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서실에 새책이 들어왔다. 오늘부터 내가 해야할 일은 새 책에다 학교 이름이 들어간 도장 3군데 찍고, 책 속지에 등록번호도장 1개, 도서실 직인 1개, 등록번호 도장에 등록된 날짜와 등록번호 쓰기... 들어온 책은 440권이니 며칠은 걸릴 것 같지만 오늘 하루만에 끝냈다.

   사실, 도장은 어제 오후부터 나 혼자서 찍기 시작했고 오늘 7교시부터 도서부 아이들이랑 같이 모여서 일을 나누고 2시간 정도 하니 어렵게 겨우 끝났다. 그래도 7명이서 일을 나눠 맡으니 혼자하면 며칠 걸릴 일도 짧게 끝났다. 혼자 한 일이 아니라 더 즐거웠다.

   이번에 들어온 책 중에는 내가 신청한 책이 거의 반 정도이다. 모든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신청서를 돌리지만 겨우 한 두권씩 적어내거나 관심을 두지 않는 분들이 더 많은 편이니 자연 책을 고르는 것은 도서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내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금껏 사고 싶은 책을 마음놓고 골랐다.(다 골라서 주문하고 나니 아이들이 안 읽으면 어쩌지?하는 생각도 들었다.)

   도서실 업무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일이 바로 이거다. 내 마음대로 책을 골라서 책장에 꽂아둘 수 있다는 것! 물론 아이들이 도서실에 와서 책 고르는 걸 보는 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그래도 좋은 책을 골라서 아이들에서 풍성한 식탁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이제 내일 학교에 가서 책을 서가에 꽂으면 된다. 음... 내일이면 눈치 빠른 녀석들은 새 책이 들어온 걸 알게 되겠지? ㅋㅋ 새 책을 보면 반짝일 아이들의 눈빛이 기대된다.(그래도 고등학생들인데 진짜 눈이 빛날까?)

   도서실 이야기는 이쯤해 두고, 일요일부터 감기가 시작되었는데 처음에는 목이 칼칼하더니 오늘부터는 코로 옮아간 모양이다. 콧물이 계속 나오는 것이 좀 괴롭다. 그래도 공부방에서 꿀물 한 잔 마시고, 집에 와서는 저녁도 먹고, 과일도 맛나게 먹었다. 감기엔 잘 먹어야 한다고 해서...

   갑자기 아버지께서 시골에 농사지으러 가고 싶다고 하셨다.(물론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갑자기는 아니시지만) 나는 어릴 때 시골에서 자랐다. 할아버지께서는 농사를 지으셨고, 조부모님과 함께 살았던 아버지께서는 공장에 다니셨다. 내가 어릴 때 우리집 과수원 원두막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낸 것하며, 학교 들어가기 전 여름 밤에는 마당에 모기불을 피워놓고 구구단을 외우던 기억이 뚜렷하다.

   나는 아버지께서 별다른 계획 없이 말씀하시는 것이 좀 안타깝고 답답하다. 그래서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 보시라고 말씀드리는 것으로 말았다. 앞으로 조금 더 구체적인 계획이 잡혔으면 좋겠다. 정말 시골로 내려가실 지도 모르겠다. 아버지 같은 분은 정말 시골에서 농사 지으셔야 하는 분이기는 하다.

   이크, 콧물이 주르르 흐른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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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2 0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우맘 2004-05-12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고등학교 도서관이면...정말 아이들이랑 나누고 싶은 책을 마음껏 신청할 수 있겠군요!^^

다연엉가 2004-05-12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책사는 대리만족을 느끼겠군요...저도 그것 좋아하는디^^^
감기 조심하구 아버님은 곰곰히 생각좀 해 봐야겠군요.

2004-05-12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4-05-1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욕심이 자꾸 생겨요...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거 많이 읽어줬으면 좋겠는데 ^^하는...
 

예전에,

이 노래를,

참,

좋아했다.

 

박은옥 작사,  정태춘 작곡

초저녁 별빛은 초롱해도 이 밤이 다하면 질터인데
그리운 내 님은 어딜가고 저 별이 지기를 기다리나

손톱 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 밤만 지나면 질 터인데
손가락 마다 무명실 매어주던 곱디 고운 내 님은 어딜 갔나

별 사리로 맑은 달 구름 걷혀 나타나듯
고운 내님 웃는 얼굴 어둠 뚫고 나타나소

초롱한 저 별빛이 지기 전에 구름 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 끝에 봉숭아 지기 전에 그리운 내 님도 돌아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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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1 0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학생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

2. 동료들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활동하는 것.

3.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할 때 망설이지 않는 것.

4. 정시에 퇴근해서 운동하는 것.

5. 남는 시간에는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

-단순하지만 , 참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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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10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유행하는 돈지랄(! 죄송...)이 아닌, 진정한 웰빙이군요. 3번...

느티나무 2004-05-1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우리 학교에서 하종강 씨의 강연이 있었는데요, 그 날 하종강 씨가 이런 말씀을 하셨답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세상의 인간을 두 종류로 구분한다. '돈이 많은 인간'과 '돈이 없는 인간'으로. 많이 배운 사람들 역시 인간을 두 종류로 구분한다. '유식한 인간'과 '무식한 인간'으로.
우리도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을 갖고 있다. 가족의 아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던져 본 적이 있는 인간과 그런 경험이 전혀 없는 인간으로!

nrim 2004-05-10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어려워요......
진정한 웰빙을 위해서는 정말 자기 단련이 필요한듯.

느티나무 2004-05-11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살기도 쉬운 게 아니네요 ^^ 생각하면 더 복잡하고 힘들 것 같지요? ㅋㅋ
 

1. 어제 서재에서 늦게까지 놀다가 잔 덕분으로 오늘 늦게 일어나다.

2. 조선일보를 아십니까?(김민웅외, 개마고원,1999)를 읽었다.

3. 저녁 초대를 받아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4. 집에 돌아오니 자야할 시간이다.

5.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다.

내일도 비가 계속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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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 류승범, 윤소이, 안성기, 정두홍 주연, 2004

[대결 장면] 끝에서

흑운 : (비장하나 약간 체념한 듯이)  이것 하나는 기억해 두시오. 道가 사람을 떠난 것이 아니라 사람이 道를 떠난 것이오!

자운 : (여유있으나 단호하게) 길(道)이 있으면 언제나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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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나무 2004-05-09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에 남는 대사입니다. 류승완 류승범 다운 작품이더군요. 애니메이션 같은 아이디어가 돋보였습니다. 주연이 류승범이 아니었으면 재미가 없었을 듯...

느티나무 2004-05-09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류승완 감독다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 감독 어릴 때부터 이소룡을 그렇게 좋아했다지요? ㅋ) 발상도 재미있었고... 암튼 유쾌한 영화였습니다. 금요일엔 '효자동 이발사'도 보고, 어제는 '아라한-장풍대작전'! ㅋ 참, 금요일에는 오붓한 저녁이셨지요? 부럽습니다 ^^

nrim 2004-05-09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담주 금요일에 보러 갈려구요.. 무척 기대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