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꽃

- 류금신 노래, 

- 백창우 글, 곡

큰 바람이 부려나, 젖은 어둠이 내리려나 진달래밭 너머 뽀얀 바람꽃.
큰 별들이 지려나, 슬픈 노래가 불리려나 사람들의 마을 한켠에 한무리 바람꽃.

먼 종소리 들으며 누군가 떠나고 그 길을 뒤짚어 누군가 돌아오고
큰 장마가 오려나, 세찬 소나기 퍼부으려나 오월 황토 언덕에 비 머금은 바람꽃.

다 잠든 침묵의 땅, 버버리 산천에 어느 눈뜬 이 있어 저 바람 앞에 마주서려나
큰 가뭄이 지려나, 따가운 땡볕이 쏟아지려나 댓잎 푸른 둥근 산 무덤 터에 물 머금은 바람꽃

 

 

* 점심 시간에 점심을 먹지 못 했다. 덕분에 혼자 밖에 나가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 들어온 지금, 요즘 매일 듣고 있는 가객(1996) 중에서 류금신의 '바람꽃'을 듣는다. 한없이 가라앉는다. 떠나간 이들이 생각나는 고요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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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동안은 하루하루가 정신 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일요일부터의 일을 돌아보면 아득하게 만 느껴진다.

   일요일에는 모처럼 서울 나들이였다. 6시 30분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야 했는데, 나 때문에 전체 일정이 늦어버렸다. 늦잠 자서 지각하고, 겨우 고속도로 진입로 입구에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서울에서는 한  서너 시간 머물렀나? 짧게 머물렀다가 되짚어 내려와야 했다. 버스에서는 모처럼 만난 선생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더니 생각보다 지루하지는 않았다. 돌아오는 길이 아득하게만 느껴졌으나 생각보다 빨리 부산에 도착! 버스에서 내린 시간은 밤 12시... 다들 생각보다 일찍 왔다며 기쁜 얼굴로, 서둘러 집으로 향해 갔다.

   월요일은 수업이 너무 빡빡하게 있는 날이다. 수업만 해도 4시간에, 보충수업도 2시간. 거기다가 저녁시간에 도서실 문도 열어야 하니... 그야말로 한숨 돌릴 틈도 없는 빡빡한 시간이다. 도서실이 끝났을 때... 오랫동안 도서실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다음 수업을 준비했다. 늦은 퇴근...

   화요일은 우울한 모의고사 치는 날. 모의고사를 치는 교실에 들어가기가 민망하고, 선생님들을 보고 있는 것이 속이 편치 않았다. 그렇게 속을 부글부글 끓이고 있는데, 한 선생님께서 점심이나 같이 먹자며 나가자고 하셨다. 순간, '도서실 문을 열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하도 답답해서 선뜻 '그러자'고 했다. 그리고는 아무 생각 없이 점심을 먹으로 갔다 왔다.(나중에 푸른나무님께서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죄송!) 

   서둘러 먹는 짧은 점심이지만 학교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졌다. 그래서 같이 점심을 먹은 네 분의 선생님들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보냈다. 다시 학교에 와서 심험 감독을 하고 일과가 끝났다. 일과가 끝나자 바로 공부방으로 향했다. 거의 한 달 동안 공부방 시간에 너무 빡빡하게 도착해서 어제, 화요일은 일부러 서둘렀다. 일찍 도착하니 훨씬 여유가 있었다. 저녁을 먹으며 이것저것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훨씬 마음이 편했다.

   늦은 저녁, 집에 돌아왔으나 마음은 한결 여유가 있었다. 아무래도 '부처님 오신 날'이 있으니 그랬던 것 같다. 컴퓨터로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잠이 들려고 할 무렵... 아주 중요한 전화가 와서 잠이 다 달아나 버렸다. 부탁을 거절했으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방영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 볼만한 것이 많았다. 그래서 꼭 챙겨보려고 집에서 하루를 보냈다.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텔레비전 시청. 보통 때는 텔레비전을 오래 보고 있는 게 바보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오늘은 마음 먹고 텔레비전을 실컷 봤다. 그러고 있어도 편했다.

   내일부터 또 하루를 시작한다.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중요한 행사가 있는 이번 주말까지만 힘내자. 힘내려면 일찍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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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나무 2004-05-27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한건 아니지요. 일 하러 갔다가 일을 안했으니 편하게 된 셈이지요. ^^ 도서실 문은 굳이 안열어주셔도 되고 ^^ 책상위에 소쿠리에 열쇠는 두고 가시면 좋겠군요.
저도 무척 바쁜 나날입니다. 다음주부터는 좀 한가해지리라 기대를 하고...
누구처럼 낮잠이 그리워 집니다. 낮잠 잘 날이 느티나무님에게도 오기를 바라며...
 

   오늘 우리 학교는, 작년의 그 홍역을 치르고도 모의고사를 치고 있다. 이는 분명히 교육청 지침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원래는 연간 교육 계획에 따라서 1,2학년은 '교내 체육대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래서 일주일 전부터 학급별로 예선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 홈페이지에 오른 글 한 편이 발단이 되어 느닷없이 모의고사를 친다고 발표해 버렸다. 홈페이지에 실명을 밝히지 않고 '모의고사 치자'는 주장을 올리고(학생이라고 했지만, 전혀 학생 같은 말투가 아닌...) 같은 IP 주소로 댓글이 달리고, 아이들은 반발하고... 그 와중에 각반 대표라는 학부모들이 교장실에 몰려 와서 사설 모의고사를 치자며 반대하는 담임들을 교장실로 부르고(내가 그 담임이었다면 기분이 어땠을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걸 안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좀 심하다'는 반응을 보일 뿐!

   일주일 전, 가장 기분이 상했을 체육선생님께서 교무실 칠판에 "5월 25일은 비가 옵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체육대회는 취소합니다. 체육대회는 체육시간에 계속 진행하고 전체 시상은 전체 조례시간에 하겠습니다."라고 적어 놓으셨다. 그래서 나는 오늘 우산을 쓰고 등교를 하려고 준비했는데,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우산 가져오는 걸 잊었다. 이런!

   1교시 감독을 마치고 교무실에 내려오는데 우연히 교장선생님을 뵈었다. 교장선생님께서 웃으시면서 "오늘 날씨 참 좋지요?"라고 하셨다. 나는 의아하다는 듯이, "교장선생님, 지금 밖에 비오고 있잖습니까? 오늘 비가 많이 오는데요"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교장선생님께서 순간 멈칫 하시더니 '허허' 웃으면서 가셨다. 학원에서 주관하는 사설 모의고사 치면 모두 행복해질까? 한쪽에선 법대로 하자면서 또 한쪽으로는 법을 멋대로 어기는...

- 멋지게 보답해 준 것일까? 눈물나게 하늘이 파랗다.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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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5 17: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담쟁이

- 도종환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방울 없고 씨앗 한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 아! 나에게 수천 개의 담쟁이잎들과 함께 그 벽을 넘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러나, 나는 끝내 저 벽을 넘어서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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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숙 지음, 그린비, 2003

   연암은 일행들과 꼭대기에 올랐다. 사방을 두루 살펴보니 "장성은 북으로 뻗고 남으로 흐르고, 동으로는 큰 벌판에 이르고 서로는 관 속을 엿보게 되었으니, 이 대만큼 조망이 좋은 곳은 다시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내려오려 하니 문득 사람들이 '고소공포증'에 기가 질린다. "벽돌 쌓은 층계가 쭈뼛쭈뼛하여 내려다 보기만 하여도 다리가 떨리고 하인들이 부축하려 하나 몸을 돌릴 자리가 없어서 일이 매우 낭패한 지경이다" 연암은 "서쪽 층계로 먼저 간신히 내려와서 대 위에 있는 여러 사람을 쳐다보니, 모두 부들부들 떨며 어쩔 줄 모르고 있다."

   올라갈 땐 멀쩡하다 갑자기 왜? 연암의 설명은 이렇다. "대개 오를 때엔 앞만 보고 층계 하나하나를 밟고 올라갔기 때문에 그 위험함을 몰랐더니, 급기야 내려오려고 눈을 한 번 들어 밑을 내려다 본즉 저절로 어지럼증이 생기게 되니 그 허물은 눈에 있는 것이다" 눈, 곧 시각이 분별심을 일으키고, 그 순간 두려움에 끄달리게 된다. 그가 보기에 인생살이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벼슬살이도 역시 이와 같아서 바야흐로 위로 자꾸만 올라갈 때엔 일계, 반급이라도 남에게 뒤떨어질까 보아서 혹은 남을 밀어젖히고 앞을 다투다가 마침내 몸이 높은 곳에 이르매 그제야 두려운 마음이 생기니 외롭고 위태로워서 앞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길이 없고, 뒤로는 천길 낭떠러지인 까닭에 다시 올라갈 의욕마저 끊어졌을 뿐더러 내려오려고 해도 잘 되지 않는 법이니 이는 고금이 없이 모두들 그러한 이가 많을 것이다." 맞다! 이 심오한 인생철학은 시대를 가로질러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특히 부와 명성을 향해 질주하는 눈먼 현대인들에겐 더더욱.

223-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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