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의 비밀 -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
마이클 티어노 지음, 김윤철 옮김 / 아우라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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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책을 읽을 때 맞은편에 앉아있던 남편이 한마디 한다. “거, 참....(표지가) 그렇네. 여자 표정이나 동작이 도도한 것도 아니고...거만한 것도 아니고...비호감인데...도대체 무슨 책이고?” <스토리텔링의 비밀>.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나의 느낌도 남편과 비슷했다. 한껏 부풀린 머리(가발인지, 모자인지 알 수 없지만)에 위로 치켜올라간 검은 안경, 그 속에 시선이 살짝  아래로 바라보는 눈동자(왠지 보바리부인의 분위기를 풍기는), 그리고 여자의 손! 기다란 담뱃대가 아니라 어울릴 것 같은 손가락에 펜대가 끼어져 있다. “참, 그렇다”는 남편의 표현이 딱이네...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만 보고선 이 책을 읽으려고 생각하지 못했을텐데 뭔가 나의 시선을 잡아끄는 게 있었다. 노란 띠지에 적힌 ‘이야기꾼이 되고자 하는 당신에게 추천하는 책’이란 문구와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란 부제였다. 스토리텔링이 ‘이야기꾼’을 나타내는 건가? 아리스토텔레스와 영화가 무슨 상관이 있지? 의문이 들었다.



<스토리텔링의 비밀> 이 책은 한마디로 시나리오를 잘 쓰고 싶은 사람을 위한 지침서이자 ‘시학’입문서다. 여기서 한가지, 털어놓을 게 있다. 솔직히 말해서 난 ‘시학’을 모른다. ‘시학’이란 말만 들어봤지 그게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책을 읽다보니 글을 쓰고 싶고 기왕이면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의외로 큰 수확을 거둘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어느 유명 감독은 미국의 대학에서 강의교재로 사용하는 ‘시학’을 가리켜 “42페이지로 구성된 시나리오를 쓰기에 가장 간결하고 정확한 최고의 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즉,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좋은 지침서가 된다는 것이다. 2천년도 더 된 책이 말이다.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걸까.



책은 모두 33개의 소제목으로 이뤄져 있다. 서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의 한 부분을 인용하고 본문에서는 그 인용문을 설명하는 방식인데 대부분 영화를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봤던 영화일 경우에는 수월하게 넘어갔지만 보지 못했던 영화가 나오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책에는 <시학>을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단어가 몇 가지 나온다. 먼저 ‘비극’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슬픈 드라마’가 아니라 ‘진지한 드라마’란 의미이며 비극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플롯(plot)을 구성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훌륭한 작가는 이야기를 위해 일하고, 시원찮은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위해 일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고 빈번하게 거론되는 것이 바로 ‘액션 아이디어’다. 시나리오의 가장 근본이 되는 ‘액션 아이디어’는 행동을 이야기의 아이디어로 여기는 개념이다. 즉 행동이 사람, 인물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시나리오 작가는 등장인물의 대사보다 각각의 인물이 어떤 행동을 취하느냐에 중점을 둬야한다는 강조한다. 한마디로 등장인물의 대사 역시 행동의 일부분이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실제로 플롯을 구성하는데 어떤 원칙이 있으며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겪는 ‘불행’이나 ‘공포’가 어떤 효과를 불러오는지, 누구나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 영화의 리얼리티를 더욱 살릴 수 있다는 것 등을 <죠스>, <대부>, <죽은 시인의 사회>, <터미네이터>, <록키>, <아메리칸 뷰티> 등과 같은 영화로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 거리가 있었다. 내가 원하고 추구하는 글이 ‘책’과 가깝다면 이 책은 영상화된 글, 영화를 위한 글, ‘시나리오’를 쓰는 것에 대해 풀어내고 있었다. 물론 그 두 가지 글은 서로 다르지만 아주 큰 공통점을 지닌다. 지금까지 읽었던 글쓰기에 관한 책에서 나왔던 것처럼  역시 ‘플롯’이 가장 중요한 것. 코바늘에 걸린 실을 어떻게 잇고 연결하느냐에 따라 문양이 제각각인 레이스가 나오듯 이야기의 얼개를 어떻게 짜맞춰가느냐에 이야기의 성패가 달려있다는 것이다. 플롯, 구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확인할 수 있었던 책이었다.



한동안은 극장에서 영화 한편을 보더라도 머리 속에선 저자의 말이 맴돌 것 같다. 이 영화의 ‘액션 아이디어’는 뭐지? 저 사람에게 닥친 불행은 어떤 사건으로 연결되는 걸까?...으아, 생각만해도 머리가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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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날 (병풍 그림책)- 이서지 화백 풍속 그림책
이윤진 지음, 이서지 그림 / 한솔수북 / 2008년 9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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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방귀 나가신다
신순재 지음, 홍기한 그림, 윤소영 감수, 조은화 꾸밈 / 웅진주니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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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도깨비가 으히히히
싱자휘 글, 양완징 그림, 심윤섭 옮김 / 국민서관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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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낱말이 좋아
리처드 스캐리 글.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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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불임 클리닉의 부활
가이도 다케루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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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이네요. 낳으실 건가요?”....“에~에??” “차~암, 낳을 거냐고요!” “네!! 낳을 건데요!”




큰아이를 임신했을 때였다. 산부인과 진료를 받기 전에 임신이 확실한지 소변검사를 받았는데 뜬금없이 간호사가 물었다. 임신인데, 낳을 거냐고. 뭐 이런 해괴망칙한 말을 다 하나 싶었다. 가뜩이나 대기실 분위기가 싸늘해서 긴장되는데 이상한 질문만 해대니 화가 치밀었다. 당연한 걸 왜 물어보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서른이 넘었지만 나이에 비해 어려보이는 나와 상대적으로 늙어보이는 신랑, 우리의 관계를 원조 비스무리한 걸로 오해한 거였다. 다행히 큰아이를 건강하게 낳았고. 6년 후 작은 아이가 태어났다. 건강하고 밝고 예쁜 아기가 또 한명의 우리 가족이 되었다.




<마리아 불임클리닉의 부활>. 처음엔 이 책이 소설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단순히 임신과 출산에 관한 책이겠거니...했다. 근데 틀린 생각이었다. 아니, 절반은 맞춘 셈이다.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이란 소설로 유명한 작가 가이도 다케루가 이번엔 산부인과의 의료체제에 메스를 들이댔다. 생명이란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느냐고 물음을 던지고 있다. 자, 이제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유전자 왈츠’란 서장과 본문, 최종장까지 책은 모두 15장으로 이뤄져있는데 마치 학술서의 구성이나 차례를 보는 듯하다. 이야기의 배경이 데이카대학과 마리아클리닉이 번갈아 등장하는데 ‘얼음마녀’라 불리는 소네자키 리에가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데이카대학 산부인과 소속의사인 리에는 불임치료, 인공수정 분야에서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은 재원이다. 그런 그녀가 마지막 게임을 계획하고 있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서.




리에는 도쿄 데이카대학의 발생학 강의를 하면서 마리아 클리닉에 외래 진료를 나간다. 몇 달 후면 문을 닫게 될 마리아 클리닉에 5명의 임산부가 찾아온다. 19살의 미성년자인 유미, 28살의 커리어우먼 다카코, 34살에 둘째를 임신한 미네코, 불임시술 5년째 마흔을 눈앞에 두고 임신한 히로코와 인공수정 시술을 받아 쌍둥이를 임신한 55세의 미도리. 나이를 비롯해 직업, 환경이 다른 이들은 저마다 다른 고민거리를 안고 있었다.




유미는 낙태를 생각했지만 리에가 보여준 영상자료를 보고 출산을 결심하게 되고 원치않는 임신을 한 다카코는 과로 끝에 결국 유산을 하고 눈물을 흘린다. 미네코는 둘째가 딸이기를 바라지만 태아가 태어나자마자 죽는 무뇌증이란 충격적인 말을 듣는다. 히로코는 어렵사리 임신에 성공했지만 이번에도 습관성 유산이 되는건 아닐까 고민한다. 또 리에의 상사인 기요카와 부교수는 리에가 대리모 출산에 손을 댔다는 소문에 초고령산모인 미도리가 대리모일거라고 의심하게 되는데....




임신과 출산. 여자라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보험회사로부터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생명을 잉태한다는 건 결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두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전후 병원진료를 받으면서 아무 이상없이 건강할거란 진단을 받았던 아기들이 태어남과 동시에 이상한 징후를 보이거나 기형인 경우가 종종 있었다. 책에서 리에가 ‘어째서 모두들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의문을 품었던 것처럼 임신과 출산은 기적에 가까울만큼 신비로운 과정이란 걸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마리아 불임클리닉의 부활>은 일본에서 실제 있었던 의료사고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라고 하는데 사실 우리나라의 사정도 일본과 다르지 않다. 작은 군 단위의 마을에 사는 친구는 몇 년전 둘째 임신했을 때 산부인과 진료를 받으려면 가까운 도시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도로사정도 썩 좋지 않아서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두어 시간씩 다닐 때마다 늘 불안하다는 친구의 말에 “에이, 설마....?”하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가이도 다케루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이 책을 이미 읽은 지인은 그의 전작에 비해 이 책은 재미나 감흥이 떨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내겐 무척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야기의 전개나 등장인물,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사건들이 물론 작위적이란 느낌은 들지만 임신과 출산에 관련된 의료체제를 비롯해 불임시술에 대한 정부시책이나 방침, 대리모에 관한 문제들을 이만큼 잘 버무려놓은 작품은 드물거란 생각이 든다.




책을 덮고 뒤표지를 넘기니 이런 대목이 눈에 띈다. ‘생명의 탄생을 지배하는 것은 신인가, 아니면 의사인가?’ 이 물음에 과연 정답이 있을까..싶다.




확실한 건 유산이나 불임의 아픔을 겪지 않고 두 아이가 모두 건강하게 태어난 것이 내게 더할나위 없는 행운이란 걸 알게 됐다. 고맙고 또 고마운 일이다.







* 기억해두고 싶은 대목.




"임신이란 기본적으로 여성과 아이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입니다. 여성에게 임신이란 의학이 아니에요." - 16쪽.




"다시 말해 여러분은 엄마의 몸속에서 500분의 1, 아빠의 몸속에서는 5억분의 1이라는 좁은 관문을 뚫은 엘리트 유전자, 들인 셈입니다." - 20쪽.




어째서 모두들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는 거지? 단 한 개의 단세포인 수정란에서 이렇게도 복잡한 물체가 만들어지는데. 그리고 단 한 지점에서라도 유전자 복제에 실수가 발생하거나 또는 한 쌍의 염색체 비분리 현상만 일어나도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데. 하나의 세포가 이렇게 복잡한 물체가 되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느 만큼의 분기점을 정확하게 돌파해야만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정상적으로 태어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긴다. - 60쪽.




“...태어나는 순간에는 살아 있는 거죠?” 리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저, 낳겠어요.”....

“저, 낳겠습니다.”....

“전, 이 아이한테 10개월을 살았다는 증거로 이 세상의 빛을 보여 주고 싶어요.” - 237 ~ 2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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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앤드 커맨더 1 오브리-머투린 시리즈 1
패트릭 오브라이언 지음, 이원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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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온다.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기분 좋은 바람을 일으킨 범인은 바로 <마스터 앤드 커맨더>였다. 모두가 잠든 밤, 사방이 조용한 시각인데도 검푸른 깊은 바다, 망망대해를 바람을 타고 힘차게 나아가는 범선을 보고 있자니 어디선가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어~이, 돛이 팽팽하도록 항로를 유지하란 말야!”




예전에 러셀 크로우란 배우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마스터 앤드 커맨더>를 봤는데 거기에 원작소설이 있는 줄은 몰랐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작품은 이 소설이 처음인데 책 날개의 저자 소개를 보니 영국에선 저명한 번역가이자 소설가로 알려져 있었다. 19세기 초반 나폴레옹 전쟁 당시 영국 해군을 무대로 탄생한 소설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미완성 유작을 포함해 모두 21권이다. 특히 저자의 치밀한 묘사와 화려하고 풍부한 어휘가 소설을 더욱 실감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책은 아름다운 총독 관저에서 열리는 음악회로 시작된다. 음악에 몰입한 잭 오브리가 박자를 맞추자 ‘박자 좀 제대로 맞추라’며 핀잔을 주는 이가 있었다. 그가 바로 앞으로 잭 오브리와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나갈 또 한명의 주인공 스티븐 머투린이다. 자존심 강한 오브리에게 실로 불쾌한 일이었지만 그때의 첫만남은 서로에게 있어 결코 잊을 수 없는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된다. 건장한 체격의 해군 대위인 잭은 뱃사람으로서는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었지만 매번 승진할 기회를 놓치고 머투린 역시 당시 재정상태가 최악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 모두 신경이 예민한 상태였던 것이다.




하지만 오브리가 함장 임명장을 받으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오브리는 이른 아침부터 선원들을 소집해야한다거나, 그전에 제일 먼저 감사인사를 먼저 드려야 한다며 들뜬 기분을 만끽한다. 어깨에 새 견장을 달고 거리에 나선 오브리는 머투린을 만나 잠깐 대화를 나눈다. 두 번째 만남에서 서로가 악기를 연주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한 두 사람은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오브리의 행운이 오래가진 못했다. 그가 줄곧 데리고 있던 부하 선원들을 전임 함장이 모두 데려갔다는 것이다. 능력있는 부관과 선원들을 순식간에 빼앗긴데다 출항하는 것도 쉽지 않다. 골머리를 앓던 오브리는 우연히 머투린이 의사란 사실을 알고 그에게 자신의 배에 군의관이 되어 함께 바다로 나가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괴물처럼 이상하게 생긴 새나 물고기를 볼 수 있고 더불어 나포 상금도 벌 수 있다는 말과 함께. 하루하루의 생활조차 버거웠던 머투린은 오브리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때마침 제임스 딜런이 부관으로 오면서 출항준비는 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이어 바다에 들어선 소피호의 항해는 순풍에 몸을 실은 듯 순조로웠다. 또 나포를 거듭하는 사이 오브리를 비롯한 소피호 선원들은 바다 위에서의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지만 곧 위기에 빠지는데...






책의 주인공인 오브리와 머투린, 그들의 성격은 정반대다. 오브리가 큰 덩치만큼이나 호탕하고 자신만만하지만 울컥하는 성급한 면을 지닌 반면 머투린은 내성적이고 소심하지만 차분한 성격이어서 오브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인데 서로 다른 면을 지니고 있는 오브리와 머투린은 서로 존중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또 초반엔 차마 뱃사람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던 소피호의 선원들이 차츰 뱃사람의 면모를 드러내고 오늘 잠잠하던 바다가 언제 표정을 바꾸어 이빨을 드러낼지 알 수 없는 망망대해에서 함장 오브리에게 존경과 절대적인 신뢰, 믿음을 보여주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총 21권이나 되는 해양장편 소설의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21부작 미니시리즈의 초반 1,2부만 본 셈인데 무척 만족스럽다. 몇 가지 단점을 갖고 있지만 매력적인 주인공들과 바다 위란 낯선 배경, 적함과 대치하고 전투를 치르는 장면 등 소설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무척 흥미로웠다. 다만 이 소설의 특성상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 선원들 저마다의 역할이나 배의 구조, 항해에 관한 지식을 언급하는 대목은 이해하기 어려워서 지겹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때 읽는 속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그 부분을 넘어서면 곧 순풍이 분다. 헐리웃 영화를 연상시키는 박진감 넘치고 긴박감 있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다. 오브리와 머투린을 비롯한 소피호 선원들의 내일은 어떠할지, 19세기 초 바다 위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을 소피호가 앞으로 어떤 모험을 하게 될지 기대가 됐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친정아버지가 떠올랐다.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외항선원이셨던 아버지는 1년에 한두달 휴가 받아 집에 오시면 멀미가 난다고 하셨다. 바다가 아닌 뭍에서 멀미가 난다니...어릴땐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아버지의 마음이, 심정이 이해가 됐다. 고작 두어달 되는 동안에도  파도로 넘실대는 바다를 잊을 수 없었던 아버지는 대형범선의 모형키트를 가져오셔서 집에 계신 동안 만드셨다. 작은 조각들을 이어 붙이고 몸체를 만든 다음 색을 칠하고 서로 어지럽게 늘어진 돛을 연결하고 나면 선원 각자의 역할에 맡는 위치에 사람을 배치하셨다. 그렇게 해서 아버지는 대형범선 5척과 항공모함, 실제 아버지가 타셨던 선박 등 모두 7척의 배를 만드셨다. 지금 우리집엔 아버지가 제일 마지막으로 만드신 실제 선박의 축소한 배가 장식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의 손길이 머물렀을 모형 선박을 자꾸 바라보게 됐다. 켄터키 할아버지처럼 푸짐한 체격의 아버지가 콧등에 돋보기를 끼고 잔뜩 몸을 웅크린 채 작은 부품들을 조립하던 생전의 모습이 떠올라 콧등이 시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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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1 -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고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신 클래식 강의
조윤범 지음 / 살림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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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표지가 인상적이다. 전체적으로 묵직한 검은색 옷을 입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괜히 웃음이 나온다. 뭐가 그리도 심각한지 미간에 세로 주름이 잡힐 정도로 잔뜩 인상을 쓴 남자(저자인 조윤범이겠지?). 한껏 음악에 심취한 듯 보인다.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앗, 꽁지머리다. 왠지 개성적이다. 저자의 외모가. 점잖게 무게를 잡거나 으스대는 게 아니라 그때의 감정에 솔직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렇담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은.....?




“엇, 이 책 너무 어려운 거 아냐?...왠지 막 줄을 그으면서 공부해야할 것 같은데...”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을 때 주위에선 이런 얘길했다. 어렵다. 외운다. 공부한다. 사실, 첨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고전음악. 클래식을 얘기하는 책인데 아무렇게나 읽을 순 없다고 여겼다. 읽는 틈틈이 노트에 기억해야 할 부분을 적어두곤 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도대체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건데? 중요한 걸 기록해둔다고 해서 기억에 오래 남는 걸까?...의문이 들었다. 당장 펜이랑 노트를 치워버렸다. 책 읽는 장소도 바꿨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편안한 장소. 하루에 몇 번이고 들락거리며 근심을 풀고 번뇌가 사라지는 곳. 일명 해우소(解憂所)에 두고 읽기 시작했다. 읽는 것도 순서대로가 아니라 마음내키는 대로 펼쳐서 즐겼다. 조금씩 야금야금....




책은 4악장 구성으로 되어있다. 1악장 너무 빠르지 않게, 2악장 빠르고 유쾌하게, 3악장 감정을 담아 느리게, 4악장 힘차고 웅장하게. 이것이 교향곡이나 소나타의 형식인지, 저자가 속한 콰르텟티스트(Quartetist) 현악사중주 악장의 형식인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건 형식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내용이니까.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흐를 비롯해 차이코프스키,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멘델스존, 브람스, 슈만...음악에 문외한인 내게도 익숙한 위대한 음악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들의 어린 시절에서부터 음악가로 거듭나는 과정, 하나의 곡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는지, 연인과의 사랑과 그로 인한 아픔이 그들의 음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풀어놓고 있다.




바흐와 헨델은 한 달 간격으로 태어난 동갑이라는 것에서부터 그들이 같은 의사에게 수술을 받은 후 시력을 잃게 됐다는 것,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가 된 이유는 무엇인지, <G선상의 아리아>은 어떤 배경을 갖고 탄생하게 됐는지, 또 4살에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한 모차르트가 6살 때 그 유명한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청혼한 경력이 있으며 실제 모차르트의 죽음은 영화 <아마데우스>와 다르다는 것, 베토벤이 귀가 들리지 않는 고통 때문에 자살을 결심하고 유서를 쓰기도 했으며 <미완성 교향곡>의 작곡가이자 요절한 슈베르트가 실제론 무척 지저분했다는 것,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의 원본 악보는 버터 싸는 포장지로 쓰이고 있었다는 것, <볼레로>의 작곡가 라벨이 로마대상에서 심사위원들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는 것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유명 음악가에게 있어 치명적인 게 아닐까...할 정도의 특이하고 엽기적인 내용도 서슴없이 털어놓고 있다. 마치 회식자리에서 직장상사 흉을 보듯이. 그런데 그게 무척 재밌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저자의 독특한 서술 방식 덕분에 때론 가슴 찡한 감동을, 때론 큭큭큭, 푸하하...터져나오는 웃음을, 때론 표지의 저자처럼 심각하게 인상을 쓰고서 읽기도 했다. 위대한 음악가이기 이전에 그들 역시 희.노.애.락.의 감정을 느끼고 삶에 열정을 지녔던 한 명의 인간이었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다시한번 느낄 수 있었다.




클래식은 뭔가 특별한 거라고 생각했다. 학창시절 한 달 내내 모은 용돈으로 연주회장을 찾으면서 그 특별한 뭔가가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애썼다. 어깨의 힘을 빼고 가볍게,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의 흐름에 맡겨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겉멋만 찾다보니 자연히 음악은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짜 음악을 모르기 때문에 클래식이 지겹고 재미없는 걸로 여긴다고. 그래서 진짜 음악, 맛난 음악이 무엇인지 알려주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하는데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이 느껴졌다. 물론 이 한권의 책으로 고전음악, 클래식이 내게 와락 안기진 않았다.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흔드는 매력이 있는 존재, 알고 보니 익숙하게 알고 있던 존재이기도 한 클래식. 그에게  수줍게나마 손을 내밀어볼까....? 콰르텟티스트가 될 준비를 해볼까?







정말 사소한 뱀꼬리>>




나와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에 이런 곡이 있다. 이원수의 동시에 곡을 붙인 건데 제목은 <이상도 해라>다. 가사의 @@....이게 뭘까요?




<그건 참 이상도 해라. 내 마음을 흔들어 춤추게 하는 / 그건 참 곱기도 해라.  무지개가 물결 되어 흐르듯 하는 / 그건 참 달기도 해라.  향기로운 꿀 속에 꿈같이 녹아드는 / 그건 참 슬프기도 해~  나를 눈물 글썽한 소녀로 만드는 / 천사의 날개 같은 @@은 참 이상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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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2-12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당art채널에서 강의하는데 엊그제 윤이상을 끝으로 땡했어요. 우리 아이들이 열광한 프로였어요. 그래서 대박적립금 들어오면 이 책 삽니다. 땡스투는 님께~` ^^

몽당연필 2009-02-13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에서 소개되는 음악과 함께 책을 읽으면 더 좋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순오기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