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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사 속의 미스터리 - 역사 속 인물의 또 다른 얼굴
기류 미사오 지음, 박은희 옮김 / 삼양미디어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여고 때 이과를 선택해서인지 세계사를 배우지 않았어요. 중학교에서 잠깐 배운 게 전부인데요. 그 당시 세계사를 재미있다고 느끼지 않아서인지 세계사는 왠지 복잡하고 골치 아프다는 기억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보니 세계사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학문이 아니었어요. 외국 소설책 한 권을 읽어도 거기엔 세계의 역사(특히 유럽의 역사) 혹은 신화가 바탕이 되어 있었습니다. 때문에 그것에 대한 지식이 없는 한 소설 한 권을 온전히 읽었다고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 세계사에 관한 책을 틈나는대로 읽고 있는데요.
몇 년 전 삼양출판사에서 출간된 <상식으로 꼭 알아야할 세계사>를 읽고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세계사에 인류가 탄생하고 진화를 거치는 것을 시작으로 고대 문명의 발상지를 훑어보고 아시아와 아메리카, 이슬람, 중세유럽, 근대 유럽으로 옮아가면서 각 대륙에서 일어난 크고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어떻게 해서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갔는지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요.
여기 또 한 권의 흥미로운 책이 있습니다. 역시 삼양출판사의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시리즈인데요. 이번에는 <세계사 속의 미스터리>편입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세계사 속에 숨겨진 비밀을 캐는 것 같아 흥미로운데요. 예전의 <상식으로 꼭 알아야할 세계사>가 사건 중심이었다면 <세계사 속의 미스터리>는 ‘역사 속 인물의 또 다른 얼굴’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인물’ 중심입니다. 어떤 인물들이 있는지 한번 볼까요?
책은 크게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역사 속에 존재하는 미스터리 를 각 장마다 주제를 두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끊이지 않는 의혹’ ‘논쟁을 남긴 잔혹한 역사’ ‘여인천하, 사랑과 매혹의 역사’ ‘불가사의한 역사 속 괴짜들’ ‘세계를 농락한 위조·도난의 역사’ ‘보물을 둘러싼 꿈과 욕망의 역사’ 주제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삼총사][몬테크리스토 백작] 같은 흥미진진한 작품을 쓴 뒤마. 그의 작품 [삼총사]에 등장하는 철가면이 바로 루이 14세의 쌍둥이 형제라는 겁니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철가면이 바스티유 감옥에서 옥살이를 할 때 어떤 상황이었고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일일이 열거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간혹 스릴러 소설의 소재로 등장하는 히틀러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들. 과연 히틀러는 죽었을까? 아니면 극비리에 탈출해서 어딘가에 살아있을까? 저자는 히틀러의 죽음을 ‘의도적으로 연출된 쇼가 아니었을까’라며 강하게 의문을 품는데요. 철가면의 정체와 함께 히틀러의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가 언제쯤 풀릴지 기대가 됩니다. 여섯 번째로 소개된 ‘세기의 살인마, 제프리 다머’는 정말 끔찍했습니다. 평범한 겉모습 이면에 감춰진 잔혹하고 극악무도한 살인마. 제가 책을 읽을 때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는 유영철’이 감옥에서 소동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됐었는데요.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연쇄살인마의 길을 가도록 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외에도 금발의 섹시 스타 마릴린 먼로를 비롯해 중세의 유럽역사를 좌지우지했던 엘레오노르 다키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요. 마침 제가 두 여인에 관한 책을 읽어서인지 본문의 내용이 짧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장칭’.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정말 큰 수확이었어요. 중국의 현대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문화대혁명. 그 사건의 중심에 그녀가 있었다니. 마오쩌둥의 부인으로서 그와 함께 현대 중국을 이끌었던, 그래서 등소평의 강한 견제를 받아야했던 여인 ‘장칭’. 그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왠지 텔레비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수수께끼. 의문을 파헤치는 이야기,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었습니다. 다만 3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분량에 23명의 인물을 다루다 보니 각각의 인물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없어서 아쉬운데요. 역사에 대한 호기심,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엔 적당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