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리더십, 선비를 말하다
정옥자 지음 / 문이당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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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을 보면 참, 한숨부터 나옵니다. 명석한 두뇌를 지닌 데다 엘리트 교육까지 받으신 높은 양반(?)들이 하는 짓거리는 어찌 그리도 상스러운지. 한 나라의 현재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보다 밝은 미래를 향해 불철주야 고심해야할 그들이 어찌 그리도 막 나가는 행동을 일심는지. 일개 범인(凡人)에 불과한 내가 봐도 한심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렇게 된 데에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이에 서울대 규장각 관장과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던 저자 정옥자 교수는 현재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고 그 속에서 교훈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리더십이 존재하는지 돌아보라며 의문을 던지는데요. 그런 그가 <한국의 리더십 선비를 말하다>라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 것은 바로 ‘조선시대의 선비’, 그들의 삶과 일상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일깨우라는 것입니다.




<한국의 리더십 선비를 말하다>는 저자가 그동안 발표했던 글들을 한데 모아서 엮은 책인데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1장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꿈꾸며’에서 저자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학창시절 4.19와 5.16을 겪으면서 학생의 신분으로 바라본 민주화 운동, 그로인한 갈등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그때의 일이 이후 자신에게 있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보면서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개혁과 권력병, 기업 문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데요. 2부 ‘참을 수 없는 역사의 가벼움’에서는 좀 더 강한 어조로 우리가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고 어떤 난관에 봉착해있는지 하나하나 짚어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나간 과거라고 일축해버렸던 것, 역사와 전통에 담긴 의미와 그 속에서 지금 우리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보라고 제시하는데요. 그것이 바로 ‘선비’입니다. ‘학식 있고 행동과 예절이 바르며 의리와 원칙을 지키고 관직과 재물을 탐내지 않는 고결한 인품을 지닌’ 선비정신이야말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핵심이라는 거지요. 그리고 3장 ‘왜 지금 ‘정조학’인가’에서 저자는 먼저 우리의 근현대사를 돌아보면서 그 백 년의 역사를 통해 무엇을 일궈낼 수 있었는지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정치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당파싸움, 조선이 멸망한 원인은 이 바로 당쟁이었다는 것이 바로 식민사관에 의해 철저히 왜곡된 것이라면서 ‘당쟁’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일깨워줍니다. 또 탐관오리의 반대어인 ‘청백리’가 오늘날에는 사라졌다면서 조선 선비 정신의 산물이자 핵심인 ‘청백리’를 일깨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올해 우리 나이로 70이 되었다는 저자의 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의 삶 속에서 우리가 잊고 있는 것,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일깨우고 되찾아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역사는 흘러가는 강물처럼 지나버리면 그만인, 그저 그런 것이 아니란 걸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언젠가 다가올 머지않은 미래에 나 역시 저자처럼 역사라는 거울 앞에 서게 되겠지요. 그때 거울 속에서 어떤 모습을 맞닥뜨리게 될지...그 모습을 만들어가는 것은 바로 ‘오늘의 나’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됩니다. 기대했던 ‘정조학’에 대해 많은 만나지 못해 아쉬웠지만 역사에 대한 생각을 바로세우는 계기가 된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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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형사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1
피터 러브시 지음,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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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자주 읽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추리와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합니다. 때문에 어느 작가가 유명한지, 그의 작품 중에서 꼭 읽어봐야 할 책은 무엇인지 수시로 체크해서 구입하고 있는데요. 그 중에 피터 러브시의 <가짜 경감 듀>가 있습니다. 19세기 영국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했다는 책이라기에 얼른 구입했지만 아직도 읽지 못한 책인데요. 그 책을 만나기도 전에 피터 러브시의 새로운 책이 출간됐습니다. 바로 <마지막 형사>인데요. 이 책은 저자의 작품 캐릭터 중에서 피터 다이아몬드란 인물을 널리 알린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입니다. 평범한 이름에 최고의 보석 다이아몬드가 더해져 탄생한 이름 피터 다이아몬드. 그가 등장하는 첫 번째 이야기. 이것만으로도 호기심이 동합니다. 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추 밸리 호수에서 낚시 삼매경에 빠진 사내의 낚싯대에 시체가 건져(?) 올라오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불타듯 붉은 머리를 한 벌거벗은 여자의 시체. 그 시체에서는 결혼반지를 꼈던 자국이 있다는 것과 농부의 아내가 아닌 커리어우먼일거라 짐작할 수 있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밝혀낼 수 없었어요. 시체의 신원을 비롯해 눈에 띄는 흉터도, 살인에 사용된 흉기까지도 말입니다. 이에 다이아몬드는 가장 먼저 시체의 신원을 밝히는데 전력을 기울이는데요. 그 결과 의문의 시체가 텔레비전에서 인기리에 방송됐던 드라마에 출연했던 배우 제럴린 잭맨이라는 것을 알아냅니다. 다이아몬드는 바로 그녀의 남편이었던 바스 대학의 교수인 그레고리 잭맨을 찾아갑니다. 살인사건이 발생할 경우 목격자와 신고한 사람, 가족들이 제일 먼저 용의선상에 오르듯이 아내가 실종된지 3주가 지났는데도 찾지 않았던 잭맨 역시 용의자로 조사를 받는데요. 잭맨은 다이아몬드에게 자신이 아내의 실종신고를 빨리 할 수 없었던 이유와 그동안 아내와의 결혼생활이 어떠했는지 설명하는 와중에 놀라운 사실도 털어놓습니다. 정원에 정자가 있었는데 아내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밤에 불타버렸다고. 이 말에 순간 충격을 받은 다이아몬드. 그는 과연 의문에 싸인 사건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까요?




<가짜 경감 듀>의 피터 러브시. 그의 시리즈물 중에서 첫 번째 책이라는데 왜 제목이 <마지막 형사>일까 궁금했습니다. 의문은 금방 풀렸습니다.




“피터. 자네는 한 시대를 마감하는 자리에 서 있네. 마지막 형사라고나 할까? 경찰대학에서 컴퓨터 관련 학위나 받고 졸업한 친구들과는 달리 발로 뛰며 잔뼈가 굵은 진짜 수사관이지.” ㅡ 29쪽.




소설의 초반, 이 대목을 보는 순간 무릎을 쳤습니다. 왜 ‘마지막 형사’라 했는지 알 것 같았어요. 저자가 다이아몬드를 통해 무언가 전하려고 한다는 것을. 다이아몬드의 동료 형사는 잭맨을 아내를 살해한 범인이라 확신하지만 결코 그게 전부가 아니란걸.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이상은 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요. 지금까지 읽었던 책에서는 중반에 이르면 범인의 윤곽을 어느 정도 찾아낼 수 있었는데 이 책은 읽는 내내 ‘도대체 누가 범인이지?’ 이런 물음표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 속에 복잡한 미로를 숨겨둔 느낌. ‘플롯의 제왕’이라는 수식어가 괜히 주어진 게 아니란 걸 실감했다고나 할까요?




발로 뛰며 수사하는 다이아몬드의 활약을 숨 가쁘게 따라다니고 나니 이야기는 어느새 마지막장. 참았던 한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내 아쉬워졌어요. 이제 언제쯤 다이아몬드를 다시 만나게 될까? <마지막 형사>를 시작으로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가 10권의 책이 출간됐고 현재 11번째 책이 완성되고 있다는데요. 하루라도 빨리 다이아몬드를 만나고 싶은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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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1 - 원시시대에서 남북국시대까지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1
강종훈 외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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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아주 반가운 기사를 봤습니다. 내년부터 고등학생들은 한국사를 선택이 아닌 필수과목으로 배우게 됐다는데요. 이 기사를 보는 순간 “그렇지!”하며 손뼉을 치면서도 ‘지금 내가 왜 이렇게 좋아하지?’ ‘한국 사람이 한국사를 배우는 건 당연하지 않나? 왜 ‘필수’과목이란 조건까지 달아야 하는 거지?’ 의문이 들었는데요. 생각보다 답은 금방 나왔습니다. 바로 ‘한국사가 재미없다는 것’. 사실 그래요. 국사. 재미없지요. 제가 학창시절에도 그랬으니까요. 시대가 바뀌고 세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은 바로 역사, ‘국사가 재미없는 과목’이라는 겁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얼마전에 만난 책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덕분에 말입니다. 우리의 역사를 연구하고 보급하는 역사문제연구소가 기획한 이 책은 우선 집필진부터 눈에 띕니다. 저자가 한 명이 아니라 역사에 있어서 각 분야의 전문가라고 손꼽히는 교수들이 함께 했는데요. 1권에만 해도 전문분야가 각기 다른 네 명의 교수가 공동으로 작업했습니다. 이것만 봐도 이 책의 내용에 대한 신뢰도를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는 모두 다섯 권으로 되어 있는데요. 전 이번에 읽은 1권은 [원시시대에서 남북극시대까지]를 타이틀로 해서 한반도의 역사를 고대에서부터 어떻게 발전했는지 짚어보고 있습니다. 책은 ‘원시시대와 국가의 형성’ ‘여러 나라의 성장’ ‘삼국시대의 전개’ ‘남북극시대’ ‘고대의 사회와 문화’ 이렇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전체적인 흐름만 보면 기존에 출간된 여러 역사 서적과 비슷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본문을 상단에 배치하는 편집방식에서부터 사진, 그림, 도표 같은 이미지 자료들을 보기 쉬우면서도 산만하지 않게 수록해놓았는데요. 유물과 유적에 있어서 가장 최신의 자료들까지 포함하여 소개하고 있어서 역사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 단순히 ‘신화’로만 여겨졌던 단군신화를 역사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사실 저도 그랬지만 환웅과 여자로 변한 곰이 단군을 낳았다는 이야기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뿐이라고 여겼는데요. 바로 그 단군신화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발전시키고 있어서 무엇보다 반가웠습니다. 우리 민족의 밑바탕, 뿌리가 굳건해지는 기분이랄까요? 특히 우리의 역사에서 통일신라와 발해가 함께 했던 때를 ‘남북극 시대’라고 지칭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삼국을 통일한 통일신라와 고구려 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해동성국’이라 일컫는 발해에 대해 역사를 인식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더욱 깊은 연구가 이뤄졌으면 합니다.




며칠 전 큰아이가 시험을 치렀습니다. 5학년 사회 과목은 4학년과 다르게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역사에 관한 책을 단계별로 읽었던 큰아이조차 버거워하는 점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교과서에서 짧게 몇 줄로 끝나는 역사를, 그 기나긴 흐름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거지요. 아마 예전의 저라면 “그냥 외워! 달달”이라고 말했을 겁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제가 역사에 관심이 있었던 탓에, 무엇보다 이 책이 있었기에(무엇보다 시험범위가 선시시대에서 발해까지였거든요.) 아이와 함께 공부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음 주엔 신라의 유적을 돌아보고 체험할 수 있는 경주 답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 어디를 어떻게 돌아볼까...궁리중인데요. 그런 도중에도 불쑥불쑥 궁금증이 생깁니다. 초등학교에서 점수는 그저 숫자일 뿐 기대를 접자 몇 번이나 다짐했지만....그럼에도 궁금해요. 큰아이의 사회점수가....




그동안 역사는 지루하고 재미없게 생각했다면 아이에게 제대로 된 역사관을 심어주고 싶은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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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사 속의 미스터리 - 역사 속 인물의 또 다른 얼굴
기류 미사오 지음, 박은희 옮김 / 삼양미디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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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 때 이과를 선택해서인지 세계사를 배우지 않았어요. 중학교에서 잠깐 배운 게 전부인데요. 그 당시 세계사를 재미있다고 느끼지 않아서인지 세계사는 왠지 복잡하고 골치 아프다는 기억이 오래 남았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보니 세계사는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학문이 아니었어요. 외국 소설책 한 권을 읽어도 거기엔 세계의 역사(특히 유럽의 역사) 혹은 신화가 바탕이 되어 있었습니다. 때문에 그것에 대한 지식이 없는 한 소설 한 권을 온전히 읽었다고 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이후로 세계사에 관한 책을 틈나는대로 읽고 있는데요.




몇 년 전 삼양출판사에서 출간된 <상식으로 꼭 알아야할 세계사>를 읽고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세계사에 인류가 탄생하고 진화를 거치는 것을 시작으로 고대 문명의 발상지를 훑어보고 아시아와 아메리카, 이슬람, 중세유럽, 근대 유럽으로 옮아가면서 각 대륙에서 일어난 크고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어떻게 해서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갔는지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는데요.




여기 또 한 권의 흥미로운 책이 있습니다. 역시 삼양출판사의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시리즈인데요. 이번에는 <세계사 속의 미스터리>편입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세계사 속에 숨겨진 비밀을 캐는 것 같아 흥미로운데요. 예전의 <상식으로 꼭 알아야할 세계사>가 사건 중심이었다면 <세계사 속의 미스터리>는 ‘역사 속 인물의 또 다른 얼굴’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인물’ 중심입니다. 어떤 인물들이 있는지 한번 볼까요?




책은 크게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역사 속에 존재하는 미스터리 를 각 장마다 주제를 두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끊이지 않는 의혹’ ‘논쟁을 남긴 잔혹한 역사’ ‘여인천하, 사랑과 매혹의 역사’ ‘불가사의한 역사 속 괴짜들’ ‘세계를 농락한 위조·도난의 역사’ ‘보물을 둘러싼 꿈과 욕망의 역사’ 주제만 봐도 어떤 내용일지 궁금증이 생기는데요.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소개하자면 [삼총사][몬테크리스토 백작] 같은 흥미진진한 작품을 쓴 뒤마. 그의 작품 [삼총사]에 등장하는 철가면이 바로 루이 14세의 쌍둥이 형제라는 겁니다.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저자는 철가면이 바스티유 감옥에서 옥살이를 할 때 어떤 상황이었고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일일이 열거합니다. 그리고 지금도 간혹 스릴러 소설의 소재로 등장하는 히틀러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들. 과연 히틀러는 죽었을까? 아니면 극비리에 탈출해서 어딘가에 살아있을까? 저자는 히틀러의 죽음을 ‘의도적으로 연출된 쇼가 아니었을까’라며 강하게 의문을 품는데요. 철가면의 정체와 함께 히틀러의 죽음을 둘러싼 수수께끼가 언제쯤 풀릴지 기대가 됩니다. 여섯 번째로 소개된 ‘세기의 살인마, 제프리 다머’는 정말 끔찍했습니다. 평범한 겉모습 이면에 감춰진 잔혹하고 극악무도한 살인마. 제가 책을 읽을 때 ‘희대의 살인마로 불리는 유영철’이 감옥에서 소동을 벌였다는 기사가 보도됐었는데요.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연쇄살인마의 길을 가도록 했을지 정말 궁금합니다. 이외에도 금발의 섹시 스타 마릴린 먼로를 비롯해 중세의 유럽역사를 좌지우지했던 엘레오노르 다키텐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데요. 마침 제가 두 여인에 관한 책을 읽어서인지 본문의 내용이 짧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장칭’. 그녀를 알게 된 것은 정말 큰 수확이었어요. 중국의 현대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문화대혁명. 그 사건의 중심에 그녀가 있었다니. 마오쩌둥의 부인으로서 그와 함께 현대 중국을 이끌었던, 그래서 등소평의 강한 견제를 받아야했던 여인 ‘장칭’. 그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왠지 텔레비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수수께끼. 의문을 파헤치는 이야기, 보는 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었습니다. 다만 3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분량에 23명의 인물을 다루다 보니 각각의 인물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알 수 없어서 아쉬운데요. 역사에 대한 호기심,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데엔 적당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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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의 우울 - 김영찬 비평집
김영찬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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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언어전달’을 합니다. 몇 개의 단어로 된 짧은 문장을 아이들에게 말하면 아이는 집에 돌아와 엄마에게 전달하고 그걸 엄마는 수첩에 적어 다시 유치원으로 보내 확인을 받는 건데요. 어떤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작은 아이는 그게 잘 안되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문장이 아닌 다른 말을 하거나 문장의 일부만 전달하곤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전 도대체 제일 처음, 선생님께선 어떤 말을 전달하신건가? 너무 궁금해서 조급증이 납니다.(어떨 땐 궁금증을 못 참고 유치원에 전화하기도 해요)




이번에 <비평의 우울>이란 책을 읽을 때도 그랬습니다. 책은 문학평론가인 저자가 2000년대 한국 소설에 대해 ‘문학의 안팎을 둘러보고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자 그간 썼던 글들을 모아서 출간한 책인데요. 이렇게 문학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만나면 제가 알지 못했던 좋은 책을 소개받는 기분이 들어 궁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어떤 한 작품과 제가 일 대 일,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다른 이를 거쳐서, 그의 생각과 가치판단에 의해 분석되고 평가된 글을 보기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데요. <비평의 우울>은 후자의 경우였습니다.




저자는 2000년대 한국소설에서 ‘근대문학 형성기를 거쳐 해방 이후 지속되어온 문학사의 한 단계가 끝났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의 한국문학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풀어놓습니다. 문학작품이 작가의 철학과 내면의 의식, 아픔,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성찰, 발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이나 가치관, 문학 제도 같은 것들이 당시의 사회 문제와 경제적인 변화와 맞물리면서 기존에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문학성이 결여되어 있다며 폄하하고 외면했던 대중문학과 장르문학적 상상력이 일부 젊은 작가들에 의해 ‘본격문학’에 도입되었는데요. 그것이 우리 문학의 큰 흐름으로 드러나면서 침체되어있던 문학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또 IMF라는 경제적인 큰 위기는 우리 삶을 갑작스런 변화구도로 몰아갔는데요. 그런 일련의 변화가 우리 문학에 녹아들면서 허무하고 우울한, 몽상적인 성향의 작품이 나타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책에는 김훈을 비롯해 박민규, 천명관, 정미경, 김연수, 김소진 등 여러 작가의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제가 읽은 책이 지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서 저자의 분석과 논조에 몰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게다가 저 같은 일반 독자가 아닌 전문 비평가 혹은 관련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어선지 ‘루카치’ ‘가라티니 고진’ 같은 인물은 물론 관련 전문 용어에 대한 설명이 없는데다 본문에 소개된 소설의 목록을 정리해놓은 색인이 없었습니다. 평론가인 저자에게는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이 우울했듯이 전 일반 독자들을 배려하지 않은 구성과 편집에 우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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