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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에 연재되었던 박시백의 그림세상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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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고전읽기의 즐거움"(솔출판사)에서 읽은 듯 합니다. 아이들이 야단치는 제 마음을 몰라줄 때 이 글을 복사해서 건네주었지요. ^^ 

 

 아버지의 훈계


강희맹


   시장통의 후미진 곳에다 관가에서 오줌통을 설치해두고는 시장 사람들이 급할 때 이용할 수 있게 하였는데, 선비로서 몰래 그곳에다 오줌을 누는 자는 불결죄를 받는다. 시장 근방에 사는 어떤 양반집에 변변치 못한 아들이 있었는데 몰래 그곳에 가서 오줌을 누었다. 그의 아버지가 알고 호되게 야단쳤으나 아들은 듣지 않고 늘상 그곳에다 오줌을 누었다. 오줌통을 관리하는 자가 금지시키고자 하였으나 그 아비의 위세에 눌려 감히 말도 못 꺼내고 있었다. 온 시장 사람들이 모두 그르게 여기는데도 아들은 오히려 무슨 수나 난 것처럼 여겼다. 행신을 조심하느라 그곳에다 오줌을 누지 못하는 자가 있으면 도리어 그를 비웃으면서

   "겁쟁이 같으니라구. 뭐가 겁난단 말인가. 나는 날마다 누어도 탈이 없는데, 뭐가 겁난단 말인가."

   하였다. 아버지가 그 행실을 듣고 아들을 꾸짖기를

    "시장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인데, 너는 양반집 자식으로 백주 대낮에 그곳에 오줌을 누다니, 부끄럽지도 않으냐. 남들이 천하게 보고 싫어할 뿐만 아니라 화가 따를지도 모르는데, 뭐 좋을 것이 있다고 그런 짓을 하느냐."

   하였다. 아들은

    "저도 처음에는 그곳에다 오줌누는 선비를 보면 얼굴에 침을 뱉으며 욕하였는데, 하루는  오줌이 몹시 마려워 그곳에다 오줌을 누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합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제가 그곳에다 오줌을 누는 것을 보고는 비웃더니 차차 비웃는 자가 줄어들고 말리는 자도 없어졌습니다. 지금은 여럿이 곁에서 보더라도 비난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그곳에 오줌을 눈다 해서 체면이 깎이는 것이 아닙니다."

   하였다. 아버지는

    "큰일이다. 네가 이미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말았구나. 처음에 사람들이 모두 비웃었던 것은 너를 양반집 자식으로 여겨 네가 행실을 고치기를 바라서였던 것이다. 중간에 차츰 드물어지긴 했어도 그때까진 그래도 너를 양반집 자식으로 여긴 것이다. 지금 곁에서 보고도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 것은 너를 사람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아라. 개나 돼지가 길바닥에 오줌을 싸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비웃더냐. 못된 짓을 하는데도 사람들이 비웃지 않는 것은 너를 개돼지로 보기 때문이다. 너무도 슬픈 일이 아니냐."

   하자, 아들은

    "다른 사람들은 그르다고 하지 않고 아버지만 그르다고 하시는데, 대체로 소원한 자는 공정하고 친한 자는 사정을 두는 법입니다. 어째서 남들은 그르다고 하지 않는데 아버님께서는 도리어 저를 나무라신단 말입니까?"

   하니, 아버지가

    "공정하기 때문에 네가 그른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는 사람 취급을 안 해 아무도 나무라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그 기미가 너무도 참혹하지 않느냐. 사사로운 정이 있기 때문에 네가 그른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는 마음이 아파서 행여나 뉘우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 정상이 너무도 애처롭지 않느냐. 네가 한번 생각해보아라. 세상에 부모 없는 자에게는 훈계해주는 사람이 없는 법이다. 내가 죽은 뒤에는 내 말뜻을 알게 될 것이다."

   하였다. 그 말을 듣고는 아들이 나가서 남들에게 말하기를

    "노인네가 잘 알지도 못하고 나만 나무란다."

   하였는데, 얼마 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아들이 예전에 오줌누던 곳에 가서 오줌을 누는데, 갑자기 뒤통수에 바람이 일더니 누군가가 그의 이마를 후려쳤다. 한동안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가 깨어나 후려친 자를 잡고 따지기를

    "어떤 죽일 놈이 감히 이런 짓을 하느냐. 내가 여기에다 오줌눈 지 십 년이나 되었는데도 온 시장 사람들이 아무 소리 안 했는데, 어떤 죽일 놈이 감히 이러느냐?"

   하니, 후려친 자가

    "온 시장 사람들이 참고 있다가 이제서야 분풀이를 하는 것인데, 네놈이 아직 주둥아리를 놀리는가."

   하고는, 꽁꽁 묶어서 시장 한복판에 놓고는 돌을 마구 던졌다. 그 집에서 떠메고 돌아왔는데, 한 달이 넘도록 일어나지를 못하였다. 아들은 그제서야 아버지의 훈계를 생각하고는 슬피 울면서 자신을 책하기를

    "아버님 말씀이 꼭 맞았구나. 웃음 속에 칼날이 숨겨져 있고 성냄 속에 사랑이 담겼다더니, 이제 와서 아무리 아버님의 말씀을 듣고자 해도 들을 길이 없구나."

   하면서, 관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전의 못된 행실을 고치기로 마음먹고 마침내 착한 선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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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하루 종일 쉬고 났더니 그 새털같이 많았던 평소의 일요일엔 무엇을 한다고 그리 바빴나 싶다. 하기야 언제나 할 일은 쌓여 있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하게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놀았다.

   어제는 모처럼 영화를 보았다. -- 아는 여자 : 난 영화를 보면서 항상 다음 대사가 무엇일지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아마도 '사랑은 무엇일까' 하는 자문을 한 번쯤은 할 것 같고, 연인끼리 보러온 사람이라면 '이 여자(남자)를 왜 사랑하지?', '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어떤 것이지?' 서로에게 묻게 하는 영화였다. 아마도 답은 없거나, 아니면 이 세상 사람들 수만큼 많은 답이 있을 것이다.

   영화는 사건의 인과 관계를 별로 고민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비현실적인 인물의 설정과 환타지적인 상황 제시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영화 속 인물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에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 메세지의 내용이 사랑이란 무엇일까? 하는 것이고.

   아무튼 영화이야기는 다음에 또 할 기회가 있을 것 같고. 민들레는 사라졌다는데 지금 이곳에는 바람이 씽씽 분다. 오늘은 내 방 대청소를 했더니 깔끔한 게 잠이 잘 올 것 같다. 빨리 자야겠다. 그래야 낼 수업도 신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니!

 

[ 나는 왜 요즘 화가 났는가?]

   나도 우아하게, 유쾌하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 영화도 자주 보고, 책을 열심히 읽으며 감동도 받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텔레비전도 재미있게 보고, 친구들과도 만나 즐겁게 맥주잔이나 기울이며 '총각'의 주요 관심사인 결혼'에 대해, '10억 벌기'에 대해 희망찬(?) 꿈도 꾸고 싶다.

   아니면 세상의 아름다운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학교에서(?) 시키면 시키는대로 보충 수업해서 개인적으로는 '돈도 벌고' 아이들한테는 '우리들을 위해 열심히 수업해 주시는 '선생님'이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동료들로부터는 '성실하고 착하다'는 입에 발린 칭찬도 들으며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 그러나 세상의 모든 일들을 옳고 그름의 잣대로 나눌 수는 없겠지만, 세상에는 분명 옳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고, 자기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슬쩍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해서 자기의 이익만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 나는 온갖 허위와 가식이 싫다. 이런 허위와 가식은 내 주위에 널려 있어서 학교 밖의 내 '일상'까지도 답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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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06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태풍 전야의 고요함

   7시쯤에 나가서 찍은 사진. 우리 아파트가 우리 동네에서 제일 높은 곳에 있어서 내려 보고 찍은 사진. 확실히 고요하다. 느낌이 묘한 게,흠! 혹시 나한테도 뭔가 신비한 능력 같은 것이...ㅋㅋ

   내일까지 해서 신나게 내린다는데... 안 내릴지도 모르지만.. 흠.. 태풍도 필요한거니깐.. 너무 심하게만 안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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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4-07-04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풍 전야의 분위기가 많이 납니다. 고심해서 찍은 것 같군요. 저도 사진이 좋아서 퍼왔습니다. 학교에서 마주치기가 어렵군요. 도서실에 책 빌리러 오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