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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의 책읽기 - 내 삶을 리모델링하는 성찰의 기록
유인창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남들이 모두 두려워하는 서른도, 공포에 떤다는 마흔도 무덤덤하게 보냈다. 일하느라 정신없는 사이에 서른이 되었고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몸조리하다보니 어느새 난 마흔이 되어 있었다. 때문에 나이라는 거, 그저 한 해 한 해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는? 남자에게 마흔 살이란 나이는 어떤 의미일까? 남편과 나, 두 사람 모두 마흔을 이미 넘긴 나이지만 그래도 알고 싶었다. 남편이 지금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마흔 살의 책읽기>는 ‘내 삶을 리모델링하는 성찰의 기록’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오랫동안 기자로 일하던 저자가 마흔을 맞아 그동안 읽은 책을 통해 지난 삶을 돌아보고 그런 가운데 앞으로 걸어갈 길을 내다보는 모습들을 기록한 책이다. 책은 크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삶의 두 번째 여행’ ‘나는 무엇으로 사는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주제에 따라 6~8꼭지의 이야기를 관련 있는 책과 엮어 놓았다.
마흔이 어떤 나이인지, 마흔이 되어 겪는 변화와 망설임에 대해 털어놓으면서 저자는 한 사람의 삶을 시간으로 나누어봤을 때 거의 중간에 해당하는 마흔은 변화하기에 좋은 나이라고 말하면서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의 본문을 일부 수록해놓고 있다. 저자가 마흔이 되어 느끼는 고독과 원인을 알 수 없는 억울함 등을 스티브 비덜프의 [남자, 그 잃어버린 진실]을 통해 토로하고 더 이상 밥벌이에 지친 초조한 중년에 머물지 않겠다고 베르나르 올리비에의 [나는 걷는다]를 빌어 다짐한다. 고장 난 자동차로 인해 마흔이란 나이의 무게, ‘나이에 맞게 산다’는 것의 의미를 돌아보면서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팬클럽]에서 패배를 거듭하는 가운데 의미를 찾아가는 것처럼 다소 초라하더라도, 유혹이 닥치더라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며 다시 힘을 내곤 한다.
사실 <마흔 살의 책읽기>라는 제목 때문에 처음엔 책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하지만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내 짐작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저자가 마흔이 되기까지 살아오면서 느꼈던 생각과 삶의 자세, 젊은 날의 꿈과 희망에 대한 아쉬움, 고독 같은 것들을 책의 내용을 빌어서 전해주고 있었다. 즉, 책의 내용보다 저자의 생각이 핵심이었던 것. 그렇게 보면 본문 중에 책의 내용이 적게 언급, 수록되어 있는 점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쉽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본문에 소개한 책에 대해서 한 두 페이지 정도의 짧은 소개글을 실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저자와 동년배여서일까. 저자의 이야기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하게 와닿았다. 중년이 되어 인생의 이모작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라면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다.
공부를 못했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잡지 못했지만, 아내에게 잘 해주지 못했지만, 아이 학원도 제대로 보내지 못했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는 돈을 많이 벌지 못했지만, 나는 잘못한 게 없다. - 36쪽.
마흔이 불혹인 것은 세상의 온갖 미혹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이제 그럴 나이가 되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의 갖은 말에도 흔들리지 않을 나이, 불혹으로 들어서는 나이, 그게 마흔인 것이다. - 107쪽.
삶은 우리에게 배신자였다. 젊은 시절에는 그럴듯한 그림을 보여주면서 현혹했다. 그 그림의 채색이 완성되기를 기대하면서 묵묵히 세월을 따라 걸었지만 그림은 여전히 완성되지 않았다. - 156쪽.
행복의 모습은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리고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마치 변신로봇처럼 모습도 아주 자주 바뀐다. 자신의 상황에 따라서, 또는 생각에 따라서 언제든지 모습을 바꾼다....어렵지 않게 겪는 일이다. 그것이 세상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 2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