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마타사부로 / 은하철도의 밤 지만지 고전선집 231
미야자와 겐지 지음, 심종숙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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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니, 이럴수가! 책을 받아들고 순간 놀랐다. 아니, 당황했다. 내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음을 깨닫는데엔 몇 초면 충분했다. 무슨 실수냐고? 난 간혹 저자의 이름을 혼동한다. 아니, 헛갈린다는 게 맞는 것 같다. 하성란과 조경란의 작품은 걸핏하면 혼동한다. 요즘은 좀 덜하지만 김연수와 이현수, 히가시노 게이고와 히라노 게이치로도 마찬가지다. 그럼 미야자와 겐지는 도대체 누구와 착각한 걸까. 바로 그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였다. ㅠㅠ




미야자와 겐지. 결코 낯설지 않은 이름인데, 내가 왜 잘못 알았지? 곰곰 생각해보니 원인은 다름아닌 얼마전에 구입한 <첼로 켜는 고슈>란 책에 있었다. 여러 동물들과 교감하며 연주하는 고슈란 첼로 연주자의 이야기였는데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신비로운 분위기가 무척 매력적이었다. 바로 그 책의 작가를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다니. 미야자와 겐지의 <바람의 마타사부로>를 만나기까지 중간에 약간의 오해는 있었지만 왠지 인연이란 생각이 든다.




9월 1일. ‘휭 휭 휭...’하고 바람이 부는 것으로 <바람의 마타사부로>는 시작된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는 날, 교실은 단 하나지만 3학년만 빼고 모든 학년이 있는 골짜기 계곡의 작은 학교로 한 아이가 전학온다. 붉은 머리를 한 소년의 이름은 다카다 사부로. 갑작스런 전학생의 등장에 아이들은 잠깐 당황하지만 이내 사부로를 ‘마타사부로’라 부르며 함께 어울려 지낸다. 경마를 하자며 말을 쫓기도 하고 개울에서 물고기도 잡으며 지낸다. 그러던 9월 12일. ‘휭 휭 휭...’ 심한 바람이 불던 날. 사부로가 다시 전학을 간다. 광석을 채굴하는 아버지를 따라 전학왔을 때처럼 다시 아버지를 따라 다른 곳으로 간 것. 마침 일요일이라 아이들에게 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난 사부로를 가스케는 이렇게 말한다. “역시 그 녀석은 바람의 마타사부로였어.” 바람처럼 왔다가 자신들의 곁에 머물다 떠나버린 사부로를 아쉬워하고 그리워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잔잔하게 다가왔다.




<은하철도의 밤>. 이 제목을 보자마자 떠올린 건 바로 어렸을 때 텔레비전에서 봤던 ‘기차가 어둠을 뚫고 은하수를 건너면...’하던 노래의 <은하철도999>란 애니메이션이었다. 그 만화영화와 이 책이 혹시 무슨 관계가 있나 했더니 <은하철도999>의 원작이 바로 <은하철도의 밤>이라고 한다.




주인공인 조반니는 누나와 함께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고기잡이를 하러 나간 아버지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조반니는 인쇄소 일을 거들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었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학교수업에 필요한 공부를 할 시간도 없을뿐더러 가장 친한 친구인 캄파넬라와 함께 하지도 못한다. 수업시간에 은하와 별에 대해 배우던 조반니는 예전에 캄파넬라의 집에서 봤던 아름다운 은하의 사진을 떠올린다. 그리고 은하축제일. 켄타우루스 축제날 밤, 조반니는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을 피해서 도망치듯 언덕으로 향한다. 어둠이 내려앉은 언덕에서 별이 가득한 하늘을 올려보던 조반니는 밤하늘이 마치 작은 숲과 목장, 들처럼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상한 목소리에 눈을 뜬 조반니는 자신이 어느새 은하를 여행하는 기차에 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거기다 캄파넬라도 같은 기차에 타고 있는 게 아닌가. 조반니와 캄파넬라는 기차를 타고 은하계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동안 새를 잡는 사람과 하늘나라로 가는 사람 등 이상하고 특별한 낯선 사람들과도 만난다. 나중엔 기차에 캄파넬라와 단 둘이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캄파넬라 역시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그 자리엔 모자를 쓴 창백한 얼굴의 어른이 앉아있었다. 꿈 속에서 결심한대로 진정한 행복을 찾아 곧바로 앞으로 나아가라는 그의 얘기에 조반니는 꿈에서 깨어난다. 강가를 따라 수많은 등불이 흘러가는 다리 위를 건너던 조반니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는다. 강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고 캄파넬라가 강에 뛰어 들었다가 친구는 구했지만 자신은 나오지 못한 채 빠져버렸다는 것이다.




미야자와 겐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알려진 <은하철도의 밤>은 제목에서처럼 몽환적인 분위기를 작품 전체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섬세한 묘사와 독특한 상상력이 빚어낸 세계는 마치 책을 읽는 독자가 우주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저자가 조반니와 캄파넬라의 은하여행 속에 담고자 했던 생각들, 행복은 무엇인지, 시간의 흐름, 신과 인간에 대한 그의 사상과 철학을 모두 이해할 순 없었다.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시인이자 동화작가였던 미야자와 겐지. 그의 짤막한 동화 두 편을 읽으면서 고흐를 떠올렸다. 불꽃같이 짧은 생을 살다간 고흐처럼 미야자와 겐지 역시 37세에 세상을 떠났으며 사후에 유명해졌다. 풍부한 상상력과 섬세한 감수성으로 종교와 과학을 토대로 한 자신만의 독특하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고자 했던 그의 작품을 좀 더 만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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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부터 건강해지는 마흔의 밥상
야마다 도요후미 지음, 전경아 옮김 / 살림Life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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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또 시작됐다. 지끈지끈 쑤시고 울리는 편두통. 어쩌다 한 두 번 나타나던 편두통이 어느샌가 완전히 고질병이 되버렸다. 작년 이맘때도 편두통이 너무 심해서 CT촬영까지 했었다. 결과는 ‘아무 이상없음.’ 담당의사는 ‘너무 심하면 참지 말고 그냥 약 먹으라’고 당부했다. 이번의 두통은 만만치않다. 사그러들 듯 하면서도 고개를 치미는 통증, 서서히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도대체 이 두통이 언제부터, 왜 자꾸 생기는지, 두통에 완치란 없는지, 이 고통을 남은 평생 끌어안고 살아야하는 걸까. 이뿐만이 아니다. 매일 아침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고역이다. 온 몸이 뻐근하고 저려서 밤마다 내가 잠든 동안 누가 날 망치로 두드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나이 들면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다더니 그게 정말이구나...싶다. <세포부터 건강해지는 마흔의 밥상>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마흔이 넘은 우리 부부의 밥상에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바닥난 건강은 병든 세포가 원인! 밥상을 바꿔야 건강이 보인다’는 부제처럼 이 책은 건강해지기 위해선 우선 병든 세포를 살려내라고 말한다. 세포가 병이 든다고? 처음 듣는 말이다. 또 세포가 왜 병이 드는 걸까? 의문이 생긴다.




이 책의 저자인 야마다 도요후미는 예방의학연구소 소장이자 분자영양학 박사다. 또 스포츠 영양학 분야에서 프로야구나 스모, 골프, 육상 같은 운동선수에게 영양지도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수많은 운동선수에게 영양지도를 해오면서 저자는 선수들의 나쁜 식습관이 컨디션 난조와 부상으로 이어진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한다. 즉, 식습관이 서구화된 시기와 선수들의 부상이 늘어나는 시기가 일치한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저자는 고단백 식사의 함정과 완전식품인 우유를 의심하라고 경고한다. 동물성 단백질과 칼슘함유량이 높은 유제품은 복잡한 구조 때문에 체내 흡수되기도 힘들고 장에서 분해되는 과정에 암모니아 같은 독성을 배출할 뿐 아니라 간이나 신장에도 큰 부담을 준다는 거였다. 또 뼛속의 칼슘을 녹여서 소변으로 배출시키기 때문에 골다공증의 위험성도 높아진다면서 칼슘은 마그네슘과 적정비율을 유지해야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탄수화물을 비만의 근원이라며 살을 빼기 위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위험한 방법이라고 한다.




그럼 세포의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 세포의 찌든 독소를 제거하려면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저자는 해결책으로 현미와 마고와야사시이 자연식과 패스팅이란 걸 내놓았다. 마고와야사시이 자연식이란 콩과 참깨나 땅콩류, 미역을 비롯한 해조류, 각종 야채, 생선류, 버섯류, 감자.고구마.토란이 고루 배합된 식사법을 말하는데 우리 인간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식사법이라고 한다. 패스팅은 우리 몸 속에 축적된 환경호르몬이나 중금속, 식품첨가물 같은 독소를 빼는 걸 말하는데 일종의 단식요법이다.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로 만든 주스로 최소한의 칼로리만을 섭취하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 몸은 휴식을 취하고 스스로 자정작용을 거쳐 건강해질 수 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수시로 뜨끔거렸음을 고백한다. 번거롭고 귀찮다는 이유로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로 끼니를 해결한 적이 있다. 반조리 상태의 냉동식품으로 식탁을 차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사실 그런 것들이 모두 나와 내 가족의 건강에 적이라는 걸 모르진 않았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다는 게 옳은 표현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가족이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기를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60조 개의 세포가 건강해지는 식사로 밥상으로 바꿔야겠다. 새해엔 좀 더 부지런해지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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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시스터즈 키퍼 - 쌍둥이별
조디 피콜트 지음, 곽영미 옮김 / 이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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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별>. 저자는 조디 피콜트. 처음 듣는 이름이다. 알지 못하는 작가의 책을 처음 읽게 될 때는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 같다.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서나 선물로 받게 될 경우, 그다음 자신의 선택에 의해서. 이번은 세 번째의 경우였다. 누군가의 추천도 선물도 아니었다. 노란 띠지에 적힌 단 한 줄의 문장, “내 몸의 권리를 찾기 위해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이 대목이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부모님을 고소하게 된 사연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었다.




열 세 살의 안나가 어느날 변호사 사무실을 찾는다. 심드렁한 표정의 변호사에게 안나는 똑 부러지게 말한다. “내 몸의 권리를 찾기 위해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이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안나의 엄마인 사라는 어느날 케이트의 몸에 생긴 네잎클로버 모양의 멍을 발견한다. 심상치않음을 느낀 그녀는 남편인 브라이언과 병원을 찾는다. 그리고 몇 차례의 검사결과 케이트가 골수성 백혈병 가운데서도 희귀병에 속하는 ‘전골수구백혈병’에 걸렸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사랑하는 딸을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던 그녀는 셋째를 낳기로 결정한다. 체외수정을 통해 케이트의 모든 조직과 일치하는 맞춤아기를 임신한 것. 그렇게 태어난 안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케이트를 위해 제대혈을 비롯해 줄기세포와 골수 등을 내어주는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케이트의 상태는 끝내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신부전증이 발병하면서 안나의 신장을 기증받아 이식해야하는 지경에 이르고야만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사춘기에 접어든 10대의 안나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케이트를 위한 기증자로서의 삶에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언니를 정말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내 몸의 권리까지 내어줘야 하는 걸까. 결국 안나는 부모를 상대로 재판을 하게 된다. 전직 변호사였던 엄마를 상대로 법정공방전을 벌이던 안나는 결국 자신이 거부하던 증인석에 어쩔 수 없이 오른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털어놓는데...




책은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부분의 소설처럼 한 두 명의 주인공이 사건이나 갈등을 일으키고 해결해가는 게 아니라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재판의 결과에 언니의 생명이 달린 소송을 제기한 안나와 목숨을 에게 치명적인 사랑하는 딸 케이트를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던 사라와 케이트를 사랑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안나의 마음과 처지를 이해해주는 브라이언, 부모님의 관심이 케이트에게 집중된 탓에 오로지 탈선과 비행으로 자신의 불만을 드러내는 큰아들 제시, 안나의 변호를 맡은 캠벨과 법정 후견인인 줄리아. 이 모두가 주인공인 셈이다. 때문에 그들을 바라보는 독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책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이해함과 동시에 그들과 자신을 동일시하기에 이른다. 더 나아가 자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처음엔 이 책이 불치병을 앓는 언니에게 장기기증을 거부하는 안나와 엄마인 사라와의 법정공방을 다룬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그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가족의 이야기였다. 가족 중 불치병을 앓거나 비행을 일삼는 자녀가 없더라도 일단 ‘가족’이란 울타리 속에선 비슷한 일들이 일어난다.  가족은, 해야 할 말을 하지 않고 겉과 속이 다른 말을 하는 고통스런 역사(125쪽)을 갖기도 하고 부모가 자식들 중 한 아이만 위하다보면 가족의 질서는 무너지게(154쪽) 될 수도 있다는 걸 책은 말하고 있었다.




2년 전 늦은 나이에 둘째를 임신했다. 출산을 두어 달 앞두고 난 아이의 제대혈을 보관하는 절차를 거쳤다. 그즈음 지인의 딸이 어느날 갑자기 혈소판 수치가 떨어져서 계속 수혈을 해줘야하는 병을 앓고 있었다. 혹시나 가까운 미래에 벌어질 수 있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싶었다.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내 의견에 신랑은 동의했다. 만약의 경우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면서....




그래선지 난 이 책을 읽으면서 끊임없는 질문에 시달렸다.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누구의 자리에서 어떤 생각들을 할 것인가. 처음 표지를 펼쳐 읽기 시작해서 550페이지에 달하는 두툼한 책을 덮을 때까지도 답을 찾지 못했다. 하루가 다르게 생기를 잃어가는 딸을 둔 사라와 브라이언, 죽음의 문턱으로 한발 한발 다가가는 케이트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제시와 안나의 마음이 가슴을 가득 메워버렸다. 수시로 울컥 치미는 눈물을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어떤 것이 최선의 선택일지...도무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십 년 후에도 난 언니의 동생이고 싶다는 안나, 자신의 바램 때문일까. 책은 마지막에 놀라운 반전으로 또한번 내 마음을 철렁하게 만들었다.




550페이지를 넘는 두툼한 책이지만 두께를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몰입했던 책이었다. 2008년 한 해를 보내면서 생명의 의미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기억하고 싶은 대목>




언니가 죽으면 언니가 있다는 말은 더 이상 안해야할까? 아니면 다른 반쪽이 가고 없는데도 동생으로 계속 남게 되는 걸까? 190쪽.




“죽는 게....무섭니?” 나는 불쑥 묻는다. 케이트는 나를 돌아보고 입가에 미소를 떠올린다. “오빠한텐 말해줄게.” 그 애는 눈을 감는다. “난 잠시 쉬러가는 것뿐이야.” 그 애는 간신히 말하고서 다시 잠이 든다. -433쪽.




“괜찮은 인생이었어. 엄마, 안 그래?” 나는 눈물이 울컷 치밀어 입술을 깨문다. “최고였어.” 나는 대답한다. -5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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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자오선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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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코맥 매카시의 작품을 만났다. 그의 작품 중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출간과 거의 동시에 영화가 상영되기도 했고 뒤이어 나온 <로드>는 독자들의 반응이 ‘감동적이다’,  ‘난해하다.’며 서로 극과 극을 치닫는 등 반향을 불러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작품인데도 읽어보지 못했다. 왠지 어렵고 난해할 것 같은 느낌이 너무 강했기 때문일까. 하지만 코맥 매카시의 작품 중 가장 문학성이 뛰어나다는 <핏빛 자오선> 이 책은 왠지 다를 것 같았다. 조금의 망설임없이 손을 뻗었다. 지금까지 국내에 출간된 책에 비해  난이도가 덜할거라고 여겼다. 그.런.데.......완전히 잘못된 판단이었다. ‘문학성’은 ‘재미’와 결코 같은 의미가 될 수 없다는 걸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 아이를 보라’고 책은 시작한다. 이름이 뭔지 알 수 없는 열 네 살 소년이 가출한다. 무작정 서쪽으로 방랑하던 소년은 세인트루이스에 이르고 다시 뉴올리언스로 향한다. 무리 내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력이 오가던 어느날 갑자기 소년을 총을 맞는다.(본문을 불과 1장을 넘겼을 뿐인데). 안주인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소년은 다시 길을 떠나고 비정규군으로 이뤄진 부대에 합류한다. 인디언과의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던 어느날, 인디언의 갑작스런 공격으로 부대는 몰살당한다. 간신히 살아남은 소년은 다시 여기저기 떠돌다가 감옥에 갇한다.




이후 소년은 토드빈과 함께 글랜턴의 무리에 들어간다. 거기서 큰 덩치, 온 몸에 털 하나 없는 아이 같은 얼굴의 홀든 판사가 만난다. 글랜턴의 무리는 처음엔 인디언의 머리가죽을 벗겨가면 돈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인디언이 아닌 사람들, 이주민이나 멕시코인 같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의 머리가죽까지 벗기기에 이른다. 그들에겐 아기도, 여인네도, 노인도 없었다. 이미 폭력과 피, 죽음의 맛을 본 그들에게 타인은 모두 사냥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행진을 거듭하면서 희생자의 피와 내장으로 호수를 붉게 물들였고 황무지는 피에 젖어든다.  이후 책은 시종일관 광기와 살육으로 인해 피가 흥건한 현장으로 이어진다.




책은 19세기 중반, 미국과 멕시코 간의 영토분쟁이 치열했던 때를 다루고 있다. 일단 미국이 승리하면서 국경선이 그어졌지만 상황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국경 주변에선 더 많은 땅, 더 많은 돈을 갖기 위해 끊임없이 전투가 벌어졌다. 자신이 살기 위해선 타인을 죽여야 하니 살인에 대한 죄의식은 기대할 수조차 없어 보였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까지 난감했던 적이 별로 없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선혈이 낭자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사람을 난도질하고 머리가죽을 벗기는 걸 마치 지나가는 개미 한 마리를 손가락으로 눌러잡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었다. 책을 읽다 잠들면 꿈에서조차 피가 흥건했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전후사정이나 언급도 없는데다 등장인물간의 대화를 나타내는 어떤 문장부호도 없이 쭉 늘어놓은 문장은 책에 몰입하기도 어려웠다.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정말 어렵사리 읽고 한동안 멍한 기분이 들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멕시코와의 영토분쟁을 비롯해 책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실제로 존재했다고 한다. 또 소설의 인물 중엔 역사적 기록에 등장하는 인물에게서 영감을 받아서 이름을 그대로 쓰기까지 했다는데...그렇게까지 해서 저자는 도대체 이 책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주려 한걸까. 왜 소년에엔 이름이 없었을까. 굳이 '소년'이 아닌 다른 누구라도 상관이 없다는 걸까. 판사도 그랬다. 다른이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외모, 도저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는 그를 보고 난 묻고 싶었다. 소년처럼. 진짜 판사가 맞냐고...결코 잠자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홀든 판사를 통해 뭘 얘기하고자 한걸까. 미국이란 나라는 책에서처럼 수많은 이들이 흘린 피로 다져진 땅 위에 세워졌다는 것? 과연 그게 전부일까.

 

뒷표지에 이런 글귀가 있다. '영혼을 압도하는 매력적인 문체'. 그런데, 난 도무지 실감할 수 없었다. 저자가 묘사해놓은 정경이 머리에 그려지지 않았다. 잔혹한 폭력 이면에 가려진 흐름을 보지 못한 느낌이 든다. 책에서 판사는 이런 말을 한다. '어휘야말로 힘이다. 자신이 소유한 어휘는 결코 강탈할 수 없다.' 정말이다. 코맥 매카시의 어휘를 강탈은 커녕 마음에 담기도 버거웠다.


<핏빛 자오선> 이 책은 읽는 이
의 마음을 뿌리채 흔들어놓는다. 종이위에 물감이 번지듯 메마른 사막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조금씩 조금씩 스멀스멀 퍼지는 붉은 피. 어딘가로 몸을 숨기지 않으면 내가 선 자리까지 삼켜질 것 같다. 하지만 이곳저곳을 둘러봐도 피할 곳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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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여신 - 오드 토머스 두 번째 이야기 오드 토머스 시리즈
딘 R.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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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여자 표정 진짜 무섭네.” 표지그림에서 공포의 기운이 물씬 풍겨지는 책 <죽음의 여신>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한 생각이다. 집에 어린 아이가 둘이나 있는지라 살짝 걱정이 됐다. 신랑한테 넘겨준 북커버가 아쉬웠지만 다시 뺏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애들이  곁에 있을 때 읽을수도 없고. 그렇담 이 책을 언제 읽지? 할 수 없이 아이들 잠든 시간에 책을 읽기로 했다. 잘 부탁해. 죽음의 여신!! 함께 멋진 밤을 보내보자고.

  

죽음을 보는 남자, 오드가 돌아왔다. 전편인 <살인예언자>에서 언제나 함께 하리라 여겼던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만다. 그 후 6개월의 시간이 흘렀지만 오드는 연인을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드에게 윌버 제섭 박사가 죽은 영혼이 되어 나타난다. 자신의 어릴적 친구인 대니의 양아버지인 제섭박사의 영혼을 본 오드는 직감적으로 대니가 위험에 처했음을 느끼게 된다. 서둘러 찾아간 대니의 집에서 오드는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된 제섭 박사의 시체를 발견하지만 막상 대니가 보이지 않았다. 납치된 것이다. 골형성부전증을 앓는 대니는 걸핏하면 뼈가 부러진다.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찾아야 된다는 생각에 오드는 자신의 능력인 심령자석을 이용해 대니를 찾아다닌다. 그러다가 홍수통제용으로 건설된 하수도로 이어지는 지하에서 미약하게나마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고 쫓아가는데...




<살인예언자>에서 오드는 끔찍한 대량참사를 막아 피코문도의 영웅이 된다. 하지만 <죽음의 여신>에서 오드는 죽은 사람을 자신의 능력을 어릴적 친구인 대니를 위해 발휘한다. 범인에 대한 추측은 의외로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대니가 힘들고 고독한 상태일 때 그 속을 비집고 들어간 건 목소리가 부드러운 여자였을 거란 오드의 생각은 적중했다.  대니가 오드의 능력을 폰섹스로 알게 된 다투라에게 털어놓은 게 사건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투라가 죽음의 여신이라 불릴 정도로 심령스런 일, 영혼에 집착하는 여인이라는 거였다. 그후 치명적인 미모의 여인 다투라와 그녀의 일당에 홀로 맞서 싸우게 된 오드의 만 하루동안의 숨가쁜 추격전이 벌이진다.




사실 <죽음의 여신>은 전편인 <살인예언자>에 비해 전체적으로 스릴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일단 오드에 맞서서 대결하는 인물로 등장한 다투라가 그다지 매력이 없다. 처음엔 <죽음의 여신>이란 제목을 보고 오드와 비슷한 능력을 가진 여인이 등장하겠구나 생각했다. 근데 천만의 말씀,  그녀를 왜 죽음의 여신이라 하는지 이해되지 않을뿐더러 오드를 끌어들이기 위해 대니를 납치하는 동기도 억지스럽다. 유령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 내 앞에 소환해보라며 외치는 다투라의 모습은 열두살 철부지나 다름없었다. 

 

다만 친구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뛰어드는 오드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친구를 탈출시킬 때 긴장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건네던 몇 마디 말에서 오드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흔히 문제의 부모에게서 문제의 아이가 자란다고 하는데 오드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폭행을 일삼던 부모에게서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죽음을 보는 능력으로 인해 결코 평범하지 않은 나날을 보내지만 오드는 참으로 반듯하게 잘 성장했다는 생각이 든다.




2편의 끝에서 오드는 잠시나마 피코문도를 떠난다는 결정을 내린다.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수도원에 들어가기로 한 것이다. 죽음을 보는 남자 오드의 수도원에서의 생활은 어떨까. 엘비스의 영혼도 그를 따라 수도원에 나타날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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