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사 오디세이
쓰지 유미 지음, 이희재 옮김 / 끌레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보통 평범한 사람에 비해) 조금 많이, 꾸준히 읽는 편이지만 번역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 번역된 책을 읽을 때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나 몇 번을 읽어도 그 뜻을 도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난해하거나 껄끄러운 대목이 나오면 ‘이게 내 한계야...’라며 넘어가곤 했다. 그러다 아이의 그림책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데 리듬감없이 밋밋한 문장이나 단어나 용어의 선택에 의심가는 대목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눈으로 읽는 글과 입으로 소리내어 읽는 글에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있을 줄이야!) 그림책의 역사애서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세계의 모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이라는데 내 아이는 외면했다. 왜 그럴까,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어린이독서지도사를 공부하면서 알게 됐다. 바로 '번역'의 문제였다. 그럴때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들은 원문을 비교해서 확인해 본다지만 한글 외엔 어떤 나라의 외국어도 모르는 내겐 불가능했다. 번역자가 누구인지 확인해보고 책을 선택하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었다.

 




<번역사 오디세이> 이 책은 프랑스 서적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번역가인 저자가 쓴 프랑스 번역사이다. 번역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로 얘기를 시작한 이 책은 서유럽과 아랍권, 다시 프랑스를 아우르며 그 곳에서 어떤 분야의 책이 주로 번역되어지고 그 번역이 어디로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그리하여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꼼꼼하게 짚어주고 있다. (학창시절 세계사를 배우지 않아선지 사실 이 부분은 그리 쉽지 않았다.)

 




특별히 기억나는 것. 서유럽이 십자군 원정을 통해 이슬람을 정복했지만 그들은 이슬람의 문명, 아랍문화에 놀라게 된다. 자신들이 야만족이라 여겼던 이슬람이 따로 번역기관을 두고서 그리스, 로마의 문명을 고스란히 받아 아랍어로 번역하고 이슬람교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모습을 봤으니!! 그에 자극을 받은 서유럽은 번역에 몰두하게 되고 그로 인해 ‘르네상스’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번역의 힘이란, 실로 놀랍다.

 




번역의 질을 거론하면서 ‘벨 앵피델’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프랑스어로 벨 앵피델은 글자 그대로 말하자면 ‘부실한 미녀’인데 ‘아름답지만 원문에 충실하지 않은 번역’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프랑스가 라틴어보다 우월하고 아름답다는 우월감이 아름답지만 정확하지 않은 번역을 낳았다는 것이다.

 




또 번역사마다 번역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이나 가치관이 있었다. 그 유명한 <율리시즈>를 번역한 발레리 라르보는 한 권의 책을 번역하는 과정을 연애와 비슷하다고 했다. 자신이 번역하는 책은 바로 먼 나라의 공주님이어서 그 아름다운 공주님의 마음을 사로잡아 남편의 지위를 얻고 얼마나 행복한 부부생활을 할 수 있는지는 바로 번역자의 열의에 달려있다고 했는데 무척 인상깊은 대목이었다.

 




의외의 흥미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작가 중에 번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사람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저자 알렉상드르 뒤마가 <햄릿>과 <아이반호>를 번역했으며 프랑스문학의 대표작가인 앙드레 지드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프랑스어로 번역했는데 20년이 넘는 시간을 오직 <햄릿>을 번역하는데 몰두했다고 한다.

 




2년전인가? 국내 모방송국의 아니운서가 번역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화제가 됐다. 얼마후에 그 책은 다시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렸다. 아나운서 자신이 번역한 것으로 알려졌던 책에 엄연한 번역자가 따로 있었던 것, 즉 대리번역을 했다하여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었다. ‘번역도 엄연한 창작’인데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독자를 우롱했다며 반환소동까지 일었던 기억이 난다.

 




'번역은 창작이다.' 당시엔 그 말이 100% 진실인 줄 알았다. 하지만 <번역사 오디세이>를 통해 번역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또 깊이 생각해보게 됐다. 번역은 창작이 아니다. 그렇다고 창작이 아니냐면 그것 역시 아니다. 일부 사람들이 말하는 ‘번역은 반역’도 아니다. 번역은 단순히 어떤 언어로 된 글을 다른 언어의 글로 옮기는 일이 아니다. 저자와 일대일로 만날 수 없는 독자들을 위해 둘 사이에서 안내와 조언을 하고 더불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 예술, 철학을 또 다른 언어로 옮겨 표현하고 전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문화의 전달은 바로 번역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기억하자.

 







‘번역은 한마디로 말의 무게를 다는 것’이다. 저울의 한쪽에 저자의 말을 얹고 또 한쪽에는 번역어를 올려놓는다. 그리고 이 둘이 균형을 이룰 때까지 작업을 계속해나간다. 하지만 저울에 올리는 것은 사전에 정의된 말이 아니라 저자의 말이다.... 그것은 살아서 고동치는 말이며 원문에서 벗어나 있다 하더라도 다리를 뻗어 작품 전체와 긴밀히 얽혀 있다. 저울에는 그 생명의 무게가 얹힌다. 따라서 저울의 또 한편에도 ‘똑같은 생명의 리듬을 타고 움직이는 등가의 무게’가 필요하다. -- 발레리 라르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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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공주 2008-06-3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꼭 읽어보고 싶어요! 알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글샘님의 서재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그리 길지 않은 기사를 읽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데....

제자신이 왜 이렇게 부끄럽게 여겨지지....모르겠습니다.

 
제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이고 싶습니다.

당당한 대한민국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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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어머니 가로막고 "내 세금으로 왜 그러나"

비아냥·제지에도 끄떡 않자 34분만에 차 돌려 

6월26일 새벽 1시31분, 기자는 서울 광화문 새문안교회 앞 도로 위에 있었다. 새문안교회 골목에서 전경들에게 밀린 촛불시위대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새벽 1시32분, 서대문 경찰청 방면에서 왕복 8차로를 가득히 메운 전경들이 방패를 앞세우고 몰려오기 시작했다. 전경들의 대열은 끝이 없어 보였다. 뒤로 살수차가 보였다.

▶8차선 꽉 메운 채 방패로 땅 쿵쿵 치며 위협행진






1시40분, 전경들은 새문안교회에서 광화문쪽으로 시위대들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전경들은 방패를 어깨 높이까지 치켜올렸다 땅을 내리쳤다. 그때마다 땅이 울렸다. 선임의 선창에 따라 뭔지 알아들을 수 없는 자기들만의 구호를 일제히 외쳤다. 여성들은 겁먹은 표정이었다. 제자리에 얼어붙어 울먹이는 젊은 여성이 보였다. 시위대들은 광화문쪽으로 밀려났다.

1시41분, 2대의 경찰 소속 살수차가 전경들 뒤에 바짝 붙어섰다. "깃발부터 잡아, 강하게 저항하는 놈부터 잡아." 마이크에서는 쉼없이 지령이 내렸다. 살수차는 물대포이자, 전경들의 대오를 지시하는 지휘부였다. 윙~하는 펌프엔진 소리가 들렸다. 살수가 시작됐다. 물대포였다. 시위대들은 물에 젖었다. 여름의 초입인 6월 끝자락의 밤이지만, 차가운 물에 젖으면 살이 떨린다. 곧 입술이 파래진다. 시위대들은 전경들의 위력과 물대포의 서슬에 아무런 저항도 못해보고 광화문으로 광화문으로 떠밀렸다.

1시48분, 먼저 살수를 시작했던 노란색 살수차 대신 옆에 대기하고 있던 회색 살수차가 물을 뿜기 시작했다. 물길이 두 배는 멀리 나가는 듯 했다. 한없이 쏘았다. 살수차의 물탱크에는 6500리터의 물이 들어간다. 7.5미터까지 쏠 수 있다.

▶경찰 인도로 끌어내려 하자 "내 아이에 손 대지 마!"

1시52분, 회색 살수차가 물대포를 멈췄다. 노란색 살수차와 임무교대를 하려는 듯 보였다. 그때였다. 한 30대 어머니가 유모차를 끌고 노란색 살수차 앞을 가로 막았다. 경찰들이 몰려와 인도로 끌어내려 했다. 어머니는 "유모차에 손대지 마, 내 아이에게 손대지마"라고 외쳤다. 서슬에 놀란 경찰들은 물러났다. 시민들은 "아기가 있다"며 유모차를 에워쌌다. 경찰들은 당황했다. 윙~하고 움직이던 노란색 살수차의 펌프엔진 소리가 멈췄다.

곧 한 무리의 전경들이 방패를 앞세우고 몰려 왔다. 방패로 땅을 치며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이 "애가 놀라잖아"라고 항의했다. 어머니는 말이 없었다. 전경들은 상황을 파악하고 조금 뒤로 물러섰다.

순간 노란색 살수차가 뒤로 빠졌다. 회색 살수차가 이제 주된 역할을 할 모양인 듯 했다. 방금보다 더 강한 엔진음이 들렸다. 물대포 발사 준비 소리였다. 어머니는 곧바로 회색 살수차로 유모차를 끌기 시작했다. 전경들이 몸으로 막으려 했지만, 유모차를 가로막진 못했다.

▶유모차 밖으로 아이 두 발이 쑥, 아! 눈물이 핑~

1시55분, 어머니는 두번째 회색 살수차 앞에 섰다. 전경들은 멈칫 거리며 다시 대오를 갖췄다. 어머니가 하늘을 쳐다보다 손으로 눈을 가렸다. 짧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두 눈가는 젖어 있었다. 그 순간 그 어머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두 아이의 아빠인 기자는 그냥 망연히 유모차 앞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2시01분, 전경들이 빠졌다. 회색 정복을 입은 순경들이 대신 유모차를 에워쌌다. 일부는 불량스런 표정으로 껌을 씹고 있었다. 유모차를 등지고 있던 순경 한명이 유모차 덮개를 슬쩍 들치려 했다. 껌 씹던 순경이었다. '안에 혹시 인형이라도 대신 넣고 가짜 시위하는 거 아냐?' 이런 표정이었다. 시민들이 "뭔 짓이냐"고 항의했다. 순경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다시 유모차를 등졌다.

사람들이 모인 광경을 보고 사진기자들이 몰렸다. 플래시가 터졌다. 어머니는 "제 얼굴은 찍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폴로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손으로 얼굴을 가리지는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유모차가 심하게 요동 쳤다. 그리고 유모차 밖으로 아이의 두 발이 쑥 삐져 나왔다. 온갖 굉음에 격한 소음과 쏟아지는 플래시, 아기는 얼마나 심한 공포와 불안에 불편했을까. 눈물이 핑 돌았다.

▶"저 평범한 엄마입니다, 근데 왜 저를 여기 서게 만듭니까"

2시10분, 여경들이 투입됐다. 뒤에서 "빨리 유모차 인도로 빼"라는 지시가 들렸다. 여경들은 "인도로 행진하시죠. 천천히 좌회전하세요"라고 유모차와 어머니를 에워쌌다. 어머니는 동요하지 않았다. "저는 직진할 겁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내가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도로 위에서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자유가 있습니다." 또박또박 말했다.

2시15분, 경찰 간부 한명이 상황을 보더니 "자, 인도로 가시죠. 인도로 모시도록"하고 지시했다. 여경들은 다시 길을 재촉했다. 어머니는 다시 외쳤다. "저는 저 살수차, 저 물대포가 가는 길로만 갈 겁니다. 왜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국민들에게 소화제 뿌리고, 방패로 위협하고, 물 뿌립니까. 내가 낸 세금으로 왜 그럽니까."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떨림은 없었다.

그때 옆의 한 중년 여경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아니, 자식을 이런 위험한 곳으로 내모는 엄마는 도대체 뭐야"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대답했다. "저 평범한 엄마입니다. 지금껏 가정 잘꾸리고 살아오던 엄마입니다. 근데 왜 저를 여기에 서게 만듭니까. 저는 오로지 직진만 할겁니다. 저 차(살수차)가 비키면 저도 비킵니다."

2시20분, 아까부터 껌을 씹던 순경이 유모차를 등지고 섰다. "어, 저 허리 아파요, 유모차로 밀지 마요"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시민이 "그럼 당신은 유모차에도 치이냐"라고 면박을 줬다. 순경은 다시 "그 잘난 놈의 아들 얼굴이나 한번 봅시다"라고 곁눈질했다. 어머니는 표정 변화가 없었다.

2시23분, 살수차가 조금 뒤로 빠졌다. 경찰들이 다시 "인도로 행진하십시오"라고 어머니를 압박했다. 어머니는 외쳤다. "전 저 차가 가지 않으면 하루 종일 여기에서 서 있겠습니다."

▶"전 저 차가 가지 않으면 하루 종일 여기에서 서 있겠습니다"

2시26분, 경찰 간부가 다시 찾아왔다. "살수차 빼고, 병력 빼." 드디어 살수차의 엔진이 굉음을 냈다. 뒤로 한참을 후진한 차는 유턴을 한 뒤 서대문쪽으로 돌아갔다.

2시27분, 어머니는 천천히 서대문쪽으로 유모차를 밀기 시작했다. 경찰들이 다시 유모차를 에워싸려 했다. 뒤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야, 유모차 건드리지마, 주변에도 가지마." 경찰들은 뒤로 빠졌다.

어머니는 살수차가 사라진 서대문쪽을 잠시 응시하다 다시 천천히 유모차를 끌었다. 유모차를 따라 갔다. 하지만 말을 걸 수는 없었다. 기자이기 이전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묵묵히 유모차 뒤를 따랐다.

2008년 6월26일 새벽, 서대문쪽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던 물세례에 소스라치던 이들은 갑자기 물대포가 끊긴 이유를 잘 모를 것이다. 여기에 그 이유가 있다. 기자는 그것을 대신 전할 뿐이다. 온몸으로 2대의 살수차를 막아선 한 어머니가 있었다는 것을.

이태희 < 한겨레21 > 기자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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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일이래???

오늘 이 시간까지 내 서재를 방문한 사람이 96명이라고???

우와, 최고 기록이군.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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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의 조선 2 - 꽃피는 인쇄술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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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는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최초로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는 당시 교황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한 뒤 얻어온 기술이다.” -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전 미국부통령 엘 고어. 





구텐베르크 인쇄공방은 교황청의 ‘42행 성서’ 인쇄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 훔브레히트 지역에 규모가 3배나 큰 인쇄공방을 새로 짓는 등 크게 확장해 나간다. 그러나 인쇄량이 점점 늘어나면서 활자주형에 균열이 생기게 되면서 석주원은 보수에 필요한 안티몬을 구하기 위해 이레네와 콘스탄티노플을 방문한다. 당시 콘스탄티노플은 오스만투르크와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위기와 폭풍 전야의 고요. 오스만투르크 제국 군대는 금각만 상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오로지 그리스의 불만이 오스만투르크 제국 군대의 상륙을 막을 수 있는 상황이다. 바로 그런 때에 석주원은 큰스탄티노플로 되돌아왔고, 그리스의 불 제조에 매달린 지 사흘만에 처음으로 시제품을 만든 것이다.





천년제국 콘스탄티노플이 언제 함락될지 모르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석주원은 그리스 불의 제조비법을 알게 된다. 천년제국이 오스만투르크에 의해 막 함락될 때 석주원과 이레네는 간신히 마인츠로 향한다. 그동안 숨기고만 있었던 서로에 대한 사랑을 새삼 가슴깊이 느끼면서....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요. 당신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으면서도 그 사람이 당신 때문에 자기 나라로 돌아가지 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있어요....두 사람에게 아직은 좀더 시작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세월은 원하는만큼 마냥 기다려주지 않아요....사랑은 소중한 거예요. 그리고 기회는 한번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





그즈음 마인츠는 물론 독일 전역에서 최고의 인쇄공방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구텐베르크의 공방에 위기가 닥친다. ‘42행 성서’ 인쇄사업과 관련해서 대부업을 경영하는 요한 푸스트와 야콥 푸스트 형제에게 많은 자금을 빌렸는데 그 푸스트 형제가 구텐베르크 인쇄소를 통째로 삼키려는 계략을 꾸민다. 구텐베르크는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채 훔브레히트 인쇄공방을 어이없이 빼앗기고 만다.




그러나 불행중 다행이라고, 이레네가 자신의 법률지식으로 구텐베르크 인쇄소만은 지켜낸다. 석주원은 훔브레이트 인쇄공방을 반드시 되찾아오겠다고 이레네와 약속한다.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긴박한 법정공방이 인상적이었다.




1455년 11월, 구텐베르크는 푸스트 형제와의 재판에서 훔브레이트 인쇄공방과 성서 인쇄권, 그리고 많은 돈을 잃었다. ....그러나 석주원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다. 닫혔던 세상이 열리고 사람들의 생각도 새로운 융합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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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의 조선 3 - 르네상스의 조선인
오세영 지음 / 예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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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는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최초로 발명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이는 당시 교황사절단이 한국을 방문한 뒤 얻어온 기술이다.” -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전 미국부통령 엘 고어. 





훔브레히트 인쇄공방을 뺏었지만 석주원과의 대결에선 패배했던 푸스트 형제는 피렌체와 로마에서 또다시 부딪힌다. 피렌체에서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던 메디치. 그가 피렌체 플라톤 아카데미의 부설인쇄소를 건립하는데 거기에 석주원의 구텐베르크 인쇄소와 푸스트 인쇄소가 경쟁을 하게 된 것이다.

 

 

저 사람이 코시모 데 메디치란 말인가. 강렬한 열정과 압도하는 존재감이 느껴지면서 석주원은 긴장이 되었다...석주원은 문득 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먼 여정 끝에 여기에 당도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석주원의 일행이 살인사건에 휘말려 잡히지만 소년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나 또한번 무사히 고난을 넘긴다. 석주원의 도움으로 피렌체에서 무사히 로마로 피신할 수 있었던 이폴리토는 필경사가 되어 로마에서 석주원의 큰 힘이 되어준다. 그리고 조선을 떠날 당시 10대의 청년이었던 석주원은 오십대의 노인이 되어 콜럼부스를 만나 꿈에도 그리던 고향, 조선으로 향하는데...

 

오랜 세월이 흘렀다. 많은 것이 변했을 것이다. 어쩌면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석주원은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않기로 했다.




조선에서 명나라로, 명나라에서 다시 사마르칸트, 독일의 마인츠로 향하고 마인츠에서 콘스탄티노플과 피렌체, 로마로 향하는 석주원의 여정이 3권의 책 속에 펼쳐져 있다. 한 권당 약 300쪽, 모두 합해 950여쪽에 방대한 분량의 책이지만 몰입해서 읽어나가는 데엔 크게   없었다. 구텐베르크와 석주원의 숙적인 푸스트 형제와의 대결에서 편법이나 속임수를 쓰지 않고 오직 진실된 자세와 실력으로 임하는 석주원의 모습에서 당당한 활자장인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부분적으로 끊어진 역사를 저자가 자신의 상상으로 메워서 이어나가다 보니 스토리 전개에 있어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더러 눈에 띄었다. 석주원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매번  우연히 만난 인물에 의해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에서부터 자신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고 하기보다 오히려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데 앞장서는 석주원의 행동이 이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다소 억지스러웠다. 우리의 인쇄술이 우수하다는 것에 너무 중점을 두다 보니 구텐베르크의 존재감이 석주원에 비해 희미하게 표현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이 책은 각 권마다 주된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조금씩 다른데도 불구하고 앞면지의 지도는 1,2,3권 모두 같은 지도다.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와 나라에 따라 그 지역만을 부분적으로 확대하거나 조금씩 달리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각 권마다 끝부분에 ‘자료그림’이 첨부가 되어 있어서 책 한 권을 읽을때마다 그림을 보면서 나름대로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다. 운명에 힘에 이끌려 조선에서 머나먼 독일까지 머나먼 길을 떠나야 했던 석주원. 마지막 순간에도 그리운 나라, 조선으로 가겠다는 그의 꿈이 과연 이루어졌을지 궁금해진다.



이정명 작가의 <뿌리 깊은 나무>란 책을 통해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과정을 엿볼 수 있었고 <구텐베르크의 조선>을 통해 그 다음 창제 후 반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동쪽의 작은 나라, 꼬레아. 고려와 조선을 거쳐 이어져온 활자문명이 지구 반대쪽인 멀리 유럽으로까지 영향을 끼쳤다니 자부심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가슴이 뿌듯해진다. 설령 허구가 상당부분 차지한다고 해도 역사의 기본 틀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말이다. 우리의 금속활자가 얼마나 우수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던 된 책이었다. 세계에 우뚝 선 우리의 인쇄술, 잃어버린 ‘활자로드’를 찾아 되살리려 애쓴 저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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