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드디어 아무 일도 없는 날이었다. 지난 주에도 집에 있기는 했으나, 지난 주에는  기말고사 시험문제를 내야했기 때문에 마음이 무척 무거웠다. 그래서 집에 앉아 있으면서도 개운하지가 않고 답답했다. 그렇지만 오늘은 정말 아무 생각하지 않고 집에서 쉴 수 있는 날이었다. 이제 1학기에 해야할 일들도 서서히 마무리되어 가는 것 같다. 앞으로는 조금 더 여유가 생길 것 같다.

   저녁까지는 푹 쉬다가 저녁 늦게 학교에 잠시 다녀왔다. 지난 주에 학생들이 제출한 수행평가 자료를 가져왔다. 월요일부터는 평가 결과를 전해주기로 했는데, 아직 다 읽어보지 못 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알라딘'에 들어와 있고, 이번에 주문한 책을 읽고 있으며,  '인터넷'으로 지난주에 방송된 프로그램을 보고 있기도 하다.

   빨리 일을 시작해야하는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이크, 많이 늦었다. 이젠 컴퓨터에서 나가서 아이들의 글을 읽어봐야겠다. 이번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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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 세계오지를 가다 - 만화 오지 탐험, 이색 문화 체험 반쪽이 시리즈 2
최정현 글 그림 / 한겨레출판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이번에 주문한 30권의 책을 정리하다 보니까 한 권이 빠져 있었다. 어?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바로 회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추가 배송을 해 준다고 했다. 그리고 이틀 후 내 책상 위에 놓인 "반쪽이, 세계오지를 가다". 한 권만 온 책이고 더구나 만화책이라 먼저 손길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반쪽이' 최정현씨는 생활만화와 여성주의 만화를 주로 그리는 남자'주부'인데, 나는 만화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최정현씨의 만화책은 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는데, 순박한 얼굴과 편안한 웃음 속에서도 쉽게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는 것은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곳곳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세계의 오지에서 한국의 인상을 바꾸기 위해 각 나라에서 노력하고 있는 한국인들을 취재하기 위해 다닌 여행의 기록이다. 반쪽이의 여행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흔히 오지라고 생각하는, '남아메리카'의 도미니카공화국, 페루, 파라과이', 아프리카의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이집트',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오세아이아의 '피지, 뉴질랜드, 파푸아뉴기니', 아시아의 '중국, 베트남, 태국' 등으로 이어진다.

   '오지'-오지라는 말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 대해서 딴지를 걸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에 대해서 같은 곳을 다니면서 만난 그 곳의 사람, 문화, 역사에 대해 알기 쉬운 그림과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재미있고, 꼭 필요한 정보를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을 보면 확실히 그림이 글자보다 이해가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안의 구조라든가, 거리의 풍경, 생활 습관 같은 것들을 글로 읽을 때 느끼는 막막함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으니 너무나 쉽게 이해가 되어 좋다.

   또 이 책은 여행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머리말에서 묻고 있는데 여행을 떠나는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또는 생각하고 있을-질문이 아닌가 싶다.  

   "아프리카에 있는 킬로만자로에서 남쪽으로 경비행기로 2시간쯤 가면 마사이족 마을이 있다. 이 훤칠하고 멋있게 생긴 남자들은 도대체 일을 하지 않는다. 반면에 여자는 새벽부터 밤까지 등이 휘도록 일한다. 남자들은 무엇을 하느냐고? 남자들은 신성한(?) 전쟁준비를 한다. 그런데 그 동안 전쟁은 한번도 일어난 적이 없단다. 남자들은 전쟁준비라는그들의 역할을 그저 하나의 전통으로 계속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전쟁을 빙자해서 군부독재를 하는 나라들은 여기서 배워온 게 아닐까? 이렇게 수천년 동안 불평등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대해서 성찰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생활도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여행의 힘은 이렇게 일상생활을 탈피해서 다른 지역의 문화를 보고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그 차이와 같음을 확식하고 우리의 삶의 지표를 때로는 수정하고 곧추세워보는 것이리라. 어덯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쉼없이 나오는 현장에서 나는 이삭을 줍듯이 여행이 준 선물을 챙겼다. 그리고 신나는 지옥이 아니라 어떻게 신나는 천국을 만들까?라는 질문 또한 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본질적으로 여행은 떠남에 대한 기록이다. 낯선 곳, 새로운 사람들에게 대한 기록이 여행기이다. 그러나, 여행은 새롭게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행은 너무나 익숙해서 인식하지 못하는 내 자신의 일상을 한 걸음 뒤로 물러나와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새롭게 보이는 일상은 낯설게 다가올 것이고, 낯선 일상은 자신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새롭게 던질 것이다.

   이 책은 오지 탐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입문하는 책으로 아주 좋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어느 먼 곳을 탐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읽은 후 더욱 관심이 가는 지역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한다면 더욱 알찬 오지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모든 것이 시들해질 때 어딘가로 떠나고 싶을 때 이 책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껴도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읽기에 재미있고 편한 책, 그러면서도 유익한 정보가 쏠쏠하게 담긴 좋은 만화책 한 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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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아침에 늦잠을 잔 탓으로 아버지의 자가용을 빌려 타고 학교에 갔다. 나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거나 가끔 지하가 답답하면 버스도 타는데... 어제는 승용차를 몰고 학교에 갔다.

   공무원 신체검사를 하는 날이라서 어제 저녁부터 아무 것도 먹지 못했기 때문에 수업을 하는 동안에 힘도 없었다. 신체검사를 했으나 내가 보기엔 좀 형식적인 것 같다. 물론 피도 뽑고, 심전도 검사도 했지만 왠일인지 엉성하기만 한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점심을 먹고 공부방에 갔다. 공부방에서 이어지는 회의. 여름캠프 이야기를 비롯해서 방학 수업, 2학기 계획 등을 대충 정리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오랫만에 샛별선생님을 보게 되어 반가웠다. 거의 5개월 정도 된 것 같은데... 그 동안 맘고생이 심하다는 소리는 몇 번 들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어제는 공부방에 나와서 보기 좋았다.

   마치고 바로 서면으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도심은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서 서면 근처에 있는 대형할인점에다 주차를 하고-오늘 같은 날 차를 가지고 갔을 게 뭐람!- 급한 마음에 택시를 탔다. 그러나 역시 도심은 꽉 막혀 버렸다. 한참 시간을 허비하고 집회장에 도착했으나, 집회는 이미 끝나고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어찌된 일인가 싶어서 다시 공중전화를 찾아 온 거리를 헤매고 돌아다녔다.(참고로 손전화는 아직도 없다!) 서면 거리를 거의 다 돌아다녀 경우 발견한 공중전화부스!  같이 오기로 했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했더니, 방금 전에 부산의료원으로 갔다고 했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지금 서면 어느 패스트푸드점에 앉아 있다고 했다. 서둘러 거기에 합류!

   만나서 차를 타고 의료원으로 가기로 했다. 그러나 그 중에 한 분이 오늘 차를 운전하다가 가벼운 접촉사고가 났었다고 한다. 초보인데다가 접촉사고까지 일어나고 보니 약간 충격을 받은 듯 했다. 그래도 나머지는 모두 차가 없으니, 그 선생님께서 기어이 우리를 부산의료원으로 데려다 주었다.(그리고는 서둘러 집으로 가셨다.)

    부산의료원 입구부터는 수 많은 전경과 시민들이 엉켜 있었다. 곳곳에서 추모 집회도 열리고, 병원 방문객들은 집회를 구경하고, 전경들은 삼엄하게 서 있고... 우리들은 그 사이를 빠져나가 미리 가 있던 몇 분의 선생님들과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도착하자마자 곧 집회는 끝났다. 그리고 개별 조문이 이어진다는데, 우리 차례는 언제쯤 될 지 몰라 의료원에서 나오기로 했다.

   부산의료원을 나와서 거기서 만난 선생님의 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가니 야구장 앞에 있는 대형할인점 앞에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우리는 대형할인점의 패스트푸드 구석에 앉아서 모임의 아주 중요한 행사 내용을 토의했다. 이번 여름 방학에 중/고등학생들의 캠프를 준비하기로 했는데, 여러가지의 여러움이 있어서 행사 여부를 다시 결정하기로 의논을 모았다.

   이제 모든 일이 끝나고 차를 타고 집에 가는 일만 남았다. 그래서 그 선생님 차를 타고 막 출발하려는 순간, 뒤에서 진행하던 차와 스치듯 충돌했다. 차에 탔던 사람들은(5명) 모두 놀랐다. 다행스럽게도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내려서 보니 차가 좀 많이 망가졌다.

   상대방이랑 어떻게 어떻게 이야기가 잘 안 되는지 보험사에서 오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차를 주차시켜 놓은 곳과 방향이 같은 선생님 두 분이랑 함께 택시를 타고 먼저 출발했다. 나는 중간에 내려 할인점에서 차를 가지고, 다시 사고가 난 사직동으로 갔다. 도착해서 보니 여전히 사고 처리가 끝나지 않았다.

   조금 있으니 보험사에서 사람이 왔고, 사고는 얼추 정리가 되는 것 같았다. 그 선생님 차가 좀 망가졌기 때문에 견인차로 정비소로 가게 되었다. 나는 그 때까지 남아있던 다른 선생님을 동래 근처까지 모셔다 드리고 집에 돌아왔다. 도착하니 새벽 1시가 조금 넘었다.

   이 모든 일이 하루 동안에 일어났다는 게 너무 신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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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7 23: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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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휴머니스트, 2004

[도발의 진리]

아리스 : 그러니까 사람들한테 욕먹지요.

디오게 : 욕이라. 그건 내가 정말로 말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진리를 말했다는 징표겠지.

아리스 : 단지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징표는 아니구요?

디오게 : 언젠가 한 똑똑한 철학자가 "말들이 신상을 만들었다면, 신의 모습을 말의 형상으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했지?

아리스 : 예. 그 때 난리가 났었지요.

디오게 : 이렇게 자기들에게 익숙한 통념을 깰 때, 사람들은 짜증을 내기 마련이라네.

아리스 : 사람들을 짜증나게 해서 뭐 하나요?

디오게 : 낡은 세계 안에 사는 그들이 보수적 머리를 때려, 세계를 새롭게 보게 해주는 거지.

아리스 : .......

137쪽

* 진중권이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일까? 세상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는 것의 의미! 그러나 사람들이 메시지의 내용보다 말하는 형식에 더 반감이 많다면? 자신의 보려주려고 한 통념의 저 편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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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교사 2004-06-25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클림트' 제가 있는 책인데... 드디어 제가 아는 책이 나왔네요
어제 인사도 못 드리고 갔어요. 보이시지 않으시더라구요^^

느티나무 2004-06-25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젠 인사도 제대로 못 했네요. 그 전날 거의 잠을 못 자서... 도서실에서 한숨 잤더니 다시 들어가기가 좀 그랬지요. 끝나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뻘쭘해서 ^^; 음!! 병아리교사님, 늘 행복하게 학교 생활하세요.

병아리교사 2004-06-25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야겠지요?^^ 왜 이렇게 진심이 통하지 않을까요? 우리 반 모 양.... 가장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람인 것같아요^^

nrim 2004-06-26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풍성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