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살림의 여왕 - 건강한 우리 집 만드는 똑똑한 살림 비법
헬스조선 편집팀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혼한 지 13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만 아직도 살림이 서툽니다. 제일 어려운 건 정리정돈이요, 제일 하기 싫은 것이 청소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되시겠지요. 그렇다고 제가 정리정돈이나 청소를 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제 딴엔 청소와 정리정돈을 하는데 그 변화가 눈에 띌만큼 크지 않다는 거지요. 물론 막 결혼했을 때보다 가족 수가 늘어서 그만큼 살림살이가 많아진 것도 있지만 원인은 그게 전부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대체 뭐가 문제인 걸까요? <친환경 살림의 여왕>을 읽게 된 것은 절박함에서였습니다. 더 이상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 지금보다 좀 더 나은 환경을 가꿔야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손에 들게 했어요.




책은 <월간 헬스조선>의 기자들이 그동안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던 살림에 관한 정보들을 모아놓았는데요. ‘공간별 청소와 관리의 법칙’ ‘친환경 세탁의 법칙’ ‘실내 가드닝의 법칙’ ‘친환경 인테리어의 법칙’ ‘진짜 에코 라이프의 법칙’ ‘식품 보관과 활용의 법칙’ ‘미리 챙기는 가족 건강의 법칙’ ‘화장품 활용과 피부관리의 법칙’ 이렇게 8개의 파트로 나누어서 살림에 꼭 필요한 아이디어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청소와 정리정돈에 약한 저는 제일 첫 장에서부터 깜짝 놀랐습니다. 집 안이 바깥보다 더 오염되어 있다니! 아니, 왜? 뭣 때문에? 영문을 모르고 어리둥절했는데, 곧 그 이유를 알게 됐어요. 바깥은 오염이 되더라도 자정작용을 통해 정화가 되지만 실내 공기는 자연적으로 희석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오염된 공기가 계속 순환이 된다는 거예요. 예전에 비해 아토피나 천식환자가 늘어난 것도 바로 그 오염된 집안 공기라니 충격적이었어요. 평소 자주 환기를 시킨다고 하는데도 많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주방의 렌지 후드를 비롯해 곰팡이가 낀 실리콘을 다시 하거나 욕실의 환풍기는 하기도 어렵고 번거로워서 늘 남편에게 미뤘는데 이제부턴 제가 하나씩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외에도 세탁을 할때 어떤 세제를 쓰는 것이 안전한지, 세제의 양은 얼마가 적당한지, 옷에 묻은 각종 얼룩을 빼는 방법도 짚어주고 집안에 두면 좋은 식물이 어떤 것인지, 간단하게 집에서 키울 수 있는 채소에 대한 정보도 일러주고 있는데요. 컴퓨터 주변이나 전자파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곳에는 선인장이나 산세베리아처럼 전자파를 차단해주는 식물이 좋다고 하네요. 또 어느 집이든 구비해놓고 있는 상비약에 관한 대목에서 각각의 약을 보관하는 방법과 약의 유통기한을 챙겨봐야 한다는 걸 알게 됐고 수시로 편두통에 시달리는 저에겐 두통이나 치통, 생리통을 약 안 먹고 통증을 가라앉힐 수 있는 법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신혼일 때 한동안 인테리어나 요리에 관한 정보가 실린 잡지를 구독한 적이 있습니다. 실내를 깔끔하고 보기 좋게 단장한 사진이나 만난 음식을 쉽게 알려주는 레시피를 보면 스크랩하곤 했는데 중요한 건 스크랩해서 보관하는 차원에서 그쳤다는 거예요. 작은 것 하나라도 직접 해보면서 차츰 손에 익숙해지도록 연습한 후에야 습관이 되는 건데, 그 과정을 생략했으니 살림솜씨가 늘 그대로였던 것 같아요.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달라져야겠습니다. 살림의 여왕이 되는 그 날까지...화이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마 서브 로사 4 - 베누스의 주사위 로마 서브 로사 4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로마 서브 로사!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작년말, <로마 서브 로사>를 처음 만나고 나서 더듬이 고르디아누스의 매력에 흠뻑 빠졌더랬지요. 1부 [로마인의 피]에서 살해된 농부의 아들의 무죄를 입증하는 증거를 찾는 것을 시작으로 2부 [네메시스의 팔]에선 사형위기에 처한 노예들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3부 [카틸리나의 수수께끼]에서는 한적한 시골에 지내면서도 키케로와 카틸리나의 권력쟁탈에 휘말리는 등 미스터리와 진실을 밝히는 걸 좋아하는 고르디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의문에 싸인 사건을 해결하는 건 물론이거니와 당시 로마의 모습이나 풍습,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했거든요.




전작과 마찬가지로 4부 <베누스의 주사위>에서도 고르디의 집으로 두 사람이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이상한 구석이 많은 이는 환관이고 다른 이는 이집트의 고명한 지식인으로 고르디가 젊은 시절 이집트에서 생활할 때 스승이었던 디오였는데요. 고르디에게 디오는 자신의 목숨을 지켜달라며 도움을 요청합니다. 왜냐면 왕권다툼이 심한 이집트의 프롤레마이오스 왕이 자국을 로마에 헌납하려 하자 반대하는 이들에게서 목숨의 위협을 느껴 로마로 피신했기 때문에 그를 대신해서 베레니케를 여왕으로 해서 왕위를 계승하도록 하기 위해 사절단이 로마에 방문했는데요. 그 사절단에게 테러와 독살 같은 공격이 가해지자 수장인 디오의 목숨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게 된 거죠. 하지만 고르디는 디오의 요청을 거절합니다. 자객으로부터 자신의 집이 결코 안전하지 않은데다가 무엇보다 가족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그후 고르디는 카이사르의 군에 복무중인 아들 메토를 만나는 여행을 떠나는데요. 최후의 보루였던 고르디의 외면으로 인해 디오는 결국 살해됩니다. 그리고 클로디아로부터 사절단에 대한 테러와 살해사건을 조사해달라는 요청을 받기에 이르자 드디어 더듬이 고르디가 나서게 됩니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로마 서브 로사> 시리즈를 볼 때면 왠지 역사의 흥미로운 한 단면을 잘 포착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장소나 배경의 묘사가 너무나 탁월해서, 마치 선명한 사진이나 영상을 보는 것처럼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거든요. 당시의 로마 상황도 그래요. 재판에서 노예의 증언을 채택하기 위해선 반드시 고문을 가해야 한다는 대목도 그렇거니와 밤길엔 꼭 칼을 차고 다녀야 하고 반드시 노예를 대동해야 된다는 대목에서 당시의 치안이 어떠했을지 짐작해볼 수 있답니다. 특히 이번 4부에서는 법정에서의 재판과정, 변론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당시 재판이 철저히 증거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변호인의 말재간과 배심원단을 얼마나 매수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있다는 걸 알게 됐답니다.




4부인 <베누스의 주사위>를 기점으로 10부작의 <로마 서브 로사>도 이제 중반에 접어 들어섰습니다. 역사에 잘 드러나지 않은 이면을 들추어낸다는 의미의 ‘로마 서브 로사’.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5부를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틀란티스 미스터리
찰리 브로코 지음, 홍현숙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미스터리가 뭐길래. 제목에 ‘미스터리’가 들어간 책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이번에 만난 <아틀란티스 미스터리>도 그랬어요. 아틀란티스가 어떤 곳인가요? 깊은 바다 속에 가라앉은 지상의 낙원이자 인류의 오랜 수수께끼로 남아있는 땅이잖아요. 바로 그 아틀란티스의 숨겨진 비밀, 미스터리에 대한 책이라니. 거기다 ‘댄 브라운과 인디아나 존스의 흥미진진한 만남’이란 띠지의 문구는 정말 호기심을 자극하더군요. 대체 어떤 이야기가 들었을까 궁금하다 못해 가슴이 두근댔답니다.




책은 토머스 루어즈 교수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하버드 대학의 언어학 교수이자 고대 언어 해독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그는 [고대의 세계, 고대의 사람들]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되는데요. 프로그램 진행자인 레슬리 크레인이 골동품점에서 구입했다는 종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모든 고대 언어를 읽을 수 있다고 여긴 자신조차 처음 보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낯선 고대 언어가 종에 적혀 있었던 거예요. 학자로서의 호기심과 도전의식이 발동한 루어즈는 카메라로 종의 모습을 담는데 그때 방송실로 무장한 괴한들이 침입합니다.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괴한들에게 종을 빼앗기고 맙니다. 또 해당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는 괴한의 무리에 의해 납치되어 잔인한 고문을 받고 끝내 살해됩니다.




한편 러시아의 고고학자 율리야 교수는 유적지에서 흙으로 빚은 심벌즈를 발굴하고 루어즈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냅니다. 심벌즈에 쓰인 글을 도무지 해독할 수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루어즈가 미처 메일을 확인하기도 전에 율리야 역시 심벌즈도 빼앗으려는 무리에 의해 살해당하고 맙니다. 율리야 교수의 동생이자 경감인 나타샤는 언니를 무참히 살해한 무리의 정체를 밝히고 복수하기 위해서는 먼저 루어즈를 만나야 한다는 걸 깨닫고 길을 떠나구요. 루어즈와 크레인 역시 유물에 얽힌 비밀을 밝히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합니다.




저자가 역사와 고고학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인지 미스터리적 요소를 갖춘 소설은 책은 초반부터 속도감 있게 진행됩니다. 유물에 얽힌 비밀을 밝히려는 루어즈 일행과 그것을 빼앗으려는 무리들과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이집트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탈리아, 독일, 나이지리아 등 유럽과 아프리카 대륙에 걸쳐 벌어지는데요. 본문을 통해 전해지는 분위기나 정경들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어 마치 <다빈치 코드>나 <인디아나 존스>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두툼한 책의 두께를 실감하지 못할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가톨릭교회가 등장해서 서로 상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나 종과 심벌즈를 비롯한 유물들을 자신의 부와 욕망을 이루기 위해 소유하려는 모습은 팩션 소설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 같아 좀 아쉬웠습니다. 저자의 다음 작품은 어떨지 기대가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실종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선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오리하라 이치를 처음 만난 건 <도착의 론도>였습니다. 자신의 작품인 <환상의 여인>을 누군가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한 주인공이 병적에 가까울 정도의 광기와  집착을 보이며 벌이는 복수극이 빠르고 치밀하게 진행되는 작품이었는데요. 잠들기 전에 잠깐 보려고 책장을 넘겼다가 밤새 끝까지 내달리고. 그러고 나서도 또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읽은 책은 <도착의 론도>가 처음이었습니다. 서술트릭이라 해서 소설 초반에 범인이 누구인지 미리 다 공개했는데도 불구하고 저자의 농간에 보기 좋게 휘둘린 셈이지요.




<실종자>를 만날 때는 단단히 각오를 했습니다. 이번엔 절대로! 내 뒤통수를 후려칠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마! 날 만만하게 보지 말라구!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로 나를 유혹하려해도 결코 속아 넘어가지 않을 것이야!라고 다짐을 했지요. 이번엔 저자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책의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소설에 몰입하면서도 나름 저자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샌가 저자가 쳐놓은 덫에 제 몸이 점점 깊이 빠지고 있는 겁니다. 순간, 헉! 이게 뭐야!! 그런 줄도 모르고 넋을 잃고 있었다니. 다시 첨부터! 첨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구!




도쿄 인근의 작은 도시에서 두 구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구석진 창고 안에서는 한 달 전에 행방불명 된 여성의 시체가, 창고의 주변 숲에서 백골로 변한 시체가 발견되었는데요. 기이하게도 한 달 전의 시체에서는 ‘유다의 아들’, 백골이 된 시체에는 ‘유다’라고 적힌 쪽지가 있는 거예요. 조사 결과 백골의 시체가 15년 전에 실종됐던 소녀라는 것이 밝혀졌는데 그 뒤를 이어 두 구의 백골 시체가 더 발견되면서 도시는 발칵 뒤집어집니다. 뒤에 발견된 시체가 모두 15년 전에 실종된 여성인데다 ‘유다’라는 쪽지가 있었거든요. 15년 전 월요일에 사라진 여성들이 모두 백골의 시체로 발견되자 사건은 혼란에 빠지고 그 와중에 또다시 여성들이 실종되는 일이 벌어집니다. 한편, 15년 전의 ‘유다’와 현재의 ‘유다의 아들’, 이 둘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논픽션 작가인 다카미네 류이치로와 간자키 유미코는 15년 전의 사건을 더듬어가기 시작합니다. 당시 용의자로 주목됐던 시모나야기와 다마무라를 만나고 유미코는 ‘소년A’를 추적해가는데...




15년이란 시간의 간격을 두고 벌어진 여성 연쇄실종 사건을 통해 소년범에 대한 문제를 파헤치는 <실종자>는 한마디로 까다롭고 어려운 소설입니다. 현재와 과거가 뒤섞여 있는데다 화자도 수시로 바뀌고 있어서 잠깐이라도 흐름을 놓치면 잔뜩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때문에 바짝 긴장해서 읽어야 하지요. 저자가 책의 곳곳에 설치해놓은 함정과 덫을 피해가면서 동시에 암시와 복선, 단서가 되는 것들을 찾아내어 실꿰기를 하듯 하나하나 순서대로 이어붙여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지막 순간, 여지없이 “딱!”하고 저자가 뒤통수를 후려치거든요.




15년 전에 벌어진 사건과 현재의 사건, 15년 전의 소년 A와 현대의 소년 A...이 둘의 관계를 제대로 꿰뚫어서 봐야 하기에 여느 추리소설처럼 속도를 낼 수가 없습니다. 무작정 앞으로 내달리기보다 속도를 늦춰서 주변을 샅샅이 훑어가며 더디게 책을 읽어야 하기에 갑갑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찌보면 그게 또 오리하라 이치의 작품을 읽는 재미가 아닌가 해요. 물론 이번 작품에선 결말이 어떠하리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지만 그걸 서술트릭의 거장이라는 저자가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가 되더군요.




책의 후반 <실종자>가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중에서 <원죄자>에 이은 두번째 이야기는 대목이 있더군요. 순서는 바뀌었지만 <원죄자>는 어떤 이야기일지, 또 앞으로 출간될 <도망자>도 궁금해요. 저자가 어떤 함정과 덫을 설치해놓고 날 기다리고 있을지 두근두근 기대가 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4
제인 오스틴 지음, 원영선.전신화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와 드라마에서 제인 오스틴만큼 사랑받는 작가가 또 있을까. <오만과 편견> <센스 & 센서빌리티> <엠마> <설득> <맨스필드 파크>등의 작품이 드라마 혹은 영화로 재탄생되었는데 이 중에서 책을 읽었던 건 <오만과 편견>이 유일하다. 하지만 그것도 학창시절 때의 일이어서 저자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자세한 내용도 기억나질 않았다. 중년이 되어 만난 고전은 예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걸 알기에 언제든 다시 읽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책에 밀려 자꾸만 뒤로 처졌다. 그러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제인 오스틴이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 <설득>이었다.




책은 월터 엘리엇 경이 준남작 명부를 뒤적이는 것으로 시작한다. 오래전에 아내를 잃은 이후로 빚이 무섭게 늘어가는 데도 불구하고 월터경은 준남작이란 작위에 어울리는 생활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는 세 명의 딸이 있는데 첫째 엘리자베스와 셋째 메리가 월터 경처럼 귀족의 생활에 물들어 다른 이의 평판을 의식하는 반면 둘째 앤은 현재의 상황을 판단할 줄 아는 현명하고도 지적인 여성이다. 다만 앤은 27살이 되도록 결혼하지 못했는데 그건 바로 8년 전에 헤어진 첫사랑 프레더릭 웬트워스 때문이었다. 웬트워스와 사랑에 빠진 앤은 그와 결혼을 약속하기에 이르지만 돌아가신 앤의 어머니 친구인 레이디 러셀에게서 웬트워스가 준남작이라는 가문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레이디 러셀은 그저 단순한 엄마의 친구가 아니었다. 올곧은 성품에 도리를 중시하고 사리분별이 강한 레이디 러셀은 앤에게 있어 어머니처럼 중요한 존재였다. 그런 레이디 러셀이 웬트워스를 여러 면에서 부족한 사람이라며 그와의 결혼을 반대하자 그녀에게 설득당한 앤은 자신의 연인 웬트워스와 헤어지고 만다. 그 후 웬트워스는 유럽의 여러 나라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했던 나폴레옹 전쟁에 나가 공을 세워서 재산을 쌓고 웬트워스 대령이 되어 귀향하게 되는데...




<설득>이 42살의 짧은 생애를 살다간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해서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했는데 <오만과 편견>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가난하지만 이름난 가문의 지적이고 자존심 강한 여성과 그녀를 마음에 품은 부유한 남자가 등장하는 인물의 구성에서부터 둘 사이에 높이 쌓인 오해의 벽 때문에 서로 가까이 하지 못하던 남녀가 화해하고 결혼에 이르는 이야기의 흐름에 이르기까지 <설득>과 <오만과 편견>은 마치 일란성 쌍생아처럼 닮아 있다. 그런데도 <설득>을 제인 오스틴의 소설 중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모두 읽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녀의 이야기와 문장이 <설득>에 가장 잘 살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1814년이라는 특정한 시대를 배경으로 당시 사람들의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어떤 풍습과 가치관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 앤과 웬트워스가 사랑과 이별, 재회, 화해의 과정을 거치는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사랑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그저 로맨스 소설의 전형이라 치부할 수 없는 ‘뭔가’가 그녀의 소설에 있는 것 같다. 42살로 삶을 마칠 때까지 평생 독신으로, 그것도 고향과 일부 지방을 벗어나지 않고 살았던 제인 오스틴이 어떻게 이런 이야기들을 빚어낼 수 있었는지 감탄할 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