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키트맨 1
고선아 지음, 임덕영 그림 / 동아엠앤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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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건 자연의 이치. 콩을 심어놓고 팥을 바랄 수는 없지요. 하지만 때론 콩을 심고 팥 비스무리한 걸 기대하기도 합니다. 대체 무슨 얘길 하려고 콩이니 팥이니 하나 싶으시죠. 다름아닌 저희집 큰아이 얘깁니다. 공학도인 아빠와 생물학도인 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 성격이나 취향이 영락없는 이공계열이네요. 어릴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하더니 요즘은 로봇 만들기와 탐구과학 실험에 폭 빠졌습니다. 틈틈이 WHY 시리즈나 실험왕 같은 과학학습만화도 꼭꼭 챙겨서 읽는데요. 얼마전에 <미션키트맨>을 보고 그렇게 좋아하네요.




실험을 너무나 싫어한 나머지 세상의 모든 과학실험을 없애려는 시러무스 박사가 있습니다. 그가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다글러스라는 부하를 만들어 내는데요. 그때 다글러스와 반대로 과학실험을 지키려는 인물이 탄생합니다. 그가 바로 미션키트맨. 우리의 주인공입니다. 여기에 다글러스에겐 삼각플라스크와 비커, 미션키트맨에게는 플라스크군과 샬레양이 곁에서 주인공을 도와주게 됩니다.


<순진한 악당 다글러스> 



<과학실험의 수호자, 미션키트맨>

자, 이제 실험을 망치려는 다글러스와 그를 막아 과학실험을 지키려는 미션키트맨의 대결이 시작됩니다. 첫 대결로 다글러스가 아이들이 병을 열지 못하도록 병뚜껑에 참기름을 발라뒀는데요. 이때 번개처럼 나타난 미션키트맨은 병뚜껑에 고무줄을 감아서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때 이용된 과학원리가 바로 ‘마찰력’인데요. 다글러스와 미션키트맨의 밀고 당기는 대결 이후에는 ‘교과서에 딱 맞는 과학실험’이라고 해서 각각의 이야기 꼭지에 해당하는 과학실험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교과서 몇 학년 어떤 단원의 내용에 해당하는지 알려주는 건 기본이구요. 실험에 필요한 준비물과 실험과정, 주의사항 같은 것들을 사진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놓았더군요. 거기에 본문과 실험을 통해 소개된 과학원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도 설명해놓아서 하나의 과학원리와 실험을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생각과 활동을 좀 더 확대해 볼 수 있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재밌는 게 있어요. 본문 중엔 각각의 이야기마다 또 다른 게임이 있어요. 본문의 내용과 관련있는 과학용어를 제시해서 어느 누구라도 그 단어를 말하면 정해진 규칙대로 벌칙을 받아야 하는데요. 벌칙을 받는 모습과 함께 제시된 과학용어도 설명해주고 있어서 아이들이 중요한 용어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반드시 읽을 수 있도록 편집구성된 점이 돋보입니다.



<미션키트맨> 1권에는 14개의 이야기와 과학원리, 실험을 만날 수 있는데요. 간혹 텔레비전이나 신문, 책을 통해 알고 있던 내용도 있지만 로봇 손 만들기나 분실술 체험 조트로프, 물 회오리처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것들도 정말 많더군요. 또 한가지 놀라운 건 혀의 미각과 관련해서 학창시절에 사람의 혀는 맛을 느끼는 부위가 각각 다르다고 배웠는데요. 그건 잘못된 거라고 하네요. 실제론 혀의 모든 부분에서 여러 가지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하는데 그걸 실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답니다. 이제라도 미션키트맨을 만나 잘못된 지식을 수정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미션키트맨!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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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 싸부님 2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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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만남이다. 작가 이외수의 책과. 처음 만난 <하악하악>에서 그의 짧고도 유쾌명쾌한 글을 읽고 감탄을 했다. 이런 걸 바로 ‘촌철살인’이라 하는구나 실감했다. 두 번째 <청춘불패>는 처음과 달리 묵직했다. 젊은 청춘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들, 삶을 살다 실패하고 좌절하더라도 훌훌 털어내라며 어깨를 두드려주는 기분이 들었다. 두 작품은 서로 다른 분위기를 보이면서도 이외수의 빼어난 문장을 실감나게 해 줬다. 범상치 않은 외모, 엉뚱한 도인 같은 그를 일컬어 21세기의 기인소설가, 언어연금술사라고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사부님 싸부님>. 1983년에 처음으로 출간되었다는 책을 나는 이제야 손에 잡았다. 이번 작품에서 이외수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 것인가.




‘우주의 모든 것은 바로 이 그림 하나 속에 들어 있도다.’로 시작한 책은 작은 원과 그 속의 작은 점에 대해 얘기한다. 서로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작은 원과 그 속의 작은 점’은 엽전이나 눈알, 과녁, 단추, 연필 뒤꼭지처럼 저마다 다르게 보인다. 하지만 그건 모두 틀린 것. 간단한 그림이지만 거기엔 오묘한 우주가 담겨 있으니. 생각과 사고를 방해하는 고정관념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그리곤 또 하나의 그림을 들이민다. ‘이것이 무엇이냐? 빈대떡이냐?’ 제법 큰 원 하나. 그것은 대한민국 강원도 어느 두메산골의 작은 웅덩이. 거기서 어느날 한 무리의 올챙이가 태어나는데 그중에 유독 한 마리만 온몸이 하얀 올챙이였다. 태어날 때부터 남과 다르다는 건 외롭고 고독한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남과 다른 깨달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얀 올챙이가 바로 그랬다. 깊은 산중에서 노인과 동자가 문답하는 소리를 들으며 지내던 하얀 올챙이는 차츰 도(道)에 관심을 갖게 된다. 날이 갈수록 좀 더 많이 생각하고 좀 더 깊은 사고를 하던 하얀 올챙이는 개구리가 되는 걸 거부하고 바다로 향한다. 웅덩이에서 태어난 올챙이가 바다를? 그게 가능한가? 의문이 들지만 그건 중요치 않다.




웅덩이에서 계곡을 지나 드넓은 저수지에 이른 하얀 올챙이. 그는 수많은 물고기와 생명체를 만나고 그들에게 묻는다. 바다에 대해. 어느 누구도 속시원하게 대답해주지 않았지만 그럴수록 바다에 대한 하얀 올챙이의 열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러다 어느날 하얀 올챙이에게 동행이 생긴다. 작고 까만 올챙이 한 마리가 그를 ‘싸부님’이라 부르며 함께 하길 요청한다. 그 후 두 올챙이는 물속에 달이 비칠 때 문답을 나누며 함께 바다로의 길을 떠난다.




짧은 글과 간단한 그림으로 이뤄진 책 <사부님 싸부님>은 휘리릭 금방 읽혀진다. 하지만 읽고 나서가 문제다. 두 올챙이가 다른 물고기들, 특히 가물치나 거머리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대목은 왠지 인간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뜨끔했고 서로 나누는 문답, 그 속에 숨어있는 삶과 인생에 관한 고뇌와 의문은 무얼 의미하는지 알아채기 힘들었다.




알고 보니 ‘이외수의 우화상자’라는 부제 속의 ‘우화’란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었다. ‘인격화한 동식물이나 기타 사물을 주인공으로 하여 그들의 행동 속에 풍자와 교훈을 나타내는 이야기’란 뜻의 ‘우화(寓話)’가 있는가하면 ‘곤충이 유충이나 번데기에서 탈피하여 성충이 되는’ 걸 뜻하는 우화(羽化)도 있었다. 처음 우화를 전자의 의미로 해석했는데 책장을 덮고 나니 후자의 의미가 더 강하게 와닿았다. 한걸음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서로 무리를 지어 흙탕물을 튀기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제 그만 잠에서 깨어나라며 호통을 치는 게 아닐까.




독자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책이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바로 책 뒷부분 저자의 말이 모두 처음 출간했던 시기의 글이란 점이다. 첫 출간 후 자그마치 27년이 지났다. 판형을 달리하여 재출간하면서 저자의 글을 새롭게 수록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더욱이 저자가 이외수가 아닌가. 27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저자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했는데...정말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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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도 좋아, 달라도 좋아! - 선현경, 이우일, 그리고 딸 이은서의 유쾌한 한지붕 생활 고백
선현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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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과 선현경. 그들과의 첫 만남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느 누구에게나 가슴 설레는 허니문. 다른 사람은 모르는 둘 만의 추억으로 남기고픈 순간을 그들은 서슴없이 공개했다. 그것도 두 권짜리 책으로. 결혼 전에 모아둔 돈에  신접살림 차릴 돈까지 몽땅 털어 그들은 1년간의 긴 신혼여행을 떠났다. 유럽의 곳곳을 샅샅이 쏘다니고 이집트와 캐나다로 이어지는 그들의 특별한 여행은 무척 신선했다. 당시 뱃속에 둘째를 임신하고 있던 난 이 아이가 태어나서 좀 크면 그들처럼 온가족이 여행을 떠나야지 마음먹었다. 그들은 어떤 부모가 될까 궁금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고. 이우일과 선현경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그것도 은서란 딸을 둔 부모가 되어서.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을 것 같던 이우일이 아빠라고? 순간 쿡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내 몇 년 전 품었던 궁금증이 되살아났다. 그들은 어떤 부모일까. 아이를 어떻게 기를까. 이런 내게 답이라도 하듯 그들은 한 권의 책을 내민다. 자신들의 일상이 담긴 이야기를. 이렇게 기막힌 타이밍이 있나! 말썽쟁이 두 아이의 육아로 지친 내게 그들의 일상은 틀림없이 신선한 자극이 될 거야!!




천편일률적인 형식을 벗어나 획기적이고 독특한 신혼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그들의 일상은 역시나 달랐다. 텔레비전을 그저 DVD 관람용으로 남겨두고  그들은 TV 대신 책을 보고 함께 보드게임을 하며 수다를 떨었다. 딸이 원하지 않는 한 어떤 학원도 보내지 않았다. 공부도 강요하지 않았다. 아이의 시험점수도 마찬가지였다. 대신 아이에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 그저 학교와 집을 오가는 일상, 그 속에서 아이는 학교가 집처럼 또 하나의 즐거운 장소가 됐다. 학교가기 싫으면 가지 말라는 엄마에게 ‘집에 있으면 심심하다며’ 학교로 가는 은서에게서 대견하면서도 순수한 아이의 모습이 느껴졌다.




그림과 만화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이의 책이라 그런지 본문 곳곳에 만화가 삽입되어 있다. 간단한 몇 컷에 불과한 만화지만 그들의 일상과 생각을 엿보기엔 충분하다. 내가 주부여서 그런지 그림작가 선현경보다 주부 선현경을 만날 수 있는 대목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주부치매를 앓는 아줌마, 남편과 다투고 화해하는 아내, 딸과 친구 같은 엄마, 겨울방학이 됐다고 딸과 합의하에 교과서를 버리는 엉뚱함까지! 이렇게 다양한 선현경의 모습은 책을 읽는 즐거움이자 나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기도 했다.




초등학교란 곳은 아이들이 다니는 곳이지 엄마들이 다니는 곳이 아니다.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또 어떻게 놀아야 할지 혼자 터득한 아이는 지금도 혼자 공부하고, 혼자 잘 논다. 스스로 할 줄 아는 아이는 스스로 설 줄도 알고, 또 스스로 길을 찾으며, 스스로 잘 살게 되지 않을까? 앞으로 뭘 해야 할지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 엄마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이라 믿는 나는 오늘도 아이를 혼자 내버려둔다. - 147쪽.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즐거움과 기쁨, 행복을 찾는 가족들. 목적지까지 조금 둘러가더라도 아이가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기다려주는 부모와 그 속에서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키워가는 딸. 그들을 만나 즐거웠다. 그들의 유쾌함을 닮고 싶다. 이우일과 선현경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또 하나의 의문을 가져본다. 은서에게 동생이 생긴다면 어떨까? 언니나 누나가 된 은서.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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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진단서 - 요리책에는 절대로 나오지 않는 식품의 모든 것
조 슈워츠 지음, 김명남 옮김 / 바다출판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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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2년차에 접어들었지만 갈수록 식탁 차리기가 어려워진다. 유전자 조작식품에 원산지가 의심스런 식재료들, 농약범벅 채소와 과일, 인공감미료와 착색제로 맛을 낸 가공식품. 나와 가족들의 몸에 건강을 해치는 유해한 성분이 차곡차곡 쌓여갈 걸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단 한 끼의 식사라도 이런 것들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모든 먹거리를 직접 기르고 재배하지 않는 한. 아니, 그것 역시 현재의 환경에선 불가능하다. 각종 매체에서 내놓는 정보를 보면 더욱 혼란스럽다. 먹으면 좋다고 했다가 아니다. 이러이러한 점이 유해하니 먹으면 안된다고 한다. 이것도 저것도 문제라니 대체 뭘 먹으란 말인가!




화학자이면서도 음식과 영양에 관한 책을 출간하기도 했던 저자 조 슈워츠는 일명 ‘카더라’ 통신에 의한 부작용, 혼란스런 정보로 인해 사람들이 예전의 좋지 않은 식단으로 돌아가는 걸 염려한다. 그래서 복잡한 인체의 다양한 분자적 구성과 보다 확실한 과학적 분석을 기초로 한 먹거리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은 4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음식물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평소 우리가 자주 접하는 먹거리에 대해 얘기한다. 사과를 비롯해 토마토, 블루베리, 양배추, 콩, 브로콜리, 시금치, 우유, 초콜릿, 커리 등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지식을 짚어주는 동시에 미처 알지 못했거나 건강에 나쁘다고 알고 있던 식품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전해준다. 2부 [식품 조작의 득과 실]에서는 음식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질병이나 증상에 대해 알려준다. 짜게 먹는 습관과 고혈압, 설탕과 같은 당분과 아이들의 과다활동성, 인공감미료와 체중조절 문제, 아질산염이 함유된 가공식품과 위암발병율, 식용색소의 안정성, 비타민의 올바른 섭취방법에 대해 충고한다. 3부 [음식물에 스며든 오염물질]에서는 필요에 의해 탄생된 농약으로 인해 우리가 치르는 고통과 트랜스 지방과의 전쟁, 육류 속의 성장촉진제, 카페인과 다이옥신 등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하나하나 짚어준다. 마지막 4부 [잘못된 속설 바로잡기]에서 저자는 마치 기적의 음식처럼 알려졌던 구기자 주스, 두뇌건강과 노화를 방지한다는 DHEA의 효능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하게 했고 다이어트를 위해 녹차를 마신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며 얘기한다.




그동안 우리가 식품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이 이렇게나 많았던가. 책을 읽는 내내 놀랐다. 몸에 안 좋은 성분이 있다는 말에 겁을 먹은 나머지 자세히 알아보려 하지도 않았으니...나의 어리석음에 부끄러울 뿐이다. 반면에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았다. 커리와 후추의 음식궁합이 좋아서 함께 먹어야 좋다는 거나 유기농 채소와 일반 채소가 영양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이 약 한 번 먹어봐! 아픈 거 다 나아! 아침마다 요강이 깨져!” “저~기 허리굽은 할머니, 이거 먹고 허리 펴졌어!” 시골장터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던 만병통치약 약장수를 기억한다. 현란한 말솜씨로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던 그에게 혹해서 약 한 병씩 손에 들고 귀가하던 사람들. 그들을 다시 만나지 못했으니 그 약이 얼마나 효험이 있는지 알 수 없다.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의사가 청진기를 들이대고 진찰하듯 저자는 각각의 식품을 요리조리 살펴보고 조사해본 후 진단을 내린다. 어떤 식품도 우리의 몸을 순식간에 좋아지게 만들지는 못한다고. 존재하지도 않는 만병통치약처럼 기적을 바라지는 말라고. 그리고 겁먹은 환자를 다독이듯 조용히 말을 건넨다. 뭐든 모자라거나 과하지 않게 적당히 먹는 게 중요하다고. 어떤 것에서도 정확한 답을 내놓지 않아 때론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게 바로 해답일 듯하다. ‘ 먹어야 좋을까’가 아니라 ‘뭘 어떻게 먹어야 할까’ 고민해야할 때가 됐다. 평소 음식과 건강에 관해 고민했다면 이 책이 그 의문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될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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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탐닉 - 북촌 10년 지킴이 옥선희가 깐깐하게 쓴 북촌 이야기
옥선희 지음 / 푸르메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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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나고 자란 내게 북촌은 바다건너 외국이나 다를 바 없는 낯선 곳이었다. 간혹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경으로 언뜻 보이는 한옥 마을을 보고 아, 서울에도 저런 곳이 있었구나 하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그러다 최근 몇 년 사이 우리의 전통가옥인 한옥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옥을 생활하기 편리하게 부분적으로 개조한 사람들의 책을 읽고 여행을 가더라도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보곤 했다. 몇 달 전엔 ‘외국인 한옥지킴이’로 알려진 한 외국인이 북촌마을에 벌어지고 있는 개보수 공사에 반대하다가 부상을 입고 시력까지 잃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북촌의 한옥마을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서울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 일대의 북촌은 언제든 서울에 가면 꼭 둘러봐야할 곳으로 손꼽게 됐다. 하지만 오직 희망사항으로 그칠 뿐 북촌과 나의 사이는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고 평행선을 이뤘다. 그러다 만나게 된 책이 바로 <북촌탐닉>이다. ‘북촌 10년 지킴이 옥선희가 깐깐하게 쓴 ‘북촌’ 이야기‘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영화 칼럼니스트로 알려진 저자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을 알려주는 북촌 소개서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첫 번째 이야기 ‘북촌에 살다’는 북촌이 자리하고 있는 지리적 여건과 오늘날의 북촌이 형성된 배경, 과정 같은 기본적인 소개와 더불어 북촌에서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상을 털어놓고 두 번째 ‘북촌을 거닐다’에서는 말 그대로 저자와 함께 창덕궁길, 계동길, 별궁길, 감고당길 등의 북촌의 길을 거닐면서 그 거리의 정취에 흠뻑 느껴볼 수 있다. 한옥으로 둘러싸인 좁은 길 곳곳에 자리한 아기자기한 갤러리와 공방,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유적지와 박물관, 모든 것이 다 아름다운 윤보선 가옥, 고택들,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면 만나게 되는 작은 가게들...을 둘러보는데 각각의 거리마다 간단한 약도를 수록해놓고 있어 북촌의 골목길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세 번째 ‘북촌 밖을 서성이다’에서 저자는 북촌의 주변은 어떠한지 소개하고 있는데 재래시장도 대형마트도 없는 북촌이지만 낙원시장이나 광장시장 같은 대규모의 시장이 인근에 있어서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다고 하고 구름재란 의미의 ‘운현궁’에서  굴곡진 우리의 역사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우리의 지난 과거와 현재가 함께 공존하고 있는 곳 북촌. 좁은 골목길에서 더욱 운치가 느껴지는 북촌의 한옥 마을이 몇 년 전부터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일명 ‘북촌 가꾸기 사업’이라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탁상행정의 전형이 아닌가 싶다.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왔던 한옥마을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 진정으로 가꾸는 것일까. 고요함 속에 생동감이 넘쳤던 북촌이 점차 그 빛깔을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북촌이 제 모습을 잃어버리기 전에 얼른 가족들의 손을 잡고 북촌의 골목골목을 거닐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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