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마음 치료 - 상처를 힘으로 바꾸는 놀이 치료 심리학
정혜자 지음 / 교양인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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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건강검진과 관련한 설문조사가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어떤 병을 앓았으며 예방접종은 빠트리지 않고 있는지, 지병이나 알러지는 없는지, 어떤 가족력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거였는데, 거기에 이런 항목도 있었다. 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나는 매일 우울하다’ ‘가끔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대체 아이들이 질문의 의미를 알고나 있을까...의문도 들었지만 그보다 충격이 컸다. 요즘 아이들의 심리나 마음자리가 무척 불안하구나, 정신건강이 위태롭구나...는 생각을 했다.




‘상처를 힘으로 바꾸는 놀이치료 심리학’이란 부제가 붙은 <어린이 마음 치료> 이 책의 저자는 국내 어린이 놀이 치료의 개척자이자 수많은 놀이 치료사를 길러낸 정혜자 선생님이다. 자폐아와 일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연구한 30년간의 경험이 이 책 한권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이 외로웠기에 아이들의 아픈 마음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저자는 아이들에게 놀이와 놀이치료가 얼마나 중요하고 아이들의 다친 마음을 감싸주고 쓰다듬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두 9장에 걸쳐 세세하고 꼼꼼하게 알려주고 있다.




먼저 책을 읽는 놀이치료사나 학부모가 놀이치료란 무엇인지, 놀아주는 것과 놀이치료는 어떻게 다른지 바르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여러 치료 방법 중에 놀이치료가 가장 근본적이고 권장하는 이유는 어린이의 성장과 발달과정에 가장 자연스럽게 몸에 밴 생활리듬이 바로 놀이라는 것, 단순히 놀아주는 것과 치료를 목적으로 한 놀이치료의 차이는 어린이가 속마음을 여느냐 아니냐에 달려있다고 한다.




그다음 어린이의 발달과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임신했을 때부터 출산, 출산후 부모의 양육방식과 태도, 엄마와의 애착형성, 동생의 출생에 따라 아이들이 어떤 심리 변화를 겪고 어떤 상황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지, 또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육아상식을 비롯해 외동아이들의 사회적 관계 발달 미숙에 대해서도 짚어주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놀이치료에 대한 것은 저자가 실제 놀이치료를 담당했던 아이들의 예를 들어 어떻게 치료해 나갔는지 알려주고 있는데 쉬운 문장임에도 읽어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마치 건강이나 질병관련 책을 읽다보면 자신의 몸이 심각하게 나쁜 것처럼 느껴지듯이 매사례마다 접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남같지 않았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다가 뒤늦게 태어난 동생에게 송두리째 뺏긴 아이는 부모의 관심을 되찾기 위해 스스로 성장을 거부했고, 엄마가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학업의 꿈을 아이에게 강요하면서 아이와의 관계가 나빠졌으며 보호자의 지나치게 엄격한 가르침 때문에 자신의 의지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 아이들의 모습이 언뜻언뜻 겹쳐보여서 마음자리가 불편했다. 잠깐씩  책장을 덮고 숨을 고르며 되새기는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했다.




아이들을 기르다보면 수시로 간이 철렁 내려앉고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내가 화가 났거나 짜증이 날 때 툭툭 내뱉는 말들을 아이가 그대로 따라할 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다스리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은 너무 안타까워서 내가 관연 엄마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의심을 품기도 한다.




흔히 간(肝)을 ‘소리없는 장기’ ‘침묵의 장기’라고 한다. 몸에서 느껴지는 자각증상이 나타났을 땐 이미 치료하기 힘든 단계에 접어든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인데 아이들의 마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소아우울증이나 자폐증처럼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의 병을 앓거나 부모의 무관심, 지나친 기대로 인해 빛을 잃어가는 아이들은 제때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아이의 문제는 곧 어른의 문제이다. 아이들은 부모에게서 DNA, 유전인자만 물려받는 게 아니다. 부모의 성격과 성품, 상황에 따라 대처하는 능력도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내 아이가 예전과 전혀 다른 버릇이나 행동, 반응을 보일 때 “너 요즘 왜 그래?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하고 다그치기 전에 부모 자신을 돌아봐야한다. 그렇지 않고 무심히 지나치면 자신이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에서 아이들은 상처를 받고 끝끝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되는 것이다.




‘놀이’. 정말 어렵다. 특히 내겐 더 어렵게 다가왔다. 아이와 놀아주는 것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쩔쩔 매는데 놀이로 아이의 마음을 치료한다는 건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었다. 책에선 쉽게 설명이 되어 있어서 이대로 하면 되지 않을까...싶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책에 언급한 설명과 사례가 아이에게 똑같이 적용하고 놀이치료라고 따라한다는 건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모험이다. 내가 아이에게 많이 부족했구나, 무심했구나...싶을땐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저 들어주고 들어주는 것.  지금의 내겐 아이의 말을 많이 들어주는 것 이상의 방법은 없는듯하다. 그리고 이 책을 눈과 손에 닿는 가까운 곳에 두고 자주자주 꺼내보는 것. 우선 이것부터 실천해보자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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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마 키 1 - 스티븐 킹 장편소설 밀리언셀러 클럽 86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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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파도가 치는 바다가 그려진 캔버스. 그 위로 날카로운 칼이  지나갔다. 찢긴 캔버스 위로 뚝뚝 떨어진 붉은 핏방울들...살의를 띈 눈에 칼을 든 사람은 물론이고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진 사람도 없건만 <듀미키> 이 책의 표지를 보는 순간 살짝 소름이 돋았다. 과연 호러 소설의 대가라는 스티븐 킹. <미저리> <쇼생크 탈출> <돌로레스 클레이븐>...을 영화로만 접했는데, 그의 작품을 이제야 드디어 보는구나...실감이 났다.




‘내 이름은 에드거 프리맨틀’이라고 시작하고 있듯 책의 주인공은 에드거 프리맨틀이란 건축사업가다. 그것도 아주 잘나가는 성공남. 나이 쉰이 될 때쯤 4000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그가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다. 두개골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으며 갈비뼈는 우수수 부서지고 오른쪽 엉덩이도 박살이 났다. 거기에 오른팔마저 잃고 만다. 그런 심각한 부상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건진건 그야말로 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따지고보면 그렇지도 못하다. 말 한마디를 하려면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엉뚱한 말을 내뱉는가하면 아내와 주위 사람에게 서슴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난폭한 성격의 소유자로 바뀌고 말았다.




참다못한 아내는 결국 그에게 이혼을 요청하고 에드거는 자신의 재산 중 대부분을 넘겨준다. 단 한번의 사고로 성공과 재산, 건강과 사랑하는 가족까지 한꺼번에 잃어버린 그는 삶의 의욕을 상실하고 급기야 자살을 결심한다. 그런 그에게 담당 주치의는 “조금만 더 기다렸다 하세요”란 말을 한다. 즉 그가 지금 자살을 할 경우엔 두 딸이 입는 상처가 너무 크니까 최소 1년간, 인적이 드문 교외의 휴양지에서 요양을 한 뒤 제대로 하라고 조언을 한다.




플로리다 해안가의 듀마키에 별장을 임대해서 생활하는 에드거는 오래전 그만뒀던 그림을 다시 시작한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동안 그림과 담쌓다시피 살아온 그의 그림이 예사롭지 않다. 사고로 잃은 오른팔이 어느 순간 따끔거리고 바늘로 찌르는듯한 느낌이 올 때마다 그는 그림을 그리고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그림은 섬뜩하고 기이하지만 누가 봐도 빠져들만큼 매력적이었다. 거기다 그가 그린 그림이 현실 속에 그대로 벌어지는 게 아닌가. 그는 자신의 그림 속에 숨은 힘을 이용해 현실을 바꿔나간다. 듀마키에서 만난 친구 와이어먼의 눈을 고쳐주고 살인마에게 응징을 가한다. 하지만 그의 힘이 점차 강해지면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에게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는데....




책에는 간혹 ‘그림을 그리는 법’이란 짧막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건 엘리자베스란 의문의 노인의 어린시절에 대한 이야기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서 기억이 오락가락하는 그녀는 간혹 정신이 말짱해질 때 에드거에게 전화를 하고 주의를 준다. 듀마키에 딸들이 머물지 못하게 하라고, 그림을 거기에 두면 안돼. 밖으로 빼내야한다고...처음엔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는데 후반부로 가면서 엄청난 사실을 알게 됐다.




끔찍한 사고로 치명적인 부상과 정신장애를 입은 주인공이 듀마키라는 섬에 머물면서 벌어지는 섬뜩하고 기이한 이야기 <듀미키>. 스티븐 킹의 작품을 처음 읽는 나로선 비교대상이 없어서 이 소설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처음에만 해도 더디기만 하던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중반을 넘어서면서 가속도가 붙어 급속도로 빨라졌다. 연일 계속되는 열대야의 밤에도 책을 들고 있을땐 오싹 소름이 돋고 왠지모를 공포에 어깨가 으슬으슬해졌다. 이게 스티븐 킹의 위력인가...싶었다. 그의 다른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그 후로 미뤄도 늦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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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미네이티드
매트 브론리위 지음, 정영문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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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루미네이티드> 이 책을 손에 들고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책표지를 여는 순간부터 덮을 때까지 책속의 주인공과 내용에 완전몰입해서 읽었던 <다빈치 코드>가 생각나서였다. <다빈치코드>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최후의 만찬’이었다면 <일루미네이티드>는 ‘구텐베르크의 성서’였다. 내가 한창 이 책을 읽고 있을때 누가 물었다. 종교가 불교인 사람이 무슨 그런 책을 읽느냐고. 하지만 내게 구텐베르크의 성서는 초면이 아니다. 올초에 오세영 작가의 <구텐베르크의 조선>이란 책을 읽었는데 그 속에서 등장하는 인물, 구텐베르크와 당시의 성서 인쇄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었다. 그런 차에 만난 이 한 권의 책 <일루미네이티드> ‘채색장식’. 마음도 진정시킬겸 양각으로 살짝 도드라진 표지의 제목을 쓰윽 쓰다듬고 읽기 시작했다.




주인공인 오거스트 애덤스는 고대 성서학자다. 희귀한 책을 찾아 세계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니는 그.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긍심도 강하지만 가족, 특히 아내와의 관계는 원만치 못했다. 결국 아내와 이혼한 오거스트는 파산지경에 이르고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한다. 그것이 바로 구텐베르크의 성서였다. 자그마치 일억달러짜리 성서를 구매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뉴욕행 비행기에 오른 오거스트는 곧 함정에 빠진다. 비행기 옆자리에 앉은 산드리아란 여자에게서 놀라운 얘기를 전해듣는다. 지금 워싱턴에 있는 오거스트의 아들이 인질로 잡혀있는데 아들을 구하려면 구텐베르크의 성서에 숨겨진 채색장식의 비밀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와 비슷한 시각 오거스트의 전처인 에이프릴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그녀가 근무하는 의회도서관에 소장된 <구텐베르크의 성서>을 에이프릴이 훔칠거라는 정보를 얻은 FBI가 그녀를 구속한다. 하지만 동료의 도움으로 탈출한 에이프릴은 오거스트에게서 끔찍한 소식을 듣는다. 그녀가 <구텐베르크 성서>를 홈쳐야한다는 것...그때부터 오거스트와 에이프릴은 인질로 잡혀 목숨이 위태로운 가족을 구하기 위해 저마다 위험천만하고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시작한다.




책은 오거스트와 에이프릴, 아들 찰리가 처한 상황들을 한 챕터씩 차례로 보여주는 구성으로 되어있는데, 등장인물마다 이야기의 배경과 장소에 변화가 생기면서 자연적으로 긴박함을 고조시킨다. 마치 개봉관에서 스릴 넘치는 헐리우드 영화 한편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본문 뒤쪽에서 알려준 사이트에서 <일루미네이티트>의 사운드트랙을 다운받아 들으면서 책을 읽으면 틀림없이 심장이 쿵쿵 세차게 뛸거다.




반면에 아쉬운 점도 있다. 이야기의 핵심인 구텐베르크 성서의 채식장식이 그야말로 장식용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오거스트의 입을 통해 성서의 본문 가장자리를 장식한 아름답고도 기묘한 이미지의 채식장식에 숨겨진 의미를 하나하나씩 찾아가는데 중요한 그 채색장식의 크기가 너무 작고 또 흑백이라는 점이다. 자세히 보려고 아무리 들여다봐도 도무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한 페이지 전면에 수록하는게  내용의 흐름상 불가능하다면 중간이나 뒷부분에 따로 몇 장을 첨가해서 수록했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전체적으로 재미는 있지만 그에 비해 마무리가 허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이 책은 역사적인 사실과 인물, 거기에 작가의 상상이 더해져 만들어진 역사팩션물이다. 그러나 책장을 덮으면서 떠오른 생각은 ‘왜? 그래서 뭐?’하는 황당함이었다. 요란하고 화려한 영상의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하는 얘기 “재밌긴한데, 좀...”.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없다는 건 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구성이나 주인공을 비롯한 주변인물의 캐릭터를 개성있게 살렸다면...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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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황 이야기
마쓰오카 유즈루 지음, 박세욱.조경숙 옮김 / 연암서가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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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책읽기 스타일은 마구잡이식이다. 지인들과의 독서모임에서 여러 분야의 책으로 커리큘럼을 만들어 읽기도 하지만 그때그때 읽고 싶은 책, 기회가 닿는 책을 읽다보니 끝까지 다 읽지 못하고 덮어버린 책도 제법 된다. 어느 한 분야나 관심있는 주제의 책만을 심도있게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간혹 소가 뒷걸음질하다 쥐를 잡는다고 우연히 읽은 몇 권의 책으로 인해 뜻밖의 귀한 정보를 얻을 때가 있다. 작년 이맘때였나? 중국여행 전문가가 쓴 실크로드에 관한 책을 읽었다. 동양과 서양을 이어주는 길, 실크로드. 저자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과 풍습, 여러 가지 아름다운 풍경들을 사진과 함께 보여주었다. 내가 그 책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것은 돈황에 관해서였다. 더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웠을 그곳의 석굴이 어떻게 해서 프랑스와 영국을 비롯한 러시아, 일본에 의해 유물이 약탈되었는지 그 사건의 시초, 발단과 진행과정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한 해를 넘겨 한 권의 책을 만났다. 마쓰오카 유즈루의 <돈황이야기>. 이 책에서 작년에 품었던 궁금증과 의문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마쓰오카 유즈루의 <돈황이야기> 이 책은 돈황의 유물들이 어떻게 처음 발견되고 어느 나라 누구의 손을 거쳐 유출되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역사적 사실을 단순히 나열하지 않고 나쓰메 소세키의 사위이자 소설가답게 저자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를 넣는 등 소설적인 요소가 가미했다.

 






<오렐 스타인이 수많은 고문서를 반출한 돈황석굴 중 제17호석굴>

 



“이것이 그 자랑할만한 누란경이란 말이지요. 그 세계적 탐험가 스벤 헤딘이나 오렐 스타인의 발굴로 유명하게 된.....” 이렇게 한 노인의 말로 시작한 책은 돈황의 유물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자행됐는지 알려준다. 스타인이 돈황 석굴 사원의 주지였던 왕도사에게 자신을 현장 삼장법사를 존경하는 열렬한 숭배자로 위장하여 접근한 것을 시작으로 프랑스의 동양학자인 폴 펠리오는 금전적인 대가를 제공하여 엄청난 양(목록을 만드는 데만 반세기가 걸린 막대한 분량)의 경전을 빼내는데 그 와중에 우리의 왕오천축국전을 가져간다. 그 뒤를 이어 일본의 다치바나(오타니 미션) 역시 수없이 많은 돈황 석굴의 유물을 뒤로 빼돌리는데 그 과정은 실로 어이없고도 놀라우며 그들의 약탈은 치를 떨 정도다.

 

 




 



<폴 펠리오. 돈황석굴 속에서 고문서 두루마리를 조사하는 모습

이 과정에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 사본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저자는 일본의 다치바나에겐 영국의 스타인이나 프랑스의 폴리오와는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 마치 다치바나가 서구열강의 약탈 앞에 무방비로 놓인 중국의 돈황 유물들이 더 이상 약탈되지 않도록 구해냈다는 식의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일본의 불도가 어쩌구하며 다치바나의 행동을 ‘종교인치고는 큰 뜻을 품고 있었다’느니 ‘세계탐험사에 있어 최연소기록’이니 ‘목숨을 걸 그에게 감사와 감격을 올린다’는 식의 제국주의적 표현은 책을 계속 읽어나가기 거북할 정도였다. 왜냐면 발굴조사라는 명분을 내세우긴 했지만 다치바나가 한 일은 사실 사람들이 밟지 않은 땅을 샅샅이 뒤져 보물을 선점하는 보물사냥꾼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타니 탐험대가 수집한 유물을 싣고 내몽골의 사막을 지나고 있다>

 

 



이 책의 띠지엔 ‘실크로드와 돈황학 입문서의 고전’이란 문구가 있고 뒷표지엔 ‘열강의 발굽 아래 유린당한 돈황의 수난사를 다룬 명저’라고 씌여있다. 과연 그럴까? 그건 누구의 관점일까,....궁금해진다.

 




책의 뒷부분에 수록된 번역자의 ‘돈황이야기의 한국적 의미’란 해설에 이런 대목이 있다.

 




오타니 미션의 유물들은 모두 5,000여 점이 되는데, 그 중에서 1,500여 점이 우리나라 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어 우리나라 역시 돈황의 문물에 있어서 뜻밖의 당사국이 되어 있다. 이미 마쓰오카 유즈루의 <돈황이야기>는 저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 301쪽.

 




이 대목을 읽는 순간, 나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당.사.국. 당사국의 뜻이 뭔가. ‘국제간의 분쟁이나, 기타 교섭 사건에서 그 사건에 직접 관계가 있거나 관계한 나라.’라고 한다. 솔직히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를 당사국으로 표현한 것도 이해되지 않지만 그보다 번역을 담당한 이의 무성의에 더 화가 났다. 우리가 왜 당사국이 되었는지...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간단하게라도 조사해보고 그에 대한 자료도 함께 수록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번역자의 무관심에 의해 놓친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다치바나, 즉 오타니 탐험대는 3번에 걸쳐 서역탐사를 하면서 벽화를 뜯고, 무덤을 파헤친다. 석상을 고스란히 운반하자니 한계에 다다르자 그들은 석상의 머리만을 자른다. 그런 유물들을 톤 단위로 실어 본국으로 빼돌렸는데, 그렇게 수집된 유물들이 오타니의 몰락으로 뿔뿔이 흩어지는데 그 중 3/1에 해당하는(오타니의 별장에 소장되어 있던) 유물을 구하라 후사노스케가 넘겨받게 되는데 그는 바로 그해 국립중앙박물관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조선총독부의 ‘이왕가 박물관’에 기증한다. 그 후 해방과 더불어 미처 일본으로 가져가지 못했던 것이 바로 우리의 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서역유물인 것이다. 한권의 책을 번역하는데 있어 이런 일련의 과정을 무시할 수 없다.

 




이 책이 일본에서 처음 발표된 시기가 1930년대인 것을 알았을 때 책 속에 일본의 제국주의를 당연시하고 미화하는 표현이 있을거라고 짐작은 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깨름칙하고 씁쓸하다. 일본이 돈황의 유물을 약탈했듯 우리의 유적유물도 낱낱이 유린하고 약탈해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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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가 뿔났다
모리스 글라이츠만 지음, 이정아 옮김 / 키움미디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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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가 뿔났다. 볼이 한껏 부어오른 걸 보니 많이 뿔났다. 왜 뿔이 났을까? 두꺼비의 말풍선엔 이런 글이 있다. ‘왜 사람들은 두꺼비에게 돌을 던질까?’ 정말 왜 그럴까? 왜 사람들은 두꺼비에게 돌을 던지는 걸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바트 삼촌, 왜 인간들은 우리를 미워하는 거죠?” 호기심 많은 림피의 질문에 “맙소사! 림피, 넌 정말 멍청하구나”하고 대답해준 바트 삼촌이 트럭에 깔리면서 책은 시작한다. 지나가는 차에 의해 도로에 납작하게 깔려 빳빳하게 말라버린 친척들을 보면서 림피는 인간은 왜 자신들을 미워하는지, 언젠가 인간들이 사는 것을 찾아가 이유를 알아내고야 말겠다고 결심한다. 유일한 여동생 차암에게 큰 트럭과 휴가객을 실은 자동차가 덮치는 환상을 본 림피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여기고 길을 떠난다.




인간들을 만나기 위해 무작정 떠난 림피. 그를 기다리는 것은 추위와 배고픔이었다.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르며 돌멩이를 던지는 인간들을 피해 달아나려고 해도 사고 때문에 한쪽 다리가 굽은 림피는 한자리에서 맴돌기가 일쑤였다. 사탕수수두꺼비가 인간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방법, 인간들이 사탕수수두꺼비를 좋아해서 자신들을 보며 환호성을 지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던 림피는 올림픽 마스코트가 되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올림픽 마스코트 위원회 사람들을 만나려고 시도하는데...




우리의 설화나 옛이야기에 등장하는 두꺼비는 어려운 이를 도와주고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착한 동물이며 복, 재물을 가져다주는 행운의 동물이다. 그런 두꺼비가 어쩌다 이곳에선 보기만해도 진저리를 칠 정도로 싫어하고 혐오스런 동물이 됐을까.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옮긴이는 ‘사탕수수두꺼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원래 사탕수수 농장의 골칫거리였던 사탕수수 딱정벌레를 없앨 목적으로 들여온 동물이 바로 사탕수수두꺼비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다할 천적이 없는 곳에서 사탕수수두꺼비의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면서 생태계의 균형을 무너지고 급기야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말았다는 거다.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어느날 갑자기 낯선 곳으로 옮겨온 동물들. 책에선 호주의 사탕수수두꺼비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이건 비단 사탕수수두꺼비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황소개구리나 붉은귀거북 같은 동물을 들여왔다가 그로인해 오히려 토종동물들이 외래종에게 잡아먹히고 자신들의 터전에서 쫓겨나지 않았던가.




자신이 자동차에 치여 다리를 다쳤으면서도 자신과 가족, 친척들을 위해 인간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길을 떠난 림피. 수없이 고난과 실패를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한 끝에 작은 실마리를 풀어내는 림피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책날개를 보니 <두꺼비가 뿔났다>이후에 2편, 3편이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호기심 많고 용감한 림피의 또다른 모험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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