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 - 조선의 정치가 9인이 본 세종
박현모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조선 시대 최고의 성군은 누구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 국민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은 싱거울 것이다. 열에 절반 이상은 동일한 대답이 나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왕권과 신권의 적절한 조화를 바탕으로 육진을 개척하고, 한글을 창제했으며, 과학을 진흥시켰고, 음악을 정리했으며, 서적을 편찬하는 등 전 분야에 걸친 찬연한 업적은 세종대왕이 조선시대뿐만 아니라 전 왕조를 통틀어서 최고의 성군임을 입증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

 

  위대한 성군 세종을 그린 『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를 읽었다. 제목부터가 특별나다. 『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라는 제목은 책을 읽기 전 많은 상상력을 유발시키기에 충분했다. 흥미로운 제목에 부흥하듯 구성 자체가 특이했다. 조선시대 9명의 정치가(태종, 황희, 허조, 박연, 정인지, 김종서, 신숙주, 수양대군, 정조)의 관점에서 조명한 세종의 모습을 서술하고 있다. 각자가 본 세종의 모습을 1인칭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제목에서는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라고 했으나 대부분의 이야기가 실록을 기초하고 있고 작가의 상상력보다는 실록과 그 외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 즉 역사적 사실성에 충분히 기반한 책이라는 얘기다.

 

 아버지와 자식, 신하들, 그리고 먼 훗날의 성군(정조)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세종 자신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읽혔지만 아쉬운 부분도 적지 않다. 조선시대 또다른 성군으로 손꼽히는 정조조차도 벤치마킹하고 싶었던 세종의 역사를 다루는 데 있어 정조 자신의 부족한 정치력을 토로하는 고백은 매우 신선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조 외의 인물이 바라본 시각에서는 '누구 누구가 본 세종'이라는 신선한 설정의 기대감과는 많은 부족함이 느껴졌다. 더욱이 신숙주 편에서는 세종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집현전 학자이자 절친한 동료인 성삼문과의 관계, 수양대군(세조)과의 관계, 계유정난 등의 이야기만 다루고 있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화자의 관점으로 세종을 조명, 분석했다기보다는 화자와 세종간에 있었던 일이나 그 시대의 사건들을 그저 1인층의 시점으로 이야기할 뿐이다. 각 화자들에게 작가의 상상력이 더 크게 침투했으면 한층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저자가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을 느낄 수 있었는데 다소 마키아벨리즘적 성향이라고나 할까? 피비린내 났던 태종시대와 세조시대를 찬양조로만 언급하는 것과 에필로그에서 세종이 수양대군으로 전위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을 하는 장면에서 결과를 위하여 수단과 방법(정도와 기본)을 가리지 않는 경향을 살포시 느끼기도 했다.

 

  '실록 밖으로 걸어나오는 듯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그려낸 세종의 모습!'이라는 문구에서 오는 포스에는 다소 실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많은 책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역사책이 날마다 변화하는 시대에 신선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을 위시하여 실록을 꼼꼼하게 체크하여 연도표기를 자상하게 해두었고 어려운 낱말에 대한 성실한 괄호해석을 통해 책을 쉽게 읽는 데에 큰 도움을 준 부분은 이 책의 강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세종에 대한 용비어천가만을 늘어놓는 것이 아닌 세종의 인간적인 모습, 세종의 고집스러운 모습 등에 대해 서술하고 있어 '인간 세종'에 대한 접근도 수월하였다.

 

  어떻게 보면 세종은 쉽지만 쉽지 않은 역설적인 인물일 수 있다. 잘 알려져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세종을 다뤘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책이었으며 리더쉽 공황상태에 빠져있는 작금의 시대에 조선 최고의 태평성대를 일군 세종의 덕치, 사람을 사용하는 원칙, 경청의 기술 등의 풍성한 리더쉽의 원리를 얻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다윗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머니와 함께한 900일간의 소풍
왕일민.유현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하나님께서 태초에 창조하신 아름다움과 순결함이 가득한 원초의 모습에서 벗어난 지 오래되었다. 아담의 원죄 이후, 인류는 계속해서 태초의 모습에서 변질되어 갔다.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사상, 교만과 위선의 팽배함.. 가난과 기근, 전쟁과 테러.. 자본주의 체제의 보편적 증가에 따른 인간경시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가정의 파괴에 따른 부모의 권위는 실추되었고.. 달라진 세상이 정상적인 것에 대해 자꾸만 다른 눈으로 보려고 하는 요상끔직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험악한 시대에 왕일민(王一民) 옹의 아름다운 일화는 무기력해지고 건조해진 이 세상의 효(孝)의 현실에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 시대의 마지막 효자', '효자왕'이라는 강렬한 닉네임이 따라붙는 중국인 왕일민과 102세를 일기로 작고한 그의 어머니가 함께한 대륙종단여행을 담은 논픽션인 『어머니와 함께한 900일간의 소풍』을 읽었다. 책의 두께가 얇은 편이며 글씨밀도도 여유가 있는 부담없는 분량이어서 제헌절휴무를 앞둔 여유로움에 편승하여 단한번에 완독할 수 있었다.

 

 제목부터 솔깃하다. '어떻게 74세 아들과 99세 어머니가 그 연세에 900일동안 여행을 할 수 있지?'하는 의구심과 중국 전역에 큰 충격과 감동을 불러일으킨 소위 孝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실화라는 점에 대한 기대심과 도전감이 믹서되어 첫장부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어머니. 세상구경 가실래요?"

기나긴 여정은 74세의 아들의 이 한마디로부터 시작했다.

 99세의 어머니는 서장(西藏)에 가길 원했다. 서장이 어디인가? 히말라야와 에베레스트 같은 높은 산맥과 빙하로 이루어진 고원의 남쪽, 하늘과 가장 가까운 땅. 세계 최대, 최고의 고원인 티베트에서도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곳이 아니던가? 두 모자가 사는 곳이 중국의 최북단 탑하(塔河)였으니 중국대륙의 끝에서 끝으로 여행을 떠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들은 이에 즉각 순종한다. 교통수단은 아들이 손수 만든 자전거수레였다. 동력은? 자전거니 응당 아들의 발이다. 이렇게해서 900일, 3만km에 걸친 두  모자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우리 살아가는 데에 눈물이 있어 행복한 웃음도 있는 것처럼, 사랑이 있어 이별도 있는 것처럼. 우리 가는 길에도 눈물이 있고 빗줄기 있지만 너른 들판과 가벼운 햇살과 살랑대는 바람이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우리 사는 일, 마음먹은 것처럼 쉽진 않지만, 그래서 더 살아볼 만한 게 세상 아닌가.   <책 내용중, p39>


 

 쉬운 여행은 결코 아니었다. 예상은 했지만 오직 페달을 밟는 것으로 그 넓은 종국대륙을 종단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기쁨과 행복감이 원동력되어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수레 안에서 다양한 풍경과 사람들을 보며 기뻐하시는 어머님의 모습을 보면 이 세상의 주인이 된 것처럼 아들은 흐뭇했고 만족했다.

 

 동생이 있는 대도시 하얼빈을 지나 장춘, 심양, 진황, 북경, 석가장, 남경, 상해, 항주, 남창, 그리고 중국대륙의 최남단 해남에 이르기까지.. 폭우가 쏟아져 몸으로 다 받아낸 적도 있었고 잘 곳이 마땅치 않아 노숙을 하는 것도 다반사였다. 길을 잃어서 방황할 때도 있었고 어머님이 심하게 아파서 찢어지는 가슴을 억누르고 이성이 마비된 채 병원을 찾아 헤맨 적도 있었다. 언덕을 오르는 길을 만나 밧줄을 묶어 수레를 끄는 것이 절반이나 되었다. 포장되지 않는 도로나 산길을 지날 때면 덜컹거리는 수레때문에 어머님이 불편해하지 않으실까 몹시 마음에 걸리기도 하였다. 페달을 밟는 다리에 쥐가 나서 고통이 많았고 종종 발생하는 어머님의 불평과 원망이 속상할 때도 있었다. 어머님의 입맛이 없을 것을 걱정키도 했고 혹여나 긴 여정가운데 부족함은 없는 지 불편한 것은 없는 지 챙기는 것은 중요했다. 하지만 이러한 고난과 걱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어머님만 행복하며 기쁠 수 있다면, 그것이 전부였다.


나에겐 어머니와 나의 여행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가가 가장 중요했다. 어머니가 행복해하시는 모습이 내가 볼 수 있는 지상 최고의 행복이었고, 비록 한뎃잠을 자더라도 내게 가장 따뜻한 이불은 어머니의 행복이었으니, 그러니 나는 어머니가 행복해하시기만 한다면 세상 어디라도 좋았다.   <책 내용중, p110>

 

 

 어느새 여행 중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북경에서 자전거수레를 타고 두 모자가 여행을 한다는 것이 흔치 않을 일이라며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인터뷰를 한 여기자를 만난 이후부터다. 그 여기자는 그때의 취재를 다음날 뉴스방송에 보도했던 것이다. 방송을 통해 중국 전역으로 퍼진 이 아름다운 소풍은 자전거수레가 중국땅 가는 곳곳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격려와 감동을 이끌어냈다.

 

 중국대륙의 최남단인 해남에 도착했다. 그 사이 아들은 많이 지쳤고 어머님도 쇠잔해지셨다. 여행을 떠난 지 1년여가 훨씬 지났고 긴 여정가운데 몸도 마음도 적지 않이 지쳐있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주변사람들은 서장까지는 무리라고 말렸고 어머님의 건강을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그 조언을 받아들여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온 풍경을 다시본다는 것은 어머님께서 무료해할 수 있으니 다른 길로 되돌아가 어머님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드릴 작정이었다. 어머님은 서장에 못간다는 아들의 솔직한 얘기에 섭섭해 하지 않으셨고 아들과 함께 여행하는 그 자체가 행복감이라고 위안해 주셨다. 어느덧 아들의 눈에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해남에서 출발해 다시 되돌아가는 소풍이 시작되었다. 세인들과 관심과 격려는 계속해서 늘어만 갔다.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자전거수레를 보면 손을 흔들면서 찾아와 격려해주고 호기심으로 이것저것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런 세인들의 과한 관심과 접근으로 인해 여행속도는 더디기만 했다.

 

 광주, 장사, 정주를 거쳐 청도에 다다르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방송제작진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제안했다. 사양하였으나 세인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라는 거듭된 제안에 응하고 말았다. 일주일에 걸친 촬영이 끝나는동안 어머님의 기력은 더욱더 쇠잔해지셨다. 병원에게 링거를 맞고 있는 어머님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팠다.

 

방송국 제작진들과 주변 사람들이 더이상의 여행은 불가능하며 더욱이 어머님을 위해서도 이제 그만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었다. 방송국에서 비행기를 대절해주었고 하얼빈까지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었다. 생전 처음으로 타는 비행기에 어머니와 아들은 어린 아이처럼 신기해했다.

 

 하일번에 도착하여 동생네 집에서 여독을 풀 수 있었다.

 



척박한 삶을 살아온 한낱 촌부에 지나지 않지만, 살면서 점점 크게 깨닫는 것은 모든 것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왜 그렇게 살아오지 못했을까. 여행을 하면서 나는 순간순간 내게 주어지는 모든 것을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늙고 병든 사람뿐만 아니라 흙 한 줌, 구부러진 나무, 가느다란 햇빛, 모난 돌멩이 하나까지도 말이다. 그 무엇도 기대하지 않고 계산하거나 짐작하지 않고, 내 눈앞에 있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일. 그것이 내 남은 생의 힘이 되어줄 것이었다.   <책 내용중, p139>

 

 

 2003년 12월 30일 오후 3시.

어머니는 백세 살 생신을 이틀 남겨두고 조용히 떠나셨다. 그리고 몇몇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너무 슬펐고 죽도록 슬펐고 미치도록 슬펐다. 하지만 어머님의 유언은 잊지 않았다. 유골을 서장에 뿌려달라는 어머님의 유언.

 

 어머님의 유언을 실행키 위해 다시 소풍을 시작한다. 이번에도 소풍의 주인공은 아들과 어머니다. 수레에 어머님의 유해를 실은 채 서장자치구 라싸로 두 번째 여정을 떠나는 것이다. 

 하얼빈을 떠나 심양 북경, 석가장, 태원, 서안, 난주, 서녕을 거쳐 라싸에 도착한다. 유골을 서장에 뿌려달라는 어머님과의 약속을 아들은 충실히 지킨 것이다.

  

 

 이 지구상에서 세 번째로 넓은 중국대륙을 도화지 삼아 탑하에서 시작하여 하일번, 장춘, 심양, 진황, 북경, 석가장, 남경, 상해, 항주, 남창, 해남, 광주, 장사, 정주, 청도, 제남, 하얼빈, 심양, 북경, 석가장, 태원, 서안, 난주, 서녕을 거쳐 어머님이 원했던 영원한 종착지인 서장에 이르는 장장 4만km의 그림을 그렸던 아들과 어머니의 소풍은 孝의 정신이 희미해진 이 시대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항상 어머니를 주어로 하는 문장을 만들려했고 어머님이 원하는 것, 어머님이 기뻐하는 것, 어머님이 행복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실행할 수 밖에 없었던 그의 고결한 孝의 정신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달라진 세상이 정상적인 나를 자꾸만 다른 눈으로 보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 내 행동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우리의 여행이 그렇게 특별한 일인가? 기분이 그다지 좋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어머니가 기뻐하니 나도 기뻤다. <책 내용중, p75>

라고 고백하는 아들의 모습은 자신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고 이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 틀렸다는 것과 어머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 그것이 孝의 본질이라는 점을 동시에 알려주고 있다.

 

 자전거수레의 페달을 밟으며 2년이 넘는 시간동안 40,000Km를 종단했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저 孝의 수단일 뿐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어머니를 기쁘고 행복하게 하고자 하는 孝의 본질을 목적삼은 아들의 강단과 용기에 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뒤 거울을 내 가슴 앞에 비추어 보았다. 소름돋음을 느꼈다. 달라진 세상에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있던 내 자신의 모습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해야할 지 생각했다. '말투', '설겆이', '집안청소', '효도여행' 등의 다양한 단어들이 내 머릿속에서 일렁였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깨달음은 '부모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라는 孝의 본질이었다. 왕일민 옹이 보여준 孝에 대한 순수한 마음과 강단이 하나님의 십계명 5번과 융합되어 부모님에 대한 내 자신의 방향성을 정리해주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에 나 자신도 자전거수레 페달을 밟는 심정으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수레에 태워 孝의 여행을 떠나보자는 도전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땅의 많은 자식들이여..

孝는 우리의 삶을, 우리의 가정을, 이 국가를, 이 지구를, 이 우주를 하나님이 만드신 본래 목적대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그 위대하고 고결한 '孝'에서 승리하는 삶을 살기를 기도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세상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한탄하고 불평한다. 그런 사람들은 자유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기 내면이 무정부 상태에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정말 자유로운 사람들은 자기 내면의 규칙과 법률을 쫓아간다. 그것이 참된 자유다.

내 몸과 정신과 삶이 자유로운 것은 이상이 아닌 현실 안에 목적을 두고 그 목적을 위해 살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우리의 여행은 자유로웠다.

<책 내용중, p167>

 

돌아보면, 인생이란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린 그저 하루살이에 불과하지 않은가. 아무리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에 허망함이 느껴진다고 해도 그런 것에 무게를 두고 괴로워하지 않을 것이다. 하루를 살다 가는 것을 감사히 여기고 하루를 살다 죽는 하루살이처럼 나는 자연의 흐름 안에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흘러갈 것이다. 그렇게 대자유인이 될 것이다.

<책 내용중, p234>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다윗의용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대체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 - 권불십년
송국건 지음 / 네모북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의 가장 강력한 권력은 어디에서 분출할까? 쉽고 이상하고 싱거운 질문일 것이다. 열에 아홉은 대통령이라고 답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정치체제는 대통령중심제이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과 국가원수로서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다. 입법과 사법과 행정의 삼권이 독자적으로 분리된 삼권분립체제라고 하지만 단일헌법기관으로서 그 상징성과 영향력, 그리고 실질적인 권한을 확인하면 응당 대통령이 가장 강력한 권력의 핵심요체임은 부인할 수 없다. 사실 대한민국의 대통령제는 대통령중심제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여느나라의 그것과는 내용과 느낌이 다소 다른 면이 없지 않다.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거쳐 현 참여정부에 이르면서 많이 변화되었지만 제왕적이고 권위적인 대통령제에서 완벽하게 벗어낫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시대가 분명 바뀌긴 바뀌었나보다. 청와대를, 엄밀히 말하면 대통령을, 그것도 현직 대통령과 관계된 상당수의 공적 사적 얘기를 묶어 정리하여 책으로 낼 수 있는 자유로운 표현의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청와대에선 무슨 일이?'라는 제목은 솔깃하여 군침이 돌 지경이다. 이미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대한민국의 가장 강력한 권력창고가 청와대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에 대한 세간의 관심과 선망 또한 당연한 것이다. 더욱이 최근의 대선정국과 맞물려서 정치에 관심이 있는 세인들에게 흥미있게 읽히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현역 최장기 청와대 출입기자가 보고 듣고 느끼고 취재한 것을 정리한 내용이다. 저자는 대통령의 업무를 위시해 개성, 성격, 업무스타일, 참모들, 친인척,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공적인 부분뿐만아니라 사적인 부분까지 자세하게 얘기하고 있다. 현직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하여 역대 대통령들과 관련하여 세인들에게 폭넓게 공개되지 않는 비화와 해프닝까지 낱낱이 알려주고 있다. 전현직 대통령은 물론이고 거론되는 인물들의 실명이 최대한 거론되고 있고 무엇보다 저자가 청와대출입기자생활을 하는동안 보고 듣고 확인된 내용, 즉 철저한 사실에 근거한 내용이기에 책에 쏠리는 흥미와 집중은 배가된다. 최대한 저자 자신의 사견을 배제하고 사실적인 설명을 다루고 있어 독자들이 역대 대통령들을 관찰하고 평가하는데 있어 균형감을 잃지 않게 하고 있기도 하다. 책 내용 중 종종 등장하는 대통령과 관련된 코믹한 에피소드들은 개콘이나 웃찾사 못지 않은 유머를 제공하기도 한다.

 

 내용의 비중을 보면 단연 현직 대통령인 노무현 대통령과 관계된 내용이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 외의 내용은 DJ, YS, 노태우, 전두환 대통령이 동일한 분량으로 채워져있으며 박정희 대통령과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는 많은 내용이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 최규하, 윤보선 대통령의 경우는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음은 물론이다. 저자가 6공화국 노태우 대통령 재임 시 처음으로 청와대기자로 활동했던 점을 감안하면 전두환 대통령 이전의 이야기는 취재기사 및 선배기자들로부터 정보를 얻어 기술할 수 밖에 없었음은 충분히 이해될만하다. 424p에 달하는 적지 않은 분량가운데 청와대에 대해 몰랐던 정보들과 매우 흥미로운 비화가 즐비한데 그 중 몇개 추려서 리뷰의 뒷부분에 발췌하겠다.

 

 아리랑TV 인선과정 해프닝에서 드러난 대통령 비서실의 파워를 시작으로 해서 마지막 대통령전용기인 공군1호기에 대한 설명까지 대통령과 그에 파생되는 수많은 관계를 소재로 하여 사실정보, 역사적 사건, 세간의 소문 등을 줄기차게 설명하고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특히 뒷부분에 소개되는 노무현과 조선일보의 10년 전쟁, 즉 1990년초 통합민주당의 '노무현 대변인'과 조선일보간의 명예훼손 소송건의 1차 전쟁, 2001년의 '해양수산부 장관 노무현'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2차 전쟁, 대통령 취임 이후 '대통령 노무현'과 조선일보 사이 아직도 종료되지 않은 3차 전쟁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흥미의 압권이라 할 만하다. 간혹 발견되는 오탈자가 눈에 거슬리지만 인생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문학작품이 아니기때문에 그로 인한 집중력 저하와 스트레스 생성은 발생하지는 않는다. 저자가 알려주는 청와대 전반에 걸친 다양한 정보와 사건들에 대해 가벼운 통독으로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책의 마지막장을 덮은 후 씁쓸한 아쉬움 한가지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아직 한국정치의 현대사에서 아름다운 전직 대통령 문화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퇴임 이후 저술이나 강연, 인권운동, 재단설립 등의 활발한 활동을 통하여 국민들로부터 현직에 있을 때 못지 않은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지 않은가? 이미 200년 넘게 대통령제를 실시한 미국의 경우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하더라도 청문회출석, 유배생활, 구속수감 등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의 불운한 현대사는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오욕의 역사를 극복하여 우리도 미국 못지 않은 퇴임 후의 아름다운 전직 대통령 문화가 창출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바로 그것이 대통령 개인은 물론, 국민이 행복할 길이며 더 나아가 먼 훗날 우리 다음 세대들이 학습하며 꿈을 키울 미래이기 때문이다.

 

 

박진 통역관의 이런 영어 실력에다 타고난 순발력은 YS의 좌충우돌식 언행을 적당히 커버함으로써 빛을 발했다. 따라서 YS와 박진 통역관이 등장하는 수많은 일화가 청와대 주변에 남아 있다.

가장 압권은 YS가 휘호로 즐겨 쓴 '大道無門(대도무문:정도를 걸으면 거리낄 것이 없다)'을 통역한 일이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이 휘호를 선물 받고 무슨 뜻이냐고 묻자 처음엔 " A freeway has no tollgate(고속도로에는 요금정산소가 없다)"라고 말했다. 위트였다. 그런데 클린턴 대통령이 웃음을 머금으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자 박진 통역관은 정색을 하고 "Righteousness overcomes all obstacles(정의로움은 모든 장애물을 극복한다)"라고 했다.

<책내용中, 130p>

 

사정이 이렇다 보니 TK는 자기들끼리도 편을 갈랐다. '성골 TK'니 '진골 TK'니 하는 말은 꽤 알려져 있다. TK들 사이에선 내부적으로 경북고를 나온 사람은 '광어 TK', 그냥 고향만 대구,경북이면 무늬만 TK라며 '도다리 TK'로 부르기도 했다.

<책내용中, 180p>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당시 프린스턴 대학교 총장으로, 훗날 미국 28대 대통령이 된 우드로 윌슨을 스승으로 모셨던 것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책내용中, 188p>

 

이같은 노무현 대통령의 다변(多辯)이 결과적으로 정신건강 뿐아니라 육체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해석하는 참모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 편이다. 잡곡박에 된장, 미역, 북어, 사골곰국, 그리고 채소로 만든 담백한 나물류와 국물김치를 좋아한다. 입맛이 없을 때는 삼계탕을 찾는다. 그런데 식사량이 많으면서도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데 대해 이 참모는 '대통령이 섭취하는 칼로리의 많은 부분은 말을 하는 것으로 빠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어떤 자리에서나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함으로써 스트레스도 풀고 칼로리도 소모한다는 것이다.

<책내용中, 205p>

 

정치권 일각에선 역대 대통령을 외울 때 우스개 삼아 '이,윤,박,최,돌,물,깡'이라고 한다.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대통령까지는 성을 그대로 부르지만 그 다음부터는 별명이다. 즉 '전두환=돌', '노태우=물', '김영삼=깡'이다. 직전인 김대중 대통령과 현역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공인된' 별명은 아직 없다.

<책내용中, 272>

 

이낙연 의원이 들려준 다음과 같은 일화는 YS와 DJ의 성격 차이를 단적으로 읽을 수 있게 한다. 1987년 4월 13일, 전두환 대통령의 이름하 '호헌조치' 직후 두 김 씨가 만났다.

DJ: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백만 인 서명운동을 전개합시다."

YS: "백만이 뭐꼬? 천만으로 합시다."

DJ: "우리나라 인구가 몇 명인데 천만 명의 서명을 받는단 말이오."

YS: "누가 세어보나."

결국 두 사람은 직선제 개헌 1천만 명 서명운동을 벌였고, 이 운동이 6월 항쟁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서명한 국민이 몇 명인지는 아무도 세어보지 않았지만 1천만 명 서명운동은 대성공을 거뒀다.

나중에 DJ는 이낙연 의원에게 이 비화를 소개해 주면서 "그분(YS)의 그런 장점은 내가 도저히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

<책 내용中, 274p>

 

'3김 시대' 정치판을 취재한 기자들은 세 사람의 말 속에 담겨 있는 논리성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기도 한다. "DJ의 말은 받아 적으면 그대로 가시체가 된다. YS의 말은 아무리 받아 적어도 나중엔 기사 쓸 것이 하나도 없다. JP(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말은 받아 적고 나서 무슨 뜻인지 한참 동안 사전을 뒤져봐야 한다."

<책내용中, 284>

 

따라서 지금까지 소개한 역대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정리해보면 '노무현= 실험형, 김대중= 실사구시형, 김영삼= 독선형, 노태우= 신중형, 전두환= 기분파형, 박정희= 분할통치형, 이승만= 궁정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책내용中, 295>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다윗의용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대한 결정 - 역사를 바꾼 고뇌 속의 선택들
앨런 액설로드 지음, 강봉재 옮김 / 북스코프(아카넷)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대통령이 어떤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면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이 우유부단하면 온갖 문제가 발생한다. 대통령이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면 그것은 국가를 위해 다행한 일이고, 어리석은 결정을 내린다면 국가를 위해 매우 불행한 일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보다는 백배, 천배 낫다."

인류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원자폭탄 투하를 결정했던 해리 트루먼 미국대통령의 유명한 말이다.

 

그렇다. 결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리더가 가져야 할 다양한 자질중에 결단력이라는 요소를 손가락 안에 꼽는 것도 결정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지를 말해준다.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수많은 문제들이 우리들의 미래를 기다리고 있다. 모험을 향한, 양심의, 위기 속의 , 위험을 무릅쓴, 미래를 위한 결정 등의 우리의 삶은 수많은 결정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결정의 결과로 우리의 삶이 결정될 수 있다는 주장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결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인류역사가운데 위대한 결정은 무엇무엇이 있었으며 그 결정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도출되었고 그것이 인류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말해주고 있다. 각 주인공들이 결정 앞에 처한 여러가지 환경들을 5개 파트로 나누어 34가지의 용기 있는 결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신세계를 향해 배를 띄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결정부터 비행기 테러 가운데 "OK! ,행동 개시!"라며 죽음을 무릅썼던 토드 비머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흥미진진한 역사 속으로 독자들을 밀어넣고 있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34가지의 이야기들이 모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결정들이라고는 공감하지 않는다. 34개의 이야기중에서 개인적으로 위대한 결정이라고 꼽을 만한 두 가지 결정이 있다. 위기일수록 더욱 멀리 봐야하는 신념을 갖고 쿠바 미사일 위기를 깔끔하게 해결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결정과 타이레놀 사망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양심으로 승리한 제임스 버크의 결정이 그것이다. 물론 나머지 이야기들도 좋은 내용이지만 '위대한 결정'이라는 타이틀의 격과 포스에 있어 다소 못미친다는 것이 사견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번역부분이다. 번역서들에 있어 번역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원서라도 번역에 문제가 있으면 원서로부터 얻어야 하는 원초적인 맛을 느낄 수가 없다. 매끄럽지 못한 번역과 자주 발견되는 오탈자에 의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다소 위축되어 버린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34명의 주인공들이 펼쳐가는 당시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서 그들이 어떤 사람이었고,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으며, 어떤 결과를 이뤄냈는가에 대한 그 자체를 만끽하는 것만으로도 큰 양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모험정신, 다니엘 엘스버그의 양심, 엘리자베스 1세의 기백, 해리 트루먼의 판단력, 카네기의 위대한 유산, 존 F. 케네디의 신중함, 토드 비머의 용기 등... 34명의 위대한 결정의 역사속으로 침투해보자. 그들을 결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든 또 다른 위대한 요소들과 만나게 될 것이며, 그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또 다른 행복한 욕구를 만나게 될 것이다.

 

 

등정에 성공한 그(에드먼드 힐러리)에게 주어진 최대의 보상은 다름 아닌 "평온한 만족감"이었다. 힐러리에게 있어 자신의 결정이 결국 옳았다는 증거는 탁월한 업적 그 자체가 아니라 이처럼 무언가를 일궈냈다는 평온한 성취감이었다.   - 책내용中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다윗의용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화는 없다
이명박 지음 / 김영사 / 200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인적으로 한나라당이나 이명박을 지지하지 않는다. 정치성향적으로, 특히 기질적으로 한나라당이라는 정당에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이명박이라는 인물 또한 기독교도라는 공통점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 내가 『신화는 없다』라는 그의 오래된 자서전을 읽게된 동기는 두 가지다. 하나는 빛의 속도로 승진할 수 밖에 없었던 한 개인의 능력과 자기관리를 간접경험하자는 것이었고, 대선정국에 즈음하여 한 표의 투표권을 가진 국민으로서 한 인물의 과거행적에 대한 판단과 정리의 이해를 돕자는 차원이었다. 그 외의 어떤 의미의 부각도 차단한다.

 

  '20대 이사, 30대 사장, 40대 회장...'

셀러리맨의 신화로 대변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게 닉네임처럼 따라 붙는 수식어구다.

 

  『신화는 없다』라는 책을 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다. 초판이 1995년이니 이 책이 나온지도 대략 10여년이 훌쩍 지나버렸다. 예전부터 계속해서 읽을 것을 계획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오다가 작금의 대선정국이 이슈화되면서 호기로 작용했고 바로 오늘 하루만에 완독하였다. 겉장에 60만명의 독자가 선택했다는 문구에서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책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

 

  '병약하고 소심했던 노점상 소년이 대기업 회장이 되기까지, 불굴의 의지로 가난과 역경을 헤쳐나간 감동의 인간드라마!'라는 책표지 설명처럼 내용은 읽는 내내 강한 도전과 긍지를 주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더욱이 이명박 자신이 직접 쓴 자서전이기 때문에 내용의 섬세함과 무게감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리라.

 

  이명박은 이 책을 통해서 찢어지게 가난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서 정치보다는 경제가 먼저 선행되어야 할 과제임을 인식했고 자신의 여느 대학동료들과는 달리 정치보다 경제를 선택했다. 현대건설이라는 회사에 입사했고 그는 어느 누구보다 열심히, 소신을 갖고, 열정적으로 일했다. 20년이 넘게 현대에서 근무하면서 그가 어떻게 일했고 어떤 결정을 내렸으며 어떤 사람들을 만났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신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의 얘기에 공감의 한 표를 행사했다.

 

  90년대 학번으로 대변되는 우리세대는 과거 60~70년대의 보리고개를 겪어왔던 우리 부모님세대를 이해하며 공감하는데 익숙지 못하다. 나 또한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기 전까지는 부모님세대의 가난과 서러움에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경제라는 현실적이고 복잡다단한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동시에 전후 6~70년대 우리나라의 살림살이와 경제생활을 인지하게 되면서, 더욱이 대한민국이 자원 부족과 좁은 땅덩어리가 갖는 태생적 한계때문에 제품을 만들어 외국에 수출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무역국가라는 것을 알게된 후에 과거 세대의 희생과 성실함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 이 책의 책장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찢어지게 가난했고, 그것와 맹렬히 저항하며 싸워온 과거세대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최근 이명박은 제1야당의 유력한 대통령감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동시에 압도적인 국민지지도로 차기대통령으로 부각받고 있다. 검증이니 뭐니 말도 많다. 같은 당 경선후보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의 전쟁을 불사르는 싸움에 볼썽사납기까지 하다. 그가 대통령이 될지 안될지는 지켜볼 일이고 정치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도 천천히 지켜보면 된다.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이명박은 대단했다. 기업인 이명박은 정말 대단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열정과 투지가 대단했고 소신과 용기가 멋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를 향한 애사심과 주인정신은 이 시대의 건조하고 무료한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큰 어필을 하고 있다. 특히 90년대 이후 능력과 자기관리에 능한 이들은 많지만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회사에 대한 사랑과 주인정신의 부재에 직면해 있다. 그런 작금의 상황에서 이명박을 위시한 그 세대들의 '애사심 직장문화'는 한번쯤 깊이 음미해야할 소중한 가치임에는 틀림 없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기본은 바뀌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꽃은 기업이다. 기업문화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기는 바뀌지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신화'라는 브랜드를 탄생시킨 경제인 이명박의 삶은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꿈과 도전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적어도 경제인 이명박은 말이다..

 

 

[인상깊은 구절]

동료가 아닌 기업주를 경쟁 상대로 삼아라. 기업주처럼 생각하고, 기업주처럼 일을 찾아다니고 그것을 장악하라. 그리고 기업주보다 높은 목표를 설정하라. 정 회장이 위기에 부딪힐 때마다 나를 찾은 까닭은 '이명박은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회사를 자기 것으로 안다'는 인식이 박혀 있었기 때문이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다윗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