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고집쟁이 녀석 - 내 아이와 힘겨루기 끝내기 프로젝트
로버트 J. 매켄지 지음, 이순호 옮김 / 교양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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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애들은 벌써 다 알아요. 부모가 어떤지...”

둘째가 5살이 되어 유치원에 보내려고 여기저기 상담을 받을 때였다. 찾아간 유치원의 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 요즘 애들은 옛날과 다르게 영악해서 부모가 자기한테 어떻게 하는지, 어떻게 하면 부모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지 이미 터득하고 있다고. 큰애 때의 경험이 있으니 둘째를 키우는 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큰애 때보다 오히려 더 힘들었다. 아이와 하루 종일 씨름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나는 점차 지쳐갔다. 진이 다 빠지는 기분이었다. 결국 둘째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는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학부모 교육을 찾아다녔다. 아이의 기질이나 특성, 아동심리와 발달 이해, 대화법에 이르기까지 여러 강좌를 들으면서 느꼈던 것은 ‘내가 아이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거였다. 어떤 상황이 주어졌을 때 당시의 내 기분과 컨디션, 상황에 따라 해결방식이 달랐는데. 일관성이 없는 육아태도가 가장 안 좋다는 걸 알게 됐다. 그렇다면 아이를 일관성 있게 키운다는 건 어떤 것일까. 이 고집만 센 녀석에게 일관성이 통할까? 궁금해졌다.




‘내 아이와 힘겨루기 끝내기 프로젝트’라는 부제의 <요 고집쟁이 녀석>은 제목에서, 표지를 넘기자마자 만난 머리말에서부터 나를 확 끌어당겼다. 고집불통 청개구리 같은 녀석이라 화는 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화내면 안 된다고 배웠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아동발달과 상담심리에 대해 상당한 전문지식을 갖고 있던 저자도 나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온 것이 아닌가. 너무나 다른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저자는 돌파구를 찾기에 나선다. 미국의 한 대학에서 진행한 교사 역할에 대한 연구에 참가하면서 저자는 ‘한계 정하기’란 것을 알게 되어 그것을 아이에게 적용해보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는 아이의 모습에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가장 알맞은 지도법이란 걸 깨닫게 되는데, 이 책은 바로 저자가 직접 경험했던 그런 방법들에 대해 알려준다.




책은 모두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상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자기 자신을 알고 적을 아는 게 급선무이듯 올바른 자녀 양육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부모와 아이의 기질이 어떤지 정확히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다음 고집 센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부모의 행동, 반응을 탐색하는지 짚어주고 금지된 행동을 제재하는 방법을 조언하는데 이때 부모의 말과 행동이 반드시 일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계 정하기’ 역시 마찬가지다. 단호한 한계였는지 모호한 한계였는지 평소 자신이 아이를 대할 때 어떤 방법을 취했는지 돌아보라고 한다. 책의 초반에 자신과 아이에 대해 꼼꼼하게 체크했다면 이후는 새로운 방법을 하나씩 터득하는 것이 남았다. 아이에게 큰소리로 화내기 이전에 구체적인 아이의 행동에 초점을 맞춰서 지시하되 만약 아이가 못 들은 척 한다면 반드시 확인을 하라고 말한다. 내가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일관성’에 대해서도 저자는 말과 행동의 일관성뿐만 아니라 엄마와 아빠의 일관성, 앞과 뒤의 일관성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수정할 때도 끊임없이 반복해야 비로소 올바른 습관, 행동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고 하니 무엇보다 인내가 필요한 것 같다.




“애는 좀 별나게 커야 돼.” 지인은 늘 이렇게 말한다. 유순한 아이보다 고집 세고 유별난 아이가 커서 뭐가 되도 된다고. 하지만 나로서는 그런 아이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내 아이가 ‘왜’ 이런지 속만 끓였다. 괴로운 것도 결국 나였다.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해결방법을 찾는 것도 아이가 아닌 나의 몫이었다. 책에는 아이의 연령에 따른 한계 정하기 가이드가 있는데 둘째는 물론 큰아이에게도 적용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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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는 불행한가 - 전 거창고 교장 전성은, 대한민국 교육을 말하다 전 거창고 교장 전성은 교육 3부작 시리즈 1
전성은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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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큰아이가 입학하던 무렵이 생각난다. 걷는 것에서 뛰고 말하는 것까지 또래보다 느렸던 큰아이. 걸핏하면 아파서 병원 신세를 졌기에 이 아이가 제대로 자랄 수나 있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는 건 내게 대단히 큰 사건(?) 아니, 성과였다. 학교에서 친절한 선생님과 다정한 친구들을 만나 매일매일 공부도 배우고 친구들과 우정을 쌓으며 즐겁게 생활할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아이는 갈수록 학교에 흥미를 잃어갔다. 이미 다 알고 가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할까봐 선행학습은커녕 한글을 기초만 깨치고 입학했다. 그런데도 아이는 수업에 재미나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아이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은 다른 아이들에게 놀림거리가 되고 말았다. 더욱 놀라운 건 그것이 비단 내 아이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충격이었다. 아이들이. 왜? 학교를 싫어할까. 다른 곳도 아니고 초등학교가 왜 이렇게 살벌한 현장으로 변해버린 것일까.




깨어진 유리, 어두컴컴한 실내, 삭막한 분위기. <왜 학교는 불행한가> 표지를 보는 순간 호러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성인인 내가 봐도 들어가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표지가 현재 학교의 모습, 상황을 상징적으로 드러내었을 거라는 건 안다. 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알고 싶었다. 왜, 무엇 때문에 우리의 학교가 불행한지.




전 거창고의 교장을 지냈던 저자 전성은은 <왜 학교는 불행한가>를 통해 우리 학교 교육의 현실과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은 크게 ‘학교란 무엇인가’ ‘학교교육의 목적’ ‘평화를 위한 학교교육 제도’ ‘교사의 길, 학생의 길’ 이렇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먼저 학교가 어떻게 해서 생기고 어떤 과정으로 성장하게 됐는지 학교의 기원과 역사로 말문을 연 저자는 학교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짚어주는데 정말 놀랍다. 애초에 학교가 생기게 된 것이 바로 국가를 위해, 국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즉,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만든 곳이 학교이고 교육이지 인간을 더 인간답고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탄생한 게 아니라는 거다. 학교의 탄생과 교육의 목적에서부터 이미 완전히 상식을 벗어난 셈이다. 결국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흔히 말하는 일류대학에 가기 위해 친구와의 즐거운 놀이도 반납하고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공부 또 공부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학부모와 교사, 정부의 교육정책이 변해야 한다고.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을 고집하면 문제의 해결은 더욱 멀어진다고. 내가 자주 방문하는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지금의 우리 교육현실이 ‘달리는 기차를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아이들이 기차 앞에서 선로를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격이라고. 문제는 기차와 아이들의 간격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소름끼치는 현실이다. 아이들의 다양한 개성과 소질을 인정하고 개개인의 다름 또한 인정하는 교육, 그것이 이뤄지는 현장이 학교이기를 소망한다.




학교는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재능과 관심을 최대한도로 발휘하고 즐기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곳이어야 한다. 국가는 사회의 상식에 맞서 학교가 그러한 곳이 되도록 돕는 일을 해야 한다. -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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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 당신을 위한 글쓰기 레시피
김민영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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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편, 어떤 글이든 써와서 그걸로 얘길 해보면 어때요?”

어제였어요. 독서동호회의 지역 모임에서 한 멤버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느낌과 생각을 토론하는 것처럼 각자가 적어온 글을 토론의 소재로 삼아보자는 거였는데요. 순간 제 머릿속에는 두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좋다! 그렇게 해서라도 조금씩 글을 써봐야지’. ‘어이쿠, 내 주제에 무슨 글을 쓰냐?’ 글을 쓰고 싶지만 언제나 생각뿐, 쉽사리 쓰지 못하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은 제게 있어 꿈이자 소망이지만 동시에 두려움이기도 하거든요.




글쓰기 강좌의 강사이자 네이버에서 ‘파워블로거 스윗도넛’으로 알려진 저자는 자신이 처음부터 글을 잘 쓴 건 아니었다고 고백합니다. 글을 잘 쓰지는 않았지만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강했기에 잘 다니던 직장에서 뛰쳐나와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군요. 한 줄의 글을 쓰기 위해 고심하고 몇 번씩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글을 잘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예전의 자신처럼 글쓰기에 서툰 이들을 위해 내놓은 글쓰기 매뉴얼이 바로 이 책 <첫 문장의 두려움으 없애라>입니다.




‘당신을 위한 글쓰기 레시피’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책은 글을 보다 쉽게 재미있게 쓰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책은 글을 쓰기 시작해서 마무리하는 과정에 따라 크게 ‘머릿속 빨간펜은 잊어라’ ‘탄탄한 글쓰기를 위한 얼개를 세워라’ ‘읽는 이의 마음을 잡아라’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고 그것을 다시 세부적으로 13단계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글을 쓰기 전에 무엇에 대해 쓸 건지 글감을 찾는 요령에서부터 글을 쓸 때 알아둬야 할 것들을 알려줍니다. 이를테면 처음에는 너무 ‘잘’ 쓰려고 하기보다 일단 끝까지 쓰는 것이 중요한데, 절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첫 문장을 시작으로 출발점을 찍었다면 그 다음으로 진행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개요를 짜는 법이나 글을 연결하고 정리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나하나 짚어주는데요. 본문의 중간중간에 저자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어서 글에 대한 부담감을 덜 수 있었습니다.




책에는 하나의 단계가 끝날 때마다 독자들이 실제로 글을 써 볼 수 있는 ‘실전연습’편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전 아직 아무 것도 써넣지 못했습니다. 저자가 시작단계에서 누누이 강조했던 ‘머릿속의 빨간 펜을 잊어라’ ‘잘 쓰려고 하지 마라’는 것조차 전 쉽지가 않네요. 무엇보다 글에 대한 저의 눈높이를 낮추는 걸 연습해야겠습니다. 저자가 알려준 책으로 필사를 해보는 것도 좋구요. 그러면 당장은 무리겠지만 적어도 일 년 후, 십 년 후 저의 글은 지금보다 나아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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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 1 - 봄.여름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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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드디어 해수욕장이 개장을 했습니다. 개장 첫날 해운대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체질상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가는 걸 싫어하는 저희 가족은 송정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해운대와 송정, 거리는 그리 멀지 않지만 분위기는 천지차이거든요. 모래사장에 작은 자리를 펴자마자 작은 아이는 모래놀이에 빠져들었습니다. 간신히 쌓은 모래성이 밀려온 파도에 무너져도 아이는 끊임없이 모래를 쌓았습니다. 온몸에 모래를 뒤집어쓰며 놀이에 몰두한 모습을 남편과 함께 지켜보다가 책을 펼쳤습니다. 한 명의 소년이 바람에 몸을 싣고 힘차게 해변을 뛰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인 책. 바로 <소년시대>입니다.




봄날의 이른 새벽, 코리는 우유배달을 하는 아빠와 함께 집을 나섭니다. 아빠의 우유배달을 도와주고 나면 아빠가 학교에 데려다주거든요. 1964년의 그 날도 코리는 새하얀 초승달을 바라보며 아빠의 낡은 픽업트럭에 올라탔습니다. 우유배달을 하면서 코리의 꿈에 대한 얘기를 나누기까지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하루였지만 그 날은 아니었어요. 숲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차가 색슨 호수에 빠졌는데 운전석에 있는 사람이 차에서 나오질 않는 거예요. 할 수 없이 코리의 아빠가 호수에 뛰어드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됩니다. 운전석에 있던 사람의 얼굴이 폭행을 당한 듯 엉망인데다 목에는 피아노 줄이 칭칭 감겨있지 않겠어요? 게다가 손목에는 수갑을 채워 핸들과 묶여져 있고 말입니다. 여태까지 봤던 시체 중에서 가장 참혹하고 처참한 모습에 코리의 아빠는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 그런 가운데서도 그는 운전자가 살해당했음을 확신합니다.




그즈음 코리는 무심코 숲을 바라보다가 거기에 서 있는 사람을 보게 됩니다. 그저 잠자코 서 있는 그의 시선에 코리는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의문의 사람은 이내 사라집니다. 그는 대체 누구일까? 왜 그때 그 자리에 있었던 거지? 호수에 빠진 사람과 관계있는 건 아닐까? 혹시 살인범? 이후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의문들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더 기이한 것은 시체의 신원을 도무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거기다 문제의 시체는 호수 바닥 깊숙이 가라앉고 말았으니 시체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살인사건 또한 존재하지 않는 게 되고 만다는 거지요. 사건을 목격한 코리의 아빠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한편 코리는 자신의 운동화 밑창에서 발견된 초록 깃털을 단서로 사건을 추적해갑니다.




조용한 마을 제퍼에서 이른 새벽에 일어난 의문의 사건으로 인해 소설은 초반부터 미스터리적인 분위기가 물씬 배어나오는데요. 사실 책은 열두 살 소년 코리의 일상에 초점이 맞춰진 듯합니다. 그 나이 또래의 소년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야기들,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거나 야구를 하고, 영화 [화성의 침략자들]을 보고 난 후 외계인이 침략할까봐 겁을 집어먹기도 하고 절친했던 친구와 가슴 아픈 이별을 하기도 하는데요. 가슴이 세차게 뛸 정도로 스릴 넘치는 이야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시종일관 흥미진진함으로 가득합니다. 열두 살 소년 코리가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모습은 때론 웃음이 나올 만큼 코믹하면서도 때론 담담한 슬픔으로 가슴 한 켠에서 아릿한 느낌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모든 게 바로 저자의 글이 지닌 힘이겠지요. 스티븐 킹의 <스탠드>를 능가한다는 저자의 <스완송>도 얼른 만나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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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더 - 샌프란시스코에서 밴쿠버 섬까지 장인 목수들이 지은 집을 찾아다니다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 3
로이드 칸 지음, 이한중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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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의 부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지인이 있다. 지난해에 그의 가족은 가까운 시골에 작은 집을 구입했는데 주말마다 온가족이 모여서 지내고 온다고 한다.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없는 작은 집에서 아이들은 온 동네를, 산과 들로 쏘다니기 일쑤라고 하는데. 어린 시절부터 시골집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었던 나로선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본가의 어른들께서 시골로 가셨으면 하고 은근히 바라지만 문제는 당신들께서 그럴 생각이 전혀 없으시다는 거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작은 집에 대한 꿈을 접으려고 하던 차에 땅콩집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땅을 매입해서 건물을 짓는데 드는 비용이 생각보다 적다고 해서 책도 출간돼서 읽어봤다. 어른들이 못 가시겠다면 우리가 가지 뭐! 그런데 내가 꿈꾸던 집, 자연을 닮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집과는 거리가 있었다. 아들들아. 우짜겠노. 너나 나나 시골집하고는 인연이 없는갑다.




그런 차에 만난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의 세 번째인 <빌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마치 오래 전부터 그 곳에 존재했던 것 마냥 더없이 자연스러웠고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저자인 로이드 칸은 이 책을 위해 태평양 연안을 따라 캐나다에 이르는 길을 오랫동안 여행하면서 그 곳의 무수히 많은 빌더들을 만나 그들의 상상력과 장인정신이 녹아든 집을 조사하게 된다. 생태건축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전에 그들은 이미 천연재료와 자연을 이용해 건물을 지었는데 놀라운 건 그 모든 작업을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했다는 거였다.




커다란 판형의 책에 수많은 사진과 그림이 빼곡하게 들어찬 책을 보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마치 우리의 기와집을 보는 듯 우려한 곡선의 지붕이 인상적이었던 나뭇잎집을 비롯해서 여인의 신체 일부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요가 스튜디오에서는 건물이 살아서 숨쉰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커다란 그루터기를 깎아 만든 문간은 그야말로 마법의 세계로 통하는 문 그 자체였다. 책에는 정말 이런 집도 있나? 싶을 정도로 독특한 모양의 건물도 많았다. 커다랗게 곧게 뻗은 나무에 층층이 계단을 만들어 놓은 이가 있었는데 ‘별들에게로 가는 계단’이라는 이름만큼 낭만적이었다. 그런가하면 집이 마치 볼링공처럼 생긴 둥근 나무집을 나무에 매달아 놓았는데 그곳에서 맞이하는 깊은 밤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빌더는 고드프리 스티븐스였다. 그의 기묘하고도 절묘한 건물과 수많은 작품들. 보는 순간 입이 쩍 벌어졌다.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해 좀 더 많은 걸 알고 싶었다.




얼마전 100층이 훨씬 넘는 초고층 건물을 짓기 위해 엄청난 공사장비가 투입됐다는 기사를 봤다. 하늘을 찌르듯 우뚝 솟은 건물을 상상해보면 왠지 아찔하다. 그 속에 깃든 인간의 오만함에 소름이 끼친다. 그에 비하면 <빌더>의 건물은 어떤가. 자연을 해치지 않고 그 속에 녹아들어 있는 건물들을 보면서 내내 부러웠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빌더들을 만났다. 모두들 하나같이 표정이 살아있었다.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이들은 뭔가 달라도 달랐다. 아, 너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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