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 안치환


높은 가지를 흔드는 매미소리에 묻혀
내 울음소리는 아직 노래가 아니요.
풀잎없고 이슬한 방울 내리지 안는
지하도 콘크리트 벽 좁은 틈에서
숨막힐듯 토하는 울음
그러나 나 여기 살아 있소
우우우 우우 우우우 우우
귀뚜루루루 귀뚜루루루
보내는 내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누구의 가슴위로 실려갈 수 있을까

지금은 매미떼가 하늘을 찌르는 시절
그소리 거치고 맑은 가을 하늘이
어린 풀숲위에 내려와 뒤척이고
계단을 타고 이 땅 위까지 내려오는 날
발길에 눌려 우는 내 울음소리
그러나 여기 살아있소
우우우 우우
귀뚜루루루 귀뚜루루루
보내는 내 타전소리가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수 있을까
누구의 가슴 위로 실려갈 수 있을까
누구의 마음 하나 울릴 수 있을까
누구의 가슴 위로 실려갈 수 있을까
하---아
귀뚜루루루 귀뚜루루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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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5-05 0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금인형'이나 '귀뚜라미', 올해로 15년 인연이 되는 친구랑 자주 부르곤 했어요. 돌려 부르면서요. 늘 친구 차 안엔 안치환과 꽃다지 테잎이 있었는데 여름 가로수길을 지날 때면 창문을 열고 고개짓까지 맞추며 이 노래, 부르곤 했었거덩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테잎이 모두 없어지고 조형기 목사 연설녹음테잎이 쌓이게 되었어요. 마침 은행 CD기에서 현금을 찾으려던 친구가 차에서 내리길래 혹시나 해서 제 가방에 있던 안치환 테잎으로 바꿔 봤어요. 장난삼아서요. 친구, 화는 내지 않았지만 분위기가 냉랭했고 그리고 우리의 침묵처럼 더욱 거리감은 쌓이게 되고, 무엇이 우리를 멀어지게 했던 건지, 무엇이 우리의 노래를 앗아갔는지...물론 반기독교적인 입장을 취하고 극단적인 거부감을 드러낸 제 잘못도 크지만..그렇지만 그녀가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요.

2004-05-05 15: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4-05-0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아프시겠네요 ^^ 종교라... 어려운 문제지요.
 

子曰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군자(君子)는 보편적(普遍的)이고 편당적(偏黨的)이 아니다. 소인(小人)은 편당적이고 보편적이 아니다.

=> 이 한 구절을 놓고 오랫동안 토론이 이어졌다. 군자는 사람을 사귈 때 파당(派黨)을 지어 사귀지 않고 두루 교우한다. 三人行이면 必油我師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러나 내가 누구와 더불어 이야기할 때 그 사람과 좋은 낯으로 지내기 위해서(=갈등 없이 지내기 위해서,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지내는 것) 원만한 관계를 맺는 것은 이 말의 본질이 아니라는 것에 대체적인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자꾸 멀어져 가는 마음과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는 당위 사이의 갈등이 심하다고 다들 고민을 하고 있다.

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배우고 생각하지 아니하면 종잡을 데가 없어지고(=어두워지고), 생각하고 배우지 아니하면 위태롭다. 

 

=> 이 구절을 읽자 며칠 전에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깨달음(=思)이 없는 지식(=學)은 허망하다. 행동이 없은 깨달음은 기만이다."

 

 

子曰 由!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유(由)야. 너에게 안다는 것을 가르쳐주랴.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 안다는 것은 별 게 아닌 것이다. 안다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는 것. 이 말을 소크라테스는 "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철저한 자기 인식이야 말로 앎의 출발이다. 하기야 나를 모르면서 어떻게 남을 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修身이 되어야 治國平天下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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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논어 읽기 모임이 끝나고 뒷풀이로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고는 노래방에서 가서 부른 노래이다. 알고 보니 김민기씨가 1993년에 부른 노래였었다. 그걸 윤도현이 한국 rock 다시 부르기로 소개한 것이고...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들어가 있다. 아마도 내가 이 노래를 처음 듣게 된 건 김장훈 노래집이었지 싶다. 너와 내가 갈라 놓고, 싸움을 강요하는 세상의 모든 철망은 없어져야 한다.

 

김민기 작사, 작곡 

윤도현, 김윤아, 김경호, 김장훈, 박기영,박완규, 임현정, 오상우 노래



내 맘에 흐르는 시냇물 미움의 골짜기로 물살을 가르는 물고기떼 물 위로 차 오르네

냇물은 흐르네 철망을 헤집고 싱그런 꿈들을 품에 안고 흘려 구비쳐 가네

저 건너 들에 핀 풀꽃들 꽃내음도 향긋해 거기 서 있는 그대 숨소리 들리는 듯도 해

이렇게 가까이에 이렇게 나뉘어서 힘 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쳐다만 보네

빗방울이 떨어지려나 들어봐 저 소리 아이들이 울고 서 있어 먹구름도 몰려와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 잡고 힘 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 잡고 힘 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저 위를 좀 봐 하늘을 나는 새 철조망 너머로 꽁지 끝을 따라 무지개 네 마음이 오는 길

새들은 나르게 냇물도 흐르게 풀벌레 오가고 바람은 흐르고 맘도 흐르게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 잡고 힘 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자, 총을 내리고 두 손 마주 잡고 힘 없이 서 있는 녹슨 철조망을 걷어버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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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rim 2004-05-03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때 과밤 행사에서 후배들이 이 노래를 합창으로 불렀는데.. 참 좋더군요.
정말 모든 철망들이 없어지길....

푸른나무 2004-05-04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바빠도 이 노래엔 리플을 달지 않을 수가 없네요. 노래 역시 좋기도 하지만 윤도현의 노래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할말이 많은데... 그는 의식있는 가수로서 시대를 대변하는 훌륭한 아티스트이지요. 이런류의 부드러우면서도 힘있는 메세지를 전하는 건전한 그의노래는 많습니다.
윤도현과 그녀?
 

이 노래 들으면서 한 주를 경쾌하게 시작하고 싶다.

힘이 없을 때 들으면 바로 효과가 있는 노래.

월드컵 때 선생님들과 함께 동네에서 응원하면서 신나게 불렀었는데...

일단 음량을 높이시고, 들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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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무덤, 박노해


올 어린이날만은
안사람과 아들놈 손목 잡고
어린이 대공원에라도 가야겠다며
은하수를 빨며 웃던 정형의
손목이 날아갔다

작업복을 입었다고
사장님 그라나다 승용차도
공장장님 로얄살롱도
부장님 스텔라도 태워 주지 않아
한참 피를 흘린 후에
타이탄 짐칸에 앉아 병원을 갔다

기계 사이에 끼어 아직 팔딱거리는 손을
기름먹은 장갑 속에서 꺼내어
36년 한많은 노동자의 손을 보며 말을 잊는다
비닐봉지에 싼 손을 품에 넣고
봉천동 산동네 정형 집을 찾아
서글한 눈매의 그의 아내와 초롱한 아들놈을 보며
차마 손만은 꺼내 주질 못하여싸

훤한 대낮에 산동네 구멍가게 주저않아 쇠주병을 비우고
정형이 부탁한 산재관계 책을 찾아
종로의 크다는 책방을 둘러봐도
엠병할, 산데미 같은 책들 중에
노동자가 읽을 책은 두 눈 까뒤집어도 없고

화창한 봄날 오후의 종로거리엔
세련된 남녀들이 화사한 봄빛으로 흘러가고
영화에서 본 미국상가처럼
외국상표 찍힌 왼갖 좋은 것들이 휘황하여
작업화를 신은 내가
마치 탈출한 죄수처럼 쫄드만

고층 사우나빌딩 앞엔 자가용이 즐비하고
고급 요정 살롱 앞에도 승용차가 가득하고
거대한 백화점이 넘쳐흐르고
프로야구장엔 함성이 일고
노동자들이 칼처럼 곤두세워 좆빠져라 일한 시간에
느긋하게 즐기는 년놈들이 왜이리 많은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얻을 수 있고
바라는 것은 무엇이든 이룰 수 있어---
선진조국의 종로거리를
나는 ET가 되어
얼나간 미친 놈처럼 헤애이다
일당 4,800원짜리 노동자로 돌아와
연장노동 도장을 찍는다

내 품속의 정형 손은
싸늘히 식어 푸르뎅뎅하고
우리는 손을 소주에 씻어 들고
양지바른 공장 담벼락 밑에 묻는다
노동자의 피땀 위에서
번영의 조국을 향락하는 누런 착취의 손들을
일 한하고 놀고먹는 하얀 손들을
묻는다
프레스로 싹둑싹둑 짓짤라
원한의 눈물로 묻는다
일하는 손들이
기쁨의 손짓으로 살아날 때까지
묻고 또 묻는다

 

    5월 1일 노동절, 사실 며칠 전만 해도 노동절엔 무엇이라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오늘은 잊어버리고 있었다. 나에게 올 우편물이 우체국 노동자들의 휴식으로 배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오늘이 노동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무신경이라니!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들에게 오늘은 노동절이라고 어설프게 이 시를 읽어 주었던 기억이 난다. 매년 그랬다. 여기 이 학교의 아이들은 이 시 속의 이야기가 달나라 속 이야기보다도 더 비현실적으로 들렸는지라 별다른 감흥 없이 지나가버렸지만, 전에 있었던 공고(工高)에서는 달랐다.

   뭔가 공포감 같은 것이기도 하고, 아릿한 슬픔이기도 한, 어쩌면 패배감 같은 것이었을 지도 모를 숙연한 분위기가 평소엔 한정 없이 낄낄대는 녀석들에게도 느껴졌었다. 특히, 학년이 올라갈수록 숙연한 분위기의 농도는 더욱 짙었다. 대한민국에서 '2등 국민' 취급을 받던 그 아이들도 앞학교 밖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가슴으로 체득한 것일까? 그 아이들의 숙연함 앞에 아무 것도 해 주지 못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이것은 분명히 의식의 퇴보다. 이런 시 한 편을 교실에서 읽으면 불온(不溫)한 교사라고 생각하시는가? 이 시가 너무 과격하다는 느낌을 먼저 받으시는가? 그런 질문을 하기에 앞서 '이 시가 현실을, 삶의 진실을 왜곡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이런 시 한 편 읽어줄 여유를 잃어버리고 서 있는 교단, 나는 무엇을 위해, 어디에 서 있는가? 이 부끄러운 자문(自問)에, 늦었지만 다시 박노해의 '손무덤'을 읽는다. 내가 아는 한 이 시는 아직도 현실이다. 이 현실의 근처에도 안 가 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세상은 변했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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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2 0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연엉가 2004-05-0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조용히 퍼갑니다.

느티나무 2004-05-03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