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이펙트 - 세계적인 인문학자가 밝히는 서구문화의 근원 10 그레이트 이펙트 2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김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고대 그리스, 신들이 지배하던 시대. 트로이를 두고 수많은 전쟁영웅들로 장기판을 벌이며 신화가 된 여자들의 이야기’로 문을 연 웹툰이 있다. 웹툰을 시작하기에 앞서 작가는 이렇게 밝혔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재해석했지만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하지만 트로이의 왕녀 카산드라와 그리스의 헬레네의 관점에서 트로이 전쟁을 풀어낸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헥토르와 아킬레우스, 오디세우스, 아가멤논...과 같은 영웅들의 등장을 보고 있노라면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하나 파격적이면서도 논리적인 전개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에 오히려 원작인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궁금해졌다.


사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대한 관심은 오래 됐다. 책이나 영화에서 두 권의 책이 언급될 때마다 ‘읽어야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에 덤벼들수는 없는 법. 평소 책에 있어서만큼은 장르도, 계통도, 기초도 깡그리 무시하고 용감무쌍하기 이를 데 없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지성인이라면, 교양을 위해 반드시 읽어야 될 고전]이라는 말에 무작정 시도했다가 도중에 포기하고 덮어버린 책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데...’라는 생각이 늘 앞을 가로막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망설이기만 한 게 언제인지... 


알베르토 망구엘. 얼마전 출간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이펙트>란 책의 저자가 그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번에도 시도하지 않았으리라. 책에 관한 엄청난 내공을 지닌 독서가이자 작가, 비평가, 번역가인 그의 책 <책 읽는 사람들>을 틈틈이 읽고 있는 중이어서 그가 전하는 서구문화의 근원이 되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겼다.


책은 대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저자이자 시각장애인, 음유시인으로 알려진 호메로스. 그가 정말 실존하는 인물인지, 의문을 갖는 것으로 시작된다. 우리의 구비문학의 대부분이 작자미상인 경우가 많은 것처럼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역시 오랜 세월 전해져오면서 원래의 이야기에 여러 가지로 추가되거나 삭제되었으리라는 것이다. 때문에 호메로스가 한 명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짚어준다. 각각 24권으로 이뤄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한 다음 호메로스의 출생과 삶에 대해 남아있는 기록을 바탕으로 추적해 가는데 헤로도토스(?)의 <호메로스의 생애>를 통해 호메로스가 트로이아 전쟁이 끝나고 168년 후에 태어났다고 전한다. 또 호메로스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과 같은 철학자와 기독교, 이슬람교에 어떤 영양을 주었는지 살펴본다. 이후 저자는 호메로스가 단테의 <신곡>과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의  괴테, 20세기 최고의 소설로 일컫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수학자이자 작가인 루이스 캐럴이 아이들을 위해 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좋아해서 그저 ‘동화’로, 아동문학의 최고 고전 중의 하나로 알고 있지만 그 텍스트를 파고 들어가면 동화나 고전 그 이상의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그런 것처럼 고대 그리스의 눈먼 시인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를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납치하는 것으로 시작된 트로이와 그리스 연합군 간의 전쟁을 다룬 <일리아스>와 오디세우스가 트로이를 공략한 후 귀국하기까지 십 년에 걸친 바다에서의 모험 이야기 <오디세이아>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고 있을 뿐 문화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재탄생되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궁금증을 풀기 위해 시작된 책읽기가 결코 쉽지 않은, 더 큰 숙제를 떠안게 되었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책읽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키, 하루키 - 하루키의 인생 하루키의 문학
히라노 요시노부 지음, 조주희 옮김 / 아르볼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10월,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있었다. 해마다 노벨상의 계절이 다가오면 각 나라는 자국에서 노벨상 수상에 유력한 인물들을 꼽아보는데 우리나라는 노벨문학상 후보 1순위로 고은 작가를 올려놓았고 일본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상을 기대했다. 하지만 노벨문학상이 <붉은 수수밭>의 작가 모옌에게 선정되면서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중국의 분위기는 한껏 고조되었다.


이런 가운데 한 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심플한 빨간색 표지의 <하루키, 하루키>. 이 책은 ‘하루키의 인생, 하루키의 문학’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하루키의 평전인데 일본의 한 출판사에서 [일본의 작가 100인] 시리즈로 기획한 책 중에 한 권이라고 한다. 생존한 작가의, 그것도 그의 첫 평전이라는 점이 다소 의외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미 세계의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고(이번 노벨문학상도 모옌과 최종경합을 벌였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매번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필력이 인정된 유명작가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평전(評傳)이긴 하지만 그것보다는 그의 작품의 바탕이 되는 배경, 성장환경, 삶을 이야기함으로써 앞으로 발표되는 그의 작품을 독자들로 하여금 더 잘 이해하게 하려는 의도가 더 크지 않나 생각된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1부 ‘하루키의 인생’에서는 하루키의 부모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시작으로 하루키의 작품에 큰 영향을 끼쳤을 유아기 때 사건(친구의 죽음), 대학 생활과 결혼, 한때 그가 운영했던 재즈카페 ‘피터 캣츠’ 이야기를 통해 ‘인간 하루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발표하면서 하루키는 본격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서는데 그가 언제 어디서 어떤 순간에 소설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게 됐는지 간단한 사연이 수록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런가하면 하루키가 아쿠타가와 상 수상에 고배를 마셨던 일화를 전하면서  심사위원들의 심사평도 함께 싣고 있는데 이에 대해 당시 하루키는 ‘아무래도 상관없어’라며 쿨(?)한 반응을 보였지만 속내는 그렇지 못했던 듯하다. 이후 하루키의 작품 속에서 아쿠타가와 상 수상에 낙선한 그의 일화를 고스란히 반복하는 인물이 등장하는 걸 보면.


2부 ‘하루키의 문학’에서는 그의 문학에 대해 이야기한다. 데뷔작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비롯해서 <세상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노르웨이의 숲>, <1Q 84>에 이르는 그의 작품의 줄거리를 소개하고 ‘감상 포인트’는 무엇인지 간단하게 소개해 놓았는데 하루키의 작품을 많이 접하지 않은 나로서는 읽어볼만한 부분이었으나 그럼에도 무려 백 쪽이 넘는 분량을 할애할 필요는 있었을까 의문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
한순구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경제학은 어렵다.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적지도 않은 경제학 관련 책을 읽으면서 내린 결론, 물론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다. 해서 제목에 ‘경제학’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을 보면 고개는 절레절레, 손을 휘휘 내젓곤 한다. ‘이제부터는 경제학의 ‘기역 자’도 안 볼거야’ 다짐하지만 호기심이 가고 흥미로워 보이는 책은 일단 봐야 하는 나의 치명적인 약점 때문에 이 결심은 오래 가지 못한다. 왜냐면 궁금한 마음에 덮어놓고 덤벼들었다가 책장을 넘기면서 머리에 쥐가 난다며 비명을 지를 때도 있지만 간혹 책의 내용을 그런대로 수월하게 이해하는 의외의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경제학과의 인연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것이다.


이 책 <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도 한참 고민했다. 내 머리에 한 무리의 쥐가 총출동할 것인지, 아니면 오호, 그렇군 하고 무릎을 치게 할 책인지 쉽게 판단이 서질 않았다. 이럴 땐 어쩔 수 없다. 어떤 내용이 수록됐는지 목차를 훑어보며 추측해보는 수밖에. 그랬더니 이 책은 전자보다는 후자의 경우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왜 사람들은 국민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질까?’ ‘더 많은 지지층을 가진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하는 이유는?’ ‘청년 실업이 심각한데 어째서 기업은 사람이 없다고 할까?’... 질문과 답변으로 진행되는 책에 언뜻 이런 내용이 보였다. 정치나 사회적인 이슈가 어째서 이 책에? 이런 것들이 과연 경제학으로 설명이 될까? 순식간에 호기심이 급발동, 자, 출동~!


저자인 한순구 교수는 서두에 현재 우리나라가 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 복잡한 사회현상들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면 경제학적인 접근방법을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의 석학들에게 해결방안을 물어보겠다. 자신이 그 사이 중간자의 역할을 맡겠노라고. 그렇게해서 탄생한 책이 <대한민국이 묻고 노벨 경제학자가 답하다>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내가 가장 궁금했던 부분,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부분부터 하나씩 읽어나갔다. ‘왜 사람들은 국민의 이익에 해를 끼치는 정치인에게 표를 던질까?’에서는 국민들이 잘못된 정치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민주주의 정치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국회에서 어떤 법안이나 정책이 결정될 때 그로 인해 이익을 보는 집단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그 외 다수가 손해를 본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수가 손해를 보는 금액이 아주 적기 때문에 굳이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정책에 반대하거나 항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이런 현상이 정치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나 학교 어디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니. 저자는 말한다.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보면 정치인의 ‘선심 정치’는 언제나 옳은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면서 일본의 작은 마을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신칸센 역이 들어오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총리직에서 물러나고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다나카가 계속해서 선거에서 승리해 16번이나 의원에서 선출되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가 정계에서 은퇴한 뒤에는 장녀인 다나카 마키코가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다섯 차례나 의원에 선출되고 장관까지 역임했다. 비난 받아 마땅한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는 그와 자녀에게까지 자신의 표를 던져 뽑아주었다. - 21쪽.


‘더 많은 지지층을 가진 후보가 선거에서 패배하는 이유?’에서는 투표제도가 갖고 있는 딜레마를 짚어본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엇갈린 의견이 나올 때 사용하는 방법인 투표제도. 그런데 그 투표제도에 모순이 있다면? 저자는 많은 투표방식 중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인 단순 다수결 제도는 후보가 단 두 명뿐인 경우에 가장 적합한 제도라고 말하면서 세 명 이상의 후보 중에서 한 명을 선출해야 하는 투표에는 단순 다수결 제도가 적합하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단순히 가장 좋아하는 후보만 표시할 것이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좋아하는 후보까지 표시하는 방식을 제안하면서 완벽하게 이상적인 투표방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대한민국이 버리고, 고치고, 다시 생각해야 할 것들!’이라는 부제로 대한민국이 현재 안고 있는 금융위기, 노후대책, 물가정책, 청년실업, 빈곤의 악순환 등 모두 21개의 문제점들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지 노벨 경제학자의 답변을 들었다. 워낙 경제학에 무지하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때로는 어렵고 까다로웠지만 그래도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경제학은 단순히 학문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형의 땅 - 개정판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1월이 되어 겨우 두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졌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세웠던 계획들. ‘하나, 조정래의 대하소설을 읽고’. ‘둘, 어떤 작품이든 필사를 하겠다’. 그런데 그것을 올해도 지키지 못했다는, 어쩌면 남은 기간 동안에도 해내지 못할 거라는 초조함과 불안함이 일었다. 도대체 한 해 동안 뭘 한 거지 자괴감마저 들려고 할 때, 조정래의 작품을 만났다. 바로 <유형의 땅>이다.


책에는 [사약] [장님 외줄타기] [자연 공부] [껍질의 삶] [길이 다른 강] [모래탑] [사랑의 벼랑] [유형의 땅] 이렇게 총 여덟 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1979년부터 1981년까지 발표된 작품들이다. 즉, 작품 발표 이후로 최소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건데. 80년을 전후로 해서 당시에 벌어진 사건, 사회적 문제, 이슈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깊이 고민해야 할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불구하고 지금의 삶, 일상과 별로 차이가 없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몇 배로 불어나고 삶의 질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30년 전이나 21세기인 지금이나 세월의 간극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나라가 아무리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했다 하더라도 그 이면에는 언제나 힘겹고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제일 먼저 소개되어 있는 [사약]에서는 회사를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일에 매달린 끝에 병을 얻어 결국 죽음에 이르는 석호를 보면서 안타까움에 화가 났다. 영문학자가 되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불철주야 그렇게 뛰었는데, 미처 꿈을 이루기도 전에 생을 다하다니. 대부분의 직장인들, 특히 중년의 가장들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 흡연과 잦은 음주, 스트레스라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가장(家長), 아버지이기에 감내해야 하는 고통이 얼마나 무거운지도. [자연공부]에서는 힘든 머슴살이를 팽개치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끝에 성공을 이룬 아버지는 어느 날 가족과 함께 오래전에 떠나온 고향으로 향한다. 농촌의 풍경과 아름다운 풍경을 자식들이 직접 보여주려고 하지만 공업화, 산업화가 진행된 고향은 더 이상 그 옛날의 모습이 아니었다.


인상적인 작품은 역시 표제작인 [유형의 땅]이었다. 부자가 되라는 의미에서 ‘천만석’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지만 이름과 전혀 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만석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다. 반상의 구별 때문에 양반에게 천대를 받던 만석은 공산당원이 되자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양반가문에게 철저하게 복수를 하는데 어느 날 아내가 외도하는 광경을 목격하면서 살인자, 도망자가 되어 평생 타향으로 떠도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데...


<불놀이>를 비롯해서 <대장경> <상실의 풍경> <비탈진 음지> <외면하는 벽>에 이르기까지 최근 몇 년 사이에 출간된 조정래의 작품들을 꾸준히 만났다. 작품 하나하나마다 주인공이 다르고 배경도 달랐지만 그 속에는 우리의 역사가 담겨 있었다. 특히 격정의 세월이라 일컫는 우리의 근현대사와 가난한 민초들의 힘겨운 삶을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도 안 풀릴까, 참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다고 결코 외면해서도 안 되는 가슴 아픈 역사. 언제쯤이면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희망을 얘기할 수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데츠키 행진곡 창비세계문학 5
요제프 로트 지음, 황종민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라데츠키 행진곡’. “타타타타타....” 타악기가 흥겨운 시작을 알리면 그 뒤를 이어 부드럽고 감미로운 리듬이 더해져서 한껏 풍성해지다가 다시 흥겨운 리듬으로 반복되는 ‘라데츠키 행진곡’. 학창시절 교내의 큰 행사가 있을 때면 관악부에서 곧잘 연주하던 음악이었는데 듣고 있으면 저절로 박수를 치게 되는 흥겨운 곡이었다. 새로운 시작, 출발을 알리기에 적격인 곡이어서 한때 알람음악으로 활용하기도 했는데.


그런데 요한 슈트라우스 ‘라데츠키 행진곡’이 아니라 소설 <라데츠키 행진곡>? ‘20세기 유럽의 가장 훌륭한 역사소설’이자 ‘독일어로 쓰인 가장 중요한 소설’로 꼽힌다는데 난 왜 전혀 몰랐지? 내가 비록 세상의 모든 소설을 알지 못하고 또 읽지 못했다 하더라도 저자의 이름이나 제목만이라도 알 수 있을텐데. 요제프 로트의 <라데츠키 행진곡>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내가 뭐 그렇지’ 약간의 실망과 체념으로 넘기려는 순간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국내 초역’. 뭐라? 국내 초역? 순간 눈동자가 커지는 느낌이 들었다. 굉장히 중요한, 훌륭한, 유명한, 소설이라는데 왜 이제야 번역이 됐지? 호기심이 생겼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트로타 家는 신흥명문이었다’로 시작된 소설은 총성이 울리는 치열한 전투의 현장을 전한다. 무릎쏴, 서서쏴 하는 병사들 곁으로 쓰러지는 병사가 속출하는 가운데 젊은 황제가 어이없는 행동으로 위태로운 순간을 맞지만 그것을 목격한 트로타 소위의 재빠른 대응으로 위기를 넘긴다. 하지만 젊은 황제를 노린 탄환에 맞아 트로타 소위는 부상을 입는데 그런 그에게 대위로의 진급과 무공훈장인 마리아 테레지아 훈장과 귀족작위를 수여받고 이름에 ‘폰’이 더해지게 된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어느날 무심코 아들의 독본을 보던 트로타 대위는 전장에서의 자신의 행동이 과장되게 표현되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항의한다. 하지만 그의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황제의 은인이라 하여 하사금이 내려지는가하면 ‘남작’으로 승격된다.

남작은 아들에게 엄명을 내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직업군인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이에 아들 프란츠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행정관료가 되어 슐레지엔의 지방사무관으로 근무하게 되는데 ‘쏠페리노의 영웅’인 아버지의 그림자 덕분(?)인지 프란츠는 빠르게 승진했고 군수에 임명되기에 이른다.

한편 트로타의 손자, 카를 요제프 트로타는 합스부르크가를 위해 출정하고 전사하기를 원했다. 황제를 위해 죽는 것이 가장 훌륭하고 명예로운 일이며 ‘라데츠키 행진곡’을 들으며 죽는 것을 염원했다. ‘쏠페리노의 영웅’ 할아버지처럼. 하지만 꿈과 현실은 다른 법. 용감하고 절도 있는 군인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아직 황제를 구할 기회를 얻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요제프 로트의 소설 <라데크치 행진곡>은 쏠페리노 전투에서 황제의 목숨을 구한 것을 계기로 농가의 집안이 귀족 가문으로 신분이 상승하게 된 트로타 가문의 3대하여 으로 하여 귀족의 가문이 트로타 가문의 3대, 요제프 트로타 - 프란츠 트로타 - 카를 요제프 트로타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때 융성했던 트로타 가문이 황제의 죽음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걷는데 그 과정은 그야말로 역사의 한 장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다보면 제목이기도 한 ‘라데츠키 행진곡’이 늘 귓가에 맴도는 느낌이 들었다. 흔히 클래식 연주를 들을 때는 도중에 박수를 치는 것이 결례라고 하는데 이 ‘라데츠키 행진곡’만은 예외다. 한번 감상해보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