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은 정상적인 몸상태가 아니다. 오늘은 몸이 피곤한 것보다는 눈꺼풀이 더욱 따갑다. 오늘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정리된 상태다. 그래서 몸이 더욱 노곤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렇게 몸을 혹사시키는 것은 자초한 일이라 어디 하소연할 때도 없다. 여기 이렇게 넋두리 삼아 풀어놓을 밖에...
지난 일요일, 사촌형 결혼식을 시작으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다. 곧 다가올 기말시험 출제가 지난 화요일까지라 일요일에 문제 초안이라도 정리해 두었어야 했으나 이리 뒹굴, 저리 뒹굴거리다가 결국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다. 그래서 월요일부터 발등의 불이 떨어졌으나 불행하게도 시간이 너무 없었다.
월요일은 우리 학교에서 강연회가 있었다. 거기 실무적인 일에 적은 손이라도 보태느라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을 뿐아니라 예정보다 1시간이나 늦게 끝난 강의하며, 이어지는 뒷풀이... 집에 들어가니 거의 쓰러질 지경이었다. 그러나, 굳은 의지로! 시험 문제를 한 번 내 보겠다는 생각으로 새벽까지 버텼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결국 문제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화요일은 공부방 가는 날이다. 그리고 시험 문제 출제 마감일이기도 했다. 그날도 비는 계속 쏟아졌다. 1년에 한 번 정도지만 공부방에 올라가는 요일을 바꾸기로 결심하고 전화를 드렸으나, 바꿔줄 선생님이 없었다. 마음이 무거웠으나 어쩔 수 없었다.
오후 늦게 병아리교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냥 본 지도 너무 오래 되고, 서로 답답한 일도 있어서 저녁에 만나기로 했다. 수업이 늦게 끝나는 나를 위해 학교 근처까지 와 주었다. 학교 앞에서 저녁을 먹고 차 한 잔을 마시며 학교, 아이들, 동료들 이야기를 했다. 어디나 학교에서 선생으로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9시가 약간 넘어서 귀가했다. 이제부터 집중해서 시험 문제를 만들면 마감일인 화요일을 넘겼지만, 그래도 수요일 일과 전에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다시 새벽... 결국 또 마음이 잡히지 않아서 딴짓만 하다가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고, 아침에 힘들게 일어나 학교에서 하루를 보냈다.
남들은 모두 시험문제 출제를 마쳤는지 시험 문제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나야 딴짓할 여유도 없이 빡빡한 수업과 업무로 정신이 없었다. 대표적인 것이 도서선정위원회를 개최하고 구입도서에 대한 승인을 받는 것이었다. 학교 사회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아 위원회를 연다는 것은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집단 의사결정 시스템인 위원회 조직에 아주 회의적이다. -이건 오늘의 주제가 아니니 다음에 이야기를 하기로 하고- 그런 상황에서 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은 아주 다른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는 생각 때문에 내가 피곤한 것이다.
6시 30분, 학교를 나섰다. 집에 가서 문제를 아직 못 낸 시험 문제를 기필코 내어야 했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몸은 벌써 피곤했는지 집에 가서는 늘어지기 시작했다. 일단 잠부터 자기로 하고 깨니 11시 30분이 다 되었다. 그 때부터 오늘 아침 7시까지 문제를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 학교로 출근해서 시험지를 출력해서 담당 선생님께 넘겼다. 그리고 오전에는 어제 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책을 학교장의 결재를 맡아서 주문했다. 아, 이렇게 시험문제를 내는 게 어려워서야... 정말 교사가 내 적성에 맞는 것일까? 심각한 회의가 든다.
겨우 겨우 시험문제를 출력하고 나니 한숨 돌릴 수 있으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만만치 않은 수업시간이 끝났으나 동교과 선생님의 공개 수업이 있어서 참관을 했다. 몸은 천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어지는 공개 수업에 대한 평가회! 쓸데 없는 말, 말, 말! 그러고 나니 5시를 훌쩍 넘겼다. 학교를 나서려다가 오늘 기록해 두지 않으면 앞으로 기록하지 못할 것 같아서 이렇게 흔적을 남긴다.
이제 출발이다.---------
근데 내가 낸 시험문제는 모두 몇 문제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