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B군이 대만에 갔다.

옷이 맘에 안들었다. 공항 옷도, 기자회견 옷도.  ---> 스타일리스트가 맘에 안든다.
머리 모양도 맘에 안들었다. 기르려고 하는건가?  ---> 헤어 담당 맘에 안든다.
공항과 호텔에는 왠 사람들이 저리 몰려 나왔지? ---> B군이 걸을 수 있게 길은 터주어야 하는 거 아니야?
기자회견도 했다.  그런데 질문들이 다 맹탕이다 ---> 기자들 자질에 문제가 있다.
B군의 대답들도 다 모범답안들이다. ---> 역시 파격은 없군. 단, 끝까지 노래를 부르지 않은 고집은 높이 살만함.

아니면.... 내 기분에 문제가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2. 요즘은 내 자신이 영 맘에 안든다.

아침에 출근,  즐겨찾기를 한바퀴 돌았다.... 중요한 뉴스는 별로 없었다. 
보내야 할 공문을 점검해서 다시 올리고....
점심에는 buddy들과 밥먹으면서 '과학'의 합리성에 대한 이견을 나누었다.
과학이 진실보다는 학파 내외의 정치력, 과학자 개인의 카리스마와 미디어 동원력, 지원금 동원력에 의해 좌우되는 것, 과연 이런 과정의 결과물을 '과학'이라고 믿을 수 있는가에 대해....  
또... 다음주 머쥐모임 준비 관련 이야기 하고.....
생명윤리와 배아복제 등에 대해 하려고 하는데 그자리에서는 '자료 검색을 해야지' 하고 결심하고는
돌아와서는 싹 잊어먹는다. 
오후에는 B군 기자회견 뉴스 잠시 보고.... 
연사 초청 건으로 전화를 했는데 계속 통화중이다. 전화가 잘못 놓였나? 어떻게 몇시간동안 통화중이지?

천둥 번개가 치더니 앞이 뿌옇게 보일 정도로 세차게 비가 내린다.
밖에 나가 비 구경하고 싶다. 저 비를 맞아보고 싶다 생각하지만..... 
결국은 생각만으로 끝날 뿐, 진료실서 벗어나지 못한다.

비가 와서 환자가 드물어진 시간에는 잠시 '선사예술기행'을 읽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괜찮은 책이다.
그냥 동굴 벽화만 둘러보는 책이 아니라, 이를 통해 고대인의 생활상, 고대 문화와 예술, 사회구조까지를 추적해 가는 내용이다.  이과이긴 했지만 생물학 전공이 아닌 저자의 전공 영향인지, 유전자 인류학에서 밝혀진 내용에 대해서는 반론을 폈다. 본인도 '근거보다 앞서 나가는 의견'이라고 전제하고 제시하는 가설들은 어떤 것은 그럴듯 하고, 어떤 것은 공감이 가지 않는다.  

퇴근 후 공문 메일을 서둘러서 마무리 하고.... 약속장소로 갔다.
참, 그 전에 동생의 부탁으로 약을 처방해서 약국으로 사러 갔다.

저녁에는 약속 두개가 겹쳐져 있다.
자봉동 모임과 벧엘의집 회의. 둘 다 소중한 모임인데, 두 모임 다 성의없이 임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나만은 아니었던 듯, 회의는 일찍 끝났고, 자봉동은 늦게 모였다. 
결국 핸드폰 몇 통화로 두 모임을 한 자리에서 회식하는 것으로 얼버무렸다. 

자봉동 모임은 역시 풋풋하다.  
고등학생인 K양이 대학 진학 준비로 다큐멘타리를 찍고 있다.  
'활동에 있어서 애로사항은 무엇인가?' , '활동의 개선점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현재 회장을 하고 있는 대학생이 심한 낯가림 때문에 저녁식사가 끝날때까지도 대답을 하지 못하자,
대타로 다른 학생을 '가짜 회장'으로 내새워서 인터뷰를 마쳤다. 
우린 농담으로 'K양이 자꾸 회장을 갈구는 것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라고 K양을 놀렸다.

지난 주에 있었던 모 학생캠프에 참가했던 학생도 왔다. 
학생캠프가 참 좋은 경험이었다고,  활동했던 장소와 시기도 잘 맞아떨어져서 의미가 컸었다고...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고....  그런데 이렇게 시야가 넓어지다보면 정말 끝이 없을 것 같다고...
그 열정과 순수함, 명료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 지켜야 할 것이 적다는 것이 부러웠다.  

회식 끝나고 나오는데, 벧엘의집 원목사님이 나를 붙잡는다.
"언제 오실거에요?  그 교회에? 제가 은사로 생각하는 목사님이 계신데 이야기좀 나누어 보세요."
예전부터 만남을 권하던 분이 있었다. 일반적인 선교와는 다른 의미의 권유인 줄은 알지만..... 
"아직 제겐 대신 기도해 주시는 목사님이 계시니까 좀 더 있어볼래요."
하지만 속으로는 믿음에 귀의한 자들의 평화와 안식이 부러웠다. 

돌아오는 길에....
자봉동 학생들 정류장과 집으로 태워다 주고....
여동생에게 약 전해 주고....
집 프린터 잉크가 떨어져서 숙제 프린트 못하고 있다는 아들 전화 받고 할인점 가서 잉크 사서 왔다.


그런데, 과연 내가 오늘 '열정적으로'  '제대로'  한 일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과연 있었을까? 
그냥 관성대로 그날그날을 지내는 것 같다.

문제는.... 이 글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은 다른 이유들 - 억압요인 - 이 가슴을 갑갑하게 누르고 있다. 요즘.
그 조임으로 인해 하는 일 없이 에너지를 빼앗기고,
그 조임을 핑계로 해야할 일들에서 손 놓고 있다.

이런..... 사추기로군.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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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5-08-20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열성적으로 제대로가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요? 가을산님은 항상 너무 열성적으로 사시잖아요... 때로는 나를 그냥 좀 내버려둬도 좋지 않을까 싶어요.. 억압 요인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때로는 그냥 쉬어가는 것도 답이지 않을까 싶어요...
(심하게 나를 내버려두는 인간이 이런 말을 하니 좀 그렇긴 하네요.. ^^)
 

단도직입적으로, 제가 너무 현학적인가요?  ㅡㅡ;;

알라딘서는 오히려 평범한 편인 것 같은데.....  
어째 다른 곳에서는 글이나 댓글이 영 겉도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유들유들하고 팍 퍼지는 그런 글좀 쓸 수 있음 좋겠어요.    ㅜㅡ

같은 글이나 댓글도 여기에 붙이면 생각나는 대로 붙여도 튀지 않는데
다른 곳에는 '이거 튀지 않을까?' 조심조심 써도 눈치 보이니...... 


어떤 곳에서
"배신감과 분노를 다르게 표현하면 귀여운게 되는구나...."    라고 댓글을 달았는데.... 
이게 그만 썰렁한 반응밖에 안오더라구요.

그리고... 요즘 Daum에서 동전 주워서 퀴즈 풀게 되어 있는데,
어떡하다 보니 점수가 2500점이 넘게 모였는데, 이게 또 너무 튀어서
문제를 틀려서 점수를 깎으려고 하니,
이건 문제 맞추기보다도 더 어렵네요.  ㅡㅡa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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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굼 2005-08-1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맞출 수 있는건 맞추세요^^; 정당하게 한건데요 뭐: )

미완성 2005-08-1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학적, 이라는 단어를 나쁜 쪽으로 생각하시면 대답은 '절대 아니오'구요.
현학적, 이라는 말이 나쁜 건가요? 오히려 아주 좋은 단어인 것 같은디..쩝.
흐흐, 다른 곳이라는 게..아무래도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사람 노는 물이 다르듯이 한 군데 이미 물들어버린 이후에 다른 동네 가서 똑같이 하면 어라라, 좀 이상한 건가?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게 당연한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차근차근 그쪽 물을 흡수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고요.
퀴즈 틀리는 게 더 어렵다 하시니, 아아..이것만은..드릴 말씀이 없심다 ㅜㅜ

가을산 2005-08-16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님~ 반가워요.
틀리는 게 왜 더 어렵냐면요....
맞출 때는 코인이 하나만 있어도 틀릴 때까지 여러 문제를 맞출 수 있는데,
점수를 깎이려면 한 문제 틀리는 데 코인이 1개에서 5개까지 필요해요. 그 동전 모으기가 훨씬 더 힘들다는 뜻이에요. 그냥 신경 끄기로 했습니다.

미완성 2005-08-16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딴 얘긴데, 제 이미지 속의 바다괴물과 가을산님 이미지 속의 고양이가 만나면 무슨 일이 생길까 궁금해지네요 허허; 위에 소굼님이 계신 것은 바다를 뜻함이니, 우리 셋이 모인 것은 어떤 운명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허허허허;;;;;;;
필시 더위를 먹은 것이어요;

아니 근데 점수를 깎이는 게 더 힘든 퀴즈라니- 정말 21세기의 게임들은 너무 어려워요 ㅜㅜ

가을산 2005-08-16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저 굉이가 바다 괴물을 잡아서 소굼을 쳐서 먹는다. 사진을 잘 보세요. 그정도 식성이 아니고서는 저 몸매가 유지 되겠습니까?

2. 저 굉이가 멋도 모르고 바다 괴물을 잡으려다가 몸이 둔해서 오히려 혼쭐이 나서 깨갱 하고 도망간다. 가능성이 더 클 것 같습니다.

3. 음.... 바다 괴물이 굉이를 등에 태우고 뭇 알라딘계의 부러움을 두몸에 받으면서 세계 일주를 한다. 하핫! 그래볼까요?

미완성 2005-08-16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역시, 굉이의 몸매는 1번 가설의 충분한 근거가 되어주고 있군요. 왜, 그 사람의 장이 몇 미터나 된다던데, 저 굉이도 그에 못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바다괴물아, 미안하다...ㅜ_ㅜ

2. 아마도 개헤엄을 배우지 못한 불행한 굉이였나봅니다. 이런이런...아닌데, 저 몸매 답지 않은 날렵한 자세는 먹이 앞에서 아주 운동신경이 발달한 굉이라는 증거일텐데....하긴 역시 한 입에 먹기엔 너무 큰 괴물인게지요..쩝.

3. 바, 바다괴물이 굉이를 등에 태우고...우우~~~ 정말 멋져요!

아니 이런 멋진 댓글을 쓰시는 분이 왠 '겉도는 글' 운운하신단 말입니까!

sooninara 2005-08-16 2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명 초등(인너넷명)들이 우굴거리는곳에 가을산님 댓글이면 튀겠지요?
그냥 편하게 생각하시고 사시는게 정신 건강상 좋을듯..
(사실 가을산님은 너무 멋지시거든요^^)

날개 2005-08-16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그러니까 다른데 가지마시고 알라딘에서만 지내세요~^^

가을산 2005-08-16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니님/ 역시 수니님이 최고여..... 그나저나, 저녁은 맛있는 것 잡수셨나요? ^^
날개님/ ㅎㅎ, 맞아요.

진/우맘 2005-08-16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이 너무 지적이라 그래요...ㅎㅎ
그 지성미를 받쳐줄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라우~

2005-08-17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magic 2005-08-18 0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멋져요 !!

가을산 2005-08-18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멋진 사람들 눈에는 모든게 멋져보이나봅니다.
부처 눈에는 다 부처로 보이듯이... ^^a
 

8월에 가족 휴가를 가지 못해서 그런지 이번 주말의 연휴가 제게는 휴가처럼 기대가 됩니다.
어제는 저녁 먹고 나서 가족이 모여서 계획을 짰습니다. (물론, 제가 졸라서...)

남편의 조건: 집 아닌 곳에서는 자기 싫다.
큰애 조건: 산은 싫다.
작은애 조건: 영양가 없어서 생략.
내 조건: 수영장은 안된다.

결론>

오전:  빈둥대기

오후: 하고 싶은 것 하기

저녁 : 맛있는 것 먹기 - 1. 삽교 막창집, 2. 비아로마, 3. 피자 헛  을 후보로 정했습니다.

밤: 영화 한편씩 보기   - 1. 아일랜드, 2. 박수칠때 떠나라, 3. 웰컴투 동막골  


그밖에 고려되는 후보:  헬스클럽에서 3시간씩 운동하기.
                               서울 동대문 시장 밤구경 가기.  
                               갑사~동학사 넘어오기.


위와 같은 계획 하에 오늘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나서
극장에 가서 가장 가깝게 시작하는 '웰컴투 동막골'을 보고,
할인점에 가서 맥주와 나쵸를 사와서 가족이 같이 마시고 있습니다.
(나쵸는 남편이 사자고 했습니다. 제 의견이 아니었어요!)

 

동막골.... 괜찮네요. 
현실적이지 않지만, 억지스럽지는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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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2005-08-13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안한 휴가날을 보내시고 계시군요. 그런데 후보로 거론되는 헬스클럽에서 3시간씩 운동하기는 휴가동안 하기에는 웬지 좀 억울할거 같은 느낌이 드네요. 전 운동을 노동이라고 생각하나봐요 ㅎㅎ

하루(春) 2005-08-13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근데, 헬스클럽에서 매일 3시간이나 운동하세요? 오, 대단하시네요.

깍두기 2005-08-14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나쵸 많이 드세요 ㅎㅎㅎ
아이들 의견도 고려하여 연휴계획 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아요. 우린 어른이 결정하면 애들은 그냥 따라라 인데.....^^
작은애의 영양가없는 조건이 뭘까 무지 궁금해요.
(제 서재 방명록에 주신 글 감사합니다. 저도 뭐 오래 쉴 생각은 없었어요^^)

가을산 2005-08-14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줄리님, 하루님 / 헬스클럽 운동은 평소에 거의 운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모처럼 해볼까? 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것도 어려울 것 같아요. 오늘 걸어서 출/퇴근했는데, 퇴근길에 그만 양말에 구멍이 났답니다. 구멍난 채로 계속 걸어왔더니 그만...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어요. ㅡㅡ;;
다른 운동은 역시 안맞나봅니다. 그저 자전거나 타야지.... ^^;;

깍두기님/ 작은애의 제안은 '친구들이랑 논다'였어요. 휴가에 가족이랑 보내야 하는데 친구들이랑 놀면 의미가 없잖아요.
 

모두들 어제 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놀라셨죠?  
우리 마을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 사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분은 아마 우리 깍두기님께서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분인지 모르셨을겁니다. 
아마 지금쯤 후회 막급일걸요. 

-------------

음악의 출처는 묻지 말아 주세요.  ^^;; 

어제 이걸 채보하면서,  이정도 멜로디를 채보하는 데도 애를 먹는 다는 사실에 쇼크 먹었습니다.
옛날에는 들리는 것을 적는 데 시간이 모자랐는데, 이제는 들리는 소리가 어느 음인지를
한~참  '생각'해야 하다니...  ㅜㅡ

그래도, 덕분에 악보 그리는 프로그램을 공짜로 다운 받는 수확을 올렸습니다.
클릭하시면 선명한 악보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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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5-08-11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가을산님...
저도 오전내내 놀랐던 가슴을 이제야 겨우 진정시켰습니다..

채보라구요?? 대단하신 우리 가을산님.. 전.. 노래라도 잘 불렀음 좋겠어요.. 흑.

마립간 2005-08-11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마을이 이상하리 만치 선하게 유지되었다는 것이 신기하죠. 마치 진/우맘님의 비유의 동막골처럼.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만 받아 들이기에는 뭔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악보를 보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악보로 음악이 전혀 연상이 안 되는데.

세실 2005-08-1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대단한 가을산님.... 멋져요~~~
보림이도 '노래하는 치과의사' 꼭 되면 좋겠당.
저도 마립간님처럼 악보로는 음악이 연상 안됩니다. 흑...

가을산 2005-08-1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그래요. 오늘 오전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르겠어요.

마립간님/ 그렇게 신기한 만큼 우리에겐 소중한 공간인데...
맞아요. 그냥 '깨닫고'만 넘어가면 안되겠죠.
에~~~, 그리고....
이 악보의 음악이 궁금하시다면 9월 초에 영화 '외출'을 보시면 나옵니다. ^^a =3=3=3

세실님/ 그쵸? 음악은 취미로는 좋은 것 같아요. 전공은 타고나야 할 수 있지만...

진/우맘 2005-08-11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립간님처럼....에.....보긴 봤는데...음악이 떠오르질 않는....끙....^^;;

明卵 2005-08-11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 아니었으면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를 뻔 했어요...

호랑녀 2005-08-12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보 채보라... 대단하십니다...
알라딘... 참 연구 대상인 곳입니다 ^^

연우주 2005-08-12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우리 너무 뜸했어요~! ^^

가을산 2005-08-12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우주이님~~! 정말 너무 뜸했지요?
저 그래도 손 씻을 때마다 우주님이 만들어주신 비누 아직도 쓰고 있어요.
그리고 명란님 서재에서도.... 어제는 여기 저기에서도... 우주님 댓글 보고 반가웠어요.

연우주 2005-08-12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이런.. 손 씻을 때요? 그거 얼굴 비누인데...;;;;

가을산 2005-08-12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전 손씻는 비누와 얼굴 씻는 비누가 같은데.... ^^;;
잘 지내시나요?

瑚璉 2005-08-12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 일이 있었나요?
 

'학업능력'이라는 단어가 몇몇 서재인들 페이퍼에 뜬지가 이미 1주일이 지난 지금, 
이제서야 불현듯 관심이 끌렸다.
내 학업 능력을 적으면 다른 분들에게 혹시라도 위로가 될까?  ^^;;

어려서, 그러니까 3살에서 7살까지는 미국에서 살고 있었다.
부모님이 한국말을 하시는 것을 조금은 알아들었는데, 말은 잘 못했다.
음.... 그리고 동네의 드센(?) 남자애들에게 늘 주눅들어 지냈던 기억이 난다.

5세 >
무얼 하고 있었지? 엄마에게 그림책 읽어달라고 하고.... 
남동생과 시험지의 반쪽에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맞바꾸어서 나머지 반쪽에 상대방이 그린 그림을
누가 더 비슷하게 그리나 하는 놀이를 했던 것 같다. 당연하게도, 서로 자기가 더 비슷하게 그렸다고 실랑이 하는 걸로 막을 내렸다. 
집근처 반경 한블럭 이상의 우주에 대해서는 기억이 없다.

6세(유치원)>
사는 동네가 그다지 좋은 동네는 아니었던 것 같다.
가난한 나라의 유학생 딸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생활고가 꽤 있었던 것 같다.
당시의 사진을 보면 엄마가 만들어주신 옷,  엄마가 잘라주신 머리 스타일..... 을 하고 있는
수줍은 여자 아이의 모습이다.

그동네 남자 아이들이 좀 짖궂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동양인이라고 "Chinese, Japanese, Dirty knees" 라고 놀리고 도망가곤 했다. 
엄마에게 달려가서 '엄마, 우리는 Chinese야, Japanese야?" 하고 물었다. 
엄마가 "Korean"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Korean이라.... 처음 들어 보았다.
그때 생각은..... 어쨌든 "Dirty knees"와 소리가 다르다는 것에 무척 기뻤했던 것 같다.
 
유치원에서 처음으로 알파벳을 배운 기억이 난다. 
아, 그리고 동네에서 유일하게 나를 놀리지 않았던 남자 아이를 짝사랑 했던 것도 기억난다. *^^* 

7세(1학년): 
미국과 한국은 학년의 시작이 다르다. 
아버지의 유학이 끝나 돌아와서, 어느 학교에 1학년 2학기에 전학 왔다. 
문제는, 내가 한글을 '하나도' 읽을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돌아오기 직전에 유일하게 쓸 줄 아는 한글이 내 이름이었는데, 그것도 철자도 틀리고, 삐뚤빼뚤하게
겨우 적었다. 
내가 교과서를 읽을 차례가 되면 일어서서 읽어야 하는데, 잘 읽지를 못했다.
그러면 옆이나 뒤의 아이들이 작은 소리로 읽어주었고, 난 그걸 어영부영 따라 읽었다. 
어쨌든 이때 당시의 기억은 문화적 충격으로 남아 있다.
특히, 민방위 훈련!  나는 정말로 1달에 한 번 전쟁을 하는걸로 알고 정말 무서워했다. ㅜㅡ;;
              
다행히(?) 한학기만 다니고, 다시 반년간 미국으로 갔다.
한국에서 한학기를 까먹은 관계로 한 반 안의 우-열 그룹에서 중간 그룹에 끼이게 되었다. 

그 해가 72년이니까, 10월 유신이 있던 해였다. 어느 날인가 뉴스에서 한국 관련 뉴스, 
경직된 분위기의 군인들... 그리고 남한과 북한 관련 뉴스를 부모님들께서 보고 계셨다.
흠.... Korea는 알겠는데, North Korea랑, South Korea가 따로 있다니!
이번에는 우리는 무슨 코리아냐고 물었다. 엄마가 South 코리아란다. 
그럼 South 코리아는 어디에 있는데? 물으니....엄마가 North 코리아 밑에 있단다.
혼자서 곰곰히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은....... "그럼, South 코리아는 커다란 지하 국가였단 말인가!!~!" 
(지도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밑에'를 말 그대로 상상했던 것이다. ㅡㅡ;;  ) 

8세(1학년): 
정신 없게 또 한학기 만에 돌아와서 다시 1학년 2학기에 편입했다.
1학년 2학기만 3번을 다닌 셈이다. 알고 보니 이번에 편입한 것이 제 나이에 들어간거였다.
음하하하~~~!  이번에는 한글을 읽을 수 있었다! 
배운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마 반년동안 엄마가 열심히 가르쳐 주셨나보다. 
그래도.... 받아쓰기 뭐 이런 건 너무나도 어려운 장벽이었다! 
쪽지시험에서 100점 맞는 친구들이 너무나도 존경스러웠다. 

학교를 다닌 지 1달 쯤 후에, 담임 선생님이 나를 불러서 물으셨다. 
" **야,  너 혹시.... 전과 보고 공부하니?"
내 대답: " 전과가 뭔데요?"  
선생님은 기가 막히다는 듯, 메모지에 '전과'라고 적어주시며,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이거 사서 숙제 할 때 참고해서 해와라..." 라고 하셨다.

당시에는 국어 숙제가 비슷한말 몇개, 반대말 몇개, 어려운 낱말 몇개 찾아서 적어오는 식으로 주어졌는데,
일학년 교과서를 다 뒤져도 단어 몇 개 안되는데, 그중에 그 '몇개'를 어떻게 다 채운다냐~?
매일 그 '몇개'를 채우느라 엄마랑 나랑 국어사전 붙잡고 씨름을 했었는데.....! 

세상에나!  그 전과를 딱 펼치니 '비슷한 말,  반대말, 어려운 낱말 풀이가 일목요연하게 쪽별로 정리되어 있는거다!  그냥 베끼면 되는 거였다!!
"정말 전과를 발명한 사람은 천재임이 틀림없다!" 라고 생각했다.  ^^;;

그 후에는.....>

무엇보다도 '외우는 것'을 싫어했다.
구구단도 학교 진도를 겨우 좇아서 외웠고,
한때 의무로 외우도록 했던 '국민교육 헌장'도 아마 반에서 끝에서 5번째 정도로 통과했던 것 같다.
교과서의 '시'를 외우는 것도 싫었다. 
작품 - 작가 - 소속되는 문예사조는 나름대로 외우려고 하다가, 언젠가부터는 '그냥 한문제 틀리지' 하고 거의 포기했다.
가끔 전설처럼 들려오는 '국사 교과서를 외운다'는 아이들은 도대체 이해가 되지를 않았다.
시험공부도 교과서 한번 읽어보고 '~~ 생각해 봅시다' 하고 써 있으면 머리 속으로 한번 생각하는 걸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했었다.

믿었던 영어도..... 한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곧잘 말했던 것 같은데...
6학년이 되니까 다~~! 까먹었다!
하다못해 Who are you? 의 are 자를 읽는 법도 잊어먹었었다.
게다가 유치원생의 어휘가 오죽하겠는가? 중고등학교 공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똑같이 단어를 일일이 외워야 했다. ㅜㅡ

난 지금도 사람 이름 - 작품- 사조 이런 건 젬병이다.
마찬가지로,  이름 - 얼굴 - 아이디  이런 것도 연관을 잘 못 시킨다. 아마 뇌의 구조적인 결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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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8-1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밌게 쓰셨네요

sooninara 2005-08-1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두나라 사이에서 문화충격이 크셨군요.
지하나라..ㅋㅋ
전 야간 등화관제가 안잊혀져요. 전쟁나면 죽을수도 있구나 생각하게 만든 훈련이었다죠. 그리고 박대퉁령 시해후에 전쟁나서 다 죽게 됐다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손잡고 울었던일..^^

sooninara 2005-08-11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추가..저도 사람 이름과 얼굴을 매치하는거 힘들어요.
학년 올라가면 같은반이었던 아이들 이름도 가물가물..지금은 대학 동창 이름도 기억이 잘 안나요..ㅠ.ㅠ
당연히 연예인..운동선수 이런것은 너무나 어려웠다죠.

明卵 2005-08-11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는 즐겁네요^^
전 이름을 금방 외우는데, 문제는 금방 까먹어요.. 중학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 이름도 기억이 안 나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