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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마게 푸딩 - 과거에서 온 사무라이 파티시에의 특별한 이야기
아라키 켄 지음, 오유리 옮김 / 좋은생각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촌마게 푸딩? 이건 또 뭔가? 푸딩 이름인가? 아님 과자점 이름? 처음엔 이렇게 생각했다. ‘촌마게’라는 단어가 무얼 뜻하는지 모르니 그럴 수밖에.
궁금증은 의외로 바로 풀렸다. 책장을 넘겨 본문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나온다. ‘촌마게’란 ‘에도 시대 남자의 머리 모양으로 정수리까지 밀고 남은 머리를 뒤통수에서 틀어 올린 것’이라고. 하지만 일본의 전통문화에 대해 무지한 탓에 번역가의 친절한 설명에도 ‘촌마게’가 어떤 머리모양인지 금방 떠올리지 못했다. 일본영화나 드라마를 떠올리고 표지의 그림을 보고 그제서야 “아하! 촌마게!”하고 무릎을 쳤다. 그런데 궁금증 하나를 풀자마자 또다른 궁금증이 고개를 들이민다. 이 촌마게 머리를 한 남자와 푸딩은 대체 무슨 관계지?
책은 히로코와 아들 도모야의 아침 풍경으로 시작된다. 엄마는 회사 출근시간도 촉박해서 마음이 급한데 어린이집에 갈 아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꾸물대는, 어디선가 자주 일어나는 광경. 그런 가운데 한 남자가 나타난다. 영웅처럼 ‘짠~!’하고 멋지게 등장하는 것도 아닌 긴 칼 두 자루를 옆구리에 찬 것 말고는 넋을 잃고 멀뚱하니 서 있는 남자. 그를 본 아이는 ‘옛날 사람’이라며 신기해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엄마에겐 그는 대하드라마에서 쏙 빠져나온 것 같은 남다른 모습을 한 남자였다. 결코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우연하게도 그들의 또다시 마주친다.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히로코와 도모야에게 에도 시대 분장을 한 문제의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예는 대체, 어드메요?” 히로코는 ‘도쿄의 스가모’라고 대답하지만 남자는 더욱 어리둥절할 뿐. 급기야 히로코의 목에 칼을 들이밀며 ‘낮도깨비’, ‘둔갑한 여우’, ‘귀신’ 운운하기에 이른다. 도와주려다 낭패에 이른 히로코는 남자를 집으로 데려간다. 그런데 남자는 엘리베이터를 보고, 아파트 실내의 스위치만 켜도 놀라서 기겁을 하는 게 아닌가. 아니, 이 남자 간이 작아도 너무 작은 거 아냐?
자, 이쯤되면 어떤 레퍼토리인지 대충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정답은 바로 타임슬립. 19세기 쇼군 집안을 호위하는 사무라이였던 남자가 180년을 거슬러 와서 21세기에 떨어진 것이다. 어떤 연유로 어떻게 타임슬립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에도 시대의 남자 기지마 야스베와 히로코, 도모야의 희한한 동거가 시작된다. 이후 그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야스베는 과연 에도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지금까지 타임슬립을 이야기하는 소설은 많았다. 그 많고 많은 이야기 속에서 <촌마게 푸딩>은 독특한 매력을 지닌 소설이다. 180년 전 과거에 살던 인물이지만 그가 불쑥 내뱉는 말은 시대를 넘고 세대를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와 도리를 강조하는 야스베의 말에 한편으론 뜨끔했고 우리 일상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해보게 됐다.
책의 내용은 결코 무겁지 않다. 그렇다고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볍지도 않다. 적당한 무게와 가벼움으로 일상의 소소한 재미, 적당한 유머와 작은 감동들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우연히 이런 기사를 봤다. ‘스리랑카의 육군 특공대원들이 총 대신 부엌 칼을 들고 요리 실습을 받았다.’는 머리기사를 보는 순간 쿡, 웃음이 나왔다. 19세기 사무라이 야스베가 남다른 칼놀림과 요리, 과자에 재능을 보였던 것처럼 현대의 특공대원들이 파스타 같은 유럽 요리와 스리랑카의 전통 요리를 비롯해 칵테일 제조와 테이블 장식까지 통달한 특급요리사 교육을 받았다니 책 속의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촌마게 푸딩>이 작년 여름 일본에서 영화로도 제작되었다고 해서 찾아봤다가 깜짝 놀랐다. 세상에, 이럴수가! 비주얼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청소에 살림, 요리까지 잘하는데다 이 정도의 비주얼이라면.......우와!!! (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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