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웬수다!
요즘 며칠 날이 더우니 아이들이 무척 힘들어 한다. 다른 수업시간에는 몰라도 내 수업시간은 무척 피곤해 한다. 특히 월요일은 토/일요일도 없이 학교에 나오고 있는지라 주말 여행을 다녀온 내가 도리어 미안할 지경이다. (고3 학생들은 일요일이 없다고 한다. 이 학교에 와서 처음 알았다.) 하기야 우리 학교는 3월부터 전쟁하러 나가는 병사들 마냥 아이들을 몰아대었으니, 석달이 지난 지금은 학생들의 긴장도 많이 풀리고 체력도 떨어져서 관성적으로 공부하는 경향도 생기는 것 같다.
월요일은 수업이 좀 많은 날이다. 1교시는 그냥 별탈 없이 넘어갔지만, 3교시 수업부터는 아무리 달래고 을러도 소용이 없었다. 사실, 2교시 때 좋은 노래를 들어서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노래를 흥얼거리며 교실에 들어가서 즐거운 목소리로 인사를 했으나, 반응은 썰렁하다 못해 아예 없었다.^^; 평소엔 서로 인사도 잘 하고 제법 활기찬 분위기가 만들어졌는데, 휴~!
5교시 또 3학년 독서 수업, 6교시 1학년 진로와 직업 수업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날도 후덥지근해서 아이들이 도무지 공부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도 어찌어찌 수업은 끝났지만, 7교시는 우리 학교에서 가장 수업이 어렵다는 3학년 문과 남학생반이었다. 수업에 들어가자 마자 학생들에게 오늘 수업의 상황과 내 마음 상태에 대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미리 설명했다. 사실은 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이 시간에도 수업을 하기 힘든 상황이면-야단 대신에-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한 개씩 사 줄까도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한결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아이스크림은 다음 시간에 사기로 했다. ^^
9교시 수업-7교시부터는 보충수업이다.-도 있었는데, 오전 3교시에 같이 수업을 했던 그 반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교실에 들어가니 아이들은 오전보다 훨씬 더 생기가 있는 것 같았다. 오전에 내가 느꼈던 기분을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더니 학생들도 그리 나쁜 반응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반에도 아이스크림을 사 주기로 했다. ^^;
그래서 힘겨운 월요일 수업이 끝났다. 지금은 화요일 수업도 끝난 밤이지만 오늘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늘은 다른 두 반에 아이스크림을 돌렸다.^^;; (매점 사장님의 농담 한 말씀 "선생님, 오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입니까?") 나는 아이들이 그거 물고 공부 좀 열심히 해 줬으면 좋겠다.
글쎄, 나는 왜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해 주기를 바라는 것일까? 원래 너무 당연한 질문은 어려운 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