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병원 컴이 맛이 갔다.
아무 짓도 안했는데, 갑자기 얼어붙더니, 껐다가 켜려니까 "삐~~ 삐~~" 소리만 나면서 부팅이 안된다.
이럴 때는 같은 의사지만 난 소용이 없고, "컴닥터"를 부른다.
우리 컴닥터 선생님, 바로 달려오신다.
전화를 통해 '삐~~ ' 비명 소리를 듣고는 심상치 않다는 걸 느끼셨나보다.
그런데 결국 그자리에서 고치지 못하고 수술해 오겠다고 본체를 업어가셨다.
때문에 오후 진료는 정말정말 오랜만에 종이에 볼펜으로 써서 진료했다.
차트에 한번, 처방전에 한번, 이렇게 두번 처방을 써야 해서 번거롭고,
평소 단축코드로 처방하던 약을 상품명을 full- name으로 적어 넣어야 하는데, full name이 가물가물하다.
요즘은 컴이 없으면 처방전도 내지 못하고, 보험 청구도 못할 판이다.
참, 환자에게 돈을 얼마 받아야 하는지도 계산 못한다.
오후부터 컴이 없으니, 알라딘 들어올 일도, B군 사이트에 구경갈 일도 없다. 뉴스 뒤져볼 일도 없고.....
참, 오늘까지 끝내야 할 번역 작업도 못한다!
갑자기 시간이 주체할 수 없이 남아도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0^
책을 읽다가.... 목공을 했다가.... ㅎㅎㅎ, 참 신기했다.
2. 목공 다이어트를 시작하다. ㅡㅡ;;
자전거도 타보고.... 건강실천단도 가입하고.... '디자인 유어 바디'도 사서 읽었는데...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그래, 안다!
다 나의 위대(胃大)한 식성 때문이란 걸 내가 제일 잘 안다.... ㅜㅡ
그래서 오늘 생각해 낸 방법이 바로 '목공 다이어트'.
옛날에 책장의 가로대로 썼던 5cm 두깨의 원목을 '파내서' 무언가를 만들기로 했다.
얇은 판자를 필요한 부분만 두겹으로 붙이면 훨씬 쉬운 일이지만,
굳이 대패와 끌과 망치를 이용해서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오늘 오후에 시작했는데, 대패질과 끌질이 익숙치 않아서 더더욱 효과적인 전신운동이 되는것 같다.
근데, 과연 완성할 수 있을는지는 장담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모처럼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운동이 되었다는 것에 목표의 반은 이룬거겠지.
3. 아직도 분위기 파악이 안되는 곳.
B군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B군 사이트가 한바탕 몸살을 앓았다.
와~ 정말 대단한 격돌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번개 날자가 잡히고, 어제 자정부터 참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나는 어떻게 하는 건지 몰라서 S군의 오랜 팬생활을 해온 여동생에게 자문을 구했다.
여동생 말이, 신청받기 시작하는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가 개시하는 시간이 되자마자 참가비를 이채해야 좋은 자리의 표를 구할 수 있단다.
그런데 이런 코치에도 불구하고 집에서는 인터넷 뱅킹이 되지 않아서 어제 아침 출근해서야 이채를 했다.
순번이 밀려서 짤렸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오늘 아침 발표된 결과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이럴 수가! 놀랍게도 내가 상당히 앞번호로 접수가 된 것이었다!
아무래도 다른 분들이 모두 신중하게 관망한 까닭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역시 분위기 파악이 쉽지 않다.)
이 사실을 여동생에게 이야기하니, "그럼~, S군의 인기와 B군의 인기가 비교가 되겠어? 하!하! "
기고만장해진다.
흥! 그래, 비교가 되겠니~
4. 전시회
지인의 부인이 하는 유화 전시회를 관람했다.
본래 미술 전공이었는데, 아이들 키우느라 몇년 손을 놓았다가 다시 붓을 잡은지 3년만의 전시회였다.
처음에는 - 죄송하지만 - 그저 그런 전시회일 거라 생각했는데,
실재 그림을 보니 묘하게 감정을 끓어오르게 하는 그림들이었다.
모티브는 자연이었다. 숲, 산, 강물, 꽃밭, 갈대밭 등.....
언듯 보면 풍경화 같은데, 그냥 풍경화는 아니고, 자연을 소재로 해서 그린 추상화였다.
밑그림도 없이 그냥 감정 가는대로 한쪽 구석에서부터 붓질을 해나가고, 맘에 안들면 덧칠하고....
거의 무아지경으로 붓질을 했다고 한다.
작가는 이렇게 그린 자신의 그림을 액자 안에 가둘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캔버스 그대로 전시되었다. 캔버스 가득, 그리고 옆으로 꺾인 면까지도 붓질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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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벤더"라고 이름붙인 그림을 두고 선문답을 나누었다.
가을산: 작가님, 솔직히 말씀해 주세요. 저 그림 그릴 때 바람 났었죠?
작가: 음... 바람 난 것은 아니고, 내 안의 무언가를 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그렸던 것 같아요.
우모샘: 그런데, 정말 저 그림은 보고 있자니 가슴이 아프네요.
그리고..... 작가님 그림에 송샘(작가의 남편)이 안보이는 것 같아요.
이런 그림을 보는 것이 송샘에게는 고통일지도 모르겠어요.
작가: 제 그림에 가족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한번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 고민을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작가로서의 삶과 생활인으로서의 삶에 저를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가 가장 고민'이라구요.
그랬더니, 선배가 해석해 주기를, '님의 그림이 주로 두 가지 톤의 조화와 흐름이 대비되고 있는
것이 그런 님의 고민이 형상화 된 것은 아닐까요?' 라고 하는거에요.
가을산: (이 작가가 두 가지 커리어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해온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대문에....)
그렇군요. 한쪽 길만을 선택하고 싶으신거죠?
그런데요... 힘들어하시는 이런 고민 없이는 이런 멋진 그림이 나오지 못할거에요.
(송샘, 담에 술사세요! )
작가: 네. 알아요. 그래도 너무 힘든 일이에요.....
가을산:(속으로: 알죠.. 그래요. 너무 힘든 일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도 그런 감정이 소용돌이 치고 있는 이 그림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이 힘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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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라벤더라는 그림..... 너무나도 탐난다.
그런데, 방에 걸어두지는 못할 것 같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꾹꾹 눌러두었던 탈주의 본능이 고개를 들 것 같아서.
추기: 好人인 송샘의 소박한 소감은 다음과 같다.
" 맨날 똑같은 일이나 반복하고 있는 나보다는 훨씬 훌륭한 일을 해낸 것 같다."
그런데 송샘!
이 그림들, 사모님 혼자 그린 그림이 아니에요. 선생님의 피땀과 정성도 같이 들어간 그림이에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