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 - 터키편, End of Pacific Series
오소희 지음 / 에이지21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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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른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바라보는 대상의 차이는 물론이요,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도 확연하게 구별된다. 아이는 아이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어른들은 나름대로의 때묻고 주관화된 프레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지만 아이들은 객관적이며 덜 변질된 순수한 시선으로 세상을 천착한다. 그리고 관찰하는 대상에 대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 어른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의지를 함양한다 하더라도 생래적으로 비본질보다 본질을 우선하는 득도의 눈을 가진 어린 아이를 따라가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세 살배기 아들을 데리고 터키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겪은 이야기를 담은 오소희씨의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를 읽었다. 언제나 여행에세이를 만날 때는 기대와 흥분의 색깔이 특별나다. 저자가 직접 보고 경험하고 깨달았던 당시의 시공간속으로 나 자신이 침투되는 느낌을 기대하면서 흥분한다. 거기에다 29년의 인생을 살면서 이 자그만 반도를 넘어서지 못했던 개인적 콤플렉스가 뒤섞여 엄청난 앎과 지혜와 도전의 덩어리로 내게 밀려오곤 한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겠지!』도 이런 내 기대감을 만족감으로 승화시키는 데 일체의 부족함이 없는 소중한 양식이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생소한 나라 터키라는 공간에 저자가 아들과 함께 여행했던 3년 전의 한달동안의 시간속으로 나를 집어넣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특징이자 강점은 관찰자의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함께 여행했던 세 살배기 아들의 시선이고 다른 하나는 아들의 관찰자적 시선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다. 그 두 가지 시선이 이 책의 흐름을 정리해 나가고 있다. 이미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어른과 아이의 일반적인 시선 프레임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저자는 터키라는 관찰대상을 한달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관찰하되 자신이 볼 수 없는 소중한 것들을 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 비록 단순한 시선이지만 어린 아이의 순수한 관찰을 통하여 여행이라는 인생수업이 주는 다양한 앎과 지혜를 1.5배 이상의 학습효과로 얻어 가고 있다.
  아이는 아이가 보고 싶은 것을 본다. 내가 그림을 볼 때 개미를 보고, 해협의 별장을 볼 때 그 옆을 지나가는 기차를 본다. 때로는 같은 것을 보고 즐거워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아이는 나와 다른 것을 '선택'한다. 나는 그 사실을 여행 초반부에 알게 되어 기뻤다. 그것은 곧 '엄마, 나는 나름대로 여행을 즐기고 있어요.' 하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아이는 마치 선물처럼,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들을 알게 해주었다.
  아이가 그 옛날 술탄의 삶에 관심이 없듯 오늘 구석에 핀 들꽃은 나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생생하게 현재를 좇는 아이의 눈은 죽은 자의 흔적을 따라가느라 치열하게 피어나는 생의 에너지를 발견하지 못하는 나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는 것이다. 그런 일은 터키를 여행하는 내내 일어났따. 아이의 보폭은 좁고 일정은 늘어졌지만 아이는 그렇게 걷지 않았으면 결코 보지 못했을 것들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것들은 모두 작고 조용하고 낡은 것들이었다.
- 본문 중에서


  터키라는 나라는 어떤 곳인가? 위풍당당했던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후예이자 한국전쟁 당시 전투병을 파병하여 적지 않은 젊은이들이 희생되었던 우정의 나라.. 2002년 한일월드컵때 그 우정을 재확인하려는 듯 3,4위전에서 보여준 멋진 경기 외에는 별다른 배경지식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을 통해서 터키의 남다른 매력을 알 수 있었는데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권이며 그 처절했던 모슬렘과 기독교와의 오랜 전쟁의 중심지이자 지리적으로 유럽과 아시아대륙의 정 중앙에 위치한 특이한 유럽국가라는 상식수준의 정보는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정작 내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터키사람들이 느리고 순진하며 친절한 인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과 매우 소소한 일상이 펼쳐지는 평범함 속의 매력이 물씬 풍기는 나라라는 점이다. 터키인들은 노동하는 하루 열 시간이 비즈니스 아워가 아니라, 그냥 삶의 일부로 여기며 살아간다고 한다. 비지니스 아워를 살 때는 경제적 행위만을 극대화하지만 삶을 살 때에는 모든 것이 그 안에서 공평해진다는 저자의 언급대로 여유와 안정감의 미학이 있는 터키인들의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저자는 그 어떤 곳보다 올림포스라는 곳에 경도된 것으로 보인다. 그 유명한 톱카스 궁전, 블루 모스크, 그랑바자르, 아야 소피아 등으로 대변되는 이스탄불의 공인된 유명세보다는 올림포스에서의 소소한 일상과 사람들과의 만남에 더 큰 여행의 기쁨을 발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올림포스 이전의 여행은 올림포스로 밀려가는 것처럼 보이고 그 이후는 다시 올림포스로 회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제로 책의 1/3 이상의 분량이 올림포스에서의 생활을 다루고 있다. 저자 자신도 올림포스를 떠난 이후 자기 안에 무언가 중요한 것이 결락되었음을 인식한다. 그리고 그것이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없어질 정도로 자신을 강렬하게 사로잡았던 올림포스에 대한 사랑이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그러면서 여행의 마지막 나날들을 보내기 위해 다시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정도다. 그 어떤 문화재나 건축물, 관광지보다 올림포스가 선물한 잔잔한 인간미와 드넓게 펼쳐진 지중해, 다양한 인간상들과의 호흡이 훨씬 더 소중했던 것이다. 이는 저자 자신이 내가 있던 자리를 떠나 내가 있던 자리를 볼 수 있는 여행의 정의이자 참맛을 바로 올림포스에서 웅숭깊게 느꼈기 때문이리라.

  나는 이 책이 여행에세이로 구분된다는 것이 다소의 불만이다. 물론 도서의 물리적인 구분에 따른다면 응당 세계여행기로 불리는 것을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이 제공하는 화학적인 가치를 목도할 때면 무리하게나마 다른 구분 또한 가능하다. 아들의 여행 관찰 시점을 시종일관 조명하는 동시에 아이의 멋있는 미래를 소망하는 한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야기, 즉 러브스토리로 말이다. 여행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후 저자가 고백한 아들의 현재의 모습과 미래를 향한 설렌 기대감은 너무 아름답게 이 책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아이가 세돌 무렵에 처절하게 배낭여행을 했다고 해서 제 친구들과 부쩍 다르게 행동하느냐 하면 그건 물론 아니다. 토마스에 열광하고, 사소한 일에 울고 웃으며 정확히 제 나이에 기대되는 행동반경을 유지한다. 다만, 몇 가지 사소한 차이점은 존재한다.
  처음 어린이집에 보냈을 때, 그곳에 있는 선생님이 조금 놀라운 듯이 내게 말했다.
  "중빈이가 통이 참 커요. 다른 아이들은 소꿉놀이할 때 자동차 타고 이마트 갔다 온다고 하는데, 중빈이는 비행기 타고 베트남에 다녀오겠다고 해요."
  아이는 이 세상에 한 가지 인종만이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또, 한 가지 언어, 한 나라만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숙지하고 있다. '나'라는 것 외에 '너'가 있는 '우리'를 인식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경계를 설정하는 일인 동시에 그 경계 너머를 꿈꾸는 일이다.

 

  그렇다. 한 사람의 멋진 미래는 IQ가 결정하지 못한다. 의지력이나 집념도 아니다. 부모의 교육열은 더더욱 아니다. 우주라는 연극무대에서 배우로서의 개런티는 마음 속에 품고 있는 항아리의 크기와 정확하게 비례한다. 크고 단단한 항아리의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이 이 세상의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항아리는커녕 종제기와 같은 마음을 갖고 살아간다. 다시말해서 인류는 극히 소수의 항아리들에 의해 절대다수의 종제기들이 지배되고 있는 것이다. 마음의 큰 항아리 안에 '나'를 품고 '너'를 품고 '우리'를 품고, 더 나아가 자연과 이 지구와 온 우주를 품을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 때에 바로 거기에 희망이 있고 천국이 있다. 이 땅의 수많은 어린 아이들이 영어 단어나 피아노 수업으로는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는 항아리의 가치를 깨달아 멋지고 아름다운 인생을 삶은 물론이요, 자신들이 만든 작은 천국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위대한 항아리들이 되기를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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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기술 -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박사의
하지현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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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시대가 바뀌면서 인간에게 필요한 가치의 기준도 바뀌고 있다. 지능지수IQ가 절대우선가치였던 시대가 지나가고 감성지수EQ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그러다가 '의사소통지수CQ: Communication Quotient'가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물질만능주의의 팽배와 심각한 이기주의의 심화에 따른 비사회적 현상들이 빈번히 벌어짐에 따른 인류의 건조화가 지능과 감성 못지 않게 의사소통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이끌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대인관계, 대 사회관계의 중요성을 더욱 주장하는 이들에 의해 '공존지수NQ: Network Quotient'의 중요성까지 강조되고 있는 세상이다. 시대가 아무리 바뀐다 하더라도 사회적 존재로 창조된 인간의 근본적 경향은 계속해서 재확인될 수 밖에 없음을 인간 스스로 자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소통을 해야할까? 어떤 소통이 나 자신 뿐만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가?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박사는 『소통의 기술』이라는 책을 통해 다양한 소통의 방법과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소통의 가장 큰 볼륨이 언어와 관계된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내용을 언어습관에 대한 방법과 주의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더욱이 저자의 전공이 정신분석학임에서 알 수 있듯이 수많은 국내외의 연구와 실험의 사례를 소개하며 의사소통에 관한 다양한 기술에 대해 설파하고 있다.

 

  저자는 네 가지 챕터를 나누면서 총 18가지의 소통의 기술을 얘기하고 있는데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01. 백 마디 발보다 진심이 통하는 한마디가 필요한 이유

02. 말하는 습관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03. 차이를 인정하면 소통이 쉬워진다

04. 선입견을 버리면 소통이 열린다

05. 때로는 지혜로운 거짓말로 소통하라

06. 자존심을 살려주면 관계가 술술 풀린다

07. 마음을 헤아리고 체면을 살려줘야 특별한 관계가 된다

08. 통할 수 있는 '코드'를 반드시 찾아라

09. 소통은 일반통행이 아니라 주고받는 대화이다

10. 주파수를 맞추고 맞장구를 치며 공감대를 형성하라

11. See you again! 처음 만난 사람을 평생 만날 사람처럼 대하라

12. 주는 만큼 받으려고 하지 말고 자기 만족을 즐겨라

13. 첫 단추를 잘 끼워라

14. 상대에 대한 기대치를 조절해야 관계가 행복하다

15. 마음을 읽으면 관계가 보인다

16. 관심과 애정이 담긴 질문이 소통을 살린다

17. 현명한 화술로 대화에 날개를 달자

18. 솔직함은 누구라도 마음을 여게 하는 열쇠다

 

  상기 18가지 제목을 주제화한 뒤 자신의 경험과 역사적 사건, 해외 저명한 석학들의 연구와 실험 사례를 통하여 이를 입증하고 있다. 더욱이 'LET'S THINK ABOUT IT!'라는 박스를 통해 과거 일간지에 실린 소통과 관계된 기사를 부연하고 있으며 'CHECK IT!'이라는 자그만 박스에서는 독자의 소통지수를 테스트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또한 '한국인과 통하는 특별한 공감 코드'라는 두 번째 챕터를 통하여 한국인들의 성향에 맞는 소통방법과 주의점 등을 얘기해주고 있기도 하다. 개인계발서, 특히 의사소통과 관련된 도서는 수도 없지만 대부분 외국 저자들에 의해 쓰여진 것이어서 외국 문화와 사례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 다반사였다. 그런 점에서 한국 문화와 한국인의 성향을 간파하여 그에 적합한 소통의 기술을 설파한 점은 매우 실재적이고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에 대해 나는 별다른 감흥을 얻지 못했다. 그리 큰 도전도 얻지 못했음을 토로한다. 최근 자기계발서와의 다양한 만남이 희소성의 가치를 떨어뜨린 이유도 있지만 책 자체가 주는 시원함의 농도가 너무 얕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최근 접한 자기계발서와 굳이 비교한다면, 『소통의 기술』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의 강렬함과 자신감 있는 논지에 있어 『이기는 습관』보다 못하고, 자기계발이라는 식상한 주제의 반복적 외침의 한계를 극복키 위한 접근방법의 신선함에서는 『프레임』만 못했으며, 심리학적인 다양한 임상실험 및 연구결과를 소개하는 면에 있어서도 슈테판 클라인의 『행복의 공식』메 못미쳤다. 게다가 내용의 소재로 사용된 몇몇 이야기와 연구 실험사례, 위인들의 명언에 있어서도 이미 이전의 자기계발서에서 적지 않이 접했던 것이 많아 재탕,삼탕을 느끼는 기분도 적지 않았다. '누구와도 쉽게 통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감 코드'라는 흥미있는 부제를 저자의 사진과 함께 앞면에 배치하고 있지만 책의 내용은 그저 그런 평이한 수준의, 기존의 자기계발도서의 반복적 외침의 정리라고나 할까? 중고등학교 도덕교과서를 읽는 느낌이었다면 너무 가혹한 평이 아닐까 싶다.  물론 작금의 시대가 소통지수CQ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고 그런 측면에서 소통의 기술을 알고 터득하고 정리하여 올바른 사회성을 가져야 한다는 저자의 문제제기와 집필의지를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같은 얘기의 지루한 반복이라 할지라도 옳고 좋고 따뜻한 얘기의 반복이라면 인간의 망각적 뇌구조를 감안할 때 분명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책 내용 중에서 한 가지 크게 공감되는 부분이 있다. 관계에 있어 솔직해져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다. 야구에서 다양한 변화구는 보조 역할을 할 뿐이지 결국 영원한 승부수는 직구에 달려있는 것처럼 대화에서도 나만의 솔직한 직구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응당 맞는 얘기다. 체면치레로 하는 말, 관계 때문에 싫어도 좋은 척 하는 것, 이 사람 앞에서는 저런 척, 저 사람 앞에서는 이런 척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모두 다양한 변화구다. 하지만 변화구는 영원한 승부구가 되기 어렵다. 투수가 경력이 오래 되고 힘이 떨어질수록 직구보다 변화구에 의존하게 되고, 던질 줄 아는 변화구의 수가 늘어난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사회경험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대화에서도 직구보다는 변화구에 의존하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변화구가 싱싱하던 어깨를 혹사시켜 빨리 망가뜨리듯이 변화구에 의존한 관계는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고 '이건 아닌데'하는 기분이 종종 들게 한다. 솔직한 직구가 주는 강하고 무거운 힘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교회 후배 녀석의 얘기를 하는 것으로 서평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매우 친하게 지내는 후배가 있다. 그 후배의 경우 말을 그리 잘하는 것도 아니고 성격도 다소 내성적인 편이다. 자신감과 용기, 리더적인 기질에 있어서도 크게 부각이 되지 않는 녀석이다. '남자녀석이 왜 저럴까?'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는데 몇 년 전 내가 갖지 못한 그 녀석만의 찬란한 보물을 확인한 후 그는 내게 작은 멘토가 되어 있다. 내가 받은 충격은 이런 것이었다. 당시 미국생활을 하다가 2년만에 돌아온 후배녀석은 제일 먼저 나를 찾았고 오랜만에 저녁을 함께 먹게 되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나는 개인적으로 최근에 일어났던 집안의 좋지 않았던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당시의 힘듦과 마음앓이를 고백하니 내 자신의 기분이 한결 나아진 느낌이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그 녀석의 반응에 있었다. 녀석은 나의 얘기를 듣는 동안에 아무런 답변과 위로를 하지 않았고 그저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어떤 위로와 답변보다 강렬한 빛을 발산할 수 있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남자의 눈물을 나는 목도했던 것이다. 말은 내가 하고 있었지만 그 녀석은 철저하게 말하는 이의 마음이 되어 가슴으로 소통하는 경청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었다. 당시 녀석이 보여준 눈물과 함께 수준 높은 경청의 태도는 화자역할을 하기 좋아했던 내 자신에게 큰 깨달음과 지혜를 주었다. 그리고 사람을 대함에 있어 진솔하고 솔직함이 그 어떠한 자기관리보다 강할 수 있다는 깊은 혜안을 얻기도 했다. 최대한 자신의 가면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야말로 고결하고 찬란한 인간미의 극치일 것이다. 소통에 있어 가장 큰 기술과 힘은 바로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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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면서 떠나는 짬짬이 세계여행 - 평범한 직딩의 밥보다 좋은 여행 이야기
조은정 지음 / 팜파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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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시작한지도 어언 4년여가 넘어가고 있다. 사회에 진출한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의미한 대학생활을 보냈다는 생각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핵심은 두 가지에 대한 후회인데 하나는 영어공부에 대한 체계적인 학습이 없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여행 한 번 가보지 못한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 살면서 보다 깊고 넓고 큰 것을 보고 경험하지 못한 것은 20대 인생의 가장 큰 후회가 아닐 수 없다. 지금 와서 고백하건데 절대 돈의 문제도 아니었고 시간의 문제도 아니었다. 오직 준비와 열정의 부족이었음을 토로한다. 이러한 나의 해외여행콤플렉스는 아마 결혼과 동시에 사라지지 않을까 싶다. 신혼여행이 있으니 말이다. ㅋ

 

  그렇다면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가능할까? 직장을 다니면서 해외여행을 간다는 것은 꿈만 같은 얘기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그 시간과 용기는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하지만 이런 나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직장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해외여행을 다니는 이가 있다. 여행기와 여행사진, 여행팁을 모아 놓은 사이트로 유명한 존정닷컴(www.zonejung.com)의 관리자 조은정씨인데 그녀가 여태까지의 여행기를 정리하여 책을 냈다. 『일하면서 떠나는 짬짬이 세계여행』이 그것이다. 잦은 해외여행을 다닌 것도 대단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말과 휴가를 이용하여 짬짬이 시간을 내서 여행을 다녔다는 것은 더더욱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여행에 경도되었길래 그럴 수 있는지하는 호기심과 서두에서 언급한 개인적 콤플렉스를 간접적으로 풀어보기 위한 기대심을 갖고 구독하게 되었다.

 

  매우 흥미있고 재미있는 책이다. 저자가 인터넷 관련 업무 및 생활을 해서인지 편안한 필체와 풍성한 유머가 묻어나는 책이다. 무엇보다 여행의 절대고수답게 굉장한 전문성이 돋보인다. 여행경비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 해외여행 시 반드시 챙겨야 할 품목, 여행배낭 싸는 방법, 각 종 할인과 이벤트 정보 등 그녀가 오랜 기간동안 여행하면서 체험하고 습득했던 따끈따끈한 정보들이 즐비하여 읽는 이에게 큰 앎의 기쁨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좋았던 내용은 직딩(직장인)들을 위하여 주말을 이용해 휴가를 다녀올 수 있는 방법과 코스를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직장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못 갈 곳이 없다. 시간이 없다느니 돈이 없다느니하는 것인 핑계일 뿐이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간다. 떠나야 할 이유가 있고 떠나야 할 의지가 있으면 가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철저한 계획수립과 열정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지만 말이다.

 

  여행비용에서부터 목적에 맞는 여행코스와 그에 대한 부연설명까지 굉장히 감질맛 나는 내용들이 많다. 직딩용 주말여행 코스부터 해서 일주일 휴가지, '먹자 관광' 코스, 가족 여행지, 세계적인 박물관과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정보만 콕콕 찝어서 정리해 놓고 있다. 종종 등장하는 여행지에서의 에피소드들은 이 책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한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오는 다양한 여행사진들이 여행 당시의 장면 속으로 침투시키는 듯하다. 저자가 추천한 체코,헝가리의 아름다운 야경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그리고 그리스의 페타치즈의 고소한 맛은 기회가 되면 꼭 접해보고 싶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어가면서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책을 보면서 잠자리에 든다. 다음 날이 되면 동일한 일상의 반복이 계속되는 무료함 가운데 살아가고 있다. 무언가 다른 것, 큰 것, 깊이 있는 것,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신선한 만남이 갈급하다. 좌정관천이요, 정저지와인 나의 좁은 세상보기를 극복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며 간접적으로나마 이 책을 통하여 앎과 지혜를 누리게 되었으니 기쁘다. 저자의 개척정신과 열정에 도전을 얻었기에 코 앞으로 다가온 여름휴가계획이나 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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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 내가 뉴스를, 뉴스가 나를 말하다
김주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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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재학 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터에 어려서부터 뉴스는 꽤 즐겨보았었다. 이런 경향은 지금도 계속되어 각 방송사의 뉴스들은 내가 시청하는 몇 개 되지 않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다. 그 날도 평소와 같이 MBC 뉴스데스크를 보는 데 꽤 강렬한 눈망울을 가진 여자앵커가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그녀가 기존의 여자앵커와 달랐던 점은 시청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영롱한 눈매가 특별났고 앵커멘트에서 관련 영상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눈을 한번 깜빡이는 쇼맨쉽(?)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뉴스 속의 새로운 그녀에 매료되어 저녁뉴스는 항상 MBC의 「뉴스데스크」를 보는 습관이 형성되었다. 그녀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김주하가 책을 냈다는 소식에 대한 나의 원초적 기쁨은 여기에서 출발한다.그녀의 뉴스 진행 비쥬얼을 흠모해 왔던 터라 김주하의 다큐 에세이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내게는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출간되자마자 구독하게 된 것이다. 
 

  김주하는 이 책에서 22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있다. 대부분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고 느꼈던 것들에 대한 내용이지만 쉽고 유머러스한 필체로 자신의 과거의 일상 속으로 독자들을 침투시키고 있다. 22가지 에피소드들의 흥미가 남달라서 한달음에 완독할 수 있었다. 아나운서 시험에 응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 2002 한일월드컵 보도 당시의 감격과 환희, DMZ 부근에서의 벌레와의 사투, 2주간 시도되었던 도심 속 황조롱이 촬영의 실패, 2004년 아테네올림픽 보도를 위한 한 달여간의 해외출장 등.. 앵커와 기자로 활약하며 겪었던 일들에 대한 진솔하고 담백한 내용들은 읽는 독자에게 웃음과 깨달음, 훈훈함까지 안겨주고 있다.
 

  내용 중 가장 압권은 손석희 아나운서와의 악연(?)이었는데 읽는 내내 흥미로움의 극치를 느낄 수 있었다. 17년 인생의 선배이자, MBC 아나운서계의 거대 선배인 손석희 아나운서를 평소 좋아하고 존경해 마다하지 않았는데 막상 그와 아침뉴스를 함께 진행하여 파트너가 되어보니 그의 시니컬함과 냉정함, 건조함에 적잖이 고생을 했다는 것이다. 후배에 대한 기합을 주기 위함이었는지 매일같이 파상공세를 일삼는 손 선배에 대한 섭섭함과 아쉬움의 절정에서 생방송 도중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어느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그가 제안하고 가르쳤던 '앵커 출동', '프롬프터 안보는 습관', '안정된 임기응변' 등을 통해 앵커로서의 자질을 하나 하나씩 정리해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서운해 마라. 싹수가 보이니까 매정하게 구는 거다!"라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칭찬한 손 선배의 엄격하고 냉정한 교육 방법이 지금의 김주하를 만들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손석희라는 악몽이었다"라고 고백할 정도니 손석희 아나운서는 김주하의 멘토였던 것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과 관련된 MBC社의 고난에 대한 회고였다. 당시 MBC에게는 거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MBC가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고 하니 직원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회고임에는 당연할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계 인사에서 타 언론에 이르기까지 당시 MBC는 공공의 적이었다. 당시 회사의 생사가 걸린 중요한 사건이었기에 황우석 사태를 회고하는 김주하의 글 속에서 진실의 외줄에 서있는 방송인의 번민이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는 가짜로 밝혀져서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국가적 이익이 우선인지 양심과 진실의 가치가 우선인지는 아직도 세인들 사이에서는 목소리가 다양하지만 개인적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시 MBC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나는 기자라는 직업이 화이트 칼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고생을 밥 먹든 하는 블루 칼라임을 이 책을 읽으면서 인식하게 되었다. 진실을 밝혀야 할 의무를 짊어진 채 시차 없는 밤낮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뛰어다니는 기자들은 블루 칼라, 그 자체인 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영상 한 장면 한 장면도 엄청난 시간과 땀이 만들어낸 산물임을 알게 되면서 방송인들의 노고를 공감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크게 얻은 양식이 있다면 방송인 김주하와 그녀의 생각, 그녀의 삶에 대한 인지가 하나요, 기자들이 흘리는 땀과 노고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고 이 세상이 조금이나마 변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감의 인식이 다른 하나였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지 못하다. 예전에 비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OECD 가입국들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DATA가 아직은 수준미달임을 알려준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적 활동은 대세가 되었다. 민주주의의 천국이지만 건국 이래 여성과 흑인에 대한 사회진출이 더디어왔던 미국만 해도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을 출현시켰고 최초의 대통령까지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며, 보수적으로 유명한 하버드대학이 371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총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또한 서구 유럽 선진국들은 여성총리와 여성대통령의 출현이 더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반사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이 적극적으로 독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1인당 GDP 2만불을 넘어 3~4만불의 선진국대열에 발빠르게 합류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띄어난 감각과 능력이 사회에 침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김주하라는 여성앵커의 존재는 미래이자, 희망이자, 기쁨이다. 비단 방송인 김주하 뿐만아니라 각 계, 각 층, 각 분야에서 능력있고 도전적인 훌륭한 여성들의 출현과 활약을 기대하며 그 곳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믿는다.
 

 

그 후로 난 '백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어지간한 방송사 괴담(?)은 듣질 않는다. 만약에 주변의 헛된 소문만 듣고 미리 포기했더라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래서 나같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하지만 무언가 잔절히 바라는 이들에게 말한다. 진정 원하는 것이 있다면 끝까지 노력하라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 노력해 보라고.   <책 내용중, p162>

 

사람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며, 잘하는 일이 있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일치하는 사람을 우리는 복 받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단 두 가지만 일치하더라도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내가 어떤 일을 가장 좋아하는지조차 잘 모르고 살 때가 많기 때문이다.   <책 내용중,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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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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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독극물이고 중앙일보는 불량식품이다."

 

누가 한 말인가? 몇 년 전 공개석상에서 파장을 일으켰던 정치인 유시민의 명언(?)이다. 당시 유시민은 이 발언으로 인하여 언론과 야당으로부터 파상공세를 당하기도 했다.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에 대해 전쟁을 불사를 듯한 독설과 폭언으로 유명했던 그가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수행하기 위해 내각으로 입성하더니 어느덧 1년 4개월여가 지나 다시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귀환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개조론』이라는 흥미있는 제목의 책을 통하여 국민들께 상소문을 올리고 있다.

 

  유시민 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집필한 『대한민국 개조론』을 읽었다. 본래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이며 유시민이라는 전투사적인 기질이 강한 정치인에 대한 호감이 뒤섞여 책을 구독하였다. 유시민(서평이니 존칭은 생략키로 하자)은 프롤로그에서 조선시대 영남 사림의 거두였던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의 「을묘사직서」, 소위 「단성소」라는 제목의 상소문을 언급한 뒤 자신이 집필한 이 책이 바로 그러한 성격의 것임을 알려준다. 상소라는 것은 신하가 왕에게 올리는 것이니 현재의 대한민국의 왕이라 할 수 있는 국민들에게 신하 유시민이 올리는 상소문이라는 것이다.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는지 유시민은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며 존어체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국민을 향하여 얘기하고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성공한 국가지만 국민의 행복도는 세계 최하위 수준임을 데이타로 입증해 보이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유산인 선진통상국가의 한계와 이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사회투자국가로의 접목이 지구촌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비전 2030」를 비롯하여 참여정부의 다양한 선진화정책들과 자신이 재직했던 당시 보건복지정책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정책과 일자리 창출을 위시하여 약제비 적정화와 한미FTA, 국민연금 고갈문제, 연금 개정안의 국회파행, 의료급여제도 혁신, 공적개발원조 ODA의 확대, 민주적 리더쉽 등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경험한 내용과 평소에 갖고 있던 소신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국민들께 토로하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을 보건복지분야에 대해 폭넓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한미 FTA 협상 시 큰 문제가 되었던 약제비 적정화와 의료급여제도 혁신, 그리고 국민연금법과 관련하여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전문적이고 심층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사실 매일 800억원, 매년 30조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 국민연금법의 폐해에 대해 국민들은 총론적인 수준에서만 이해하고 있다. 먼 훗날의 벌어질 일이니 하고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음 또한 현실이다. 막상 '더 내고 덜 받는' 현실의 이익변화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며 연금법 반대여론이 대세인 듯 하다. 정치인들도 유권자 한 표 한 표에 목숨이 걸려 있으니 이를 알면서도 용기있게 행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은 잘못된 것에 대한 바로잡음과 국가정책의 거시적 안목을 주장하며 국민연금법에 대한 책임 있는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정책들의 소개 및 과거 잘못 추진된 정책, 더 나아가 국가예산의 비효율적 낭비 사례와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까지 용기 있게 고백하고 있다.

 

  전반적인 내용이 국가 정책과 비젼, 장관 시절 추진했던 내용과 성과에 대해 기술하고 있지만 역시 유시민답게 보수언론과 야당에 대한 냉소를 군데군데 남겨 놓고 있다. 한나라당의 무책임성과 민주노동당의 비현실적 인식, 열린우리당의 초라한 모습과 보수언론의 잘못된 행태 등에 대한 불만을 적지 않이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독설수준의 언급은 없고 문체가 존어체로 사용되어 파괴력이 다소 약한 편이다. 무언가 통쾌하고 유쾌한 강렬한 단어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적지 않은 실망(?)이었으리라..

 

  나는 개인적으로 유시민을 좋아한다. 사실 그만큼 극성팬과 극렬안티가 철저하게 양분되어 있는 정치인도 드물 것이다.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그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고, 말을 하는 방식과 그 내용의 강렬함에 따른 파장이 여느 정치인과는 다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대한민국 3대 메이저 신문을 독극물과 불량식품으로 싸잡아 비난할 수 있는 정치인이 유시민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내가 유시민을 좋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옳고, 그것이 바른 길이며 중요한 가치라 판단되면 냅다 내지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으로서 가볍게 보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그의 용기가 맘에 든다. 옳은 것이며 선한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과는 배치된 행동을 하는 비굴한 정치인들이 어디 한 둘이었던가?

 

  위정자들은 항상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언제나 국민의 판단과 선택이 옳은 것은 아니다. 국가를 운영하는 국가지도자는 공동체의 이익과 번영을 위하여 상황을 바르게 판단하고 올바른 결정을 강단 있게 실행해야 한다. 어떨 때는 국민여론과 다소 배치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가공동체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라면 국민에 대한 용기 있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대한민국 정치계는 명석한 두뇌를 갖추고 업무능력이 뛰어난 이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용기와 강단, 예절과 희생의 가치를 갖고 있는 정치인은 드문 듯 하다. 국민여론 눈치보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이 다반사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민여론을 따르지 않으면 정권이 망하지만 무조건 국민여론만 따르다가는 국민과 함께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 의원을 포함하여 대한민국 모든 위정자들이 왕(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되 무작정 왕의 비위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신하된 자로서의 충언과 바른 인도의 가치도 망각하지 않는 용기 있는 자들이 되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가 있음을 믿는다.

 

 
http://blog.naver.com/gilsa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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