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암사, 내 사랑

- 안도현

인간세 바깥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가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쫓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 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구름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가는 불명산 능선 한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쫓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 저는 정말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화암사에 반해 버렸습니다. 동행들이랑 화암사를 내려와 굳게 약속했지요. 우리라도 '화암사'에는 아무나 데려오지 말자! 그래서 몇 번 안도현 시인의 이 시를 본 순간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이 시를 보고 화암사로 몰려가면 어쩌나...하는.

* 제가 퍼놓은 시인의 시를 보며 화암사에 가 보실 생각을 내시는 분은 없겠지만서도, 그 날의 동행들과 했던 약속이 떠올라 조심스럽습니다. 또, 그 날 화암사에 반했던 순정이 다시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돕니다. 그 날의 동행들이 더욱 그립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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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3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티나무 2004-07-03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날의 동행은 장김준호선생님, 김의주선생님입니다. 그 동행들은 기억하고 있을까?

비발~* 2004-07-03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몰려는 안 가고 단 둘이 갔다오겠습니다.^^

느티나무 2004-07-0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 본 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렇게 계속 광고하면 안 되는데 ^^

메시지 2004-07-03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녀왔어요. 하지만 가는 길은 아무한테도 안 알려줬어요. 그런데 말하고 싶어서 잎이 간질간질 했었죠. 그래도 가는 방법은 절대모름이라고 했었는데 다들 어떻게 가는 길을 알았는지...

느티나무 2004-07-03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화암사는 그런 절이거든요. 이기적인지는 몰라도 아껴두고 싶은 절이죠.
 

작고 낮은 것들의 아름다움

- 송인준

풀잎 구르는 이슬방울의
저 고개 들고 웃는 작은 패랭이꽃의
산골짜기 낮게 나는 방울새 두 마리의
아름다움을
나는 모르고 살았어.
내가 쓴 시보다
몇 곱절 아름다운
그것들을 나는 쓰지 못했어.
작고 낮은 것 속의 무한한 출렁임을
누구의 노래보다 황홀한
그것들의 뭉클함을 반짝임을
글썽임을 나는 보지 못했어.
물소리 바람소리 쫓아
작은 풀섶 사이로도
생생한 꿈틀거림이 있음을
느끼지 못했어.
나는 오로지 높고 큰 해와 별들만을
우러러보았고
오늘 아침 꺾인 꽃대웅에만
너무 집착했어.
지난 추운 밤에도 새들의 풀섶 아래
작은 알을 까서 품고
낮은 곳으로 내미는
어린 더운 손을 잊고 살았어.
작고 낮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 '작고 낮은 것들의 아름다움'을 나는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나의 주관적 판단은 믿을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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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를 채우면서

천양희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 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  산다는 것은 정말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와 같은 것일까? 단추를 채우는 것처럼 세상은 그렇게 채워지지 않는 것일까? 학교를 다니면서 정말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야만과 몰상식과 싸우기가 이렇게 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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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객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어째 좀 이상하다. 모르는 새 방문객 숫자 세는 방법이 바뀌었나? 내 서재는 이 주일 전에만 해도 30-40명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평범한(?) 서재였는데, 어제는 방문객 수가 97명이었고, 오늘은 135명이니 이건 뭐가 잘못된 것 같다. 본인이 본인 서재에 계속 접속해도 방문객 수가 올라가나?

- 누가 아시는 분 답 좀 해 주세요. ^^ 아님, 알 수 있는 곳을 가르쳐 주시든지... 혹시 알라딘에서 전략적으로 방문객수를 뻥튀기? 알 수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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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2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nrim 2004-07-02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지금은 171명!! 가끔 이런 경우가 있던데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죠;;;

느티나무 2004-07-02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팬서비스(?)가 아닐까요? 아니면 숫자가 많아져도 기분 나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은데요. 그래도 요즘 왜 이런 일이 자주 생기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우리 학교 도서실 실훈은 "溫故而知新"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실훈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며칠 전부터 생각해 본 몇 가지!

  • 和光同塵(화광동진) : 빛을 부드럽게 하여 속세의 티끌과 같이 한다. (노자)

 

  • 지식의 바다에서 헤엄치기

 

  • 꿈꾸기, 상상하기, 창조하기

 

  • 책 속에서 펼치는 상상력의 나래

 

 

어떤 것이 좋을지 주말동안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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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7-02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기, 상상하기, 상상하기에 한 표.^^

느티나무 2004-07-02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상상하기, 창조하기라고 쓰려다가.ㅠㅠ 진/우맘님, 그건 오타랍니다. 방금 수정해 놓았어요 ^^

심상이최고야 2004-07-02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꿈꾸기, 상상하기에 한 표^^

메시지 2004-07-0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가스~지킬 것은 지키자!
제가 학원에서 대입반 담임을 맡았어요. 급훈도 반장도 없이 모두가 스스로 알아서 잘 해보자고 했는데 참 힘드네요. 그래서 요즘 생각하고 있는 급훈이에요. 정말로 박가스를 나눠주면서 급훈을 발표할까 고민중입니다.

비로그인 2004-07-03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예쁜 말... ㅋㅋ-꿈꾸기, 상상하기, 창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