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튼
케이트 모튼 지음, 문희경 옮김 / 지니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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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간혹 책 속의 이야기가 마치 영화처럼 떠오르곤 하는데요. 이번에 만난 <리버튼>도 그랬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웃고 울고 화내고 슬퍼하고 사랑하고 분노하며 살아가는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그들의 일상이 머릿속에 영상이 되어 떠올랐습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화려한 영상이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스릴과 서스펜스의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냐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20세기 초, 영국의 한 저택을 배경으로 거기서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거라 한가하다 못해 어찌보면 지겨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니에요. 지극히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배신, 행복과 슬픔의 이야기는 저자 케이트 모튼을 통해 생명을 얻어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670여 쪽의 두툼한 책이지만 이야기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1999년의 겨울, 아흔 여덟의 그레이스는 우슐라라는 영화감독의 편지를 받습니다. 그레이스가 하녀로 일했던 리버튼 저택에서 벌어진 일에 관한 영화를 찍는데 자문을 해달라는 거였는데요. 그 편지는 그레이스로 하여금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랫동안 잠궈두었던 지난 날의 일들을...


1924년 7월, 열 네 살의 그레이스는 리버튼의 하녀로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그레이스는 매력적이고 활기찬 세 남매 데이비드와 해너, 에멀린을 만나는데요. 당시의 하녀는 주위에 있으면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일하는,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그레이스는 세 남매의 일상과 비밀 놀이를 지켜보면서 그들을 자신의 마음 속에 담게 됩니다. 그렇게 단조로우면서도 평화로운 날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는 듯 했지만 1차 대전이 터지고 영국이 참전을 발표하면서 리버튼은 술렁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리버튼 저택에서는 애시버리와 조나단, 데이비드가 참전하는데요. 이들이 모두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으면서 리버튼은 어두운 그늘이 잠겨버립니다. 그런 가운데 세 남매의 아버지인 프레더릭은 리버튼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 자동차 사업을 펼치고 해너는 마을의 비서양성학교에서 속기를 배우면서 직업을 가진 자유로운 현대여성을 꿈꾸는데요. 모든 것이 순탄하게 진행되질 않았습니다. 프레더릭의 사업이 난항을 거듭하고 해너는 아버지의 반대로 직업을 갖는 일이 무산되어 버립니다. 여자로서 제한된 역할에 안주할 수 없었던 해너는 은행가의 아들 테디와 결혼을 결심합니다. 그것이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 리버튼에서 탈출하는 길인 동시에 정치가를 꿈꾸는 테디와 함께 자신의 이상도 펼칠 수 있을 거라고. 그것이 또 다른 불행을 불러오는 줄도 모르고 말이에요.


저자는 이 모든 이야기를 그레이스가 손자 마커스에게 남기는 형식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손자에게 할머니로서 자신의 지난날을 녹음테이프에 담아서 들려주는데요. 마지막 대목에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1924년 여름 리버튼의 호숫가에서 벌어진 사건의 전말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해너가 그레이스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도...


이 책을 보면서 영화가 떠오른다고 했는데요. 그건 바로 <타이타닉>이었어요. 침몰한 타이타닉 호에 있을지도 모를 보물을 수색하던 이들에 의해 발견된 한 장의 그림. 그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됐지요. 그림 속에서 커다란 보석목걸이를 목에 건 여인이 바로 자신이라며 나타난 백발의 할머니, 그녀는 탐사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십대 소녀였던 그녀가 마치 돈에 팔려가는 기분으로 타이타닉에 올랐다가 잭이란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결국 죽음이 자신들을 갈라놓게 되던 이야기를. 전 그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마지막 대목, 할머니가 된 로즈가 손에 쥐고 있던 목걸이를 바다에 떨어뜨리자, 어느 순간 침몰하기 전으로 돌아간 타이타닉 호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잭과 로즈가 만나는 장면이었는데요.


<리버튼>도 그랬어요. 로즈가 탐사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그레이스는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줬지요. 로즈의 목걸이처럼 그레이스는 이야기를 통해 과거 자신의 삶과 만납니다. 그리고 평생 마음의 무거운 짐이 되었던 일들, 후회만 거듭하던 일을 이해하고 화해하는 순간을 가진 후 평화로운 순간을 맞는데요. 그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제 가슴에 묵직한 무언가가 남았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사소한 잘못이나 오해, 실수를 하기 마련인데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이 이렇게도 달라질 수 있구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갈림길로 들어서게 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한 세기를 살아온 그레이스의 삶을 통해 우리 인생의 기나긴 여정을 실감할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한동안은 <리버튼>의 감동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은...예감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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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프 홀 1 - 2009년 맨부커상 수상작
힐러리 맨틀 지음, 하윤숙 옮김 / 올(사피엔스21)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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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몰아내고 잠궈버린 게 정확히 몇 년짼지 모르겠습니다. 나를 비롯해 가족 모두 텔레비전 없는 생활에 익숙해졌는데요. 하지만 가끔 텔레비전의 유혹을 느껴요. 꼭 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을 때인데요. 케이블 채널에서 [튜더스] 드라마가 방영될 때도 그랬습니다. 우연히 시댁에서 잠깐 예고편을 봤는데 정말 재밌을 것 같더군요. 세계사, 특히 유럽사에 무지한 저도 ‘천 일의 앤’은 알거든요. 드라마를 보면 당시 유럽의 흐름도 알게 될 것 같았는데, 그것 때문에 다시 텔레비전에 시선을 빼앗기고 싶진 않더군요. 그 대신 <천 일의 앤 불린>이란 책을 구입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아직까지도 읽지 못하고 있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울프 홀>을 만났습니다. 몇 년 전 인상깊게 읽었던 소설 <파이 이야기>처럼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니 작품성은 인정받은 셈인데다가 무엇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바로 드라마 [튜더스]와 동일한 헨리 8세라는 점이 끌리더군요. 영국판 칠거지악도 아닌데 첫 번째 아내가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핑계로 국교까지 바꿔가며 이혼해버린 남자, 헨리 8세. 물론 그때 그에게는 이미 결혼을 약속한 아름다운 여인 앤 불린이 있었지만 말입니다.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영국의 역사상 가장 파란만장하고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긴 헨리 8세. 드디어 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근데, 책의 주인공이 헨리 8세나 앤 불린일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토머스 크롬웰’이 주인공이더군요. 그것도 제가 알던 ‘크롬웰’이 아니었지만 16세기 헨리 8세 당시엔 상당히 중요한 인물이란 걸 알게 됐습니다.




책은 시작하자마자 가혹한 폭행의 현장으로 독자를 이끕니다. 거기에 한 소년이 아버지로부터 가차 없는 폭행을 당하고 쓰러집니다. 온 몸이 피와 도사물로 범벅이 되었지만 소년은 기어서 앞으로 나아가서 간신히 누나의 집으로 피신하게 되는데요. 소년에게는 그곳도 안전하지 못했어요. 결국 누나의 집에서도 나와 배를 타고 방랑의 길을 떠납니다.




이후 이야기는 27년이 지난 시점으로 이동하는데요. 과거 아버지의 폭행에 휘둘리던 소년의 모습은 이제 온데간데 사라지고 없습니다. 대신 멋진 옷을 차려입은 남자, 당시 국왕인 헨리 8세의 심복인 울지 추기경의 오른팔이자 그의 변호사가 있었는데요. 그의 이름은 토머스 크롬웰. 대장장이의 아들로 보잘 것 없는 미천한 신분의 그가 어느새 권력의 중심에 가까이 다가선 거지요. 소설의 초반 크롬웰과 울지 추기경이 나누는 대화내용을 통해 당시가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는데요. 헨리 8세는 울지 추기경에게 국왕인 자신의 뒤를 이을 아들을 절실히 원한다는 뜻을 전합니다. 즉, 캐서린 왕비와의 결별. 혼인 무효 소송을 요구하기에 이르자 울지 추기경은 고심하고 이때 크롬웰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나가게 됩니다. 영국이 로마 가톨릭과 등을 지게 되고 핸리 8세와 캐서린과의 혼인을 무효로 만들과 앤과의 결혼을 성사시키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맡는데요. 이로 인해 크롬웰은 권력의 핵심인 국왕의 최측근이 되기에 이르는데...




신분의 벽이 높은 16세기에서 미천한 신분의 사람이 국왕의 오른팔로 성공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건데요. 저자는 크롬웰이 최고의 자리에 이르는 과정, 권력을 향한 자신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헨리 8세의 정욕과 탐욕마저 이용하는 강한 출세욕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집착과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거짓으로 속이고 짓밟을 수 있는 교활하고 간계를 부리는 모습들을 두 권에 걸쳐 천 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분량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국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권력 쟁탈과 음모술수, 복수는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내용이었지만 유럽의 역사에 대해 아는 바가 없는 나로서는 다소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었습니다. 왕조 계보도는 마치 미로 같았고 토머스, 앤, 메리처럼 똑같은 이름은 왜 그리도 많은지...책을 읽는 내내 앞쪽을 뒤적이며 봐야 했습니다.(한참 후에 아예 복사를 하고 보니 수월해지긴 했습니다만...) 책의 말미에 저자가 후속작을 준비중이라는 대목이 있었는데요. 어떤 이야기로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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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독서계획
클리프턴 패디먼.존 S. 메이저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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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대해 얘기하는 책이라면 일단 유심히 살펴보는데, 이 책 <평생 독서 계획>은...뭔가 달랐다. 뭐랄까...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책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읽었지만 제목에서부터 이렇게 확실한 책은 드물었다. 그 어떤 수식어도 없이 그저 ‘평생 독서 계획’이라니. 참으로 정직한, 알기 쉬운, 그러면서도 멋진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클리프턴 패디먼’. 저자의 이름이 왠지 낯익었다. 이 사람의 이름을 어디선가 봤는데...곰곰 되짚어보니 <서재 결혼시키기>의 저자가 ‘앤 패디먼’이란 게 떠올랐다. 책에 관한 책을 쓴 두 사람의 저자, 대체 이들은 무슨 관계일까? 그 궁금증이 나로 하여금 책을 펼치게 만들었다. 표지를 넘겨 본문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았다. 책날개 저자의 소개란 끄트머리에서 발견한 ‘딸 앤 패디먼’. 오, 이런 일이! 아버지에 이어 딸까지! 이렇게 멋진 부녀지간이 다 있나!! 순간 책에서 강력한 포스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그 유명한 <서재 결혼시키기>의 저자의 아버지가 쓴 작품이라 왠지 설레는 기분이었는데 저자 서문에서부터 깜짝 놀랐다. <평생 독서 계획>이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1960년에 초판본이 출간되었다는 거다. 그러니까 50년, 딱 반세기가 지났다. 문학작품도 아닌 책이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을 받다니. 이 책이 단순히 책에 대한 안내서 차원이 아니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책은 고전의 범위를 서양문학에 머무르지 않고 동양문학까지 아우르는 세계문학으로 확대하여 소개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사시이자 서양 문학의 기초가 되는 작품인 [길가메시 서사시]를 시작으로 현대 예술가들에게 있어 상상력의 밑천으로 통하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짧지만 동양고전의 진수를 보여주는 공자의 [논어]로 이어지면서 모두 133명의 동서양 작가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포클레스를 비롯해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성 아우구스티누스, 단테, 마키아벨리, 셰익스피어, 토머스 홉스, 괴테처럼 누구나 저자와 제목은 알지만 대부분 읽지 않은 고전을 비롯해서 무함마드의 [코란]이나 혜능의 [육조단경]과 같은 종교서적, [천일야화]나 무라사키 시키부의 [겐지 이야기], 조설근의 [홍루몽]과 같은 동양고전,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2대 세계 체제에 관한 대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토머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 같은 과학서적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책마다 간단한 내용과 함께 해당 책이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지 알려준다.




반세기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책이니만큼 인상적인 대목도 많았다. 예전에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완역본으로 읽으면서 고역을 치렀는데 책은 이렇게 말한다. ‘소설 중간에 끼어있는 시들은 모두 건너뛰어라. 세르반테스는 현대에서 가장 신통치 못한 시인들 중 하나(138쪽)’라며 재치(?)있는 말을 건네고. 노골적인 성적 묘사로 에로틱한 소설로 알려진 실명씨의 [금병매]에서는 ‘이 책이 세계 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 되는 이유는 그 탁월한 사회 풍자와 비판 때문.(152쪽)’이라고 짚어주며 주로 어린 시절 오락용으로 읽었던 대니얼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는 ‘나중에 나이 들어 재독해보면 이 소설이 왜 불후의 명작인지 깨닫게 된다.(185쪽)’고 현대의 우리가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되새기게 해준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은 역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였다. 저자는 ‘침투 불가능한 소설’이라는 [율리시스]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 방법들을 세세하게 조언하면서 ‘[율리시스]를 읽으려고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모험.(366쪽)’이라며 용기를 북돋워주기도 했다.




작년 한 해 220여 권의 책을 읽었다. 아이의 동화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원래의 계획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다. 문제는 그 책들을 마치 백 미터 달리기에서 전력질주 하듯 읽었다는 것. 물론 그때마다 나름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지만 그 책들을 통해 과연 나 자신이, 나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돌아봤을 때 나오는 대답은...‘글쎄올시다’였다. 그래서 다짐했다. 올해는 단단한 음식을 먹듯 책도 꼭꼭 씹어서 읽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 것처럼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며 그 정취에 깊이 빠져보자고. 고전도 챙겨 읽자고. 이 중에서 적게, 천천히 읽자는 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데 문제는 고전이었다. 읽어야 할 고전이 너무 많고 방대해서 무얼 먼저 손에 잡을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평생 독서 계획>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고 행운이었다. 내게 남겨진 날들, 반평생동안 함께 할 책들로 어떤 책을 선택해야 할지 엉성하게나마 틀을 잡을 수 있었다. 저자가 소개한 책을 모두 읽지는 못하겠지만 그가 알려준 독창적 사상을 가진 133명의 동서양 작가와 더 읽어야 할 작가 100명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내게 맞는, 나이기에 가능한 ‘나만의 평생 독서 계획’을 세워야겠다. 그리고 정든 친구를 만났을 때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듯 책과의 만남도 친구처럼 마음을 담아봐야지. 앞으로 만나게 될 나의 정든 친구들, 과연 누구일까.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한다.







여기에 다루어진 책들을 다 읽기까지는 50년이 걸릴 수도 있다. (...) 이 책들은 평생을 따라다니는 길동무이다. 한번 당신의 내부에 자리 잡으면, 당신이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당신의 내부에서, 외부에서,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꾸준히 작용한다. -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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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저격수의 고백 2 - 탐욕스러운 기업들의 속임수 경제 저격수의 고백 2
존 퍼킨스 지음, 김현정 옮김 / 민음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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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만 안 들었지 순전히 강도 아냐!” 순진한 사람 등을 쳐서 사기를 치거나 바가지 씌우는 사람을 만나면 우린 이런 말을 하지요. 그런데 그런 사람은 알고보니 정말 약과네요. 이 사람에 비하면 완전 어린 아이의 애교 수준이라고나 할까요? 그럼 문제의 ‘이 사람’이 누구일까요? ‘그’는 바로 ‘경제 저격수’입니다. 현대판 ‘살인 청부업자’로 불리는 그들은 개인이라기보다 대기업과 국가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엘리트 ‘조직’인데요. 그들의 공식직함은 ‘수석 경제학자’. 그들의 임무는 바로 제3세계 국가들을 속여서 강탈하는 것입니다.




전 제 자신이 경제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책에 비해 적지만 그래도 틈나는대로 경제서적을 읽지만 그것도 그때뿐, 뒤돌아서면 백지가 되버리더군요. 특단의 조치가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경제 분야에 있어서 어류의 기억력인 3초를 능가하도록, 기억에 오래 남으면서고 경제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뭔가가 없을까...찾다가 책 한 권을 골랐습니다. 그게 바로 <경제 저격수의 고백>입니다. 제목의 ‘저격수’라는 단어가 스릴러를 좋아하는 제게 콱! 꽂혔거든요.




호기심 백배가 되어 도전장을 던진 책 <경제 저격수의 고백>의 첫 장을 넘겨  서문을 보다가 전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경제 저격수들의 가장 큰 임무는 바로 미국이 원하는 자원을 가진 나라를 찾아 ‘그 나라의 지도자를 유혹하고 뇌물을 줘서 자국 국민들을 착취’하게 만드는 거고. ‘결코 갚지 못할 차관을 도입’하게 하고 ‘국가 자산을 민영화’하고 ‘섬세한 환경을 파괴하는 것을 합법화’한 끝에 ‘미국 기업에 귀중한 자원을 헐값에 팔아넘기도록’ 하는 거라고 합니다. 어쩌다 그들이 자신의 임무에 실패하더라도 자칼로 하여금 지도자를 암살하거나 그마저도 실패할 땐 전쟁을 일으키면 된다니... 어디서 많이 보던 상황 아닌가요? 상당히 익숙하지요?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의 활동 결과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경제 위기 상황이 벌어진다는 겁니다. 그 예로 2007년만 해도 급성장일로에 있던 아이슬란드가 갑작스레 불어난 엄청난 부채와 통화가치의 급락으로 인해 국가 부도에 처하게 됐는데요. 그 모두가 경제 저격수의 눈부신(?) 활약 덕분이라고 하는군요. 아니, 이럴수가! 영화에서나 보게 되는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단 말이야? 분노에 두 손을 그러쥐었습니다.




핵폭탄에 버금갈만큼 엄청난 충격을 불러오는 내용에 비해 책의 구성은 정말 단순합니다. ‘문제’와 ‘해결책’ 그리고 ‘결론’이 전부인데요. ‘탐욕스러운 기업들의 속임수’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미국 기업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어떤 일을 벌이는지 말합니다. 대공황 이후 미국은 자국의 경제가 위태로워지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일부 기업에게 자본이 편중, 집중되지 않도록많은 규제법규를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레이건이 백악관에 입성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집니다. 경제학자인 프리드먼에 의해 자유 시장이 대두하면서 기업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불법적인 행동까지도 모두 정당화시켜버립니다. 공공자산이 민간 소유로 넘어가고 부도덕한 기업 소유주들로부터 소비자나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이 붕괴하기 시작한 거죠. 전 세계의 금융 시장이 붕괴되고 기업 대출이 중단됐으며 직원들의 대량 해고가 이어지는 경제 몰락의 길에 접어들게 됩니다. 결국 미국 내의 많은 자본이 일부 기업에 집중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요. ‘@@@, 보너스로 4억 5000만 달러 지급’ ‘### ##, 1분기 동안 16억 달러의 이윤 기록’과 같은 기사를 접한 미국인들은 엄청난 충격에 빠지고야 맙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전 세계를 경제 위기의 상태까지 몰고 온 원인은 무엇이고 문제점은 무엇인지.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2부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라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목표를 수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등 여러 가지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 제가 봐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하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미국의 경제를 움직이고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미국의 기업들. 그들의 이익을 위해 은밀하게 활동하는 경제 저격수! 그들은 총만 안 들었을 뿐, 연쇄살인마 다름없다는 것. 또 미국이란 나라, 정말 인정사정없는 무자비하고 잔인한 나라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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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3
혜경궁 홍씨 지음, 정병설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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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이었다. <한중록>을 읽으려 했다. 우리 역사에 있어 가장 충격적인 대사건이라 할 수 있는, 아버지가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인 사건에 대해 알고 싶었다. 하나뿐인 아들이자 자신의 대를 이을 세자에게 죽으라 명을 내린 아버지. 그 임금이 폭정을 일삼는 이였다면 굳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나라를 크게 부흥하게 했던 성군 영조이기에 왠지 궁금했다. 왜일까. 후대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존재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한중록>을 선택했다. 옛사람의 글이라 읽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쉽게 풀어 쓴 책을 골랐지만 이상하게도 몰입이 되지 않았다. 30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내게 닿은 글이어서 감흥이 더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겨우 100쪽도 채 넘기지 못하고 접어버렸다. 완독하지 못하고 남겨진 책은 아쉬움이 더해져 한동안 앙금이 되어 남았다. 그리고 잊혀졌다.




그러다 얼마전 드디어 <한중록>을 만났다. 출판사도, 옮겨 쓴 이도 달라서인지 <한중록>과의 만남은 두 번째이건만 느낌은 처음인 것마냥 새로웠다. 1735년(영조11) 6월 18일 풍산 홍씨 가문의 딸로 태어나 1815년(순조15) 12월 15일 생을 다한 여인. 사도세자의 아내이자 영조의 며느리,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 ‘내 남편 사도세자’에서는 사도세자(경모궁)의 비범한 탄생과 더불어 얼마나 총명하고 뛰어난 자질을 가졌는지에 대해 서술한다. 하지만 어린 세자를 부모의 품에서 떨어뜨리고 경종 측의 내인들을 동궁으로 불러 세자를 보필하게 했던 영조와 생모인 선희궁에 대한 원망과 세자가 문文보다 무武를 좋아하게 된 것이 바로 그 때문이라며 갑갑함을 토로한다. 이로 인해 영조와 세자의 왕래는 자연히 줄어들었고 세자가 기이한 병에 걸리면서 부자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말았다. 정조의 탄생으로 맞은 기쁨도 잠시, 세자의 기이한 행동으로 혜경궁의 마음고생은 더욱 깊어졌다. 깊어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었다. 급기야 세자가 뒤주에 갇히는 임오화변이 벌어지는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2부 ‘나의 일생’에서 혜경궁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명문가의 딸로 태어나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열 살 어린 나이에 궁에 들어오게 된 일, 시아버지인 영조와 생모인 선희궁, 세자에게 사랑을 받은 일을 비롯해 정조의 탄생과 지아비 세자의 죽음, 화완옹주와의 불편한 관계, 환갑을 맞아 수원 화성으로 원행 가던 날들의 이야기를 순서대로 전해주는데 혜경궁의 간택 당시 다홍색 호롱박 치마가 유행이었다는 것과 세자의 영조에 대한 효성이 지극했다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3부 ‘친정을 위한 변명’에서는 혜경궁의 아들 정조에 대한 지극한 정을 볼 수 있다. 정조에게서 후사가 없어 걱정하다가 순조가 태어나자 안도하는 모습, 외가의 억울함, 죄를 풀어주고 왕위를 순조에게 양위하겠다던 일과 자신의 친정식구에 관한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는데 화완옹주의 대목에서 예전에 다른 책을 통해 알게 된 정후겸에 대한 언급이 눈에 띄었다.




책의 모든 내용이 한번에 쓰여진 게 아니라 조카를 비롯한 다른 이의 요청과 필요에 의해 몇 번에 걸쳐 이뤄졌기에 중복되는 부분이 있었지만 역사적으로 중요한 대목이었기에 이를 통해 오히려 당시 실록에서 빠진 역사의 일면을 알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또 본문에 곳곳에 ‘한중록 깊이 읽기’를 두어 <한중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한중록>의 ‘한’자가 한가롭게 쓴 기록인 ‘한(閑)중록’인지, 임오화변과 친정이 정치적으로 견제를 받던 한이 담긴 기록이라는 ‘한(恨)중록’인지 정확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다. 어린 나이에 세자빈이 되어 입궐하여 첫아들을 잃고 이어 남편까지 잃는 비운을 겪었으며 노/소론, 시/벽파의 당쟁에 휘말렸던 혜경궁의 삶. 그 자체가 바로 역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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