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니치 코드
엔리케 호벤 지음, 유혜경 옮김 / 해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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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니치 코드. 책의 제목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였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이에 종교기호학 교수인 랭던과 살해된 박물관장의 손녀이자 암호전문가 소피가 함께 프랑스와 영국, 이탈리아를 오가며 사건의 뒤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였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 숨겨진 비밀과 의미도 흥미로웠지만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템플기사단, 프리메이슨, 시온수도회, 오푸스데이...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 속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보이니치 코드>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많은 이에게 알려지지 않은 역사의 미궁, 미스터리를 어떻게 이야기로 풀어낼까. 궁금했다. 하지만 가장 큰 의문은 바로 ‘보이니치 코드’가 과연 무엇인가 하는 거였다.




MSㅡ408. 암호문서. 15세기 혹은 16세기 암호로 보이는 밝혀지지 않은 언어로 쓰인 과학서 혹은 마술서. 200쪽이 넘는 책에서 수정한 부분이나 지운 곳이 단 한 곳도 없이 암호로 적어 넣은, 완벽함이 두드러지는 책. 이게 바로 ‘보이니치 코드’라고 한다. 내용도 하나의 정해진 주제나 소재에 대해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식물학, 천문학, 인물, 약초 등 다양해서 더욱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문제는 이 책에 기록된 문자를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풀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이니치 필사본에 숨은 겹겹이 싸인 의문...은 무엇인가. 과연 누가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이 책의 주인공은 예수회 학교에서 물리를 가르치는 신부 엑토르. 그는 ‘보이니치 리스트’로 불리는 인터넷 단체에 가입하여 몇 몇의 회원과 함께 보이니치 필사본을 해석하며 지내는데, 어느 날, 정원의 벽에 누군가가 보이니치 언어로 ‘아킬레우스의 분노가 네게 임하리라’고 낙서를 하고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예사롭지 않은 일임을 직감한 엑토르에게 어느날 한 여인이 찾아온다. 자신을 왈도라고 밝힌 그녀의 이름은 후아나 피사로. ‘보이니치 리스트’에서 ‘요아나’라고도 불린다면서 자신이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캠브리지 대학교의 천문 우주학자인 존과 만나 잠시 피신해 있을 거라던 그녀는 떠나면서 엑토르에게 보이니치 필사본의 비밀 정보가 들어있는 디스켓과 봉투를 건넨다.




한편, 엑토르가 속한 예수회 학교도 위기를 맞는다. 시에서 학교를 몰수하여 철거한 다음 그 자리에 주차장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에 수도원장은 엑토르를 이끌고 학교 지하의 숨겨진 미로에 데려간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옛 로마의 유적지의 가치를 공개하면 학교가 몰수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추측에서였다. 엑토르는 후아나가 건넨 디스켓을 통해 보이니치 필사본의 해석해나가는 동시에 학교 지하 시설에 숨겨진 의문을 풀기 시작한다. 얼마 후 엑토르는 옛 도서관 사서였던 신부가 남긴 밀봉된 봉투를 발견하고 더 나아가 그것이 곧  보이니치 필사본의 의문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데....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했지만 그래도 팩션 소설이라고 너무 만만하게 여겼던 걸까. 보이니치 필사본에 대해 품었던 궁금증을 풀기 위해 필사본이 제작됐던 당시의 역사적인 배경과 상황을 하나하나 추적해 나가는데 그 과정을 읽어가는 건 결코 쉽지가 않았다. 우선 튀코 브라헤와 요하네스 케플러의 관계도 의문투성이였으며, 루돌프 2세 등 보이니치 필사본과 관련해 역사적인 실존 인물들이 속속 등장하는데 인류의 등장을 두고 창조론과 진화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것처럼 중세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종교계에 맞서서 과학계가 팽팽한 대립관계를 이루고 있었다. 역사적 사실과 픽션의 경계가 어디쯤인지 가늠하며 이야기에 빠져들기보다 저자가 풀어내는 천문학적인 지식을 따라가며 이해하는 것만도 급급했다.




‘보이니치 필사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루돌프 2세와 천체물리학자들의 치열한 암드’ ‘예일대 도서관에 잠들어 있는 보이니치 필사본. 이제 그 비밀의 문이 열린다!’라는 표지의 문구에 사실 잔뜩 기대를 했다. 호기심이 눈이 반짝 떠지고  눈동자가 순간적으로 커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스릴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했는데, 픽션 소설인지 천문 물리학에 관한 전문지식을 알려주는 책인지 알 수 없어 한참 서성이며 헤맨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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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제임스 패터슨.가브리엘 샤보네트 지음, 조동섭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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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처음엔 제목이 참 이상하다 했어요. 순간, 이런 텔레비전 광고가 생각나더군요. 쓰러진 연인을 감싸 안은 남자가 하늘을 쳐다보며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라며 울부짖던 광고였는데, 왠지 인상에 남았어요. “지금, 사랑해도 될까요?”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 분명 다른 문장인데 왠지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사랑하는 이에 대한 애절함, 간절함이....




이 책의 주인공은 제인이라는 소녀입니다. 세 번의 결혼을 한 아름다운 엄마와 단 둘이 생활하지만 제인은 외롭지 않습니다. 마이클이라는 다정하고 멋진 상상의 친구가 있거든요. 제인에게 있어 마이클은 단순한 말벗 이상이었습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마이클과 함께 커다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얘기하고 주중엔 함께 집에서 학교로, 다시 학교에서 집으로 걸어가는 시간이 제인은 무엇보다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제인이 예상치 못했던 일이 일어나고 맙니다. 상상의 친구에게는 지켜야할 규칙이 있었어요. 자신이 맡은 아이가 아홉 살 생일이 지나면 헤어져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마이클은 말합니다. 자신이 떠나고 나면 제인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그저 아련한 느낌만 남을 거라고...말이지요. 그렇게 제인과 마이클은 헤어집니다.




그리고 23년이 지나...9살의 제인은 삼십대 초반의 여성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 상상의 친구 마이클과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제작하면서 제인은 성공한 현대여성이 되었지요. 거기다 아름다운 엄마와 매력적인(다분히 이기적인) 애인 휴, 남들이 원하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음에도 그녀는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여깁니다. 오히려 언제나 외로움을 느낍니다. 어린 시절, 상상의 친구였던 마이클을 그리워하며 지냅니다. 마이클이 함께 있을 땐 자신감이 넘쳤는데 그가 떠난 이후엔 왠지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고 있다는 걸 느끼지요.




그러던 어느날, 제인은 마이클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자신이 떠나고 나면 기억하지 못할 거라던 마이클의 얘기와는 다르게 제인은 마이클을 바로 알아봅니다. 마이클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 마이클은 우연히 길에서 제인을 발견한 이후 한동안 그녀의 주변을 서성입니다. 어린 제인이 잘 지내는지 마이클도 언제나 마음이 쓰였거든요. 그러던 차에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마주치게 된 제인과 마이클. 두 사람은 처음엔 다소 머뭇거리지만 이내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마이클은 제인과의 재회가 어쩌면 불행의 전조일지 모른다고 여기는데...




현실 속의 사람과 어린 시절 상상의 친구가 만나 사랑을 나눈다...처음엔 그게 가능한 일일까? 허무맹랑한 판타지 소설 아냐? 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소녀와 상상의 친구로 만난 제인과 마이클이 헤어진 이후에도 줄곧 서로를 그리워하다 다시 만났을 땐 허무맹랑해도 좋아. 이들에게 해피엔딩을...하고 바라게 됐답니다. 가슴에 따스함을 가득 안겨주는 러브 스토리 덕분에 저도 가슴 두근대는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춘기 소녀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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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없는 세상 - 얼음의 역사부터 지구의 미래까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
헨리 폴락 지음, 선세갑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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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엎드린 다음 두 앞발을 가슴 앞으로 얌전히 모으고 있는 북극곰. 자세가 참...묘하네...하는 생각이 들어 쿡, 웃음이 나오려다가 북극곰의 표정을 보고 가슴이 뜨끔해졌다. 야생성이나 공격성은 하나도 찾을 수 없는 모습. 시선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는 북극곰의 눈이 생기를 잃은 듯, 저 작은 눈에서 커다란 눈물이 뚝 하고 떨어질 것 같아 슬프고 애처롭다. 무엇이 저들을 저토록 힘겹게 하는가.




<얼음 없는 세상>을 통해 처음 만난 헨리 폴락은 지구물리학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저자가 ‘얼음’에 주목하게 된 것은 ‘쇄빙선이 필요 없을 정도로 녹아내린 북극해’와 ‘거대한 얼음들이 떠다니기 시작한 남극해’를 보면서부터였다. 북극과 남극에 일어나고 있는 커다란 변화, 그것은 곧 지구의 위기를 암시하고 있었다.




‘얼음의 역사부터 지구의 미래까지 인류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얼음 없는 세상>은 온난화로 인해 지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지구에서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어떤 재앙이 닥치게 될지 생생하게 전해준다. 19세기 초, 탐험대에 의해 남극 대륙이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한 책은 탐험대가 광대한 대륙을 탐험하듯 우리에게 얼음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준다. 지구의 극지방인 남극과 북극의 얼음이 같지 않다는 것. 겉으로 드러난 얼음의 크기나 높이, 모습에서부터, 이동 속도, 지질학적인 구조에 있어서 어떤 차이점을 보이는지 설명한 다음 남극대륙을 둘러싼 열강들의 정복 다툼, 이어진 북극 탐험이 누구에 의해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얼음이 어떤 성질을 지니고 있는지, 얼음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짚어보고 몇 번이나 반복되는 빙하시대를 거치면서 지구의 환경이 어떻게 변화했으며 그로 인해 인류의 생활방식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려준다.




그 후 책은 지구 곳곳에 자리하면서 지형의 변화를 가져오고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등 지구의 생태계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던 얼음이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그것이 곧 지구에 위기와 재앙을 몰고 올 거라고 예측한다.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측정한 데이터를 토대로 지구가 따뜻해지고 있으며 그로 인해 나타나는 기후 변화의 증거들을 조목조목 짚어준다. 더불어 온난화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제시한다.




사실 그동안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1도, 2도 상승한다는 걸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자가 전해주는 현상들을 보면, 또 조만간 다가올 2030년경 지구에서 얼음이 사라졌을 때 벌어질 일들, 전세계에서 물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물에 가라앉게 되는 현상들을 떠올리면 아찔해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라는 그림책이 떠올랐다. 남태평양에 위치한 아홉 개의 섬으로 이뤄진 섬나라 투발루. 그곳에 사는 소녀 로자와 ‘투발루’란 이름의 고양이와의 우정을 이야기한 책인데, 로자와 고양이 ‘투발루’가 이별하게 되는 원인이 바로 지구온난화였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수면이 높아지고 급기야 마당까지 물이 차오르자 로자네는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가게 되는데 로자네 가족이 떠나기로 한 날 투발루가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로자는 떠나는데, 비행기를 타고 내려다본 바닷가에 투발루가 있었다. 창밖으로 멀어지는 투발루를 보며 로자는 슬퍼서 눈물을 흘리고 후회한다. “투발루에게 수영을 가르칠 걸 그랬어!”라고.




<얼음 없는 세상>은 단순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나타나는 지구의 변화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지구가 우리 인류에게 주는 ‘최후 경고장’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가족을 잃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로 인해 수많은 투발루를 만들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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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로비오틱 아이밥상 - 우리 아이 자연으로 키우는
이와사키 유카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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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뭐 해 먹어?”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본다. 도대체 뭘 해 먹어야 좋을까. 뭘 해야 잘 먹을까. 내가 이렇게 고민하면 사람들은 시어른이나 남편의 식성이 까다로운 줄 아는데, 천만의 말씀. 모두 편식하는 큰아들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김치를 먹이려고 양념 털어내고 다지고 볶아서 반찬을 만들면 질색을 하며 싫어하고 먹지 말라는 것들, 라면을 비롯해 탄산음료, 치킨, 피자, 햄 같은 걸 너무 좋아한다. 알레르기 비염 때문에 1년 내내 기침을 달고 살고 거기다 천식까지 있어서 먹는 음식에 더 신경을 쓰는데 그런 엄마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큰 아이는 오늘도 지 입맛에 맞는 것만 찾는다. 에이, 미운 넘!




얼마전 지인에게서 <마크로비오틱 밥상>에 대한 얘길 들었다. 자연을 통째로 먹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는데 말 그대로 뿌리부터 껍질까지 모두 먹는다는 거였다. 단, 꼭 ‘제철음식’이어야 한다는 것. 그제야 이해가 됐다. 음식하려고 야채나 식재료를 준비할 때 가장 신경쓰이는 게 농약이나 불순물인데, 제철음식이라면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그래서 뿌리부터 껍질까지 먹을 수 있는 거구나...싶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뿌리부터 껍질까지 먹는다면 평소의 음식보다 질감이 다소 거칠텐데...그걸 과연 아이들이 먹을까? 좋아할까?




책을 읽기 전에 가졌던 이런 저런 걱정들은 본문을 읽다보니 조금씩 부담을 덜 수 있었다. 제일 먼저 그동안 우리가 먹었던 여러 식재료를 몸의 기운을 돋을 수 있는 다른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일러주고 야채나 채소가 지닌 토양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섭취할 수 있도록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지 짚어준다. 양배추의 꼭지를 그동안 먹을 수 없다고 잘라서 버렸는데 그것도 제대로 손질하면 먹을 수 있다니! 놀랍다.




이런 음식도 집에서 만들 수 있구나!하는 것들이 정말 많았다. 연근과 오트밀로 소시지라든가, 다진 고기 대신 소스에 수수를 넣어서 만든 스파게티, 언두부로 만든 탕수육/돈까스는 생각보다 조리방법이나 재료가 간단해서 언제든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식재료를 다른 방식으로 조리한 음식도 많았다. 천식에 좋다고 해서 그동안 연근으로 부지런히 조림을 해서 먹었는데, 볶음도 가능하단다. 오이와 미역을 소금에 살짝 절인 것을 식초와 조청으로 만든 조림장으로 살짝 무쳐서 먹으면 여름철 입맛 떨어졌을 때 좋다고 하니 꼭 기억해둬야겠다.




무엇보다 깜짝 놀란 것은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계란 없는 계란말이’ ‘새우 없는 깐쇼 새우’를 만든다는 거였다. 아니, 그게 가능해? 싶지만...정말 가능하다! 계란 대신 두부, 새우 대신 곤약을 이용해 조리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보니 아하! 이러면 되는구나..무릎을 치면서도 살짝 군침이 돌았다.




저자는 말한다. ‘당신이 먹은 음식이 곧 당신’이라고. 순간 뜨끔했다. ‘내가 아무리 애써서 만들면 뭐해? 먹어야 말이지. 안 먹는데...’ 그동안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는데, 그것 역시 나의 잘못된 생각이었다. 한 끼의 밥상이 내 아이의 건강을 지켜가는 버팀목이 된다는 걸 잊고 있었다. “뭘 해 먹일까?”가 아니라 어떤 음식으로 어떻게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질 것인지 고민해봐야겠다. 엄마는 정말 부지런해야 하는구나...하는 걸 또 한 번 실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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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아이들
양석일 지음, 김응교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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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무척 많은 책을 읽었다. 문학에서부터 인문, 역사, 자연과학, 예술, 경제...소설도 로맨스와 팩션, 판타지, 추리와 스릴러, 호러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을 두루 접했다. 손에 잡자마자 끝까지 몰아서 읽었던 책이 있는가하면 한 장 한 장 힘겹게 책장을 넘기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어떤 책이든 내용과 의미를 파악하는데 크게 문제없다고. 나름 자신했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이지 너무나 힘겨웠다. 몇 달 전 백년의 난제라는 수학이론에 관한 책도 머리에 톱니바퀴가 끽끽 거리며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읽었지만 <어둠의 아이들>만큼은 아니었다. 내용이 어렵다? 결코 아니다. 한번 잡으면 단번에 끝까지 읽어갈 수 있을 정도로 문장은 쉽게 잘 넘어간다. 그런데도 여느 때처럼 휘리릭 넘길 수가 없었다. 책 한 장의 무게가 이토록 무거울 수가 있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




문제는 바로 책의 문장이 품고 있는 내용이었다. 얼마전 <창세기 비밀>이란 책에서 봤던 목을 자르고 산 채로 땅에 묻고 가죽을 벗기는 극도로 잔인한 ‘인신공희’도 이것보다 잔인하진 않았다. 대체 어떤 내용이길래? 간단하고 결정적인 힌트는 바로 책 상단에 적힌 ‘19세 미만 구독 불가’라는 문구다. 예민하고 섬세한,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소년들이 읽기에 이 책의 내용은 극도로 잔혹하고 거칠고 폭력적이며 선정적이다.




단 한 줄기의 가느다란 빛조차 허용되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그 속에 아이들이 있었다. 가난하기 때문에, 먹고 사는 것조차 힘겨워서 부모는 아이들을 팔았다. 겨우 30만원이 넘는 돈을 받고. 열 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는 자신이 어디로 팔려가는지도 모르는 채 단지 부모에게 효도하는 거라고 해서 따라나선다. 그때부터 아이의 불행은 시작된다. 아이를 데려간 사람이 바로 아동매춘 집단의 일원이었던 것. 그들은 소아성애자들을 위해 끊임없이 싼 값에 아이들을 사서 잔인한 폭력을 동원하여 아이들을 훈련(?)시킨다. 온몸은 담뱃불로 지진 자국과 매를 맞은 자국이 가득하고 음식은 간신히 목숨을 부지할 정도, 손님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엔 이것조차 금지되었다. 어린 아이들을 통해 성적만족을 취하기 위해 찾아오는 전 세계의 사람들. 그들에게 있어 아이들은 인간이 아닌 성의 도구에 불과했다. 찰나의 쾌락을 위해 그들은 위험한 행위도 일삼았고 그  결과 아이가 목숨을 잃기도 했다. 반복되는 매춘으로 인해 아이가 에이즈에 걸리면 검은 봉투에 넣어 쓰레기 하치장에 버리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거기다 산 채로 장기를 적출당하기도 하는데....




황금빛 사원으로 유명한 나라 태국.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거리의 뒷골목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읽으며 이것이 지어낸 것이기를 얼마나 바랬는지 모른다.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벌어지는 참혹한 매춘의 현장에 차라리 눈을 감고 모른 척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건 엄연한 사실이었다.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있다는 말처럼 아동매춘을 찾는 이가 있기에 아동매매를 하는 폭력조직이 서로 사슬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책은 또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얼마전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구호단체가 입국하는 것만큼 대대적인 국제아동매춘 조직도 줄지어 입국했는데, 현지에서 부모를 잃고 방황하는 아이들이 실종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 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책에는 이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NGO 단체의 노력도 보여주는데 그들에게 돌아오는 건 가혹한 폭력과 목숨을 앗아가는 보복이었다. 그들과 뜻을 같이 하여 함께 일을 도모했던 일본의 신문기자 역시 마지막 순간엔 ‘남의 나라’ 이야기라며 포기할 것을 종용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정말 남의 나라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는 아동성폭력 사건만 보더라도 우리나라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언제 어느 때 이웃의 아이들이, 내 아이들이 이런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누군가가 호시탐탐 우리의 아이들을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두렵고 덜컥 겁이 난다. 아이들을 성의 도구로, 장기 매매의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야말로 가장 추악한 범죄가 아닐까.




이 책을 읽는 내내 후회했다. 내가 왜 이걸 읽는 거지? 의문이 들었다. 동시에 지금이라도 이 책을 만나고 현실이 어떠한지 알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더없이 참혹하고 추악한 범죄로 가득한 곳에, ‘우리의’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드리운 어둠을 어떻게 해야 몰아낼 수 있을까. 하루라도 빨리 아이들에게 빛을 가져달 줄 묘안은 정녕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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