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내 홈페이지는 없으니 내 홈페이지 이야기는 아니고, 우리 학교 홈페이지 이야기다. 어제는 3학년 학생에게 메일도 받았다. 이름을 밝히지 못하는 학생의 글이라 답하는 것이 영 개운치 않았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점에서 성실하게 답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주 수요일에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최근에 전국적으로 0교시 폐지운동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편법으로 일과시간을 당기거나 9교시 수업을 만들어서 거기에 대응하고 있다. 그래서 부산에서는 교육운동단체를 중심으로 지역을 나누어서 '걷기대회'가 열렸다. 수요일은 마침 우리 학교가 '걷기대회' 출발점이라 나도 참여했다.
그런데 문제는 8교시 수업이 끝난 아이들이 잠깐 쉴 틈에 교문 밖을 내다보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과 나를 본 것이다. 처음에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보는 것이었다. 나는 '커밍 아웃'을 하는 것처럼 아이들의 시선이 몹시 부담스러웠다. 나는 그 날 거리 행진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 날 저녁부터 학교 홈페이지에 저녁에 있었던 사건들에 대한 학생들의 감상문(?)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비난하는 글들이 먼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학생들끼리 이어지는 반론성 댓글. 나는 처음에 한 두 개의 글만 읽고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지 않았다. 내 마음의 상처가 더 심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두려운 것은, 아이들의 조금도 주저함이 없는 단호한 태도이다. 나는 어떤 문제라도 거침 없이 내뱉는 아이들의 태도를 볼 때마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다.
다음 날 수업시간에 들어갔는데, 아무도 어제 일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았다. 그 만큼 아이들과 나는 거리감이 생겼다. 나로서는 무척 당혹스러웠다.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토요일 저녁에는 3학년 학생이 메일을 보내왔다. 지난 수요일의 사건에 대해 '조심스럽게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을 보내온 것이다. 나는 차라리 그 메일이 반가웠다. 성실하게 답을 써 보냈다.
처음에 답답하던 마음은 이제 많이 가라 앉았다. 수업 시간도 예전처럼 활기찬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이 한결 가볍기는 하다. 오늘 우리 학교 홈페이지에 내 이야기가 올랐다기에 들어가 봤다. 이제는 시끄러운 우리 학교 홈페이지도 정리가 될 것 같다.
나는 아이들에게 당당할 수 있을까? 선생님들이 '시위'보다 '수업'에 더 신경을 써 달라는 학생의 '당연한' 요구 앞에 나는 얼마나 부끄럽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내가 해 온 일에 대해 당당하게 책임을 회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힘든 때일수록 내 행동에 책임지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리라고 믿는다.
-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