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가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 - 부모만 모르고 있는 아이의 스포츠 잠재력을 찾아라
21세기교육연구회 지음 / 테이크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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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말 아침마다 저희 집에서는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8시 큰아이의 검도수련 때문에 30분전부터 일어나라, 더 잘래, 10분만, 5분만...이러고 있으면 급기야 남편의 불호령이 떨어지는데요. 큰아이는 그제서야 뭉그적대며 일어나서는 엉터리 양치에 눈곱만 간신히 떼고는 투털대며 현관문을 나섭니다. 주말 아침에 늦잠자고 싶은 마음, 저야 왜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운동이라고 해봐야 매일 등하교 하는 30~40분이 유일하기에 주말에 하는 검도 두 시간만은 빼먹지 말았으면 하는 거지요. 그래서 아이의 컨디션이 아주 나쁘지만 않다면 시험 때도 여지없이 깨워서 보내는데요.

 

 

작은애는 좀 다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했지만 까다롭고 엄격한 선생님을 만나서인지 학교에 흥미를 붙이지 못했는데요. 주말 아침의 방과후 수업인 생활체육은 정말 좋아라합니다. 평소엔 학교가기 싫어서 이불 속으로 파고들다가도 금요일 밤에 잠들 땐 "엄마, 내일 생활체육이지?" 꼭꼭 확인할 정도니 상당한 발전을 했지요. 지금은 생활체육에 방과후 축구까지 하니까 운동을 통해 학교에 흥미를 붙인 경우라고 할 수 있겠네요. 두 녀석 모두 제 속으로 낳은 게 분명한데 어쩌면 이다지도 다른지...

 

 

6년 터울의 성향이 정반대인 아들 둘을 키우다보니 자연히 궁금한 것이 많아지더군요. 기질과 성향에 서로 다르니 각자의 취향이나 식성도 차이점을 보이더라구요. 그에 맞춰 저의 양육방식이나 교육방법도 당연히 달라야 되고. 어느날엔가 문득 그렇다면 스포츠는 어떨까? 의문이 생기더라구요. 느긋한 곰 큰애와 날래고 잽싼 천방지축 강아지 작은애에게 맞는 스포츠는 뭘까?

 

 

아이에게 맞는 스포츠 종목은 성향에 따라 선택해야 한다. 성향에 맞는다는 것은 아이가 쉽게 흥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흥미를 느끼면 스스로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같은 운동을 하더라도 그 종목과 성향이 맞지 않는 아이에 비해 시너지 효과가 크다.(▪▪▪) 종목을 선택할 때는 성향을, 진로를 결정할 때는 재능을 고려하면 된다. - 63~64쪽.

 

 

'부모만 모르고 있는 아이의 스포츠 잠재력을 찾아라'는 부제를 단 <스포츠가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는 아이들에게 왜 스포츠 교육을 해야 하는지 그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책은 먼저 '운동을 하면 공부할 시간이 없다', '운동은 공부 못하는 머리 나쁜 아이가 한다'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수학을 못해서 고민이라는 부모에게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는 대뜸 "아이가 운동을 싫어하죠? 체육을 못하죠?"하고 답변을 하는데요. 마치 동문서답 같은,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지만 바로 여기에 우리 몸무게의 2.5%밖에 안 되는 뇌의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바로 뇌와 운동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더군요.

 

 

생각하고 공부하는 뇌가 어떻게 만들어질까? 아이의 집중력과 이해력, 분석력을 높여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부모들의 고민이 아닐까 하는데요. 집중력과 이해력, 분석력 같은 것은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시냅스, 뉴런이라는 단어로 배웠던 것처럼 신경세포들이 체계적 구조적으로 잘 연결이 되야 가능한데요. 이것은 선천적으로 타고 나는 것이냐? 그건 아니구요. 인위적인 훈련을 통해서도 가능하고 합니다. 어떻게? 규칙적이고 꾸준한 움직임, 신체활동이 필요한데요. 이것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운동'이라는 겁니다.

 

 

이후 책은 운동을 통해 명문대에 진학하거나 취미로 시작한 운동으로 세계에서 이름난 선수로 이름을 날리는 경우, 신체적인 약점을 고치려다 시작한 운동으로 운명이 달라진 프로 선수 등의 사례를 통해 운동, 스포츠를 통해 아이의 적성과 창의력이 얼마나 향상되고 어떻게 발휘되는지 전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스포츠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각광 받는 종목인 축구, 야구, 골프, 수영, 스케이트를 선정해서 각각의 스포츠가 어떤 아이에게 맞는지를 비롯해서 운동을 시작하는 시기와 어디서 배울 수 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해당 스포츠를 할 때 필요한 비용이나 경비는 어느 정도인지 세세하게 짚어줍니다.

 

 

축구는 단체 운동이기 때문에 예의범절과 사회 규칙을 배우는 데 좋다. 아이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시작하지만 반대로 아이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축구를 선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인내력과 끈기가 부족한 아이, 밖에서 뛰어노는 것보다는 집에서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 힘과 에너지가 넘쳐 과한 행동을 보이는 아이, 또래들과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겪는 아이 등 요즘 아이들이 겪고 있는 문제 행동 개선에 많은 도움을 준다. - 101쪽.

 

 

저자는 말합니다. 코흘리개 초등학교 입학할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장장 12년간 학교에서 체육수업을 받지만 우리 아이들이 제대로 할 줄 아는 스포츠가 하나라도 있느냐고. (음악, 미술을 포함한) 체육시간을 국영수 과목의 보충하는 시간으로 보내지 않았냐고. 순간 정곡을 콕 찔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스포츠는 운동선수를 기르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거, 전문가들이 왜 하나같이 운동, 운동 강조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아요. 아이의 좋은 성적을 위해서, 그리고 아이의 숨겨진 재능을 찾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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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 우리 내면에 숨은 무의식의 정체
김현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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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 꿈을 정말 많이 꿉니다. 밤에 잘 때는 물론이거니와 낮에 잠깐 눈을 붙였을 때조차 꿈을 꾸곤 하는데요. 지금까지 꾼 꿈 중에서도 유독 기억에 남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전쟁! 꿈에 전쟁이 났습니다. 적군이 도시를 점령해서 군인들이 시가지를 행군하는 걸 몰래 숨어서 지켜볼 때도 있구요. 어떨 때는 사람들이 모두 꾸러미를 짊어지고 피난 간다고 난린데 전 도무지 짐을 꾸릴 수가 없는 거예요. 바로 책 때문에. 집안 여기저기에 넘쳐나는 책 중에서 피난지에서 읽을 걸 고르지 못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거지요. 뭐가 좋을까? 세상시름 잊게 해주는 재미난 책? 아니면 어려워도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책?... 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습니다. 그런가하면 꿈에 아이를 잃어버려서 아이를 찾아 온 사방을 헤매고 다니기도 하구요. 강이나 늪에 빠져서 허우적대다가 숨이 턱 막히는 순간 잠에서 깨어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 바닥에 머리만 닿아도 잠을 잔다거나 잘 때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는 사람이 제일 부럽습니다. 그렇게 깊은 잠을 자면 피로가 쌓이는 것도 없을 것 같거든요.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양 세 마리, 양 네....어, 엉?

무심코 표지의 양 숫자를 세다가 양 무리 속에 끼어 잠든 여자를 보고 깜짝 놀라게 되는 책,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 이 책은 저자가 공중파 라디오 프로그램의 ‘당신의 꿈은 안녕하십니까?’라는 코너에서 청취자들의 꿈을 해석하고 분석했던 것들이 담겨 있습니다. 1년 동안 정말 희한한 꿈들이 방송을 통해 소개되고 놀라운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하는데요. 책은 우선 우리가 왜 꿈에 주목해야 하는지, 꿈이 내포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신분석학적으로 먼저 짚어줍니다.

 

꿈은 엑스레이와 비슷하다. 낮시간 동안 인간은 옷도 입고 체면도 차리면서 제 속을 숨기려 하지만, 꿈은 피해가지 못한다. 꿈은 X-선처럼 껍데기를 뚫고 들어와, 우리의 속마음을 그대로 찍어서 보여준다. -8쪽.

 

그런 다음 구체적으로 꿈과 그 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꿈을 꾼 이의 심리와 마음이 어떠한지를 하나하나 분석해 나가는데요. 꿈 가이드인 저자의 설명을 읽다보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이를테면 꿈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상황, 이것인지 저것인지 갈등하거나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평소와 전혀 다른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가하면 기괴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데요. 제가 간혹 꾸는 전쟁 꿈은 불안을 나타내는 동시에 자신이 내면의 욕구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엿볼 수 있다고 하는군요. 또 뭔가 고민하다가 잠들었는데 꿈속에서 해결책을 찾을 때. 있으시죠? 그건 우리가 미처 못 느낄 뿐 무의식에서 이미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꿈에 등장하는 동물이나 사람들은 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용 꿈, 돼지꿈을 꾼 날이면 복권 한 장 슬며시 손에 쥐게 되지만 호랑이나 개, 너구리, 거미, 닭이 꿈에 나오면 어떨까요? 혹, 이미 세상을 떠난 분이 꿈에 보이진 않으신가요? 꿈에 이빨이 빠지는 바람에 나쁜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진 않으셨나요? 저자는 이 모든 것이 꿈 꾼 사람의 심리 상태, 무엇으로 인해 갈등하는지, 얼마나 불안한지, 얼마나 강박에 시달리는지를 반영한다고 하는군요. 본문 중에 ‘고양이 화가’로 알려진 영국의 화가 루이스 웨인와 ‘만다라’에 대한 대목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꿈은 요물입니다. 무방비 상태인 우릴 들었다 놨다 합니다. 기분좋은 장면이 나타나면 이내 암울한 상황이 전개됩니다. 그러다 또 말도 안 되는 우스운 일들이 벌어집니다. -170쪽.

 

<인셉션>이란 영화가 생각납니다. 너무 인상적이어서 아침에 조조로 보고, 당일 밤에 심야로 재차 봤던 영화인데요. 꿈에서 꿈으로, 또다시 꿈으로 이어지는 나선의 소용돌이 속에서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어리둥절했습니다. 영화를 함께 봤던 지인과 문제의 마지막 부분이 대체 꿈인지 현실인지 서로 심각하게 얘기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어젯밤 꿈이 당신에게 말하는 것>도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책에 소개된 사례가 모든 꿈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기에 100% 맞아떨어진다고는 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일생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시간동안 잠을 자고 꿈도 꾸는 우리들이기에 한번쯤 꿈에 대해 가볍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바로 당신의 무의식에 물어보세요. 열쇠는 바로 거기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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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살롱
황지원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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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여인>이란 영화가 생각납니다.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가 거리의 여인과 차갑고 매력적인 사업가로 등장했던 영화인데요. 일주일간 함께 지내기로 합의했던 그들은 미대륙을 횡단해서 오페라를 보러 가지요. 화려한 드레스와 보석으로 치장한 것도, 오페라를 감상하는 것도 처음인 줄리아 로버츠. 오페라 공연 내내 몰입해서 지켜보던 그녀는 클라이막스에 이르러 또르륵 눈물을 흘리는데요. 오페라가 끝나자 곁에서 그녀를 지켜보던 백발의 할머니의 질문에 이렇게 답하지요. ‘너무 좋았어요 거의 오줌을 쌀 뻔했어요’라고. 옷에 실례를 할 만큼 오페라가 감동적이었다는 의미도 되지만 한편으론 그녀가 외양은 우아하게 가꾸었으나 교양이나 지식이 부족하다는 걸 드러내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재미로 본 영화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만약 저 자리에 있더라도 하나도 다를 게 없겠구나. 내가 오페라에 대해 내가 아는 게 뭐가 있지? 유명한 아리아 몇 곡 안다고 해서 그걸 ‘안다’고 할 수 있나? 거의 없지 않나?

 

오페라의 매력에 빠져 십 여 년간 전 세계의 오페라 하우스를 순례하면서 오페라에 울고 웃었다는 저자 황지원. 그의 <오페라 살롱>이란 책이 출간되었을 때 ‘이것이 바로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오페라의 ‘오’자도 모르는 나지만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무지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저의 열망에 답이라도 해주듯 책은 오페라에 대한 기본부터 짚어줍니다. 오페라가 무엇인지. ‘뚱뚱한 여자들이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인간의 목소리라는 가장 고결한 목소리로. 우리 안생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을 노래하는 예술’이라고. 그러면서 오페라가 제일 처음 불리우게 된 것은 언제 어디서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는지, 오페라에는 어떤 규칙이 있는지, 왜 많은 이들이 오페라의 아리아를 사랑하고 열광하는지, 듀엣과 합창곡은 어떤 의미를 전달하며 어떤 곡들이 알려져 있는지 이야기합니다.

 

첫 장에서부터 오페라의 기초이자 기본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준 저자는 이제 독자들을 오페라의 고장으로 이끌고 갑니다. 먼저 오페라의 고향으로 불리는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들, 로마, 밀라노, 피렌체, 제노바, 볼로냐, 시칠리아를 느릿느릿한 걸음걸이로 둘러보는데요. 각각의 도시마다 그곳에 깃든 역사와 문화와 함께 그들의 이야기인 오페라를 전해줍니다. 이를테면 로마에서는 로마를 배경으로 한 오페라, 푸치니의 <토스카>를 구성이나 주인공들의 관계, 내용과 같은 것들을 알려주는데요. 영화 <귀여운 여인>에 소개됐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물 위에 떠 있는 수상도시 베네치아와 깊은 인연이 있다고 하는군요.

 

학창시절 음악 선생님께서 그러셨어요. 몇 달을 쫄쫄 굶더라도 용돈을 모아서 오페라를 보러 가라고. 음반으로 듣는 거랑은 천지차이니까 한 번이라도 직접 보라고. 그러기 전에는 오페라를 어렵다느니, 사치스럽다는 말을 해선 안된다고. 그땐 그러려니 하고 흘려들었던 말씀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올랐습니다. 세계의 오페라 하우스를 둘러보며 오페라에 푹 빠져 지냈다는 저자가 부러운 순간이기도 했구요. 예전엔 그저 ‘오페라를 보고 싶다’는 정도였는데 이젠 정말 오페라를 꼭 한 번 봐야겠어요. 그전에 물론 저자의 조언대로 미리미리 예습(?)겸 준비를 해야겠지요. 무대에 성악가가 혼자 나오면 졸고 있는 옆 사람을 깨워주는 것도 명심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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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와 결혼해 주세요
히구치 타쿠지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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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얄궂다. 내 아내와 결혼해달라니? 이 남자, 제 정신 맞나? 자초지종은 모르겠지만 암튼 심보, 한 번 고약하네.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멀쩡하게 잘 있는 자신의 아내를 다른 남자와 결혼시키려 하다니... 아니, 밝은 한낮의 거리를 눈을 감은 채 한가로이 거니는 책표지를 보니 이 사람, 아내를 족쇄라고 여기나? 예전에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를 읽으면서 남자들의 심리가 참 얄궂다는 생각을 했는데 <내 아내와 결혼해주세요> 이것도 만만찮다. 첫인상만 따지고 보자면 이 책은 분명 꽝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뭔가 있지 않을까란 궁금증이 비집고 올라왔다. 그래. 분명, 뭔가가 있을 것이야. 그렇지 않다면야... 이 남자, 정상이 아니지...

 

 

소설의 주인공은 일본 예능방송을 주름잡는 베테랑 방송작가 미무라 슈지. 방송 관계자들이 모두 감탄할 수 있는 프로그램, 단 한 명의 시청자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만드는 일에만 전력을 다했다. 그것도 무려 22년간이나.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느닷없는 경고 사인이 켜진다. 그가 췌장암 말기, 그것도 6개월 시한부 생명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20년간 기획과 대본을 집필해온 프로그램마저 다음 봄철 개편을 기약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는데 그때까지 남은 기한이 공교롭게도 6개월.

 

 

순식간에 일과 가정, 양쪽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만 그는 괜히 베테랑이 아니었다. 기존의 프로그램에서 절묘하게 변화를 준 포맷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절벽으로 내몰린 상황에서 급반전을 꾀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숙제가 남았으니. 아내 아야코와 아들 요이치로에게 자신의 병에 관해 어떻게 털어놓을 것인가 하는 거였다.

 

 

테이블 위에 아이디어 수첩을 펼치고, 만년필로 먼저 ‘앞으로 남은 6개월을 어떻게 살 것인가 기획’이라고 적어 보았다.

대개는 남은 시간을 가족과 지내며 간병 속에서 죽어 간다. 내가 생각하는 건 그런 게 아니라, 내가 사라지고 난 후에 아내와 아들이 웃을 수 있는 기획이다. 그게 어떤 기획인지는 아직 전혀 알 수가 없다. 상당히 힘든 숙제다. -32~33쪽.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슈지. 도무지 해결책이 나올 것 같지 않자 그는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에서, 새로운 방송 프로그램 기획안을 세우듯 하나하나 점검하고 계획을 세워나간다. 자신이 없어도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아내를 결혼시켜야겠다고. 급기야 결혼상담소를 통해 아내 몰래 아내의 결혼 활동에 돌입하게 되는데...

 

 

“한 가지 물어봐도 돼요? 왜 아내의 결혼상대를 찾으려는 거죠?”

“그건.”

“그건?”

“좋은 가족이기 때문에, 내가 없어져도 끝내고 싶지 않아요. 좋은 프로그램은 사회자가 바뀌어도 계속되잖아요.” - 190쪽.

 

 

자석에 이끌리듯 만남을 거듭하던 남녀가 사랑에 빠져서 결혼하고 그렇게 함께 한 세월이 있기에 어느 한 쪽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그것도 마지막 순간이 예정된 이의 마음이 어떠할지는 솔직히 상상하는 것조차 힘겹다. 그래서 한정된 시간까지 가족과 함께 할 시간, 추억 쌓기를 하기보다 남은 가족의 행복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슈지의 모습이, 그 간절함 때문에 몇 배나 더 안타깝게 다가왔다.

 

 

기적은 없었다. 마지막이 예정된 삶이었기에 슈지는 그 길을 걸어갔다. 미무라 슈지 기획 ‘아내의 결혼활동’이 갑작스런 돌발상황에 의해 처음의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았지만...슈지와 아야코. 그리고 그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의 도움으로 멋진, 만족할만한 마무리를 짓는다.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남편과 아내, 가족의 이야기이기에 이것만으로도 소설은 감동적이다.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보는 듯 톡톡 튀는 유머도 눈길을 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지는 않다. 결말이 어떠하리라는 거, 이야기가 어떻게 어떤 수순으로 흘러가리라는 걸 이미 예견하고 있었다. 저자가 어디쯤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을 거란 것도. 하지만 그러면 뭐하겠는가? 어느 틈엔가 함정 깊숙이 빠져서 훌쩍훌쩍 눈물을 흘리고 있는데... 통속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 밉지 않다. 이 책 덕분에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모처럼 감성에 솔직해질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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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팅 게임 - 백만장자의 상속자 16명이 펼치는 지적인 추리 게임!, 1979년 뉴베리 상 수상작
엘렌 라스킨 지음, 이광찬 옮김 / 황금부엉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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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7월 4일,‘바니 노드럽’으로 서명된 편지가 여섯 통 배달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당신이 항상 꿈꾸어 오던 미시간 호반의 최신식 호화 아파트를 임대해 드립니다’는 편지를 받은 사람은 환상의 선셋 타워로 찾아온다. 부대시설과 전망 등을 모두 갖춘 최고급 아파트를 저렴한 임대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말에 사람들은 그곳에 입주하게 된다.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유인되었다는 것도 모른채.

 

선셋타워에서 부모님과 언니와 함께 살고 있는 13살의 소녀 터틀은 할로윈데이를 맞아 몇 몇 사람과 내기를 한다. 자신이 절벽 위의 낡은 집, 15년 동안이나 아무도 살지 않아서 유령의 집으로 불리는 웨스팅 저택에 들어가면 1분당 2달러를 받기로 한 것. 걷어차기 선수로 불리는 왈가닥 소녀 터틀은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추고 저택 안으로 들어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오고 만다. ‘유령 아니면 유령보다 더 무서운 것’이 있을 거라 짐작했지만 설마 시체를 발견하게 될 줄이야...

 

다음날 신문은 문제의 시체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터틀이 발견한 시체의 신원이 13년 전 행방을 감춘 수수께끼 사업가 새뮤얼 W. 웨스팅이며 웨스팅제지주식회사를 설립한 그의 재산이 자그마치 200만 달러가 넘는다는 것과 생전에 종이 제왕으로 불렸지만 그의 말년은 불행과 비극으로 마감하게 된 것을 전했다. 그 기사를 본 터틀은 의문을 갖는다. 밝혀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게 틀림없다고.

 

그후 선셋타워으로 또다시 편지가 배달된다. 모두 열여섯 통의 편지에는 당신이 ‘새뮤얼 W. 웨스팅의 유산 상속자 중 한사람으로 지명’되었으니 웨스팅 저택에서 있을 ‘유언장 낭독에 입회’해달라는 것이었다. 선셋타워의 입주민들과 그 주변인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유산 상속자’라는 말에 당황하면서도 속속 웨스팅 저택으로 모여들고 변호사에 의해 웨스팅의 유언장이 낭독된다.

 

그런데 그 유언장의 내용이 놀라웠다. 그 곳에 모인 사람들을 ‘나의 조카 열여섯 명’이라고 한데다 자신은 ‘자연사가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었는데 그 범인은 바로 ‘너희들 중 한 명’이니 살인자를 찾아내 자백을 받아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16명이 두 명씩 팀을 짜서 일명 ‘웨스팅 게임’을 해서 이긴 사람에게 자신의 유산을 상속하겠다고 제안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당황해 하면서도 웨스팅이 제안한 게임에 뛰어들게 되는데... 과연 열여섯 명의 유산상속자의 정체는 무엇이며 웨스팅을 살해한 범인은 누구일까? 또 누가 웨스팅의 유산을 상속받게 될까

 

웨스팅 회장이 지시한 게임의 방식과 힌트를 가지고 범인을 추리해나가는 소설 <웨스팅 게임>은 이야기의 구성이나 형식면에서는 사실 평범하다. 저마다 다른 직업과 연령의 사람들이 의문의 사건에 얽히면서 사건을 더욱 오리무중으로 몰아가는 이야기는 추리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형식이니까. 다만 그것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찾아가는가. 이것이 포인트인데 책에서는 힌트에서 연상되는 단어로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일종의 ‘퍼즐’처럼 진행된다.

 

‘백만장자의 상속자 16명이 펼치는 지적인 추리게임’이라는 부제와 ‘뉴베리 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에 망설임 없이 읽기 시작한 <웨스팅 게임>. 그런데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우선 단어를 마치 암호나 퍼즐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게 그다지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이건 아마도 ‘언어의 차이’때문이 아닐까 싶다. 영어에 능숙하다면 원서를 찾아볼텐데 아쉽다.

 

하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아쉬움을 꼽자면 바로 번역이다. 평소에도 책의 오탈자를 잘 찾아내는 편이긴 하지만 이번엔 그 정도가 심했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있는 집’ ‘뜨끈뜨끈한 빨간 피를 뚝뚝 흐르고 있었지’처럼 번역의 오류로 보이는 문장과 오탈자가 곳곳에 띄었고 문장부호 생략처럼 편집상의 실수로 짐작되는 부분도 많아서(중반부터는 메모하는 것도 포기할 정도였으니) 교정을 제대로 보긴 한걸까? 의문이 들었다. 이후 재개정판이 출간될 때는 이런 부분들이 수정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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