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쌍용자동차 사태 일단락
그러나 너무나 큰 상처를 남겼다.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곳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이 아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지난 달 말에 진료차 들어간 공장의 내부는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경찰이 2중으로 방어진을 치고 있었고, 그 방어진을 통과하면 사측 직원들의 물품 검색(?)이 있었다.
앞서 들어간 팀에게는 진짜 의료인인지, 아니면 의료인을 가장한 끄나풀인지 확인한다며 면허증을 보여달라고도 했단다.
사측 직원의 검색이 끝나 높이 쌓아올린 바리케이트를 지나 노조원들에게 인계된 후, 또다른 미로와 같은 바리케이트의 좁은 틈새를 지나, 공장 내로 들어갔다.
공장 안, 특히 화장실 근처에는 악취가 나고 있었고, 노조원들의 분노를 산 사측 직원들의 이름이나 여러 가지 구호가 여기저기 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적혀 있었다.
내가 들어간 때는 '끝장 협상'의 2일째였고, 곧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희망에 가장 부풀어 있을 때였다.
따라서 양측의 갈등 수위도 가장 낮았고, 부상자도 가장 적었고, 최루액에 화상을 입었던 자들은 벌써 그 상처가 많이 아물어가고 있었다.
노조원들은 '대접할 게 이것 밖에 없네요' 하면서 그 귀한 식수를 우리에게 한잔씩 주었다.
많은 이들이 열상, 타박상, 피부질환, 우울증 및 불안감을 호소했고, 먹을 것이라고는 쌀과 고추장 밖에 남아있지 않았었다.
진료 후에는 들어갈 때의 역순으로 나왔다.
나오면서 회사 건물에 들러 '내부에서 보고 진료한 내용을 외부에 발설하거나 언론에 제보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썼다.
서약서를 쓰지 않으면 다음 의료진이 들어갈 수가 없었다.
평택, 파업은 끝났지만 상처의 치유는 이제부터일 것이다.
2. 아열대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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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근처에서 뉴스서만 보았던 '꽃메미'를 보았다. 음... 벌레 싫어하는데.... 싫은 벌레가 하나 더 늘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49167153473959.jpg)
뒷다리에 얼룩말처럼 희고 검은 줄이 있는 모기를 보았다.
찾아보니 열대숲모기라고 한다.
이 모기는 뎅기열, 황열 등을 매개할 수 있는 모기이다.
안그래도 모기 싫은데.... ㅡ,ㅡ
3. 고3 맞나?
* 아침에 등교할 때 대화
나: 피곤하지 않니?
애: 아니
나: 그러게 일찍 좀 자.
애: 괜찮아...
일견 엄청 열심히 공부하는 아들과 건강을 염려하는 엄마의 대화 같다.
근데, 실상은 새벽 두세시까지 컴퓨터에 붙어 있지 말라는 잔소리이다.
* 문과인 우리 애의 선택과목 : 법과사회, 정치, 한국지리, 경제지리
많은 학생들이 선택하는 근현대사나 윤리를 선택하지 않았다.
윤리는 '내용이 다 구라 같아서 적성에 맞지 않고', 근현대사는 '관심 없는 사람들 이름을 외우기 싫어서' 싫단다.
대신에, 내용이 너무 많아서 비추과목이라는 법과 사회는 학교 선생님이 재미있다는 이유로,
정치는 법과 사회와 많이 겹친다는 이유로,
한국지리와 경제지리 역시 서로 많이 겹친다는 이유로 선택했다.
이 네 과목 모두 3학년 올라와서 시작했다.
* 스페인어 독학중.
중학교때부터 배워온 일본어는 하기 싫다고 안하고,
대신에 최근들어 관심이 생긴 라틴어, 희랍어, 스페인어 중 유일하게 수능에 나오는 과목인 스페인어를
지난달에 인터넷 강의로 독학하기 시작했다. 과연 결과가 어떨지 두고 볼 일이다.
* 주요 과목은?
영어는 중2 이후로는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 있고,
국어는 고2 올라가면서부터, 수학은 고2 겨울방학에 과외를 시작했다.
* 방학 보충수업 - 이번 여름 방학때 처음으로 방학 보충수업을 듣는다. 이전에는 방학 내내 학교 안나가서 속을 태웠는데,
과연 고3이라는 압박이 크기는 큰가보다.
* 야간자율학습 - 일주일에 평일 두 번만 야자를 함. (그것도 학기중에만. 방학에는 보충수업만 듣는것도 감지덕지다)
다른 아이들은 거의 매일 야자를 하는데다가 토, 일요일에도 학교에 간다는데..
* 시험에 임하는 자세
- 중간/기말고사: 내신에 신경 안쓰기로 했기 때문에 공부할 필요 없음. 국영수만 조금 챙김.
- 모의고사: 세상에 모의고사 본다고 공부하는 애가 어디있어?라고 주장, 공부 따로 안함.
* 목표로 하는 학교?
서울 중위권 대학의 경제학 혹은 법학 계열 - 공부하는 양에 비해 얼마나 비현실적인 목표인지는 나도 안다.
우리 애가 다니는 지방 광역시의 일반고등학교에서 작년에 '인 서울' 한 학생이 정원 600명 중에 40명이었다고 한다.
'서울대'가 아니라 '서울 소재 대학'이 말이다.
* 소감: 아이 키우면서 도 닦는다. 사는 것이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협상 실력이 향상되었다.
4. 정말 조기치매일지도 모르겠다.
이전에 썼던 페이퍼를 보면 '내가 이런 생각도 했었군', '꽤 샤프하게 쓴 적도 있네' 이런 생각이 든다.
요즘은 그저 두리뭉실하게만 생각하고, 쓴다.
글을 쓰거나 작업을 할 때에도 단기기억력이 떨어짐에 따라, 일을 진행하는 흐름도 더 짧게 끊어서 하게 된다.
안그래도 이름치였는데, 갈수록 더 이름을 못 외우고 있다.
직장의 옆 방에 새로운 근무자가 오면 이름을 익히는 데 한두달은 걸린다. 이름을 부르지 않고 성+직책만 불러서 그런가..
신경과 선생에게 전화 상담을 했다.
그 선생은 '바쁘게 살고 많은 것을 하는 사람들이 은퇴 후에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지극히 정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은퇴 후가 아니라 40대 중반이라는 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