다른 양상을 지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교사에게 '수업 준비법'을 묻는다는 것은 곧 현재의 삶 자체를 묻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소소한 생활 습관들부터 교육철학과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교사는 자기 삶을 통해 수업을 준비하고, 규정한다.

57쪽

 

   오늘은 시내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이 교육청 주관으로 모의고사를 친 날이다. 나는 오늘도 오후에는 연수를 가야하기 때문에 시험감독을 오전에 1,2,3,4교시를 해야 했다. 작년에 가르친 2학년 교실에 처음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교실에 들어가니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반응들... 대부분이 '참 오래간만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내가 시험을 위한 안내를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역시, 여전하다'는 반응이 돌아왔다. 아무튼 2학년들을 모처럼 보아서 나 역시도 기분이 좋았다.

   모의고사 치는 날은 매달 날아오는 우리교육 잡지를 읽기로 마음먹었다. 발령받으면서 이 잡지를 정기구독 했으니까 이제 6년째다. 한 3년은 그럭저럭 읽으려고 노력도 하고, 안 읽은 달은 마음이 좀 불편하기도 했는데, 지난 2년간의 제대로 본 기억이 없다. 그렇지만, 이 잡지만이라도 옆에 두지 않으면 더 무뎌질까봐 걱정이 든다.(사실, 구독완료 시점에 오는 전화를 매정하게 거절하지 못 하는 내 성격 탓도 크다.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나는 딱 부러지게 칼같이 행동하는데, 상대가 부탁하듯 말하면 예스맨이 된다.)

   2년 전에는 학교내에서 우리교육 독자모임도 꾸리고 했었는데, 이 학교엔 구독자가 나 혼자다. 어제 우리교육에서 우리 학교에 새로오신 두 분의 선생님께 우편물이 와서 독자인 줄 알고, 독자모임하면 좋겠다 싶어서 우편물을 챙겨서 슬쩍 여쭈었더니 독자가 아니시란다. 아마도 그냥 구독을 안내하는 팜플랫인 듯 했다. 우리 학교엔 언제쯤 독자가 나타날까? ㅋㅋㅋ

   모의고사 시간에 들어가서 처음부터 차근차근 펼쳐 읽었다. 그러다가 조영선선생님의 인터뷰부분에서 손에 쥔 연필이 움직였다. 이제 4년차의 선생님. 지금 그 선생님께서 하고 있는 고민이 내가 하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고, 내가 겪은 과정을 이제 거치는 것도 있고, 내가 아직 접근하지 못한 부분을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 같아서 눈길이 머물고 줄을 그었다.

   이 교사의 수업 준비법을 읽으면서 공통된 특징을 발견했는데, 자기만의 자료가 풍부하다는 것, 그러나 그 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 본다는 것, 교육과정을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서 교재를 재구성한다는 것 정도였다. 나도 열심히 준비하고 싶다는 의욕이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지금은 고등학교 3학년생들과 문제집을 풀고 있지만, 내년에는 다시 나만의 멋진 수업을 위해 준비하리라 다짐도 해 보았다.

   그러나 내 눈길을 오래 붙든 건, 자기 삶을 통해 수업을 규정하고 준비한다는 구절이었다. 아, 얼마나 엄청난 의미가 담긴 말인가? 내가 지금껏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한 삶 자체가 바로 내 수업을 규정하고, 준비하는 것이라니...

   한 순간도 제대로 살지 않을 수 없겠다. 항상, '교사'라는 존재로 살아야 한다는 것.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예전에 읽었던 글의 내용처럼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잘 전달해 줄까에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로, 다시 무엇을 가르칠까에서 교사인 나와 학생들이 올바른 인격체로 성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자, 깨달았으니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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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8 09: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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