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강의
야오간밍 지음, 손성하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인 중에 한자를 공부하는 이가 있는데 중년의 나이인데도 틈틈이 공부해서 얼마전 사범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늘 한자를 벗 삼아 지내선지 한문학에도 조예가 깊어서 간혹 고민거리나 조언을 청할 때면 슬며시 고전의 한 대목을 끄집어내 얘기를 하는데 전혀 특별하지 않은 애긴데도 왠지 마음에 위로가 됐다. 그때 언니가 자주 인용하는 것이 바로 <도덕경>이었다.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그늘진 곳을 밝혀주는 느낌이 무척 좋았다. <도덕경>을 읽으면 나도 언니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대화능력을 가질 수 있을까...




중국 고대의 철학자이자 도가(道家)사상의 창시자인 노자의 사상을 공부하기란 쉽지가 않을 듯했다. 왠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릴 것 같았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며 미루다가 드디어 한 권의 책을 만났다. 세계적인 노자 연구가로 알려진 야오간밍의 <노자강의>였다. 두툼한 고대철학 서적을 앞에 두고 언뜻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생몰 연대조차 명확하지 않은 노자. 그가 5천 글자로 써서 남긴 책에 과연 무엇이 담겼기에 2500년이란 오랜 세월을 넘어서면서까지 수많은 이들이 찾고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 것인가.




<노자강의>는 저자인 야오간밍 교수가 중국의 방송프로그램인 [백가강단]에서 강연한 내용을 기초로 한 것으로 2부 18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새까만 한자만 빼곡하지 않을까, 내용도 <도덕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설명해주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책은 강의의 주제에 따라 그에 맞는 대목을 인용하면서 대화체와 구어체로 쉽게 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2강 ‘노자, 음식의 도를 말하다’에서 노자의 ‘오미가 사람의 입맛을 버린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미식을 탐하던 왕의 일화로 설명한 다음 “함이 없음을 하고, 일이 없음을 일삼으며, 맛이 없음을 맛있게 여긴다(63장)”는 세상의 제아무리 맛있고 훌륭한 음식도 맛을 제대로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냐. 평범한 음식도 맛있게 먹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노자의 ‘음식의 도’를 풀어낸다. 또 5강 ‘노자, 현대 여성의 아름다움을 말하다’에서 저자는 예쁜 얼굴과 섹시한 몸매를 갖기 위해 현대 여성은 너도나도 성형을 하고 이젠 멀쩡한 사람까지 ‘귀신같은 몸매’를 갖기를 원하는데 정말 애석한 노릇이라며 안타까워한다. 그러면서 미추(美醜)는 본래 사물의 양면성인데 지나치게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면 ‘악’으로 전환되어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추’가 된다는 노자의 사상을 통해 무슨 일에든 억지를 부리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짚어준다. 이렇게 저자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문제들을 노자의 사상과 지혜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풀어내면 되는지, 때론 뜨끔하고 때론 쿡쿡 웃음이 나오는 쉽고 편안한 문체로 알려준다.




‘노자가 정말 우리 곁에 있을까요?’ 저자는 제일 먼저 이런 물음을 던진다. 노자가 정말 우리 곁에 있을까. 이 말은 즉, 이미 죽어서 그의 육체가 자연으로 돌아간 노자의 사상을 현대의 우리가 왜 알아야하는지 마음에 먼저 새겨두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싶은데 저자는 자신의 물음에 세 명의 초등학생이 어떻게 대답했는지, 그 속에 숨은 의미를 넌지시 알려준다. 노자는 정말 우리의 생활 속에 함께 있다는 것. 이미 우리의 삶 속에 깊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실제로 책을 읽다보니 내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노자의 사상들을 접했다는 걸 알게 됐다. 큰 인물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고의 노력 끝에 이뤄진다는 ‘대기만성’, 꾸밈없이 자연의 순리에 따른 삶을 산다는 ‘무위자연’, 높은 선은 물과 같아서 아래로 흐르면서 항상 낮은 곳을 채운다는 ‘상선약수’...이 모두가 노자의 사상이라니. 새삼 노자의 사상의 깊이를 깨닫게 됐다. 그리고 현실의 고통과 일상의 고단함을 극복할 수 있는 밝은 빛과 같은 지혜를 얻을 수 있었다.




내게 큰 걱정거리가 있는 까닭은 내가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게 몸이 없게 된다면, 내게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13장) - 73~7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위치를 누를 때
야마다 유우스케 지음, 박현미 옮김 / 루비박스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대학졸업 후 잠깐 학원 강사를 했다. 아파트가 밀집된 곳, 다른 지역보다 생활수준이 높고 사교육 시장이 넓은 곳이어서 그만큼 학원 강사도 많았는데, 시험기간만 되면 바짝 긴장해야 했다. 시험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감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시험결과만 나오면 그때마다 아이들이 아파트 옥상에서 훌쩍 뛰어내렸다. 이번엔 어느 학교래...누구 친구라던데...우리 학원 아이가 아니라서 다행인가...하는 이야기가 강사들 사이에서 오고갔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아슬아슬한 느낌,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무풍선의 팽팽한 긴장감이 얼마나 소름끼치게 싫던지 곧 사표를 냈다. 그리고 알게 된 것. 아이들은 성적 때문이 아니라도 자살을 한다는 것. 너무나 쉽게(?) 자신의 생명을 끊는다는 거였다.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시원스레 펼쳐진 바다와 하늘을 닮은 파란색 표지, 높다란 철조망 위를 훌쩍 뛰어넘는 아이의 모습이 그려진 <스위치를 누를 때>를 읽으면서 예전의 일이 떠올랐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보충수업 시간, 아이들을 바라보며 ‘제발 무사해라. 힘들어도 견뎌내!’하고 주문을 걸던 날들, 어제 강의실에 들어섰던 아이들 모두를 오늘도 만날 수 있길 빌었던 날들이 바로 엊그제처럼 선명했다.




청소년 자살억제 프로젝트.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이들의 자살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는 한 가지 실험을 고안해낸다. 우선 무작위로 선발된 아이들이 다섯 살이 되면 심장에 특수한 전자기기를 부착하는 수술을 했다. 그런 다음 일정한 나이가 되면 센터로 보내지게 되는데, 이때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누르는 즉시 심정이 정지하도록 만들어진 빨간 스위치였다. 가족들과 떨어져 낯선 곳에서 지내게 된 아이들, 하루 잠깐 다른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전부인, 그것마저 감시원이 따라붙는 생활 속에서 아이들은 점점 지쳐갔다. 가족이나 친구를 비롯해 어느 누구의 면회도 금지된 채 편지도 쓸 수 없는 완전한 고독은 아이들로 하여금 서슴없이 스위치를 누르게 했다.




책의 주인공인 요헤이는 이런 아이들을 지켜보는 감시원으로 그가 있던 센터의 마지막 아이가 스위치를 누르자 요코하마로 이동하게 된다. 정부의 실험으로 수많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걸 지켜보면서 자신의 무력함을 느끼게 된 요헤이. 그는 요코하마 센터에서 놀라운 걸 목격하게 된다. 모든 행동에서 감시를 받는 하고 극한 상황 속에서도 7년 동안 살아남은 아이들이 있었다. 다카미야 마사미, 신조 료타, 코구레 기미아키, 이케다 료. 십대 사춘기에 접어든 시기의 네 아이와 만남은 요헤이의 가슴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다. 아이들의 일기에서 삶의 열정과 가족에 대한 애정, 희망을 감지한 요헤이. 네 명의 아이들은 요헤이에게 있어 더 이상 감시의 대상이 아니었다. 마치 요헤이는 아이들이 자신 의 동생처럼 여기고 그들에게 말을 건네며 조금씩 다가서는데 처음엔 요헤이를 낯설게 여기던 아이들도 차츰 마음의 문을 열게 되게 된다. 하지만 이케다 료가 어느 날 빨간 스위치를 누르자 요헤이는 남은 세 명의 아이들을 탈출시키기에 이르는데...




젊은이들의 자살을 억제하기 위해, 어떤 상황 속에서 인간이 자살을 결심하고 행동으로 옮기는지 밝혀내기 위한 실험 '자살억제 프로젝트'. 책을 읽는 내내 의문이 들었다. 과연 이런 실험으로 자살을 억제할 수 있을까. 실험을 위해 감금된 아이들에게 미래는 있을까. 스위치를 누르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더라도 그 아이의 마음엔 어떤 상처가 남을 것인가. 실험의 주체였던 정부의 행위는 과연 정당한가.




비인간적인 실험을 행하는 정부에 분노하고 아이들이 처한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책을 읽고 나자마자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15~24세 청소년의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자살이라는 거였다. 성적 때문에, 직장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끊는 아이들. 소설 속에서 만난 아이들이 현실의 세계로 걸어 나왔다. 아이들의 손에 정녕 스위치를 쥐어져 있는 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래바람을 걷는 소년
나디파 모하메드 지음, 문영혜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사륵사륵 모래바람이 분다. 어디서 불어오는 걸까 했더니 드넓은 사막, 저 앞을 걸어가는 작은 소년의 발걸음에서 모래바람이 일어나고 있다. 소년이 바라보는 곳이 어디일지 시선을 따라가고 싶지만 뒷모습만으론 알 수가 없다. 동행도 없이 그저 혼자 묵묵히 걸어가는 소년의 모습은 외롭고 쓸쓸하다. 하지만 사막의 모래 위에 남겨진 발자국이 왠지 모르게 힘차보여서 대견하고 든든하게 와 닿는다.




소설 <모래바람을 걷는 소년>의 배경은 북동부의 소말리아. 가난이 깊어 수많은 사람이 기아에 허덕이고 오랜 내전으로 무정부 상태에 이르렀는데 최근 들어서는 납치와 테러를 비롯해 해상에서 여러 나라의 선박을 급습 강탈하는 해적행위를 일삼는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기아, 내전, 난민, 납치, 해적...모두 하나같이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말이지만 과연 이것이 지금의 소말리아를 만든 원인일까. 지금까지 소말리아에서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책의 주인공은 ‘자마’란 이름의 소년으로 아덴의 뒷골목에서 자랐다. 돈을 벌어오겠다며 아버지가 떠난 후 자마는 엄마와 생활하고 있었다. 생활을 위해 엄마 암바로는 커피공장에서 쉴 틈도 없이 일했지만 형편이 나아지기는커녕 얹혀사는 친척에게 갈수록 심한 욕설과 구박을 받아야했고 자마 역시 남의 집에서 음식을 구걸하며 지냈다. 그러다 급기야 암바로가 병을 얻지만 제대로 약을 써보지도 못한 채 눈을 감고 만다. 엄마를 땅에 묻고 자마는 길을 떠난다. 엄마가 남겨준 약간의 돈을 손에 쥐고 오래전에 떠났다가 소식이 끊어진 아버지를 찾아서 수단으로.




어린 소년에 불과했던 자마의 여정은 실로 험난했다. 피투성이가 된 채 뒷골목에 쓰러져 있기도 하지만 다행히 자마와 같은 부족 사람이 구해준다. 하지만 얼마 후 억울한 일을 당하자 자마는 자신이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라 어른이 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머물던 곳에서 뛰쳐나온 자마는 사막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신이 아빠를 자기에게 인도해주리라 믿고서...




우연하게도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연달아 만났다. 아프리카 중남부의 짐바브웨에서 이곳 소말리아로 옮겨오고 나서 지도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옆으로 삐져나온 뿔처럼 생겼다는 소말리아의 정확한 위치도 궁금했지만 무엇보다 서구 열강들이 점령한 아프리카 대륙을, 아버지를 찾아 거슬러가는 자마의 여정을 따라가고 싶었다. 이탈리아를 점령한 소말리아를 가리켜 ‘도살장’이라고 할 정도니 자마가 얼마나 힘겹게 발걸음을 내딛었는지 알 것 같았다.




뜨겁고 거친 사막을 맨발로 가로질렀던 소년 자마의 여정을 담은 소설 <모래바람을 걷는 소년>은 저자 나디파 모하메드가 자신의 아버지의 이야기를 소설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여러 강대국에 의해 무참히 짓밟혔다는 소말리아의 역사를 자세히 알지 못해서 소설의 어디까지가 실제 경험담이고 어느 부분이 저자의 상상 혹은 자료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음이 못내 아쉬웠다. 또 띠지의 문구처럼 [연을 쫓는 아이]에 견주기엔 이야기의 구성이나 힘이 부족한 듯했지만 그래도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떠난 길에서 자신의 주체성과 삶의 방향을 찾게 되는 자마의 여정은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 - 1995년 뉴베리 아너 선정도서
낸시 파머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낸시 파머.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전갈의 아이>란 작품이었습니다. 만약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다른 이에게 장기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진 복제인간, 클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그대로 따를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의 운명 따위는 거부하고 과감하게 탈출할 것인가. 복제인간에게도 인간의 존엄성은 있는지, 인간의 감정과 자아는 어떻게 싹트고 성장하는지...전 책을 읽고 나서 깊은 의문에 빠졌고 <전갈의 아이>를 통해 감히 이야기하기 어려운 소재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는 저자, 낸시 파머의 이름을 기억하게 됐답니다.




그러다 낸시 파머의 새로운 이야기가 나왔다는 소식이 들리더군요. <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 표지를 보니 아프리카의 토속공예품을 연상시키는 인물과 커다란 물체의 뒤로 높다란 빌딩이 숲을 이루고 있네요. 대체 어느 시대의 어떤 나라를 배경으로 한 거지? 주인공은 누굴까? 이런 저런 궁금증이 마구마구 밀려듭니다.




‘누군가가 텐다이의 침대 옆에 서 있었다’로 시작된 소설은 2194년, 아프리카 중남부의 짐바브웨를 배경으로 합니다. 짐바브웨의 최고 권력자인 마치카 장군에게는 텐다이, 리타, 쿠다라는 이름의 세 아이가 있었는데요. 부모가 최고 권력자라면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떵떵거리며 유세를 부릴 만도 한데, 마치카 장군의 경우엔 완전히 달랐습니다. 자식사랑이 도가 지나쳐 과잉보호가 되버린  경우. 바로 그랬습니다. 장군은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바깥세상에 절대 아이들을 내놓지 않았답니다. 아이들이 단 한 번도 집 밖을 나가본 적이 없다니 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죠?




그런데 잠깐. 아이들이 어떤 존재인가요? 저희집 두 녀석만 보더라도 정말 백만돌이가 따로 없습니다. 웬만해선 에너지가 바닥나지 않는 것 같거든요. 호기심 왕성한 두 녀석의 뒤치다꺼리하다가 오히려 제가 뻗어버린 적이 하루 이틀? 오! 노!! 거의 매일입니다. 장군의 집엔 그런 아이가 세 명이 있는 거예요. 텐다이, 리타, 쿠다. 이 녀석들도 틀림없이 답답할 거예요. 철통수비를 자랑하는 부모의 감시가 말이에요. 단 하루만이라도! 부모의 감시를 벗어나서 바깥으로 나가 흥미진진한 모험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지낸답니다.




그러다, 어느날 텐다이의 부모가 오랫동안 외출하게 될 거란 정보를 얻은 거예요. 드디어! 기회가 왔습니다. 부모의 감시를 벗어나려고 호시탐탐 엿보던 아이들은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지요. 바깥세상 구경할 생각에 가슴이 들뜨고 설레었습니다. 여행가방에 지도와 나침반, 식량을 모두 챙겨넣고. 이제. 출발입니다. “이제 우리 힘으로 가야 해” 텐다이는 두 동생과 함께 버스정류장으로 향하지요.




온실 안의 화초처럼 지내던 아이들이 멋진 모험을 꿈꾸다가 드디어 바깥세상에 발을 내딛었습니다. 이제 어떻게 될까요? 아이들의 상상했던 대로 신나고 환상적인, 즐거운 일만 가득한(나중에 부모에게서 꾸중을 듣더라도) 모험이라면 아이들에게는 천만다행이지만 독자의 입장으로서는 재미가 없습니다. 꿈에 부푼 아이들은 일단 위기에 빠져야 합니다. 부모도 아이들이 위험에 빠졌다는 사실을 알고 혼비백산 하겠지요. 그 다음엔? 당연히 사랑하는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나서는 겁니다. 어떻게 하냐구요? 바로 거기에 이 책의 모든 것이 숨어있습니다. 미리 알면 재미가 떨어집니다. 아, 한가지 힌트를 준다면...표지를 자세히 보세요. 큰 귀와 긴 팔, 안경을 쓴 이들이 보이지요? 그들이 바로 장군 부부가 아이들을 찾아달라고 의뢰한 특별한 능력을 지닌 탐정들이랍니다.




이제 이야기의 모든 요소가 구비되었습니다. 자, 그럼 이야기 속으로 빠져볼까요? 텐다이와 리타, 쿠다에게 닥친 위험은 어떤 것인가. 세 탐정은 아이들을 어떻게 구출할 것인가...궁금하시다면...지금 바로! 책장을 펴세요. 재미없으면 어떡하냐구요? 그런 걱정은 접어두세요. 낸시 파머의 작품은 재미와 감동, 더불어 깊은 생각거리까지 보장하거든요.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면 더 좋을 이야기 <사라진 도시 사라진 아이들>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
서영교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핼리 혜성. 약 75년의 주기로 지구에 접근한다고 알려진 혜성의 출현은 옛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안겼던 모양이다. <우주의 발견>이라는 책에는 ‘451년, 훈족의 아틸라가 로마군과 야만족의 연합군에게 패배할 때에도 핼리 혜성이 나타났다. 684년에 일어난 역병도 이 혜성의 탓이라고 이야기되었고, 노르망디의 윌리엄 공이 영국을 정복한 1066년의 헤이스팅스 전투 때에도 핼리 혜성이 나타났다. 또 프랑스 국왕이 사망한 1222년에도 나타났다’는 대목이 있다. 밝은 빛을 내며 순식간에 밤하늘을 가르고 지나가는 혜성이 아름답기는커녕 불길한 징조로 여겨지다니.




그런데 <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은 더욱 놀라운 이야기를 쏟아낸다. 바로 핼리혜성의 출현으로 인해 신라에서는 왕위쟁탈전이 벌어졌다는 것. 에이, 설마? 한 나라의 임금이 단순히 혜성이 나타났다고 해서 목숨을 잃거나 자리에서 물러나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왠지 솔깃했다. 그 말의 사실 여부를 떠나서 알고 싶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혜성을 불길하게 여기게 된 원인이 대체 무엇인지.




“기록은 아주 정직합니다” 서두에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혜성은 지구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는데 중국의 기록을 보면 ‘기원전 1400년부터 기원후 100년까지 338개의 독립적인 혜성 출현을 기록(8쪽)’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중국인들이 혜성에 대한 ‘공포’를 나타내는 거라고. ‘거대한 혜성이 떠서 왕의 잘못을 경고하고 있다. 만일 왕을 죽이지 않으면 혜성이 지상에 떨어지고 우리 모두가 죽고 만다(9쪽)’고 말이다. 혜성에 대한 공포심을 이용해 혜성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걸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일축해버릴 순 없다. ‘혜성은 일정한 주기로 지구에 나타나는 자연현상’이라는 건 현대에 와서 알게 된 일이니 하늘을 숭배하고 두려워하는 고대인들에게 혜성은 ‘하늘의 변고’이자 ‘왕실의 변고’를 나타내는 징조로 여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책은 크게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신라는 융천사의 [혜성가]를 언제 왜 만들었나’에서는 현존하는 최고의 향가 ‘혜성가’에 대해 언제 어떻게 무엇 때문에 지은 것인지 삼국유사의 기록을 토대로 알려준다. 저자는 우선 607년을 전후해서 신라와 신라를 둘러싼 주변국의 상황이 어떠했는지 알려주면서 607년에 핼리혜성이 지구에서 자그마치 100일 동안 관측되었는데 이 대규모의 혜성으로 인해 사람들이 혜성에 공포심과 불안감이 고조되자 이를 민심을 달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노래를 지어서 불렀다. 그것이 바로 ‘혜성가’인데 융천사가 '혜성가'를 부르자 혜성이 없어지고 일본병도 물러갔다고 한다.




이후 책은 [삼국사기]와 [일본서기]의 기록을 비교하여 신문왕 대에 총 3번의  핼리혜성이 나타났는데 그때마다 어떤 일이 일어났으며 신문왕이 어떻게 대처했는지 알려주는데 자신의 목을 조여오는 혜성의 출현으로 신문왕은 보덕국을 희생양 삼아 내란을 조장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또 하늘에 해가 2개 나타나자 월명사가 지어 불렀다는 향가 ‘도솔가’에 대해서도 저자는 2개의 해는 바로 낮에도 관측될만큼 밝은 핼리혜성이 지구를 지나간 것이라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을 제시한다.




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이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해서 처음엔 팩션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아닐까 했는데, 천만에! 책장이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다. 간혹 그림이나 사진자료를 이용해 태양과 핼리혜성, 지구의 관계를 설명하기도 하는데 글로만 읽어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아마 이 책과 같은 내용을 주제로 일정기간동안 강연회를 한다면, 그 현장에서 직접 저자의 설명을 듣고 의문점을 질문하고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책의 내용을 좀 더 쉽게, 확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핼리혜성과 신라의 왕위쟁탈전> 어렵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주제임은 틀림없다. 특히 인기리에 방영됐던 <선덕여왕>에 몰입해서 봤다면 이 책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보면 좋을 듯하다. 재미삼아 봤던 드라마의 한 장면이 어떤 연유로 비롯됐는지, 그 역사적인 배경과 상황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