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달에 한 번 있는 '둘이나 셋'의 점심 모임에 참석했다.
실은, 나만 점심 시간에 가는 것이지, 다른 사람들은 오전부터 모여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면서 식사 준비도 같이 하는 동네 모임이다. 일전에도 한 번 사진을 올렸던 적이 있는데, 일부는 성당 신자이고, 일부는 소박한 생활방식에 동의하는(?) 동네 사람들의 친목 모임이다.
나는 느즈막하게 가서 다 차려놓은 상에서 밥만 먹고 사는 이야기들을 듣다가 오는, 반쪽짜리 게스트다.
모임 장소를 제공하는 '큰언니'가 지난 달 이사한 집을 처음 갔는데, 정작 주인은 없고 객들만 가득 - 그러나 내집처럼 마음편히 - 모여 있었다.
집 주인은 어디 갔나 물어보니, 옆 단지에 집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이 있어서 아이를 받아주러 갔단다.
게다가 오늘은 늘 오는 사람들 외에 무주에서 귀농 8년 째인 사람들과 지역 공동체인 '한밭레츠' 관계자들도 오고 해서, 화재는 자연스럽게 '대안적인 삶'으로 흘러갔다.
식사 후 둘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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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어떻게 해서 집에서 자연분만을 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다른 사람이 아이를 받는 것을 보고 배우고, 공부도 하고 해서 아이를 받아주게 되었다고 한다. 분명 의학적인 면에서는 위험 한 것 같은데, 삶의 방식으로서는 자연스러운 것인 것 같고, 음.....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이를 낳는 자세도 병원이나 사극에서 보는 누운 자세가 아니라 쪼그리고 앉은 자세란다. 쪼그린 자세가 힘을 주기도 더 좋고, 더 자연스러운 자세인 것은 나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실재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바로 내 주변에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아이가 나올 때 항문 쪽을 눌러주면 회음절개를 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나.....
이런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간다.
무주에서 오신 분들도 집에서 분만을 하셨단다.
집에서 아이를 낳은 사람의 경험담을 들었다.
본인은 꼭 집에서 낳기를 원했는데, 문제는 가족들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결국은, 진통이 와도 내색을 않고 있다가 남편이 출근한 사이에 '언니'에게 도와달라고 해서 둘이서 아이를 낳고, 그 후에 남편과 친정 시댁에 전화를 했다고 한다.
남편과의 전화 내용: '남편: 지금 진통 걸렸어?' -- '부인: 아니, 벌써 다 낳았어' 이렇게 알렸단다.
물론, 나중에 친정 엄마가 펄펄 뛰셨다고는 한다.
반면, 무주에서 오신 분은 부부가 다 집에서 분만하는 것에 찬성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단다.
가운데 소파에 앉아 있는 주부가 집에서 자연분만하신 분, 그 아기는 등을 보이고 있는 아이다.
왼쪽의 주부도 집에서 분만했고, 오른쪽의 주부는 임신중인데, 병원에서 낳을까 집에서 낳을까 고민중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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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에 귀농해서 지내는 사람의 이야기로 넘어가자.
8년 전 귀농해서 진흙 벽돌 한장 한장을 찍어서 직접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농사가 서툴러서 도-농 생활을 겸해서 했는데, 이제는 농업에 전념한다고 한다.
지금은 그 집 길 건너편에 다시 집을 지어서 전기, 수도가 없는 상태에서 살고 있단다.
부인 왈, '손재주나 힘도 별로 없는 사람이지만 수확기에 감나무 가지에 올라가 나무를 흔들어대면서 행복해 하는 남편을 볼 때 '저 사람은 이곳에서 살아야 행복한가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 하니, 천생 연분은 따로 있는 것 같다.
의자 위의 남자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 나이다. home school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금년 안에 한글을 깨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무주에는 귀농, 자연친화적인 삶, home school 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서로 경험을 공유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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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학교(주로 고등학교)에 대한 이야기도 한참 나왔는데, 마침 대안학교의 교사를 몇년간 했던 분이 계셔서 그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각 학교의 건학이념이나 전통에 따라서 대안학교도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의 대체적인 진로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셨다.
요즘 큰애가 중학생이 되면서, 어떤 삶을 살게 도와줄 것인지, 사회에서 요구하는 삶의 기준을 나도 따라서 '강요'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많은데, 이들의 관심은 나의 좁은 고민과는 동떨어진, 어떻게 하면 '건강한 삶'을 줄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었다.
이들을 볼 때마다 배우는 것이 참 많다.
이런 삶을 참 자연스럽게, 조용하게, 평범하게, 즐겁게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