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 동안경굴 앞

   우도에 있는 동안경굴 입구이다. 동안경굴은 바닷가에 큰 굴이 있는데 예전에 고래가 살던 집이라고 한다. 굴이야 별다른 감흥이 없었지만, 굴로 들어가는 입구 바위 위에 홈이 파지고 거기에 바닷물이 고여 생긴 게의 삶터를 발견한 기쁨이 더 컸다.

 


밭 가운데 무덤

   한라산을 빼곤 야트막한 산도 흔치 않는 제주도. 사람이 죽으면 이렇게 밭 한 가운데 무덤이 있는 경우도 제법 있었다. 사람들은 저 밭에서 난 것으로 목숨을 잇고, 제 명이 다하면 다시 저 밭 한 가운데에 저렇게 묻힌다. 삶과 죽음의 기막힌 공존!

 


다랑쉬오름

   제주도의 수백여 기생화산의 이름인 '오름'. 그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아름다움을 지닌 다랑쉬오림의 앞모습이다. 가는 날은 안개가 잔뜩 끼여서 앞도 제대로 분간할 수 없었지만, 그래서 나 혼자만 오롯이 느껴본 다랑쉬오름의 그 정경. 안개는 자욱하고, 천지 사방이 모두 숨을 죽이고 있었고, 나는 다랑쉬오름을 한 바퀴 천천히 걸었다.

 


아끈 다랑쉬오름

   '아끈'은 제주도 말로 '작은' 이라는 뜻이란다. 다랑쉬오름 바로 앞에 다랑쉬오름을 닮아 예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저 오름을 아끈 다랑쉬오름이라고 한다. 다랑쉬오름에 오르면 마주 볼 수 있다. 서재를 만들고부터 지금껏 써오고 있는 내 이미지 타이틀이다. 또한 다랑쉬오름의 아랫마을은 제주도의 아픈, 슬픈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사라진 비극의 현장이기도 하다.

 


성읍민속마을 입구

   역시 해가 기울어가는 저녁에 도착한 성읍민속마을.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은 어느새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마을 입구에 세워진 돌하르방과 아이들은 그 긴 세월을 넘어 친구가 되었다.

 

 


돌하르방

   개구쟁이 동네 꼬마들의 친구가 된 돌하르방. 지금도 성읍민속마을 입구를 지키고 서 있다.

 


민속마을 안

   민속 마을 안의 정경이다. 이미 대부분의 건물은 식당으로 변해버렸고, 사진 속에 보이는 몇 안 되는 건물이 그래도 '성읍민속마을'임을 증명하고 있다. 지나가는 나그네로서 소담한 초가지붕이 참 예뻤다.

 


집 밖에 세워진 통시

 

 


제주 시내의 저녁

   시내 근처에 있는 야산의 체육공원이 있었다.(산 이름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저기서는 제주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기에... 체육공원에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내려와 시내를 걸었다. 이제는 저녁을 먹고 부산으로 올라가는 마지막 비행기를 타야 한다.

 

 


제주도의 명물 갈치국

   제주도에서 유명한 식당, 물항식당에서 먹은 마지막날 저녁이었다. 갈치국. 예상은 내가 알고 있는 갈치찌개였으나 아주 맑은 국이 나왔다. 무슨 맛으로 먹나? 하는 건 잠깐이고 한 입 먹으면 국물맛이 아주 시원한 게 비린내도 없이 담백하고 좋았다.

 

*2003년의 나의 외롭고도 조금은 힘든 6박 7일의 여행이 이것으로 끝났다. 나는 걷는 내내 참 많은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렇지만 항상 생각의 초점은 하나로 모아지는 듯 했다. 나는 왜 걷고 있느냐? 나는 왜 걷기를 선택했느냐? 걷는 동안 행복하냐? 아직도 풀리지 않는 질문을 올해는 아예 풀어놓지도 못하고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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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6 2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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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머리 해안가

   용머리 해안에 어울리지 않게 자리잡은 하멜의 표류선. 공짜라는 말에 올라갔다가 용머리 해안의 풍경을 건졌다. 흔히 볼 수 있는 해안가지만, 한 여름 무더위 속에서 바라본 바다라 더욱 시원했던 것이다. 저기서 고개를 조금만 틀어도 찌는 듯한 더위를 실감할 수 있는 도로가 보였으니... 바다라는 존재 자체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형제섬

   역시 용머리 해안에서 바라 본 바다.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이 형제섬이라고 한다. 섬도 섬이지만 유달리 살아있는 듯한 바다 비늘. 반짝 반짝 윤기나는 물결이 아름다웠다.

 


용머리 해안

   거액을 내고 둘러본 용머리 해안의 절경.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으나 어찌된 일인지 겨우 이것 한 장 밖에 남지 않았다. 세월은 우리를 한 순간도 용납하지 않고, 낱낱이 기억하며 기록하리라는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산방굴사로 올라가는 도중에

   산방사라는 절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산방굴사라는 암자 같은 곳이 있는데 거기서 바라본 용머리 해안의 모습이 참 좋았다. 달리 설명하지 않아도 멋진 곳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진에서 거북이 머리에 해당하는 부분이 용머리 해안이다. 육지 위의 배가  하멜 표류선을 복원한 것이다. 용머리 해안은 저 표류선 옆으로 들어가 거북이 머리 부분을 한 바퀴 돌아나오는 해안이다.

 


좋은 풍경

   산방굴사에서 내려다 본 제주 해안의 풍경. 시원한 바람과 함께 서늘한 그늘, 그리고 풍경. 좋았다.

 


지삿개 해안 1

   중문 단지를 지나 몇 킬로나 걸어 내려와 본 지삿개 해안의 바위들. 마침 해가 질 무렵이라 더욱 분위기는 좋았다.(혼자 걷는 사람이 왜 분위기 타령?) 아무튼 이 사진을 찍고 거의 한 시간이나 목적지를 벗어나 걸은 걸음이 아깝지가 않았다.

 


지삿개 해안2

   지삿개 바위는 해안지대에 있는 저런 육각형 바위 기둥을 일컫는 제주도 사람들의 말이라고 한다. 아마 관광책에는 전문용어로 '주상절리'라고 하는가 보다. 저런 육각기둥은 수 천 년 동안 파도와 함께 살았고, 또 살아갈 것이다.

 


중문 해변의 저녁

   지삿개 바위 근처를 막 나서려는데 점점 저물어가는 저녁 하늘.

 

코스모스

   알라딘을 처음 시작할 때 나도 남들처럼 사진을 올리고 싶었다. 1년 전에는 간단한 테그를 써야 알라딘에 사진을 올릴 수 있었는데, 그 때 그루님께서 도와주셨다. 내가 꼭 올리고 싶었고, 그래서 몇 번의 시도 끝에 방명록에 올려놓고 자랑스러워 했던 그 사진! 바로 이 코스모스 사진이었다.

 


우도에서 바라본 제주도

   소머리오름이라는 우도에서 바라본 제주도이다. 여기는 걸어갈 수 없으니까 배를 타고 들어갔다. 자세히 보면 가운데 높은 산에서부터 옆으로 펼쳐진 산의 흐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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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세 번째 도보여행지는 제주였다. 모 포털사이트에 앨범으로 등록되어 있는 그 때의 사진을 찾아 몇 장만이라도 나의 공간으로 옮겨두려고 한다. 이 사진을 보고 있으니 올해 도보여행을 떠나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아쉽다.


제주행 비행기 안 1

   비행기가 이륙한 후 찍은 사진. 구름 아래로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섬들이 떠 있다. 마침 비상구쪽에 앉아서 창밖으로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제주행 비행기 안 2

   저기 보이는 섬이 바로 제주도이다. 구름이 덮여 있어서 약간 흐린 듯 보이지만, 공항에 내렸을 땐 땡볕이었다. 바다 한 가운데 저렇게 무거운 섬이 떠 있는(?) 게 신기하다.

 


제주행 비행기 안 3

   역시나 운 좋게도 비행기가 착륙하기 직전에 찍은 제주 시내의 모습이다. 시내 주변의 밭들이 정말 거북이 등껍데기처럼 갈라져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언제 이렇게 하늘에서 땅밑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으랴, 싶어서 정신 없이 셔터를 눌렀던 기억이 새롭다.

 



코스모스 너머 돌담

   여름부터 꽃을 피워 올리는 코스모스 너머로 길게 돌담이 이어지고 있었다. 저 돌담 너머는 아득하게 끝없이 펼쳐진 바다일 것이다. 세찬 바람에도 견디는 저 돌담의 비밀은 돌과 돌 사이에 난 저 구멍이다. 돌담은 제가 감당할 수 없은 바람은 저 구멍 사이로 보내버리며 무너지지 않는다.

 


한림면에서

   제주도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다.

 


제주 서쪽 해안을 따라 펼쳐진 백년초밭

   백년초 밭이다. 선인장처럼 생겼는데 파란색 열매가 익으면 붉은색으로 변한다. 그걸 따서 가루로 만들면 약재도 되고, 차로도 마실 수 있는가 보다. 제주도의 서쪽 해안에는 저런 백년초 밭이 아주 많았다. 그 너머에는 푸른 물결이 넘실 넘실.

 

 


시원한 그늘

   며칠 동안이나 땡볕을 계속 걸어서인지 저런 장면이 눈에 확 들었다. 굽은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누군가는 쉬었을 작은 의자. 사진을 찍은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잘 쉬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귀도 앞 바다, 저구내항

   고산면을 지나서 한적한 해안도로로 꺽어야 닿은 저구내항. 정말 어촌 같은 곳이다. 저구내 항에서 바라 본 차귀도. 가난한(?) 도보여행자에게는 유람선이 당치 않아 그냥 쉬엄쉬엄 걸어나온 항구였지만, 저구내항에서 수월봉으로 가는 해안도로는 고요하고 아름다웠다. 물론 수월봉에서 보는 낙조도 환상적이고...

 

 


아스팔트 위의 도마뱀

   아마도 대정읍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만난 도마뱀일 것이다. 해안도로는 달리는 차들이 없어 한적한데, 남제주의 해안도로 오른쪽으로만 파도가 치고 있었다. 날은 이미 어둑어둑해 오는데, 난데 없이 아스팔트를 질주하던 도마뱀에게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중절모 같은 산방산

   남제주군을 걸을 때면 만나게 되는 산방산. 평평한 들판에 혼자 우뚝 서 있는 산이다. 저 산을 보면서 '친구도 없는데 외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내내 해 보았던 것 같다. 산 아래의 시커먼 흙빛(?)은 감자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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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 박상진

   역사가 새겨진 나무 이야기는 우리 생활에 깊숙히 들어와 있는 나무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 최근에 '광릉 숲에서 보내 편지'와 '숲의 생활사'를 겹쳐 읽어서 그런지 나무와 숲에 대해서 더 알게 된 것 같다. 알면 알수록 더 매력적인 숲과 나무들. 수만년 동안 인간의 삶과 더불어 살아온 숲과 나무들이다. 리뷰를 써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

 

아우라지로 가는 길 1,2, 김원일

   아우리지로 가는 길은 1998년, 아니면 1999년 읽은 책이다. 좀처럼 책을 빌려 읽지는 않지만, 이 책은 그 때 대학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참 좋은 책이다'는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최근에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이 책을 보고 책값을 봤더니 한 권에 6,000원이었다. 바로 샀다가 며칠 전에 다시 읽었다. 자폐증상이 있는 청년 마시우가 폭력적인 세상을 살아나가는 이야기인데, 시우가 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힘의 원천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가르침이다. 아버지는 중학교 생물선생님이셨는데 자폐증이 있는 시우에게 끊임 없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가르친다. 소설 중간 중간에 나오는 교육자로서의 아버지의 삶이 참 존경스럽다.

 

허삼관 매혈기, 위화

   허삼관 매혈기는 오늘 다 읽었다. 허삼관이 매혈을 통해서 부인과 세 아들을 키우며 세상을 살아간다는 게 이야기의 줄거리인데, 허삼관이 놓이게 되는 상황 자체는 한없이 슬프지만 허삼관의 말과 행동에서는 계속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가족을 위해 매번 피를 팔아야 하는 허삼관. 여러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 말년에 이르고, 말년에 단 한 번, 자기 자신을 위해서 (돼지간볶음과 황주 두냥을 먹고 싶어서) 매혈을 하려고 하지만 병원에서 거절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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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6시 논어 모임이 있는 날이다. 모두 일찍 모여서 저녁을 간단히 먹고 시작하기로 했다. 평소에는 김밥으로 저녁을 때우지만 최근들어 나는 김밥에 좀 질렸다. 그래서 선생님들과 함께 중국집으로 갔다. 제법 잘 한다는 중국집이었는데 난 언제나 자장면만 먹는다. 오늘은 여러 선생님들이 계시니 탕수육도 추가해서 먹었다. 그리고는 10분 거리에 있는 구민운동장으로 가벼운 산책!

   우리 학교 도서실에 와서 제 8장 태백편을 강독했다. 5명이 돌아가면서 읽고 뜻을 해석해 보면 선생님이 정확한 뜻풀이를 한 번 더 정리해 준다. 그러면 주변에서 생각나는 일화들을 끌고 와서 같이 생각해 보는 경우가 제법 많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논어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오늘은 분량이 좀 적어서 8장을 한꺼번에 다 읽었다. 이것으로 방학 중 논어모임을 마무리 했다. 이제 개학하면 다시 모이기로 했다.

   모임이 끝나자 집에 갈까 하다가 전부 마음이 동했던지 금정산성 동문에 올랐다. 차를 타고 산성 입구까지 가서 100m 정도만 걸으면 올라가는 산성이지만 산성의 공기는 역시 달랐다. 구름이 잔뜩 끼였으나 드문드문 별도 보이고, 모인 선생님들은 귀신 이야기를 서로 해 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서둘러 내려왔다.

   생각할수록 논어모임은 잘 시작한 것 같다. 짧은 순간이지만 세상 밖을 걸어나와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도 같고, 아직은 알쏭달쏭하기도 한 무엇!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것을 주저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일상적인 대화는 흘러넘쳐도 정작 돌아서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 논어모임에서는 짧게 짧게지만 자기가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서로 다른 생각의 충돌이 일어나고 자신의 생각을 다시 점검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내가 조금 더 큰 나무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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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14 01: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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