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우리 학교 도서실에 책이 들어왔는데요...

   학교에 책이 들어오는 일반적인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도서실 담당자가 학교 전체(교사, 학생)에 추천도서 목록을 돌립니다. 1년 예산의 범위내에서 추천도서 목록을 정리합니다. 그러나 보통은 신청도서의 금액이 예산의 범위를 넘지 못하지요. 그러면 담당자가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추가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책을 납품하는 업체에 목록을 보내면, 절판 등을 이유로 살 수 없는 책을 제외해서 실제로 구입할 수 있는 도서목록을 다시 수정해서 줍니다. 다음 학교에서는 도서선정위원회라는 회의를 열어서 학교 도서실에 넣기에 부적당한 책은 걸러냅니다. 선정위를 통과한 도서 목록을 학교장이 결재하면 업체에 최종 주문서를 보내게 됩니다. 그러면 업체에서 도서 기초 작업을 해서 학교로 보냅니다. 그러면 담당자는 책에 여러가지 작업(도장, 도서 등록 같은)을 해서 서가에 꽂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난 번에 선정위가 열렸을 때 오간 이야기입니다.

A 위원 : 도서실에 넣기에 부적당한 목록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

B 위원 : '아직 오지 않은 혁명'이라는 이 책, 혁명이라... 제목이 좀 그런데... 어떤 책입니까?

A 위원 : 아~! 그거요? 기자가 쓴 신문칼럼 모음인데요. 혹시, 손석춘이라고 아십니까?

C 위원 : 그런 사람 모르는데... 근데 제목이 '혁명'이 뭡니까? 이런 편향된 제목의 책이 도서실에 꼭 있어야 합니까?

A 위원 : 뺄까요? 제가 읽어봤는데요, 그냥 신문에 자기가 글 쓴 거 모아놓은 건데요.

B 위원 : 내용은 잘 모르겠습니만, 제목이 이렇게 편향된 책은 도서실에 부적당합니다.

C 위원 : 맞습니다. 근데 이거 출판사도 '월간 말'이네요. 그 출판사 좀 그렇지 않습니까? 그 출판사 책은 구입 안 하는 게 좋겠어요.

A 위원 : 알겠습니다. 그럼 빼겠습니다. 또 다른 책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B 위원 : ......

C 위원 : ......

 

* 여기서 A는 접니다. 그 책도 제가 추천해서 올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책을 누가 추천했는지는 모르지만...)

* B는 우리 학교의 모 선생님.

* C는 우리 학교 교감선생님... 사람 좋은 웃음 뒤에 엽기적인 말씀을 가끔 하신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나는 노무현, 다 좋은 데 말이야, 딱 하나가 맘에 안 들어! (그게 뭡니까? ^^;) 북괴의 김정일이 그를 지지하거든. (아마도 빨갱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겠지요?)

 

* 지금 여기서 중대한 사실을 고백하자면, 우리 학교 도서실에는 학년 초에(4월쯤) 교감/교장 선생님의 결재를 받아서 '월간 말'을 비롯한 12종류의 잡지를 구입해서 잡지 서가에 비치하고 있는데, 어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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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 2004-05-23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제목이 '혁명'이 뭡니까? - 그러게나 말입니다? ~.^*

느티나무 2004-05-23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아, 이렇게 근사한 멘트를 날려 줄 수 있다면 ^^; 좀 더 내공을 길러야겠네요. 제가 쉽게 양보할 수 있었던 것은 이번에 산 450권 정도의 책 중에 학생, 교사 신청이 약 100권, 교장선생님께서 신청하신 것이 100권(2종류의 책을 50권씩^^;) 나머지는 제 취향대로 넣었거든요..헤헤! 그러니 한 권쯤이야 무슨 상관이래요?ㅋㅋ

▶◀소굼 2004-05-23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어이 없습니다; 제목만으로 판단하다니-ㅅ-;; 나머지에 좋은 책들 잔뜩 넣어주세요~

2004-05-23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eylontea 2004-05-24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과 출판사명으로 딴지를 걸다니...
느티나무님.. 1년에 250권은 느티나무님 마음대로 고를 수 있다는 것이죠? 우와.. 넘 부러워요..

느티나무 2004-05-24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좀 아쉬운 것은 손석춘의 '혁명'시리즈 책이 있는데... 그걸 넣을 땐 조심해서 넣어야 한다는 것이구요. 나머지는 아무 문제 없어요 ^^ 좋은 책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정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제가 기증해도 상관 없겠죠? ㅋㅋ

느티나무 2004-05-24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eylontea님 놀라지 마세요 ^^ 1년에 250권이 아니라... 한 1000권쯤 넣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그것도 최소한으로~! 최대 2000권까지 넣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선생님과 학생들의 추천도서 1000권쯤 넣고... 나머지는 제가 ㅋㅋ. 근데 읽은 책이 바닥나서 이젠 어떻게 해야할지?

장김준호 2004-05-24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학교는 회의하기 귀찮아서 목록을 전 교사에게 회람으로 돌렸는데 아무도 안 읽어보더라. 그냥 내가 올린 그대로 통과. 결재할 때 교장쌤 왈 "뭐 문제될만한 책 없제?" 장김, "예. 제가 다 검토했습니다." 이 정도면 코메디지? 우리 학교 이번에 산 책 목록 보내주까?

ceylontea 2004-05-25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느티나무님 너무 좋으시겠어요... 근데.. 그 많은 책을 다 읽으셨다고라~~~..
또 책 주문하면 안된답니까??
그리고.. 저 혁명 시리즈는... 중간 쯤에 적당히 끼워넣으시죠..구럼.. 대충 넘어가지 않을까요?
설마 책목록을 전수검사 하나요?

느티나무 2004-05-25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김준호님의 출현에 감사! 앞으로 여기서 자주 놉시다.
ceylontea님... 이번에 또 주문해야 합니다. 오해가 있으신 듯한데... 이번에 산 책이 440권 정도구요.(그 중에 거의 반은 제가 읽은 것만 골라서..헤헤!) 앞으로 1년 동안은 한 2000권 정도 사지 싶습니다. 그러면 한 1000권은 제가 골라야 할 것 같네요 .^^;
 

권진원-송숙환 노래, 백창우 글, 김목경 곡


네가 떠나던 날,

내 가슴엔 소나기 억수로 퍼붓고

비틀비틀 돌아오던 골목엔 부서져 밟히던 불빛들

맑은 웃음 하나 남기고 너는 별이 됐구나

척박한 이 세상 어느 들녘에 빛 고운 별이 됐구나

어떤 표정 지을까 어떤 노래를 부를까

힘없이 쓰러지는 향불이 우리들의 모습 같구나

네가 살았던 자리를 그 누가 채워줄까

지금도 저 문을 열고서 너는 올 것만 같은데

무서운 그림 같은 붉은 달이 떨어질 듯 무겁게 떠 있는 밤

네가 터벅터벅 걸어가던 그 길 위로 바람이 세차게 달려간다.

 

 

 

* 권진원의 목소리가 참 처연하게 들린다. '노찾사'에서도 좀 그런 분위기가 나더니만......  이 노래는 가수 김광석에 대한 노래라서 더 그런가? 다행스럽게도 아직 내 벗들은 나와는 멀어졌을지언정, 이 세상 어딘가에서 제 몫을 다하며 열심히 살고 있다. 다행이다........! ..........?

* 좋은 노래를 골라 주시고, 또 CD를 만들어주신 푸른나무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언제나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시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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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나무 2004-05-24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는 마음을 더욱 고맙게 받으실 줄 아는 느티나무님께도 감사드려요. ^^ 음악은 나의 인생... 뭐 이런 기분으로 늘 살아갑니다.

느티나무 2004-05-2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에 상당한 애정과 그 애정 만큼 앎의 폭도 넓으시군요 ^^
 

카니발 (이적+김동률)

난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내 가슴 깊숙히 보물과 같이 간직했던 꿈

혹 때론 누군가가
뜻 모를 비웃음 내등뒤에 흘릴 때도
난 참아야했죠 참을 수 있었죠 그날을 위해

늘 걱정하듯 말하죠
헛된 꿈은 독이라고
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라고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차갑게 서 있는 운명이란 벽 앞에
당당히 마주칠 수 있어요

언젠가 나 그 벽을 넘고서
저 하늘을 높이 나를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수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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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damental 2004-05-22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적 좋아요♥

1714 2004-05-23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 갔을 때 부르디외 사회학이론을 읽던, 너무 신기했던 어떤 학생이 공연비스무리 한 거 하는 중에 불렀던 노랜데..
그 때는 그 노래가 이노래인 줄 몰랐었더랬죠.

느티나무 2004-05-23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모두는 '날 수 있지만, 날지 못 할 것'이라고 세뇌당한 닐스의 모험에 나오는 그 '거위'가 아닐까요? 묶였다고 생각하면 날 수 없겠죠!! 오늘, 두 사람 다 각자의 약속이 즐거웠나요? 대회에 나가는 것도 즐거울까? ㅋㅋ 다음 주에 독서토론회 잘 부탁해요 ^^
 

子曰, 人而不仁이면 如禮에 何이며 人而不仁이면 如樂何리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어질지 않으면 예의가 바른들 무엇하며, 악(=풍류)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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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잠

- 양정자

여름 낮잠은 불심(佛心)과 같으니라
자는 듯 마는 듯
생시인 듯 꿈인 듯
실한 듯 허망하며
흐르는 듯 그치는 듯
다한 듯 미진하며
처음도 끝도 없이
흔들리는 듯 흔들리는 듯 흔들리지 않는
한량없는 그 고요함

 

   편안히 낮잠 한 번 자고 싶은 날, 빨리 왔으면! 합니다. 상처받고, 분노하고, 실망하고, 좌절하고... 이런 마음의 폭풍을 넘어. 한량없는 고요함에 빠져드는 낮잠 한 번 잘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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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5-19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나 바쁩니까?낮잠 한 번 잘 시간이 없다니... 맴이 좀 아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