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벚꽃 산 쪽빛그림책 4
마쓰나리 마리코 지음, 고향옥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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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할아버지, 할머니와 아이들의 관계는 참 신기하다. 5,60년의 나이 차이를 아무것도 아닌듯 훌쩍 뛰어넘어 버린다. 내겐 언제나 조심스럽고 어려운 시부모님도 할아버지, 할머니란 명함을 앞에 붙이면 한없이 푸근하고 너그러워진다. 장난치다가 장독을 깨트리고 이불에 오줌 싸고 화단을 엉망으로 만들어도 “오~냐, 니가 그랬더나. 괘안타!” 이러신다. 순도 100% 아이편이다. 정말 수수께끼다. 내가 할머니가 되면 그 비밀을 풀 수 있을까.


연분홍빛 벚꽃이 탐스런 꽃망울을 막 터뜨린 어느날, 한 권의 그림책에 내게로 왔다. <할아버지의 벚꽃 산>. 표지엔 온통 연분홍 벚꽃. 그 속에 얼굴 가득 커다란 웃음을 머금은 할아버지와 한 소년이 있다.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를 부축이라도 하는지 조막만한 손으로 할아버지 팔을 꼭 붙들고 있다. 보기만해도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사랑스러운 모습...


하늘이 파랗고 화창하게 맑은 날이면 할아버지는 나에게 말해요. “우리 강아지, 벚꽃 보러 가지 않으련?”

 

 

기쁜 일이 있을 때마다 할아버지는 산에 몰래 벚나무를 심으셨다. 큼직하게 자란 벚나무를 보고 아이가 감탄한다. “할아버지는 참 대단해” 할아버지는 그냥 웃는다. “뭘, 뭘”. 또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마다 쓰다듬으며 말을 건넨다. “어디 아픈데는 없느냐”. 산에서 할아버지와  아이는 언제나 즐겁다. 달리기랑 질경이 시합도 하고 민들레를 뜯어 풀피리도 만들어 분다.


그런데 펑펑 눈이 쏟아지던 어느 날, 할아버지가 병이 나서 그만 자리에 누워버린다. 병 때문에 조금씩 작아지는 할아버지에 비해 부쩍 자란 아이는 혼자 벚꽃 산을 오른다. “우리 할아버지를 건강하게 해 주세요.” 두 손 모아 벚나무에 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할아버지의 병이 낫게 해 주세요.

할아버지의 병이 낫게 해 주세요.

 


 



그리고 바람이 따스한 봄날, 할아버지와 아이는 함께 산을 찾는다. 벚꽃 산의 벚나무들은 꽃망울을 활짝 피워 그들을 반긴다. 탐스런 벚꽃을 한참 바라보던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우리 강아지, 고맙구나”하고 말을 건네고 집에 돌아와 스르르 잠이 든다. 보통 때처럼 ‘잘 자거라.’하고.....


벚나무에 얽힌 할아버지와 손자의 추억을 그린 <할아버지의 벚꽃 산>. 이 책은 그림만으론 결코 예쁘다고 할 수 없다. 선이나 색감이 거칠고 투박해서 초등학생이 그린 게 아닐까...의심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그 그림에서 할아버지와 손자의 따스한 사랑이 고스란히 전해져온다. 

 

 



특히 할아버지와 아이가 벚꽃 산을 다시 찾은 대목에서 책장을 넘기는 순간 잠깐 숨이 멎는듯했다. 페이지를 가득 채운 흐드러지게 핀 벚꽃! 마치 하늘이 파랗게 화창한 날, 활짝 핀 벚나무 아래 내가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거의 마지막 부분. 돌아가신 할아버지 모자를 쓴 소년의 뒷모습이었다. 벚꽃 잎이 눈송이처럼 하나 둘...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소년은 어떤 표정으로 뭘 생각하고 있을까...할아버지의 모자를 쓰고...

 



 

할아버지가 만든 벚꽃 산에 해마다 벚꽃이 예쁘게 피어요. 그럼 예쁜 등이 매달리고 봄 축제가 시작돼요.

“뭘, 뭘.” 할아버지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올 것 같은 파란 하늘이에요.


사랑하는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지만 사라진 게 아니다. 완전한 이별도 역시 아니다. 아이의 가슴 속에, 벚꽃 산을 찾는 이에게 소중한 추억으로 오롯이 살아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해마다 봄이 되어 벚꽃이 피고 지는 그 날까지 언제까지나....


이 그림책을 보면서 20년 전에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자꾸 생각났다. 아버지가 누워 계신 곳이 바로 벚꽃축제로 유명한 진해인데 3년 전 한식즈음...우리 가족이 아버지 산소를 찾았을때 마침 벚꽃이 탐스럽게 피어있었다. 온 사방이 벚꽃 천지, 벚꽃 터널인 걸 보고 큰아이는 “이야~~!!”를 연발하면서 신나게 뛰어다녔다. 봄소풍 나온 아이처럼.


9살인 큰아이는 지금도 간혹 그때 얘길한다. 옛날처럼 벚꽃이 많이 있는 곳에 또 놀러가자고. “으응? 그때 놀러간 거 아닌데?”  “그럼?”  “엄마가 아버지 만나러 간건데?” “참, 그랬지...”  “엄마, 엄마는 참 안됐다.”  “왜?”  “엄마는 아빠가 없잖아!” “그래...그러네. 엄마의  아빠가 계셨으면 우리큰아들 디게 이뻐해 줬을텐데...우리 똥강아지~,....이러면서.”  “어? 그럼 나도 안됐네!!”


추억에도 유효기간이란 게 있을까. 있다면 언제까지일까.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살다가 떠나더라도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겨진다는 걸 아이가 언제쯤 이해하게 될까.

뱀꼬랑지> 이 책은 속면지도 꼭 눈여겨 봐야한다. 앞뒤의 면지가 본문의 내용과 연결된다. 앞에선 잎이 무성하던 벚나무가 뒤에선 꽃잎 두 장이 날리고 있다. 책을 덮을때 뒤쪽 면지에 꽃잎 두 장이 흩날리는 걸 보고 가슴에선 쿵,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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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학 탐험대 이집트 인류 문명 발굴하기 3
재키 가프 지음, 정윤희 옮김, 조가영 감수 / 넥서스주니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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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큰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을때 모출판사의 만화로 된 <보물찾기> 시리즈를 두어권 사줬다. 요즘 아이들은 누구나 읽는다는 책이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혹시나 그 책을 안 읽었다고 친구들과 화젯거리가 없을까봐 걱정하던 차였다. 다행히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내용도 결코 나쁘지 않았다. 남은건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하는 거였다.




나의 우려와는 달리 책의 내용을 아이는 놀라울 정도로 빨리 받아들였다. 어른인 나는 한번 읽고 제쳐뒀는데 아이는 몇 번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그러더니 입에서 줄줄줄 나왔다. ‘엄마, 일본엔요....’ ‘인도는....’ ‘이집트는....’




그런 아이의 모습이 한편으론 기특하면서도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계점이 느껴졌다. 어린이들이 한 나라의 문화재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이는 데엔 성공했지만 깊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문화재를 발굴하고 찾아내는 건 아이들 소풍의 보물찾기처럼 쉬운 게 아니다. 문화재가 장난감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 일로 고민하던 차에 만난 책이 바로 <고고학 탐험대, 이집트편>이었다. ‘인류 문명 발굴하기’란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단순히 이집트엔 피라미드나 스핑크스, 미라...등 유명한 유적과 유물을 알려주는 걸로 끝나지 않았다. ‘플러스 알파’가 있었다. 바로 고고학이란 학문이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지 아이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책 곳곳에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유물 발굴 현장을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문화재를 발굴한 고고학자의 얘기를 ‘증언자의 한마디’ 코너에 담았고.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유적과 유물을 통해 어떤 과정을 통해 추측하고 연구를 하는지 그 과정이나  기술을 ‘고고학 도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물론 큰아이가 저학년이라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간단하게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읽어나갔는데 이 책을 통해 아이와 나는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




처음엔 피라미드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정확한 지식이 없어서 단순히 식량저장고로 사용된 장소란 주장이 있었다던가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유망직종은 문서를 기록하는 필경사였다는 점.(“필경사가 돼라! 힘든 노동이나 자질구레한 일을 하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다. 낫과 괭이를 들고 농사를 짓거나 배를 저으며 고생하지 않아도 된다”- 10쪽), 미라를 제작하려면 적어도 70일은 걸린다는 사실과 투탕카멘의 죽음이 아직도 미스테리로 남아있는데 학자들은 투탕카멘이 살해당한 걸로 추측한다고 했다. 이 외에 이집트 국민(귀족이나 피라미드의 기술자와 노동자)들의 생활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 의하면 19세기초, 전 세계에 이집트 유물수집이 유행했다고 한다. 그런데 다들 귀한 보석이나 금에만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유물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훼손되거나 손상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게다가 이집트의 험한 날씨는 유물과 유적의 훼손을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하여 책을 읽으면서 무척 안타까웠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르다. 이집트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약 70%의 유물이 땅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다. 또 과학의 발달에 따라 고고학 발굴에도 최첨단 장비가 동원되고 있으니 지금의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땐 고대 이집트의 세계의 비밀이 어느정도 밝혀지진 않을까...기대해본다.




주말이나 휴일, 아이들과 함께 박물관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시된 유물이나 문화재를 보고 오는 걸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유물이나 문화재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예전에 살았던 이들의 생활이고 문화다. 박물관을 찾기 전에 이 책을 한번 읽어보자. 유리에 둘러싸인 유물이나 문화재 하나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었는지 알게 된다면 아이들의 시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아니, 그 이전에 박물관을 아이들 공부를 위해, 숙제나 과제를 위해 찾는 곳으로 알고 있는 우리 부모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고대 이집트의 역사는 여전히 긴 세월 속에 묻혀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모퉁이를 도는 순간 또 어떤 놀라운 것들이 숨겨져 있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 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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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가족 세이타로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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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쿵쿵, 딱딱, 쿵쿵딱 쿵쿵딱, 뿌빠뿌~우, 삐로로...., 띵까띵까...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난다. 서커스단이라도 왔나....쿵쿵, 딱딱, 쿵쿵딱 쿵쿵딱, 뿌빠뿌~우, 삐로로...., 띵까띵까...마구 제멋대로 불어대고 두드려서 불협화음인 듯 하지만 가만히 들어보면 저마다 개성이 있고 어울리는 소리들. <유랑가족 세이타로> 표지에선 이런 소리가 들린다.


<유랑가족 세이타로> 이 책은 <오로로 콩밭에서 붙잡아서>란 작품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독자를 사정없이 웃기면서 울리는 작가로 알려진 오기와라 히로시의 소설이다. 그의 작품을 아직 한 편도 접하지 못했던 나로선 무척 궁금했다. 빨강과 노랑, 하양 줄무늬 바탕 위에 무대화장을 한 캐릭터를 테두리만 검은색으로 짙게 그린, 어찌보면 촌스런 이 표지 속엔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꾸려나갈까....


이 책의 주인공은 세이타로 가족이다. 유랑극단의 배우 출신인 아버지 하나비시 세이타로와 그의 아름답고 상냥한 아내 미호코, 록밴드에 매료되어 고등학교도 마치기 전에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싱글맘이 된 모모요와 그녀의 딸 다마미, 특수분장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장남 다이치,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데다 지능도 평균에 못 미치는 막내 간지. 이들은 한때 일가족 모두가 전국을 돌며 대중연극을 했지만 그 일을 그만두고 대여가족 파견업이란 사업을 시작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거나 떠나보낸 사람, 혹은 임시로 부족한 가족의 자리를 메워주는 일인 대여가족 파견업. 그 일은 결코 만만한 게 아니었다. 고객의 요구대로 해줬는데도 나중에 불평을 늘어놓기 일쑤였고 심하게는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을 가리켜  항상 운이 없다...자신의 운은 세상하고 파장이 다르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세이타로는 결국 그 사업마저 실패하자 빚을 갚지 못해 다시 유랑생활을 하게 되는데....


세이타로 가족이 서로 티격태격하며 꾸려나가는 이야기 속에서 ‘웃기면서 눈물도 주고 감동도 주고 재미도 주는’ 오기와라 히로시의 힘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등장인물 각각이 벌이는 사건과 행동이 때로 배꼽을 잡을만큼 웃겼지만 그렇다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웃음으로 포장된 그 속에 뭔가가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건 바로 외로움과 슬픔, 고독이었다. 세이타로와 간지를 통해, 다이치와 모모요, 미호코....그들이 내뱉는 말과 무심결에 취한 행동 속에서 진정 가족을 위하고 자신을 위하는 일이 어떤 길인지 가족이란 진정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고 있는 저자를 만날 수 있었다.


다른 가족에 비해 어리고 부족하지만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아나가려는 간지, 자신은 이제 병아리가 아니니까...주둥이를 벌린채 먹이를 기다리며 삐악삐악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앞으로 나아가는 간지. 자신은 이제 괜찮다고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싶어하는 간지의 모습이 대견했다.


항상 가까이에 있는 가족...그렇기에 때로 소홀해지고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이게 정말 가족일까. 가족의 의미, 그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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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중텐 지음, 박경숙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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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하철을 탔다. 한참동안 책에 코를 박고 있는데 어? 뭔가 낯설다. 왠지 모를 위화감. 첨엔 애 키우느라 외출을 너무 안 해서 그런가...오랜만에 지하철을 타서 그런가보다...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책에서 눈을 떼고 주위를 둘러보고서야 알 수 있었다. 내 옆자리와 앞쪽에 앉은 사람들이 중국어로 대화를 하고 있다는 걸...거기다 지하철엔 마침 다음 정차역을 알리는 중국어 안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순간 내가 중국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 속에 빠졌다. 중국이란 나라, 중국인이 이렇게 우리 곁에 가까이 다가와 있었던가. 미처 몰랐다.




중국. 정확한 국가명이 중화인민공화국인 중국은 요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티벳과의 마찰로 인해 다가오는 8월에 개최될 베이징 올림픽도 출발이 순조롭지 못하다. 거기다 국내의 모사이트에서 천만명 이상의 회원 개인정보가 유출이 됐는데 그게 또 중국과 관련이 있는 모양이다. 이런 기사들을 접할 때마다 중국...참 알 수 없는 나라..란 생각이 든다.




<이중톈, 중국인을 말하다> 이 책의 저자는 중국에서 인문학 교수로 널리 알려진 이중톈 교수이다. 국내에서도 <삼국지 강의>를 비롯한 <초한지 강의> <제국의 슬픔>과 같은 책이 출간됐다는데 나는 이 책이 이중톈 교수와의 첫만남이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인에 대해 알려면 중국 문화를 먼저 알아야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음식, 의복, 체면, 인정, 단위, 가정, 결혼과 연애, 우정, 한담이라는 9가지의 키워드로 중국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흔히 중국 사람은 네 발 달린 것 중에 책상과 의자 빼고 다 먹는다...는 말을 곧잘 하는데 본문 중에 비슷한 대목이 있었다. ‘신호등의 빨간불까지 ’먹어버린다‘고 하는데 무엇인들 못 먹을까?’...이 말에서 중국인에게 먹는 것, 음식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알 수 있었다.   옷차림이 튀는 건 싫어하면서도 유행에 민감해서 친구에게 빌려서라도 명품의류를 입는다거나 뇌물을 혐오하면서도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 다 뇌물을 받는데 나 혼자 안 받으면 바보가 되는 격이니 안 받을 순 없다는 의식들은 솔직히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반면에 중국과 우리는 정말 많이 닮았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있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체면을 중시하고 인정에 약하다는 거, 결혼했다가 이혼하려고 할 때 이혼을 허락하는 할 때 ‘칠출’이란 게 중국 고대에 있었는데 그 내용이 조선시대의 우리와 닮아 있었다. 또  자신이 속해 있는 가정이나 단체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결혼은 필수적으로 꼭 해야 하는 일로 여겨졌다는 것 등이 우리와 매우 흡사했다. 자녀를 많이 낳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자녀만을 위한 결혼생활이 유지되고 부모의 자녀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이 ‘지나친 사랑’ ‘비뚤어진 사랑’으로 어긋나면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중국의 대표적인 문학작품들이 본문의 사례를 설명하기 위해 자주 인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아큐정전’에서부터 ‘홍루몽’ ‘사기’ 등에서 중국인의 모습이 드러난 대목을 꺼내서 설명하고 있는데 본문에 언급된 책을 아직 읽지 않아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게다가 본문의 내용을 설명해주는 각주를 매 장 뒤쪽에 달아놓았는데 그게 의외로 불편했다. 각 각주마다 본문의 페이지를 명시했으면 책을 읽거나 상세설명을 챙겨보는데도 도움이 됐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 이번에 알게 된 의외의 사실이 있다. 중국...하면 의례 차를 떠올렸는데, 그에 얽힌 일화 한가지. 어느 장관이 성가신 손님을 내쫓으려고 할 때 차를 내오면서 “차 드십시오”라고 한다는 거다. 이때 손님이 눈치를 채고 자리에서 일어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땐 “손님 가신다~아!!”하고 소리친다는 것이다. 참 절묘한 방법이다.....이 방법 나도 언제 써먹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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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대답해주는 질문상자
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이레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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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황토빛 표지에 둘러진 하늘색 띠지...거기에 마음씨 좋~아보이는 할아버지가 손을 흔든다. 얼굴 가득 커다란 웃음(꼭 개구쟁이 웃음 같다)을 띠고서 날 반겨준다. “여~어, 안녕! 잘 지내지?”....그 옆으로 흰곰 한 마리가 편지를 손에 들고 온다. 할아버지와 흰곰...뭔가 엉뚱한 이 조합에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긴장감은 어느새 달아나버리고 쿡, 웃음이 나온다. 순식간에 완전히 무장해제 되버렸다.




‘정말 알고 싶은 게 있다면 일본 최고의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에게 물어보세요’ 라고 띠지에 씌여있듯이 <무엇이든 질문해주는 질문상자>는 정말 다양한 질문과 답변들로 이뤄진 책이다. 총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눠졌는데 저자가 시인이어선지 멋지게 표현했다. 새벽녘 플랫폼, 떠들썩한 깊은 숲, 운동장의 아이들, 친구들에게 온 편지, 해질녘 해변, 출구의 점원들...(우와!!)..여기에 총 64개의 질문과 64개의 답변들이 있는데 질문한 사람의 나이가 최저 4살 꼬마부터 64살의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만큼 질문의 내용도 정말 가지각색이다.




6살 꼬마가 “왜 사람은 죽어?”라고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20대의 젊은이는 “왜 매일 목욕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 ‘러시아워를 잘 보내는 방법’을 묻기도 하고 ‘왜 친구들과 놀아야 하나’ ‘‘나라‘에 속하지 않은 인간은 나쁜지’ ‘왜 둥근 것이 많은지’ ‘거짓말을 왜 멈출 수 없는지’...등등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이 뚝뚝 묻어 나오는 질문부터 ‘이 사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거지?’란 의문이 들 정도의 엉뚱하고 어처구니 없는 질문, 삶과 인생에 대해 저마다 진지하게 고민한 이들의 심오한 물음들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저자의 답변이다. 질문한 이의 나이와 성별, 내용에 따라 때론 유머스럽고 익살스럽게, 때론 따스한 부모의 품이 느껴지는 애정이 담긴 답변을 해주고 있었다. 물론 오히려 질문자에게 다시 질문을 던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다니카와 씨의 ‘어른’을 가르쳐주세요. (고모모, 17세)

-->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린 아이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각하여, 늘 거기서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다면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최소한의 어른 룰은 지켜야 하겠지만 때로 그 룰을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어른의 증거. (다니카와의 대답)




그리고 이 책은 일러스트나 삽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다른 책과 좀 다르다. 정확하게 꼬집어서 말하기 어렵지만 그냥 쓱쓱 그려넣은 듯은 모나지 않은 선과 한 두가지의 색감으로 표현된 삽화가 왠지 낯선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의 분위기나 본문의 내용과 정말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책의 끝에 가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9살 큰아이에게 늘 얘기한다. 사람은 평생을 공부해야 한다고. 모르는 걸 부끄러워 하거나 창피하게 생각하지 말고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누구한테든 물으라고...이제 그 물음을 나 자신에게 던진다. 그래, 넌 뭐가 가장 궁금한데? 뭘 알고 싶지?....멋진 질문을 하고 싶은데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생각나는 거라곤 고작 “아이 키우는 게 너무 힘들어요. 어떻하면 되죠?”....이 질문에 다니카와 슌타로 씨는 어떤 대답을 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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