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곶의 찻집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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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너무 속이 상하고 울적하고 화가 나서, 도무지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때. 저는 무작정 길을 걷곤 합니다.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줄기차게 걷다보면 어느 정도 기분이 가라앉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던 주변 상황이나 모습들도 그제야 조금씩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는데요. 간혹 그러다가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너무 작고 아담해서 신경 써서 찾지 않으면 백발백중 그냥 모르고 지나쳐버리게 되는 그런 카페. 여기에 이런 곳이 있었나? 궁금한 마음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가 커피 한 잔 하고 나오면서 다음에 또 와야지 마음먹게 되는 그런 카페.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음’이 없어요. 몇 달이 지나 생각이 나서 찾으려고 하면 거기가 어디였는지 도대체 생각이 나질 않더란 말이지요. 분명 이 근방이었는데...하고 한참을 서성대다 그냥 돌아와버리는. 그러면 전 생각하지요. 그 카페의 문을 여는 순간 틀림없이 마법에 걸려서 환상의 세계로 빠져버린 거라고.


맛있는 커피와 음악 - 카페 ‘곶’ 여기서 좌회전.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자가 어린 딸과 함께 무지개를 찾아 모험에 나섰습니다. 무지개가 걸려 있던 방향으로 무작정 달려보기로 마음 먹었지요. 한참 해안가를 달리던 그들은 이런 간판을 마주칩니다. [맛있는 커피와 음악 - 카페 ‘곶’ 여기서 좌회전.] 이런 곳에 카페가? 의아해하는 그들에게 하얀 강아지가 다가옵니다. 마치 자신이 길을 안내하겠다는 것처럼. 그렇게 들어선 카페는 테이블이 겨우 두 개뿐인 아담한 가게였습니다. 바다로 향한 커다란 창으로 바다와 하늘과 초원이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그만 말문을 잃고 마는데요. 줄곧 조용히 곁을 지키고 있던 초로의 여주인이 말을 건넵니다. “어떤 음악을 좋아하세요?” 뚜렷한 목적 없이 무작정 길을 나선 이에게 특별히 생각나는 음악이 있을리 만무하지요. 하지만 주인은 남자와 아이의 마음을 어쩜 그리도 잘 아는지 그들에게 꼭 맞는, 음악을 들려줍니다. 아일랜드 여성 그룹 켈틱 우먼의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인간은 살아가면서 소중한 것을 잃기도 하지만 얻기도 한다는 음악은 사랑하는 아내와 엄마를 잃어 실의에 빠진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네줍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 여름.


책은 계절이 여섯 번 바뀌고 그에 따라 여섯 곡의 음악과 사연들로 이뤄진 단편소설집인데요. 각각의 단편에는 제일 처음 수록된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처럼 ‘걸즈 온 더 비치(Girls On The Beach)’ ‘더 프레이어(The Prayer)’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 ‘땡큐 포 더 뮤직(Thank You For The Music)’와 같은 음악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아픔과 상처, 실의에 빠진 이들이 우연히 들른 ‘곶’ 카페에서 ‘맛있어져라...맛있어져라, 행복해져라...행복해져라!’하는 마법의 주문이 더해진 커피와 음악을 듣고 사랑과 용기, 희망을 찾아서 돌아가는데요. 어찌보면 한 편의 짧은 동화 같은 이 소설은 저자가 자신의 고향에 실제로 존재하는 찻집인 ‘무지개 케이프 다방’을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군요. 어떤 곳일까. 정말 궁금해집니다. 그곳이 만약 주변에 있다면. 언제든 기분이 울적할 때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지독한 방향치인 제가 길을 잘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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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아래 봄에 죽기를 가나리야 마스터 시리즈
기타모리 고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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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셜록 홈즈와 루팡에 빠져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집과 도서관의 책의 모두 읽고 나서 더 이상 읽을 책, 이야기가 없다는 사실에 적잖이 실망도 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곧 이어 저는 아가사 크리스티와 앨러리 퀸이라는 위험하리만치 매혹적인 세계와 마주치게 되었거든요. 회색 뇌세포가 어쩌구 하면서 안락의자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의문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니. 그들은 셜록 홈즈나 루팡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더군요. 미스 마플은 또 어떻구요. 다정한 수다쟁이 할머니 같은 그녀가 가는 곳엔 언제나 사건이 벌어지는 순간 평범한 할머니 같던 이가 어느새 눈을 반짝이는 탐정으로 돌변해서 사건현장을 누비고 다니는 장면(텔레비젼에서 시리즈로 했었지요)은 얼마나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는지... 넓은 세상만큼 탐정도 많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답니다.


그런데 이번에 독특한 탐정을 만났어요. 이름은 구도 데쓰야인데요. 엄밀히 따진다면 그를 탐정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그의 생업이자 직장은 좁은 골목길 끝에 자리한 다름아닌 ‘가나리야’라는 작은 맥주바이거든요. 그럼 맥주바 주인이지 어떻게 탐정이 될 수 있냐고요? 하지만 그게 아닙니다. 그는 분명 사건을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거든요.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이란 단편집의 제일 처음 소개되고 있는 동일한 제목의 단편 ‘꽃 아래 봄에 죽기를’만 봐도 그렇습니다. 외롭게 혼자 살다가 생을 마감한 가카오카 소교. 생전에 그가 하이쿠 동호회에 참여했기에 회원들이 그의 장례식에 참석하는데요. 소교의 가족이나 고향, 과거에 대해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상황 에서 프리랜서 작가인 이지마 나나오는 소교의 습작노트를 건네받습니다. 예전에 소교와 함께 밤을 보내기도 했던 나나오는 소교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숨겨진 비밀을 있다는 걸 깨닫고 그의 유품(?)이나마 고향으로 보내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교에 대해 무엇하나 뚜렷한 정보가 없을 때. 맥주 바 주인이자 소설의 탐정인 구도 데쓰야가 넌지시 말을 건넵니다. 소교의 고향을 짐작케 하는 단서를. 그리하여 나나오는 소교의 고향인 야마구치 현의 조후로 향하게 되는데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하이쿠 시인이었던 가카오카 소교에게 과연 어떤 과거가 숨겨져 있을까요?


이쯤되면 소설이 어떤 분위기인지 짐작되시죠? 맥주 바를 찾는 이들에게 맥주와 맛난 안주거리를 건네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단골손님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곁에서 무심히(?) 듣는 것이 전부이지만 그것만으로도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나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건네기도 하고 때론 사건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추리하는 겁니다. 정말 굉장하지요? 바로 그런 형식의 단편이 <꽃 아래 봄에 죽기를>에 모두 6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그 여섯 편의 단편이 전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연작소설 형태라는 점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늦은 밤,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식당이 있습니다. 가게 이름은 <심야식당>. 이 집은 특별히 정해진 메뉴가 없어요. 얼굴에 세로로 긴 흉터가 있는 마스터가 준비한 음식을 내놓을 때도 있고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있는 재료로 만들어서 내놓기도 하는데요. 한번 이 가게를 찾은 사람들은 곧 단골이 되더군요. 매일밤 들러 소소한 이야기와 고민들을 털어놓곤 하는데요.


<꽃 아래 봄에 죽기를> 이 책을 읽는 내내 <심야 식당>이 떠올랐습니다. 구도 데쓰야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심야식당의 마스터처럼 그도 무언가 사연이 있는 걸까? 저자인 기타모리 고의 작품은 <꽃 아래 봄에 죽기를>이 처음인데요. 그의 다음이야기, 또 다른 이야기가 정말 궁금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하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계속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자정이 가까워지는 깊은 밤. 문득 맥주 한 잔이 간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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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 장영희 교수의 청춘들을 위한 문학과 인생 강의
장영희 지음 / 예담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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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서관 서고에 꽂힌 이 책을 보고 냉큼 대출받았다.

집에 와서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책장을 덮어버렸다.

한꺼번에 읽기엔 너무 아까운 책...

반납일을 의식하면서 읽고 싶지 않은 책...

내 분신처럼 곁에 두고 싶은 책...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곧바로 책을 주문하고 내 손에 들어왔지만 서둘러 달려들지 않았다.

책장에 꽂아두고 눈 맞추기만 한참 했다.

언제 어떻게 읽는 게 좋을까...?


몇 년 전의 일입니다. 장영희 교수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란 책을 도서관 신간코너에서 발견하고 대출했다가 바로 반납해버리고선 책장에 모셔둔 적이 있는데요. 그때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다이어리에 이렇게 적었더군요. 서둘러, 허겁지겁 한꺼번에 삼키지 말고 맛을 음미하듯 조금씩 야금야금 아껴서 읽어야 하는 글이라고. 이후로 그녀의 책은 반드시 구입해서 보고 있는데요. 최근에 신간이 출간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란 책인데요. 책날개를 보니 장영희 교수가 생전에 ‘청소년을 위한 인문특강, 문학편’에서 강의한 내용을 녹취해서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녀의 강의를 적접 듣고 싶었지만 이제 그럴 수도 없어서 늘 마음이 안타까웠는데 이런 기회를 만나게 되다니. 더 반갑게 다가왔습니다.


책은 크게 ‘문학의 숲에서 사랑을 배우다’ ‘책을 읽는 것은 꿈을 품는 일이다’ ‘밑지는 사랑은 없다’ ‘나의 삶, 나의 문학(Q&A)' 이렇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생전에 문학전도사라 불리었던 그녀는 문학이란 무엇이며 왜 우리는 문학을 읽어야 하는지, 문학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행을 미치는지 밝고 편안하고 그러면서도 확신에 찬 말투로 이야기를 건넵니다. 그 첫 번째 예로 이야기한 것이 좁고 가파른 언덕길에 할머니 한 분이 폐지로 가득한 수레를 끌고 가는 바람에 도로정체가 일어났을 때ㅡ<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주세요>라는 그림책이 생각나더군요ㅡ운전자들의 반응이었는데요. 저자는 우리 인간이 지닌 감정은 세계 누구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문학작품을 통해 순화하고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합니다. ‘문학작품을 통해 내가 남이 되는 연습을 하게 된다’고 말이지요. 그러면서 강조합니다. 두뇌가 유연한 젊은 나이에 문학을 공부하고 문학적 표현과 상상력을 발휘해 보라구요.


저자는 말합니다. 문학은 ‘How to live & How to love’.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알려주는 거라고.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은 전쟁의 폐해와 아픔이 전부가 아니라고. 그보다 좀 더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인간의 감정, 본성에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전하고자 했다고. 세계 어느 나라든, 어떤 일이든 직접 가보지 않아도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한 권의 책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무엇이든 검색을 통해 알아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반드시 읽어야 된다고.


소아마비로 장애를 안아야했고 암으로 오랫동안 힘든 투병생활을 해야 했던 장영희 교수. 하지만 그녀의 글에서는 어둠이나 그늘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힘겹지만 자신에겐 문학이 있기에, 희망 또한 언제나 존재한다면서 고난이나 역경이 닥칠 때면 문학작품이 큰 힘이 되어 줄 거라고 말합니다. 꾸준한 독서를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생각을 유연하게 하다보면 삶은 훨씬 풍성해질 거라고 말이지요.


천천히 읽어야지. 천천히 읽어야지. 수천 번 되뇌었지만 실천하기가 무척이나 힘겨웠습니다. 읽는 순간 가슴에, 마음에 어느샌가 스며드는 글에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빠져드는 자신을 수시로 발견하곤 했습니다. 결코 길지 않은 짧은 글이지만 읽고 나면 왠지 모르게 뿌듯하고 마음이 포근하고 때론 먹먹해져서 자꾸만 시선이 먼 데를 향하게 되더군요. 그녀가 떠난 지 어느새 3년이 지났습니다. 다시 한 번 그녀의 글을, 이야기를 만나봐야겠습니다. 이번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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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왜공정 - 일본 신新 왜구의 한반도 재침 음모
전경일 지음 / 다빈치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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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왜구’ 3명이 2011년 한반도를 침구했다! 2045년 일본은 재침한다. 책에 둘러진 띠지의 문구에 순간 섬뜩했다. 분명 지난해에 일본의 국회의원 3명이 독도 방문을 목적으로 입국을 시도하는 사건이 있었고 그로 인해 국내에서 의견이 분분했던 적이 있지만 ‘마지막 왜구’라니.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게다가 2045년 일본이 우리나라를 다시 침략한다니. 도대체 무엇을 근거에 두고 하는 주장일까. 알고 싶었다.


‘일본 신新 왜구의 한반도 재침 음모’라는 부제와 매서운 눈매의 무사가 날카로운 무기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는 책 <남왜공정>은 첫인상부터 소름이 끼칠 정도로 서늘하다. 책은 초반부터 정곡을 찌른다. 저자는 ‘일본의 한반도 침공 시나리오’에서 ‘일본은 유사 이래 주기적으로 한반도를 침략해왔다. 900여회의 침구 행위는...-24쪽’이라며 일본의 ‘한반도 주기 침략설'과 ‘재침설’을 내놓는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내놓게 근거로 신라 시대를 비롯해 고려와 조선, 강화도 조약과 한일합방에 이르기까지 일본이 어떻게 침략했는지 알려준다. 이후 일본의 침략시차에는 패턴이 있다면서 일본에서  한반도 재침이 예정되어 있다면 그 시기가 언제쯤일지 하나씩 분석해 나간다. 그 결과 강화도조약(1876년)에서 한일합방(1920년)이 34년의 시차인 것을 봤을 때 일본의 재침은 2011년 일본의 독도 침구로부터 34년 후인 2045년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후 책은 ‘2장 일본의 흉기, 왜구의 시작’에서 ‘왜구’란 용어가  5세기를 전후해서 ‘왜인의 침구’, 혹은 ‘왜의 침구집단’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다며 왜구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동아시아의 골칫거리인 왜구 활동에 대해 일본 정부는 금지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아니라 ‘모르쇠’ 전략으로 일관했다고 전한다. ‘3장 뿌리 깊은 왜구의 한반도 침략사’에서는 ‘오랜 이웃’이지만 ‘가까운 이웃’만은 아닌 한일관계를 파헤치는데 시대를 달리하면서 일어난 왜구에 의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다. ‘4장. 왜구, 전쟁으로 전쟁을 말하다’에서는 왜구의 집요하고 끈질긴 속성과  교묘한 전략을 말한다. 저자가 언급한 왜구의 전략은 한 두 개가 아니었는데 그 중 눈에 띄었던 몇 가지를 꼽아보면 ‘침소분용侵消紛用 내외부 혼란을 통해 자국의 분란을 해소한다’ ‘적시장서適時場噬 적절한 침구 시점을 노려 물어뜯고 확장한다’ ‘부정가복不正假伏 상황이 불리하면 거짓항복으로 본심을 꾸민다’ ‘점입대담漸入大膽 초기에 불씨를 끄지 않으면 점점 대담해진다’로 특히 ‘부정가복’은 일본의 겉과 속이 다른 본성을 나타내는 ‘카라쿠리’의 일면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5장 왜구,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서 왜구를 효과적으로 막고 근절하는 방법에 대해 모색하는데 임진왜란 당시 ‘수군 폐지론’이 일었다는 대목은 지금 생각해도 어처구니없다. 바다로 쳐들어오는 적을 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막겠다니. 말이나 되는 소린가!


책장을 덮자마자 검색부터 했다. 키워드는 ‘2010년 일본 천황 생일’. 그러자 관련 기사들이 주루룩 떴다.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주한일본대사관이 주최한 ‘천황 폐하 탄신 축하파티’에 국내 정치인들이 참석했고, 일부 기업들은 축하화환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로 시작한 기사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해 한나라당 박종근, 김태환 의원이 참석했다’면서 ‘모그룹에서 보낸 화환에는 “천황폐하 탄생축하”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고 전했다. 사실, 이와 관련한 내용은 책의 후반에도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그래도 알고 싶었다.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 조선을 병탄한 무쓰히토 일왕의 손자이자 2차대전 전범인 히로히토 일왕의 아들인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에 정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치인과 외교관, 대기업의 총수들이 그런 말도 안되는 짓을 했을까? 확인하고 싶었다. ‘일본대사관은 한국내의 각국 외교관은 물론 국내 정치인, 외교관, 정부 인사들에까지 초청장을 발송했고, 행사는 주최측이 예상한 350여명을 초과한 50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이날 파티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이뤄졌다.’는 기사를 보면서 참담함을 느꼈다. 분노가 일었다.


몇 년 전 일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때의 일화가 생각난다. 일본 총리가 일본 교과서에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하자 이명박 대통령은 이렇게 답변했다.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 대체 무엇이 곤란하고 기다려달라는 건가!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조부와 부친이 일제시대 때 강제 징용으로 끌려갔다고. 천만다행으로 살아 돌아오긴 했지만 그런 가족사를 통해 우리 역사의 굴곡진 부분을 바로 잡으려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이 책 <남왜공정>도 바로 작업의 하나인 것이다. 장장 7년 동안 480건에 이르는 관련서적과 사료를 뒤적이며 일본의 재침을 경고하고 있다. ‘남왜공정’이라는 용어는 분명 저자를 통해 처음 알게 됐지만 그의 주장은 결코 허투루 여겨선 안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의, 내 아이의 미래가 위태롭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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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 - 역사와 예술이 숨 쉬는 이탈리아 기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최도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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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로 떠나고 싶다’고. 늘 생각합니다. 일 년 365일, 명절이나 가족의 생일 같은 날을 제외하고는 변함없이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내 나이 벌써 중년을 훌쩍 넘겼고’ ‘결혼 14년차인데’ ‘나 혼자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조차 없는 걸까?’ ‘때론 과감하게 폭탄선언을 해볼까?’ 하지만 현재의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볼 때 ‘여행’이나 ‘떠남’은 언제나 저와는 거리가 먼 얘기였기에.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생각으로 그치고 맙니다.


<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의 손에 들고 한동안 넋을 잃고 표지를 봤습니다. 지금까지 봤던 영화와 텔레비전 여행 프로그램에서 스쳐지나가듯 마주쳤던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지난밤의 어둠이 물러가는 시각, 그곳에 서 있다면 금방이라도 내 발을 적실 듯 가득 차오른 물 위에 몇 대의 곤돌라가 넘실대고 뾰족하고 그 뒤로 늘어선 둥근 탑을 한 신전 혹은 성당의 모습은 마치 꿈속을 거니는 듯 했습니다. 여긴 도대체 어디지? 이 땅 어디에 이런 곳이 있는걸까?


골목길 사이로 힐끗힐끗 보이는 푸른 회색빛 바다와 몽환적인 안개에 싸여 있어 마치 구름 위에 부유하는 도시를 걷고 있는 착각이 들게 했다. 베네치아를 염세적이고 비현실 세계로 이끄는 것으로 이 새벽길만 한 것이 없는 듯했다. - 33쪽. 


책은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시작으로 북부전원도시인 비첸차, 프리울리, 볼로냐를 여행한 다음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와 인류의 위대한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숨결이 깃든 중부의 매혹적인 도시를 거쳐 ‘역사의 도시 로마’를 소개하고 있는데요. 책을 읽기 전에 품었던 저의 의문은 본문에 들어가면서 금방 풀렸습니다. 베네치아에서도 유명한 ‘동화속의 배’ 곤돌라와 산 조르조 마조레 성당. 이 도시를 본 사람이라면 그 아름다움에 누구나 감탄하고 매료되지만 저자는 아니었나 봐요. 뭐든지 턱없이 비싼데다 극성스런 모기떼 때문에 크게 감동을 받지 못했다고 하네요. 물론 저자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도 있겠지만 그래도 전 저자가 부러웠습니다.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을 내 시야에 담을 수만 있다면 그 정도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첸차를 비롯한 북부 전원도시 편에서는 고딕이나 로마네스크 같은 건축양식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는데 학창시절 잠깐 배웠던 것을 다시 떠올려볼 수 있었습니다. ‘국제 그림책 원화전’으로 유명한 볼로냐를 저자는 신혼부부가 피해야할 여행지로 꼽아서 의아했는데요. 그 이유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육감적인 몸매와 지성을 겸비한 여성들이 가장 많은 도시’가 바로 볼로냐라는 거지요. 글쎄요. 신혼부부도 그렇지만 그보다 중년의 부부가 더 위험하지 않을까요?


이탈리아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특히, 토스카나는 사람을 두 번 미치게 한다. 도착할 때 한 번, 떠날 때 다시 한 번. - 5쪽.


책의 초반, 저자는 자신이 이탈리아로 발걸음을 옮기게 한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발상지이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습니다. 그래서인지 책은 ‘세계 역사상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상이자 사건’인 르네상스의 도시인 피렌체에 보다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데요. 17~8세기 영국의 귀족층 자제들은 엘리트 교육의 최종단계로 세계문물을 익히는 여행인 ‘그랜드 투어’에 대해 설명하면서 독자에게 그랜드 투어의 일원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보라고 권합니다. 도시 자체가 르네상스 박물관인 피렌체의 피에솔레 언덕에 올라보고 피렌체 여행의 하이라이트라는 거대한 붉은색 돔으로 유명한 두오모 대성당(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으로 이끕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가 서로의 예술적인 시각의 차이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는 일화와 <모나리자> 도난 사건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최도성님의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가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 처음 <일생에 한번은 스페인을 만나라>를 읽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분명 여행서인데도 불구하고, 여행서가 아닌 느낌이랄까요?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유럽을 소개하면서 이름난 명소가 어딘지, 그곳에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는지 지도로 일러주고 피곤한 몸을 누일 숙소와 여행의 큰 재미인 맛난 먹거리를 조목조목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스페인을 만나고 동유럽을 만나고 이번엔 드디어, 이탈리아를 만났습니다. 다음은 어디일까요?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댑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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