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지식사냥 - 과학.자연 - 1000가지 퀴즈로 만나는 아주 특별한 백과사전
클리브 기포드 외 지음, 박명옥 엮음 / 청림아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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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 가득 커다란 물음표가 그려진 책. 아이들의 머릿속이 아마 이렇지 않을까 싶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물음표를 머리와 마음에 새기고 사는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 한마디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끝말잇기를 하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툭툭 던지는 질문들, 게다가 정해진 분야도 없다. 개에 대해서 물었다가 곧바로 나무가 어쩌구, 날씨가 어쩌구... 왜? 뭣땜에?? 꼭 그래야해???....여기에 일일이 답을 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고 그게 또 최고의 부모이겠지만 나는 그러질 못한다. 중간쯤에 백기를 들고 포기해버린다. “아~유, 엄마도 몰라. 그만해~애.”







1000가지 퀴즈로 만나는 아주 특별한 백과사전 <퀴즈 지식 사냥 / 과학,자연편>. 아이들의 호기심에 끝이 없다는 걸 나타내는 의미일까. 부제에 ‘1000가지’란 대목이 있다. 이 책을 받아든 큰아이는 ‘1000가지’란 대목에서 입을 쩌억 벌리고 감탄사를 연발한다. “우와, 엄마  1000가지나 된데!!. 이야~~!!” 그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쾌재를 부르는 나. ‘아싸, 난 이제 해방이다!’ 내용도 평소 아이가 궁금해하고 관심있어 하는 분야인 식물이나 동물, 우주, 인체, 날씨, 자연....이 묶여있으니 더 이상 날 귀찮게 하는 일은 없을거라 여겼다.







근데!! 해방은 무슨....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인다고, 아들의 퀴즈공략이 시작됐다. 개중엔 내가 아는 것도 있었지만 알쏭달쏭하거나 생전 처음, 듣도 보도 못한 것도 많았다. “엄마, 용각류는 목이 길까? 짧을까?” “엉? 용각류? 그게 뭔데? 용각산이란 건 들어본 거 같은데...” “별이 탄생하는 곳을 뭐라고 하~게??” “별이 탄생??? 그런 곳도 있어?” 누가 보면 모자가 마주 보고 앉아서 재미난 만담을 하는 줄 알겠지만 난 진땀을 뺐다. 이럴줄 알았으면 아이 몰래 좀 볼걸....싶었다.







대부분의 백과사전은 하나의 주제나 사물에 대해 여러가지 상식이나 정보를 한데 모아놓는 구성방식이다. 하지만 이 책은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단계별 퀴즈가 있다. 그 퀴즈에 아이 나름대로 상상력을 동원해 풀고 나면 다음 장의 본문에서 퀴즈의 답을 찾아보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사지선택에 길들여진 나는 이 책의 구성방식이 낯설기만 한데 아이는 오히려 재밌어했다. 신기하게도...또 본문의 그림이 사진이 아닌 세밀화로 되어 있어서 일반 백과사전보다 훨씬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들도 많다. 거미줄에 건조한 실도 있고 끈적끈적한 부분도 있다는 거나 무리지어 생활하는 범고래는 각 가족별로 고유한 신호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슷한 신호를 쓰는 가족을 같은 씨족으로 분류한다는 것, 바다표범 가죽으로 만든 코트를 입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서 새끼바다표범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이 해롭지 않은 염색약을 뿌려준다는 것, 1972년 12월 이후로 아직 달에 간 사람은 없다는 것, 피라니아는 자기보다 큰 것은 잘 먹지 않는다...등. 아이 책을 통해 나의 상식수준도 조금이나마 올릴 수 있었다.







반면에 아쉬운 점도 있다. 문제나 본문의 내용에 언급된 구체적인 동물이 본문에 사진이나 그림으로 소개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예를 들어 ‘개’에 관한 질문 중에 ‘핏불테리어’나 ‘로트와일러’ ‘스패니얼’ 같은 개가 언급이 되고 있는데 그림이나 사전이 없어서 어떻게 생긴 개인지 알 수가 없었다.







또 제본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반양장이 양장에 비해 가볍고 가격도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책장이 부분적으로 벌어지거나 뜯어지기 쉬운 단점이 있다. 이 책은 반양장의 단점을 확연히 보여줬다. 아이가 여러번 반복해서 본 탓도 있지만 펼쳐진 책장의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아이가 조금 힘을 줬는지 중간이 쩍! 하고 갈라졌다. 부분부분 테이프로 간신히 고정을 시키긴 했지만 앞으로는 어찌될지, 아마 상태가 더 나빠질 게 틀림없다.







한 권의 책을 성인은 한번, 어쩌다 두 세번 반복해서 보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유아기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고 또 보고 자꾸 봐서 책장이 너덜해지는 것처럼 학령기,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여러번 반복해서 보는 책은 제본에 좀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음에 출간되는 책에선 이런 단점들이 보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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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피어난 작은 꽃을 보고 살짝 미소짓는 남자가 그려진 <작은 남자>. 에릭바튀 철학그림책의 네 부분, 관계 / 자아 / 성장 / 세계관 중에서 ‘자아’에 해당하는 그림책이다.

 

 

깜깜한 밤, 작은 남자는 바위에 기대어 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눈을 감고 있어서 잠자나?...싶지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어둠이 사라지고 태양이 비치는 한낮에 그는 주군가 자기에게 입맞춤을 해주는 꿈고 가끔씩 바위에 볼을 비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난 작은 남자는 사방이 깜깜한 밤이란 사실에 잠깐 어리둥절해한다. 하지만 아침이 되었을 땐 활짝 핀 꽃향기를 맡는가하면 물속에 온몸을 담그고 헤엄을 치기도 한다. 또 잘 익은 열매는 따먹기도 하고 자신의 곁에 날아온 새의 재잘대는 노래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향기로운 꽃내음와 달콤한 과일, 아름다운 새소리, 찰랑이는 물....이 모든 것들의 아름다움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낀 작은 남자는 행복감에 충만해진다. 춤추고 노래한다.

 

 

그러나 행복은 오래가지 않고 곧 우울해진다. 자신의 모습의 너무 이상하다고 여긴 것. 이런 날 누가 좋아하고 사랑해줄까?....자신감을 잃은 작은 남자는 자신이 있었던 바위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곳에서 꿈을 꾸고 있는 사람, 작은 여자를 만난다. 작은 남자는 그녀에게 입맞춤을 해준다. 처음으로.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땐 솔직히 당황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이지? 뭘 봐야 하지?

 

 

얼마나 지났을까. 한동안 생각날 때마다 이 책을 펼쳐보고 나서야 어렴풋이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수수께끼 같던 그림의 비밀이 조금씩 풀렸다.

 

작은 남자는 꽃향기를 맡고 헤엄을 치고 열매를 먹고 새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의 몸에선 작은 변화가 생긴다. 자연에서 느낄 수 있는 느낌, 행복이 무지개모양으로. 혹은 물결모양, 열매모양, 꽃넝쿨처럼 조금씩 차오른다.  

 

 



 

하지만 자기 혼자만이 느끼고 즐기는 행복은 때로 슬픔과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지금의 이 행복을 누군가와 함께 느끼고 싶어. 나누고 싶어. 나와 함께 행복의 꽃을 피울 사람, 누구 없나요?...찾게 된다.

 

 

작은 남자는 그런 사람을 찾는다. 자신이 가진 행복을 작은 여자에게 전해주고 나눠준다. 그러자 그가 조금씩 가꿔온 행복의 꽃이 드디어 꽃망울을 터트린다.

 

 



이렇게 어려운 책을 어떻게 아이가 읽지? 이 느낌을 아이가 제대로 느낄 수 있을까?...하고 품었던 의문들이 나의 노파심에서 비롯됐다는 걸 알게 됐다.

 

 

아이는 어른인 나에 비해 순수하다. 우연하다. 자신이 느낀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조금만 신이 나고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책 속의 작은 남자 같다.

 

 

아이의 내면에 기쁨과 행복감이 넘실넘실 차올라야 아이의 무궁무진한 잠재력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아이가 주위의 모든 사물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밝은 눈을 가지고 작은 것에서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열린 마음을 지닌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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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 그때가 더 행복했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1
이호준 지음 / 다할미디어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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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처럼 층층이 올라간 논둑길을 허리 굽은 할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표지 사진 을 한참 들여다봤다. 여긴 어딜까. 요즘 같은 세상에 도대체 어디에 이런 정경이 남아있을까.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이란 책 제목 그대로다. 우리가 못 느끼는 사이에 조금씩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들을 저자인 이호준님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으로 찍어서 책 한권에 담았다. 그런 풍경들을 한데 모으면서 저자는 ‘그때가 더 행복했네’란 부제를 붙였다. 왜 지나간 옛 시절, 그때를 더 행복했다고 하는지 궁금했다.

 

 

책은 ‘청보리에 일렁이던 고향풍경’ ‘ 연탄. 등잔, 그 따뜻한 기억’, ‘술도가. 서낭당이 사라진 뒤’, ‘완행열차와 간이역의 추억’ 4개의 부분으로 나누어 모두 40개의 추억과 풍경을 풀어놓았다. 그 중엔 저자가 자신의 추억과 경험담이 담긴 것도 있지만 여행이나 취재, 혹은 가까운 이에게서 들었던 얘기를 사진과 함께 전하고 있다.

 

 

각각의 내용이 연결성이 없기 때문에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달음에 읽기보다 틈나는대로 손에 들고 펼쳐지는 부분을 읽어도 좋다. 어떤 부분을 읽어도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의 서술방식에 있다. 저자가 자신의 추억담을 천편일률적으로 들려주는 게 아니라 내용이나 소재, 장소에 따라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주인공(?)이 다르다.

 

 

소심한 소년이 참외서리에 대한 일화를 털어놓는가하면(원두막) 좀 모자란 대장장이 조씨의 아들 만복이와 친구인 아이의 눈을 빌어 대장장이가 쓸모없는 쇳덩이를 괭이나 칼로 만드는 광경을 보여주기도 하고(대장간) 총각선생님과 마을 누나의 결혼담(보리밭), 부지런한 바우영감이 몇 년동안 일한 새경 대신 받은 산자락을 다랭이논으로 만드는 고단한 광경(다랑논), 너른 바다에서 노는 게 질린 악동 멸치들이 엄마 멸치 몰래 밀물을 타고 들어와 숨바꼭질하다가 어부의 뜰채에 잡히기도 하고(죽방렴) 오줌싸개 아이가 키를 머리에 쓰고 이웃집에 소금 얻으러 가서 망신을 당하고(키질) 산만한 덩치에 힘이 장사인 선생님은 학교의 유일한 악기인 풍금 치는 게 서툴러 음악시간마다 아랫배가 아픈데 그걸 알기나 하는지 아이들은 킥킥 웃기만 했다고(풍금) 털어놓고 있다.

 

 

하나의 소재나 풍경에 따라 가슴에 와닿는 느낌도 달랐다. 사라져가는 시골의 풍경이나 정경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게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다가오고 누구나 어렵던 보릿고개 시절, 배고픔에 허덕이던 때의 추억은 가슴 한켠에 아릿한 슬픔과 아픔을 남기고 어린 시절의 놀이나 동네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에선 그리움이 밀려오기도 했다.

 

 

<사라져가는 것들 잊혀져가는 것들> 이 한 권의 책을 정말 쉬엄쉬엄 읽었다. 찐쌀을 입안 가득 넣고 불려서 천천히 꼭꼭 씹어먹듯 조금씩 한 두 개 꼭지씩 읽어나갔다. 그리고 오늘 책장을 덮으면서 떠오른 생각은 ‘그래, 그때 참 행복했지’. 살아온 세월동안 일어난 모든 일을 기억할 수 없듯이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주위에서 하나씩 둘씩 사라지고 잊혀져가는 것. 어찌보면 당연한 이치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우리의 시야에서 뇌리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기에 오히려 더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이 땅 위에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해야 한다는 짐 같은 지고 살아온 저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 짐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다시는 볼 수 없는 것들을 촉촉이 젖은 눈으로 바라보고 그것들을 하나둘 사진으로 찍고 기록한 저자가 너무나 고맙다. 덕분에 인정사정 봐주지 않고 지나가버리는 시간의 회오리 속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시간도 십년, 혹은 이십년 후엔 그리운 날들이 될거란 생각을 하니 손에 힘이 들어가고 괜시리 설렌다. 내 아이들에게 언제든 돌아가고픈 푸근한 고향을 만들어줘야겠다.

 

 

* 지난 4월 시댁에서. 구비구비 돌아가는 골목길이 이곳엔 아직도 남아있다. 햇살이 좋은 한낮이면 골목마다 놀러나온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모처럼의 낮잠을 방해한다. 하지만 이 풍경도 곧 사라지게 된다. 몇 년전에 재개발이 확정되서 올해말이나 내년초가 유효기간인 이 풍경을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이끌려 찾아간 구멍가게에서 사온 과자 한봉지의 추억을 내 아이는 언제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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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고질병인 편두통이 시작되려고 한다. 여고시절 국민윤리에서 철학부분은 봐도봐도 이해가 안됐다. 겨우 외웠다가도 시험에선 정답만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통에 매번 틀렸다. 철학자들은 쉽게 말해도 될텐데 왜 이렇게 어려운 말을 해서 날 골탕먹이나...생각했다. 대학때도 마찬가지였다. 신입생때 교양필수로 수강했던 철학은 내게 공인된 낮잠시간이 되버렸다. 에이, 이 넘의 철학. 이제 다시는 보나봐라....절대 안 봐!! 다짐을 했다.

 

 

그런데 다짐이란 건 깨어지기 위해 존재하나보다.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만나게 된 그림책엔 저마다 철학이 숨어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지혜를 비롯해 예절, 지식, 가치관...들을 알록달록한 이쁜 색깔로 포장해놓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아이가 한 번 두 번...횟수를 거듭해서 책을 읽다보면 그 속에 숨어있던 핵심, 정수, 알맹이에 조금씩 녹아든다. 얼마전에 만난 에릭 바튀의 철학그림책이 바로 그런 책이었다.

 

 

에릭 바튀가 누군가. 언뜻 <새똥과 전쟁>이 생각난다. 빨간 나라, 파란 나라가 사소한 이유로 전쟁을 벌인다는 내용의 그림책을 큰아이가 유치원 다닐무렵 부지런히 읽어줬다. 아이에게 친구들끼리 편갈라서 놀면 안돼...하고 몇 마디 하면 쉽게 끝날 일을 이 그림책 한 권으로 대신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가 세계 어린이책 3개상인 볼로냐 국제도서전 올해의 작가상을 비롯해 BIB 비엔날레 대상, 국제 어린이문학회 옥토곤상을 수상한 작가였다니...좋은 작가를 또 한명 알게 됐다.

 

 

에릭 바튀의 철학 그림책 <작은 행복>. 그는 이 책에서 말한다.

 

 

행복이란 작은 우산을 펴는 것처럼 간단하지.

 

 



<작은 행복> 이 그림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은 우산의 이동을 따라간다. 어느 날 아침 날아가버린 작은 행복은 제발 돌아오라고 소리쳐도 멀리 멀리 달아난다. 작은 행복을 놓쳐버린 ‘나’는 가장 먼저 작은 행복을 걱정한다.

 

 

“나 없이 어떡하려고 그러지? 번개에 맞아 불타기라도 하면 어쩌지? 붉은 하늘 저편으로 영영 날아가기라도 하면 어쩌지?”

 

 

그래도 돌아오지 않는 작은 행복. ‘나’는 슬며시 심술이 난다.

 

 

“비바람에 혼자 떨고 있을 작은 행복을 떠올려 봐. 심술궂은 바람이 작은 행복을 데려갔다고. 일부러 그랬다고 생각하지.”

 

 

 뾰족해진 마음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마음이 누그러들고 ‘나’는 조금씩 마음을 놓는다.

 

 

 “작은 행복은 언젠가는 꼭 돌아올 거야. 작은 행복은 꽃잎처럼 장난을 치고, 춤을 추려고 하늘로 날아올랐던 거니까. 작은 행복은 장난꾸러기이거든.”

 

 

한 편의 짧은 시 같기도 하고 명상집의 일부를 읽는 느낌도 드는 <작은 행복>. 처음 읽을땐 이 책이 도대체 무슨 얘길하나...싶었다. 며칠에 걸쳐 연거푸 읽고 나서야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 책은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냐. 우리 가까이에 있어. 네 곁을 봐. 작은 행복이 보이지?’란 말을 ‘바람에 날아간 작은 우산’에 빗대어 표현한 게 아닐까. 바람에 날려 놓쳐버린 우산을 잡으려고 달려갔지만 작은 우산이 내 손을 피해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걸 우리가 행복을 찾으려고 방황하는 모습으로 나타낸 듯하다.

 

 

어린 시절 집 주변에 머물러 있던 아이의 행동반경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자연히 본격적으로 넓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생각이나 사고는 그렇지 않다. 좀 더 깊게 생각하고 넓게 바라보는 시각을 어릴 때부터 대화와 그림책을 통해 조금씩 연습하고 길러줘야 한다. 오늘 책을 읽고 한 가지 생각을 했다면 내일은 두 가지...이런 식으로 말이다.

 

 

사실 이 책은 9살 큰아이에겐 좀 어려운 책이었다. 책에서 말하는 내용을 매번 일일이 상황을 설명해주지 않는한 잘 이해하지 못했다. 최소한 초등고학년 정도가 되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지금은 어렵게 첫 발을 내딛었지만 내일은 두 걸음을 걸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아이와 함께 나도 조금씩 성장하는 느낌이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질문’이란 소타이틀을 붙인 <생각의 탄생>. 이 책은 모두 30권의 그림책으로 이뤄졌는데 관계/ 자아/ 성장/ 세계관 등 4개의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또 <에릭 바튀 철학 그림책 읽기>라는 가이드북이 있어서 한 권의 그림책을 읽고 생각을 어떻게 넓혀나가면 되는지 참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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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1 - 일타 큰스님 이야기
정찬주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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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집주변 포교원에서 '부처님 진신사리 전시회'가 있었다. 석가모니 부처님를 비롯해 아난존자, 용수보살, 쫑카바 라마, 성철 스님 등의 사리를 친견할 수 있다고 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찾았다. 주로 다니는 병원 건물의 한 층에 자리잡은 작은 포교원이 그날은 무척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였다. 사리는 법당 한 가운데 전시되어 있었는데 크기에서부터 모양, 색깔, 종류가 정말 가지각색으로 다양했다. 그걸 줄지어서 친견하는 사람들의 진지한 표정과 법당안의 차분한 공기에 까불대던 큰아이도 조용히 발소리를 죽이고 있었다.

 

<인연>은 불교계의 큰 스님이신 일타 스님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이다. 그동안 <산은 산 물은 물>을 비롯해 <하늘의 도> <만행> <야반삼경에 춧불춤을 추어라> <암자로 가는 길> 등 수많은 불교 관련 책을 집필한 작가 정찬주의 새로운 작품인데 1년 5개월이란 긴 시간을 거쳐 탄생했다고 한다.

 

붉고 노란 낙엽의 계절 가을, 평일이라 한적한 해인사를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의 이름은 고명인.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7일이 지났고 천주교와 유교형식의 장례를 치렸지만 그래도 뭔가 못다한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았던 모양이다. 어머니 생전에 함께 일타스님의 법문을 들었던 기억을 떠올려 보고자 해인사를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혜각스님을 만나 일타스님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일타스님의 행적지를 돌아보는 수행길에 동행하게 된다.

 

부모님 모두 불심이 깊었기에 어린 나이에 자연스럽게 불교의 교리에 젖어든 일타스님.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와 함께 출가한 어머니를 따라 불도의 길을 걷게 된다. 일타스님에겐 출가한 가족이 무척 많다. 외할아버지를 비롯해 어머니와 아버지, 외삼촌, 누나..등 사십명이 넘는다고 한다. 정말 대단한 그런데 불교에 귀의하게 된 동기나 계기는 저마다 달랐다. 가족 중에 진정한 불제자가 한명 나오기도 힘든데 사십명이라니...정말 대단한 가족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일타스님이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어머니를 다시 만나는 부분은 무척 안타까웠다. 보고 싶은 마음에 목이 메일 정도였는데 그런 아들을 너와 어머니의 인연을 끊은지 오래됐으니 나를 어머니라고 부르지 말라며(79쪽) 냉랭하고 차갑게 대하는 스님. 세속의 인연을 끊는다는 게 이런 건가...싶기도 했다. 아들에게 자신의 다친 발을 보이며 우리 삶에 있어 인과란 게 어떠한 것인지 깨닫고 그것을 얘기해주는 부분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불가에서는 전생에 쌓인 업이 현생으로 이어져 있기에 우리의 삶이 고통의 연속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자기 마음 속 깊은 곳에 화두를 심고 정진하여 깨달음을 얻고 해탈하는 것이 수레바퀴처럼 계속 돌고 도는 그 고리를 끊는 유일한 길이라고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그래서 일타스님은 스스로 오른손의 손가락을 연비하시고도 모라자서 다음생엔 미국에서 태어나서 불교를 전파하겠노라는 원을 세우셨을까...싶다.

 

일타스님의 행적을 따라 다니면서 생전에 머물었던 사찰과 일타스님이 모신 여러 큰스님, 성철스님이나 서암 큰스님에 대한 일화도 함께 엿볼 수 있었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벗어나 저마다 가슴에 품은 화두를 풀어내는데 서로 도움을 주고 애쓰는 모습들에서 인연이란 과연 무엇인가...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또 일타스님의 행적에 따라 그 분이 머무셨던 해인사라든가 내원사, 통도사, 광덕사와 같은 사찰의 사진도 실려 있었는데 내가 다녀온 사찰이 나오는 대목엔 유난히 반가웠다. 다음에 가면 일타스님의 자취를 한번 찾고 느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교는 깨달음의 철학이라고 한다. 깨달음을 얻으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오랜만에 읽는 불교서적인데다가 한없이 자비로운 관음보살 같은 일타스님의 일대기에 한동안 잊고 있던 불씨 하나를 다시금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불기 2552년 부처님 오신날이 다가왔다. 해마다 이날이면 사찰을 찾는다. 어두운 세상을 연등의 불빛이 밝혀주듯 내 마음의 어둠에도 작은 등불 하나를 밝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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