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가분 -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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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러분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곁에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 여러분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바로 이 순간입니다.




얼마전 참석한 도서관의 학부모 강좌에서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아무리 복잡한 일 때문에 고민을 되더라도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건데요. 이해하기 어려울만큼 난해한 말도 아니고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말이지만 실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바로 지금 직면한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뚜렷한 해결책도 없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복잡한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기분. 그 속에서 전 언제나 불안했는데요. 이제 그만 종지부를 찍고 싶었습니다.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이란 부제가 붙은 <홀가분>은 자신을 들여다보고 돌보는 것이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함을 알려줍니다. 자신을 다른 사람의 시선과 잣대로 평가하고 그로 인해 상처받기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한다고 전합니다.




책을 구성한 방식이 참 독특합니다. ‘심리처방전’라고 부제에도 나와 있듯이 책은 크게 다섯 개의 처방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첫 번째 ‘그래도 나를 더 사랑하라’에서는 저자는 자신에게 좀 더 당당해지라고 말합니다. 다른 이의 말이나 의견에 움츠러들기보다 어떤 조건이나 이유없이 자신을 좀 더 사랑하라고 조언합니다. 두 번째 처방전 ‘내 마음을 쓰다듬고 보듬고’에서는 어떤 아픔이나 역경도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 있으니 고난의 순간일수록 자신을 격려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라고 하구요. 세 번째 ‘언제나 당신이 옳습니다’는 어떤 일에도 휘둘리지 말고 나의 결대로 나의 호흡대로 균형을 잡아야 한다며 강조하고 네 번째 ‘때로는 서로 어깨를 맞대어라’에서는 복잡한 일상 속에서는 사람들과 올바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에 그럴 때일수록 자신의 내면과 마주보기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마지막 다섯 번째 처방전은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나입니다’인데요. 사찰에서 진행하는 수행을 예로 들어서 저자는 세상의 번잡함과 자극에서 벗어나 자신을 깊게 느끼고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야 오롯이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보통 2페이지, 많으면 3페이지에 걸쳐 하나의 심리처방전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화려하거나 과장된 그림이 아닌 간단한 그림과 짧은 글인데도 그것이 전하는 울림은 실로 큽니다. 늦은 밤 잠자리에 누워서 책을 읽다가 소리 내어 읽은 날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독자에게 조곤조곤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는 듯한 저자의 글에 가만가만 내 마음을 쓰다듬게 되고 잠자리에 들면 왠지 편안했습니다. 역시 저자의 처방전 덕분에 큰 효과를 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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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으로 산다는 것 - 플러스 에디션
김혜남 지음 / 걷는나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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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때가 있었습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제약이 따르고 공부가 힘겹게만 느껴질 때.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나이만큼 먹는다는 동지팥죽 새알심을 너무 많이 먹어서 탈이 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성인이 되고 결혼해서 아이 둘을 키우는 지금은, 막상 어른이 되고 나니 도리어 ‘어른’이기에 감당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아서 힘겹습니다. 나이할 수만 있다면 나를 옥죄고 있는 모든 것들을 벗어던지고 싶은,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시간이 흘러 일정 수준의 나이가 되면 누구나 다 어른이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나보다 많은 나이에도 철없는 행동을 일삼는 이가 있는가하면 훨씬 적은 나이인데도 성숙한 이가 있습니다. 도대체 ‘어른’이란 게 무얼까요? ‘다 자란 사람’ 혹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전적인 의미 외에 또 무언가가 있을 것 같았어요. 궁금했습니다.




예전에 지인에게서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란 책에 대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서른 살의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상황과 그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심리적인 변화를 인식하고 자신의 상처를 돌아보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했는데요. 당시 이미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긴 시점이라 그 책이 그다지 끌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어요.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란 제목에서부터 무언가 묵직한 것이 가슴을 누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어른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먼저 ‘나잇값’을 꺼냅니다. 어른이기에 짊어져야할 몫이 있고 책임이 있어서 그 기대치에 못 미칠 경우 “나잇값 좀 해라” “나잇값도 못한다?”는 말을 하게 된다고. 그러면서 의문을 던지지요. 도대체 어른이라는 게 무엇이길래 어른에게 이토록 많은 것을 기대하고 짐을 지우는 것인가. ‘바로 이거다!’라고 명확하게 답을 내릴 순 없지만 저자는 그것이 결코 감당키 어려운 짐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누구나 때가 되면 스스로 짐을 들게 될 때 그때야말로 진정한 자유가 찾아온다고. 자신의 인생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된다고 말입니다.




어른이 되기를 두려워하는, 언제나 아이로 머물고 싶어 하는 ‘피터팬 신드롬’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피터 팬]의 저자 제임스 배리가 어린 시절 형의 죽음으로 인해 겪어야 했던 슬픔과 상처, 경험이 그로 하여금 스스로 어른이 되기를 거부했다는 건데요. 피터 팬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이긴 하지만 그것이 성인의 경우, 상황에 따라 심각하게 돌아봐야 된다면서 몇 가지의 경우를 짚어주고 있습니다. 또 성장이란 친숙했던 것들과 이별하고 소중했던 것들을 떠나보내는 것이고 고통스러운 일이어서 ‘모든 성장에는 성장통이 따른다’면서 성장통을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후반부 ‘부모와 관련한 대목이었어요. 두 아이, 그것도 아들만 둘인 저는 매일 전쟁을 치르는 기분인데요. 저자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미움이라는 감정이 붙어있을 수 없다고 하면서 그 이유를 몇 가지 소개했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사생활을 방해한다. 아이는 무자비하며, 엄마를 마치 무보수의 하녀나 노예, 하층민처럼 취급한다...등’ 어쩜 그리도 꼭 들어맞는지 순간 무릎을 쳤는데요. 여기서의 핵심은 하나였습니다. 아이는 부모가 아니라는 것. 모든 부모가 아이의 수호천사가 되기를 자청하지만 그럴 수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는 것. 부모이기에 갖는 불안감을 버리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도록 존중해주라는 거였는데요. 이미 아는 내용이었지만 제겐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어른이니까, 엄마이니까 이래야 한다는 생각, 그 자체가 고정관념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거품처럼 잔뜩 부풀려졌던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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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
최성일 지음 / 연암서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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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당장 읽을 것도 아니면서 덜컥 구입하는 책이 있다. 대부분 인문학이나 과학 관련분야의 책인데 앞으로 좀 더 풍요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 꼭 읽어야할 것 같은, 아니 읽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문제는 그런 책이 여간 마음을 다잡지 않고선 손에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류문명의 발달에 대해 알기 위해 구입한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균.쇠>는 개정증보판이 출간되도록 읽지 못했고 그래도 과학도인데 이 정도는 읽어야지 했던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 역시 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책탐은 끝도 없어서 어디 좋은 책 없나 수시로 물색하곤 있는데 그런 차에 발견한 <어느 인문주의자의 과학책 읽기>는 왠지 내게 좋은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책의 구성은 단순하다. 과학책 애호가인 저자가 자신이 읽은 책의 서평을 썼는데 모두 39개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책의 초반 인문적 시각으로 과학책을 읽는다고 밝힌 저자는 자신이 어떤 과학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독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소개하는 것은 칼 세이건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중간쯤 읽다가 덮어버린 나로선 눈이 번쩍 뜨이는 대목이었다. 저자는 먼저 칼 세이건의 평전 <칼세이건 코스모스를 향한 열정>을 통해 세이건이 천문학도가 되는데 계기가 됐던 어린시절의 일화를 비롯해 그가 어떤 인물인지 알려준다. 이어서 저자는 자신이 중학생 때 몇 달에 걸쳐 <코스모스>를 읽었는데 매우 흥미롭고 새로운 독서였다고 한다. 다만 그 당시 초역 때문에 무척 애를 먹었다면서 ‘과학책은 거의 무조건 최신 번역판을 읽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인다.




그런가하면 과학이 우리 일상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저자는 장하나의 <속담으로 배우는 과학 교과서>와 다이우싼의 <고사성어 속 과학>, 김형자의 <과학에 둘러싸인 하루>를 인용해서 이야기한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칠 수 있는지 없는지, ‘웃음은 보약’이란 게 어디에서 근거가 있는 말인지 설명하는데 실제 우리의 몸에 웃음을 관장하는 ‘웃음보’가 있다고 해서 놀라웠다. 또 우리 일상이 첨단과학 기계로 무장하고 있지만 청소를 해주는 로봇이 개인용 컴퓨터처럼 보급되려면 10~20년이 훨씬 지나야한다고 하는데 청소에 자신없는 나로선 실망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 내가 읽었던 올리버 색스의 <뮤지코필리아>를 만나서 더없이 반가웠다. 음악적 심상 능력을 설명하기 위해 귀먹은 작곡가 베토벤를, 음악이 우리의 뇌측두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걸 밝히기 위해 음악 서번트를 통해 짚어주는 책이었는데 음악에 몰입한 올리버 색스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으로 기억된 책이었다.




평범한 사람에 비해 인문학자의 사고의 깊이가 달라서일까. 지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저자와 같은 책을 읽었음에도 해석하는 깊이와 받아들이는 내용에서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권의 책을 보다 자세히 꼼꼼하게 읽는 정독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띄었다. 본문이 300쪽도 되지 않는 책에서 39개의 글이 수록되다 보니 하나의 글, 과학책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듯했다. 게다가 인용되는 문구가 어찌나 많은지 책을 읽다가 수시로 이것이 저자의 말인지 인용문인지 따옴표를 찾으며 체크해야 하니 흐름이 끊어지는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처 알지 못했던 보석 같은 과학책들이 정말 많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는 것이 이 책을 읽은 보람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몇 달 전 이웃 블로그를 통해 이 책의 저자가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접했는데 책을 끔찍이도 아끼고 사랑한다는 저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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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의 서재 - 그리고 그들은 누군가의 책이 되었다
한정원 지음, 전영건 사진 / 행성B(행성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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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책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책도 많습니다. 책이 얼마나 될까 세어보다가 포기한 게 몇 번인지 모릅니다. 그냥 몇 천 권쯤 되겠지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거실과 방방마다 가득한 책 속에서 매일밤 책을 읽다 잠이 들며 행복해합니다. 내일은 어떤 책을 만날까 기대가 됩니다. 하지만 살짝 겁이 나기도 해요. 여기저기 무더기로 아슬아슬하게 쌓여있는 책들이 무너지면 어쩌나, 잠든 아이들을 덮치면 어떡하지? 이만저만 걱정이 아닙니다. 넘쳐나는 책을 정리하고 책 구입도 중단하면 되겠지만 전 도저히 그것만은 못하겠더군요. 읽고 싶은 책이 있는데, 갖고 싶어 안달이 나는데, 이 주체할 수 없는 책탐을 어쩌란 말입니까.




간혹 지인의 집을 방문할 때도 전 무의식중에 그 집의 책장을 살핍니다. 책이 얼마나 되나? 어떤 책이 있나? 혹시나 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보석 같은 책은 없나? 살펴보는데요. 간혹 저와 비슷한 이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군요. 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만나면 책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밤을 지새울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지식인의 서재>를 만났을 때 정말 기뻤어요. 법학자 조국, 자연과학자 최재천, 시인 김용택,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 등 여러 분야에서 지성으로 알려진 이들 15명의 서재를 엿볼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되었습니다. 그들의 서재엔 어떤 책이 있을까,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것은 어떤 책의 영향이 컸을까, 그들에게 책은, 서재는 어떤 존재일까.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법학자 조국의 서재에서는 붉은 소파와 벌거벗은 여학생의 뒷모습이 찍힌 사진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법학자이면서 시(時)를 좋아하는 그는 법이라는 딱딱한 이미지, 선입관을 떨치고 다소 의아하면서도 언제나 도전하고 굴복하지 마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하는군요. 제가 흠모하는 자연과학자 최재천에게 서재는 모든 학문이 소통하는 공간이란 의미의 ‘통섭원’이라고 합니다. 그는 자연과학자임에도 불구하고 빼어난 글을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거기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는, 그것도 딱딱한 음식을 먹듯 씹어 읽고 소리 내어 읽는 습관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라는 대목에서 정독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서재는 마을이고 숲이며 자연 그 자체였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계를 이해하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그에게 독서는 일상이고 삶이었는데요. 책이 가득한 서재를 병풍 삼아 책상에 앉아면 산과 강이 한 눈에 들어온다는 그의 서재가 너무나 부러워서 언제든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의 서재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그의 서재엔 제가 어린 시절 무척 재미있게 봤던 [캔디캔디]를 비롯해 [베르사이유의 장미]와 같은 만화가 가득했거든요. 성인이 된 후에야 만화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그는 책을 분류할 때 만화책이냐, 만화책이 아니냐에 따라 분류한다는 대목에서 그의 만화사랑을 느낄 수 있었구요. 언제든 그처럼 트렁크 책 쇼핑을 해보고 싶은 욕구가 불끈 솟았습니다.




처음엔 ‘지식인’이란 말에 저와는 뭔가 많이 다를 거라고 여겼습니다. 그들이 읽는 책은 대부분 어려운 인문학이나 전공서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책을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그들도 저처럼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쌓여있는데도 책에 욕심을 냈고, 책을 손에 잡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꽉 차오르는 기분이 든다면서 그런 자신을 가리켜 ‘책벌’이라고 불렀습니다.




15명의 비슷하면서도 서로 다른 서재를 보면서 가슴이 뿌듯해짐과 동시에 심한 갈증을 느꼈습니다. 아이들 책에 밀려 책장은커녕 마구잡이로 쌓여있거나 두꺼운 박스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는 제 책이 떠올랐습니다. 가느다란 빛 한줄기 들어오지 않는 곳에 책을 방치해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15명의 지식인들처럼 언젠가 저도 저만의 서재, 모두의 서재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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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조너선 프랜즌 지음, 홍지수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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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심플하다. <자유>라는 하나의 단어로 이뤄진 제목이 그렇고 표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게 외형만 놓고 보자면 그 어떤 책보다 단순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 단순함 속에 뭔가 숨어있을 것 같았다. 제목인 ‘자유’라는 단어만 해도 무엇의 자유를 의미하는지 알 수 없는데다가 상징하는 것은 또 얼마나 많은가. 머릿속에 온통 물음표만 가득한 상태로 책장을 펼쳤다.




책은 [뉴욕 타임스]에 실린 월터 버글런드의 기사에 대한 그의 고향인 미네소타 주 세인트 폴 지역 램지힐 사람들의 반응으로 시작된다. 월터와 패티는 2년 전에 워싱턴으로 이사했지만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그 기사 속에 거론되는 월터가 자신들이 아는 월터와 너무나 다르다는 것.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 하면서도 그들은 생각한다. 버글런드 가족에겐 뭔가가 있었다고.




월터와 패티는 중산층의 전형적인 중년 부부다. 월터는 어느 누구보다 가정적인 남편이었고 전업주부인 패티는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엄마였다. 두 아이 제시카와 조이를 키우면서 언제나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그들을 사람들은 ‘젊은 개척자’라고 부를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이 언제까지나 지속되지는 못했다. 버들런드 가족이 품고 있는 문제가 하나 둘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딸 제시카는 누가봐도 칭찬할만큼 반듯한 성품을 지녔지만 패티에게는 안중에도 없었다. 패티는 아들 조이만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완벽한 엄마’였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듯이 조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패티의 아들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모자관계가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지만 월터가 업무에 바쁜 나머지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그것은 급속한 관계의 악화를 불러왔다. 결국 조이가 집을 뛰쳐나가면서 위태위태하게나마 가족이란 울타리 속에 유지되던 버글런드 가족은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이후 책은 패티의 자서전으로 이어지는데 그 속에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받았던 상처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패티가 락가수 리처드에게 매혹되어 그에게 이끌렸던 것, 그런 그녀를 곁에서 바라보는 월터. 이들의 관계는 어찌보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삼각관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을 특별하게 느끼게 만든 것이 바로 저자의 글이 지닌 힘이었다. 시대의 변화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의 흐름과 삶의 변화들이 저자의 세밀한 묘사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나고 있었다.




엄청나다. 700쪽이 넘는 책의 두께가 그렇고 책이 품고 있는 이야기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중년 부부의 위기와 갈등으로 시작한 소설은 진정한 사랑과 자유는 무엇인지 인간이기에 갖는 욕망과 그로 인한 책임, 갈등 더 나아가 정치와 환경 같은 다소 무거운 이야기까지 담고 있었다. 이걸 드라마로 만든다면 몇 부작이나 될까? 16부작? 아니, 그걸로 스토리 전개가 될까? 패티와 월터의 3대에 걸친 이야기를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36부작은 되야 하지 않을까? 저자인 조너선 프랜즌의 책이 국내에 출간된 것은 <자유>가 처음이라고 한다. 그의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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