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의 주인 1
시노하라 우미하루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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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겨보는 만화책의 다음권이 나왔나 궁금해서 뒤져보다가

발견한 책, <도서관의 주인>

작은 동네의 어린이도서관을 무대로
도서관의 사서와 책을 읽기위해 방문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현재까지 출간된건 달랑 한 권뿐이지만
난 이 책이 나의 책이라고,
하나의 보석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나 역시 도서관의 주인이 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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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자꾸 먹는 진짜 속마음 - 커피, 초콜릿, 빵, 아이스크림, 밀가루 음식, 과자…
도린 버츄 지음, 문신원 옮김 / 지식채널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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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를 출산한 이후부터였던 것 같아요.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잠시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습니다만 절실함이 달랐다고 할까요? 아이를 낳기 전엔 드러내놓고 자랑할만한 완벽한 S라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비만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아이를 낳고 밤낮으로 육아에 시달리다보니 언제부턴가 몸이 차츰 불어나기 시작하더군요.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할수도 없을만큼 바쁘고 힘들면 핼쑥해져야 정상 아냐? 왜 오히려 살이 찌지? 전 이 부분이 도무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왜냐면 이전까지의 전 그렇지 않았거든요. 조금씩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둘째 낳고서 ‘찬스’라고 여겼습니다. 산후 비만을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그런데 웬걸? 큰애 때보다 더 정신없고 더 바쁘고 더 힘겨운 거예요. 하루가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를만큼 정신줄을 놓고 지내는 사이 몸은 점점 더 불어났습니다. 이젠 정말, 진짜진짜 심각해요. V라인, S라인? 저리 가라고 해. 그런 건 바라지도 않아. 그냥 앞으로 남은 반평생, 제발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만큼, 지금보다 좀 가벼워지면 좋겠어. 살아살아 내 살들아. 이젠 제발 날 떠나줘...이렇게 고별의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게 바로 지금의 제 심정이랄까요?


다이어트, 체중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 운동과 식이요법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게 정말 어렵다는 건데요. 간혹 연예인들이 간을 하지 않은 닭 가슴살에 과일이나 야채 몇 가지로 체중감량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난 고기 안 먹는데? 늘 야채만 먹는데? 그런데 왜 살이 찌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자꾸 먹는 진짜 속마음>이란 책에서는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왜 자꾸 먹는지 그 마음이 문제’라고 하네요. 상담과 심리치료사로 활동한 저자는 사람들이 어떤 음식이든 자꾸 먹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알아차리고 그 마음과 심리를 치유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간혹 영화나 드라마에서 알코올이나 마약중독인 사람이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조금씩 치유하고 바꿔나가는 것처럼 음식에 대한 욕구 역시 마찬가지라는 거지요. 개인이 안고 있는, 해결되지 않은 심리적인 욕구, 감정적인 문제가 음식을 먹는 것으로 표출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 자신의 내면, 마음을 이해하고 조금씩 음식에 대한 욕심, 식욕을 조절해 나가다 보면 체중도 자연히 줄어들게 된다는 겁니다.


책에는 초콜릿을 비롯해 유제품, 짭짤한 군것질, 맵고 자극적인 음식, 음료수, 빵, 과자, 사탕..과 같이 사람들이 집착하는 특정 음식물마다 어떤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는지 알려주는데요. 전 특히 초콜릿과 맵고 자극적인 음식 부분이 눈에 띄더군요. 초콜릿에는 로맨틱한 사랑에 빠졌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초콜릿을 먹으면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데요. 문제는 초콜릿에 집착하는 사람의 심리를 분석해보면 애정의 결핍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해서 본문에는 초콜릿의 갈망이 어느 정도인지 체크해볼 수 있는 리스트가 있는데요. 제가 직접 해보니 초콜릿 중독이 아니라 ‘행복한 초코 홀릭’으로 나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간혹 새콤하거나 매운 음식을 먹으면서 기분전환할 때가 있는데요. 이는 스트레스와 과로로 인해 기진맥진한 상태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저자가 언급하는 것이 저와 꼭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는, 상당히 근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제가 먹는 음식이 바로 제 자신을 만든다는 것. 여러분은 자신을 어떻게 가꿔나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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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모험 - 조선 엘리트 파워
안승일 지음 / 연암서가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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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아이에게 읽힐 위인전을 고르고 있을 때였다. 하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니니까 주변에선 그냥 유명출판사의 전집을 들여놓으라고 조언을 했지만 왠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위인의 삶이나 사상보다 업적만을 지나치게 추켜세운, 위인은 범인과 달리 태어날 때부터 무언가 달랐다는 식의 떡잎론으로 일관하는 위인전이 얼마나 많은가. 아이의 손에 그런 반쪽짜리 위인전을 쥐어주고 싶지 않았다. 선별된 목록을 바탕으로 서점에서 일일이 확인하다보니 시간이 생각보다 많이 소요됐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 여겼다. 그런 차에 의외의 인물을 만나게 됐는데 그가 바로 김옥균이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을 통해 배운 지식에 의하면 ‘김옥균’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개화파’ ‘갑신정변’ ‘삼일천하’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면 김옥균은 조선말 정치가이며 박규수의 영향으로 개화사상을 받아들였으며 일본의 문화와 제도를 살펴보고 귀국한 뒤 박영효, 홍영식과 함께 갑신정변을 일으켜 재정권을 손에 쥐지만 청의 간섭으로 3일 만에 실패(3일 천하)하여 박영효, 서재필과 함께 일본에 망명하였다는 것이 전부이다. 당시 김옥균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실패한 개혁가. 정치가란 이미지가 전부였기에 솔직히 놀랍고 의외였다. 그런데 그가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위인전에 속해있다니.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바로 내가 그렇게도 경계했던 반쪽자리 역사였다는 걸 알기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책은 ‘새 물결 새 바람, 그 이름 개화사상’, ‘역사의 전면에 나선 ‘젊은 그들’’, ‘‘3일 천하’로 끝난 허무한 꿈’, ‘참담한 망명 생활-그 ‘잃어버린 10년’’, ‘혜성처럼 떠오르다 운석처럼 떨어지다’, ‘망국의 길에서 다시 만난 ‘북촌’ 개화파들의 험난한 행로’ 이렇게 크게 여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다. 북촌에 자리한 박규수(박지원의 손자)의 집에 출입하는 인물(오경석, 유대치)에 대한 이야기로 개화의 의미(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백성을 교화한다)를 보는 것으로 시작한 책은 개화사상의 선각자이자 핵심인물인 박규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 다음 조선 후기가 세도정치와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인해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처했는지 당시의 상황과 조선의 고질적인 병폐인 신분제도를 폐지하여 인재를 골고루 등용하는 일대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했다고 말한다. 김옥균 역시 낡은 생각이나 제도에서 벗어나 사회를 개혁하자는 생각으로 거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준비하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고종이 개화파의 생각과 주장에 공감을 보이면서도 막상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였던 것. 거사계획이 거듭 난관에 부딪히자 김옥균을 비롯한 젊은 개화파들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는데 의견을 모은다. 그리하여 1884년 12월 4일 우정국 개국 축하파티가 무르익어가는 순간. 거사를 일으키는데 그것이 바로 ‘갑신정변’이다. 그렇게 간신히 성사시킨 갑신정변이었지만 청의 간섭으로 인해 3일 만에 끝나고 마는데...


<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모험>은 조선말 개화파의 핵심인물인 김옥균을 중심으로 당시 시대적 상황이 어떻게 그들의 삶과 사상에 영향을 미쳤으며 급속한 발전으로 나라를 발전시키려 했던 개화파의 주장이 왜 실패하게 됐는지 그 원인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조선말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지만 책을 읽는 내내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생각, 주장, 개혁안이 3일 천하로 끝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하는 거였다. 틀림없이 우리나라가 지금과는 많이 다른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어느 시대 어느 국가든 그 시대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 있다. 국가. 사회 지도층이 그 정신을 솔선수범 실천에 옮길 때 그 나라 역사는 바로서고 발전할 것이다. - 7쪽.


저자는 서두에 이렇게 ‘시대정신’에 대해, 젊은 그들의 모험과 도전은 실패로 끝났지만 젊은 그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재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바로 이 <김옥균과 젊은 그들의 모험>의 의미이기 때문에. 하지만 시대정신만으로 얘기할 수 없는 것들도 분명 있지 않을까? 어느 시대의 역사이건 학자들의 주장이 저마다 다르듯이 조선말의 급변하는 상황과 갑신정변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시의 역사에 대해 자세한 것을 알지 못하기에 무어라 단언할 수 없지만 김옥균을 비롯한 개화파 인물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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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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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너무 속이 상하고 울적하고 화가 나서,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때. 저는 무작정 길을 걷곤 합니다.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줄기차게 걷다보면 어느 정도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던 주변 상황이나 모습들도 그제야 조금씩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요. 간혹 그러다가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너무 작고 아담해서 신경 써서 찾지 않으면 백발백중 그냥 모르고 지나쳐버리게 되는 그런 카페. 여기에 이런 곳이 있었나? 궁금한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커피 한 잔 하고 나오면서 다음에 또 와야지 마음먹게 되는 그런 카페.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음’이 없어요. 몇 달이 지나 생각이 나서 찾으려고 하면 거기가 어디였는지 도대체 생각이 나질 않더란 말이지요. 분명 이 근방이었는데...하고 한참을 서성대다 그냥 돌아와버리는. 그러면 전 생각하지요. 그 카페의 문을 여는 순간 틀림없이 마법에 걸려서 환상의 세계로 빠져버린 거라고.


맛있는 커피와 음악 - 카페 ‘곶’ 여기서 좌회전.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자가 어린 딸과 함께 무지개를 찾아 모험에 나섰습니다. 무지개가 걸려 있던 방향으로 무작정 달려보기로 마음 먹었지요. 한참 해안가를 달리던 그들은 이런 간판을 마주칩니다. [맛있는 커피와 음악 - 카페 ‘곶’ 여기서 좌회전.] 이런 곳에 카페가? 의아해하는 그들에게 하얀 강아지가 다가옵니다. 마치 자신이 길을 안내하겠다는 것처럼. 그렇게 들어선 카페는 테이블이 겨우 두 개뿐인 아담한 가게였습니다. 바다로 향한 커다란 창으로 바다와 하늘과 초원이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그만 말문을 잃고 마는데요. 줄곧 조용히 곁을 지키고 있던 초로의 여주인이 말을 건넵니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뚜렷한 목적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선 이에게 특별히 생각나는 음악이 있을리 만무하지요. 하지만 주인은 남자와 아이의 마음을 어쩜 그리도 잘 아는지 그들에게 꼭 맞는, 음악을 들려줍니다. 아일랜드 여성 그룹 켈틱 우먼의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인간은 살아가면서 소중한 것을 잃기도 하지만 얻기도 한다는 음악은 사랑하는 아내와 엄마를 잃어 실의에 빠진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네줍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여름.


책은 계절이 여섯 번 바뀌고 그에 따라 여섯 곡의 음악과 사연들로 이뤄진 단편소설집인데요. 각각의 단편에는 제일 처음 수록된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처럼 ‘걸즈 온 더 비치(Girls On The Beach)’ ‘더 프레이어(The Prayer)’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 ‘땡큐 포 더 뮤직(Thank You For The Music)’와 같은 음악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아픔과 상처, 실의에 빠진 이들이 우연히 들른 ‘곶’ 카페에서 ‘맛있어져라...맛있어져라, 행복해져라...행복해져라!’하는 마법의 주문이 더해진 커피와 음악을 듣고 사랑과 용기, 희망을 찾아서 돌아가는데요. 어찌보면 한 편의 짧은 동화 같은 이 소설은 저자가 자신의 고향에 실제로 존재하는 찻집인 ‘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군요. 어떤 곳일까. 정말 궁금해집니다. 그곳이 만약 주변에 있다면. 언제든 기분이 울적할 때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지독한 방향치인 제가 길을 잘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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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봄에 죽기를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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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와 루팡에 빠져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집과 도서관의 책의 모두 읽고 나서 더 이상 읽을 책, 이야기가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실망도 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곧 이어 저는 아가사 크리스티와 앨러리 퀸이라는 위험하리만치 매혹적인 세계와 마주치게 되었거든요. 회색 뇌세포가 어쩌구 하면서 안락의자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의문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니. 그들은 셜록 홈즈나 루팡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더군요. 미스 마플은 또 어떻구요. 다정한 수다쟁이 할머니 같은 그녀가 가는 곳엔 언제나 사건이 벌어지는 순간 평범한 할머니 같던 이가 어느새 눈을 반짝이는 탐정으로 돌변해서 사건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장면(텔레비젼에서 시리즈로 했었지요)은 얼마나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는지... 넓은 세상만큼 탐정도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답니다.


그런데 이번에 독특한 탐정을 만났어요. 이름은 구도 데쓰야인데요. 엄밀히 따진다면 그를 탐정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그의 생업이자 직장은 좁은 골목길 끝에 자리한 다름아닌 ‘가나리야’라는 작은 맥주바이거든요. 그럼 맥주바 주인이지 어떻게 탐정이 될 수 있냐고요? 하지만 그게 아닙니다. 그는 분명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거든요.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이란 단편집의 제일 처음 소개되고 있는 동일한 제목의 단편 ‘꽃 아래 봄에 죽기를’만 봐도 그렇습니다. 외롭게 혼자 살다가 생을 마감한 가카오카 소교. 생전에 그가 하이쿠 동호회에 참여했기에 회원들이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는데요. 소교의 가족이나 고향, 과거에 대해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상황 에서 프리랜서 작가인 이지마 나나오는 소교의 습작노트를 건네받습니다. 예전에 소교와 함께 밤을 보내기도 했던 나나오는 소교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숨겨진 비밀을 있다는 걸 깨닫고 그의 유품(?)이나마 고향으로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교에 대해 무엇하나 뚜렷한 정보가 없을 때. 맥주 바 주인이자 소설의 탐정인 구도 데쓰야가 넌지시 말을 건넵니다. 소교의 고향을 짐작케 하는 단서를. 그리하여 나나오는 소교의 고향인 야마구치 현의 조후로 향하게 되는데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하이쿠 시인이었던 가카오카 소교에게 과연 어떤 과거가 숨겨져 있을까요?


이쯤되면 소설이 어떤 분위기인지 짐작되시죠? 맥주 바를 찾는 이들에게 맥주와 맛난 안주거리를 건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단골손님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곁에서 무심히(?) 듣는 것이 전부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나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건네기도 하고 때론 사건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추리하는 겁니다. 정말 굉장하지요? 바로 그런 형식의 단편이 <꽃 아래 봄에 죽기를>에 모두 6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그 여섯 편의 단편이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연작소설 형태라는 점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늦은 밤,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식당이 있습니다. 가게 이름은 <심야식당>. 이 집은 특별히 정해진 메뉴가 없어요. 얼굴에 세로로 긴 흉터가 있는 마스터가 준비한 음식을 내놓을 때도 있고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있는 재료로 만들어서 내놓기도 하는데요. 한번 이 가게를 찾은 사람들은 곧 단골이 되더군요. 매일밤 들러 소소한 이야기와 고민들을 털어놓곤 하는데요.


<꽃 아래 봄에 죽기를> 이 책을 읽는 내내 <심야 식당>이 떠올랐습니다. 구도 데쓰야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심야식당의 마스터처럼 그도 무언가 사연이 있는 걸까? 저자인 기타모리 고의 작품은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이 처음인데요. 그의 다음이야기, 또 다른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계속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자정이 가까워지는 깊은 밤. 문득 맥주 한 잔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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