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경제 상식사전 길벗 상식 사전 5
윤재수 지음 / 길벗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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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에게 지금은 아마 찬바람 몰아치는 엄동설한이지 않을까 합니다. 잘 나가는 듯 싶던 주식시장이 작년에 본격화된 미국의 금융위기로 단숨에 곤두박칠 친 뒤에는 2-3년 전에 보였던 그리 멋진 모습은 고사하고, 매번 주가가 요동칠 때면, 다시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공포감을 안겨주고 있을테니 말입니다. 이전에도 몇번 이와 비슷한 폭락이 있었고, 또한 짧든 길든 시간이 지난 후에는 보란 듯이 치솟곤 하던 주식시장이건만, 그런 희망이 담긴 기대 보다는 이번만은 회복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마음의 앞자리를 차지하고서는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지 않을는지..... 하지만 이 책의 302-303 페이지에 나오는 '주가가 바닥임을 알리는 신호들' 중 대부분이 나타난 것 같고, 최근에는 지금처럼 비관적인 때가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임을 주장하는 책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아마도-이 '아마도'의 진정한 의미는 시간이 많이 흐른 나중에야 알겠지요- 바닥 근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 이 책을 끝까지 읽고 우리 주식시장의 과거와 현재를 들여다 보면서는 지난한 시간이 필요할지라도 결국 주가는 다시 보란듯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감히 해보게 됩니다. 물론 거기에는 지금과 같은 공포스런 폭락이 다시 따를 수도 있겠지만.....  결국은 그러한 반복이 시장의 속성이지 않을는지..... 

 이 책의 1896년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인천 미두거래소의 설립에서 시작하여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주식시장의 폭락까지 우리나라 증권시장의 생생한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증권시장이 제도적으로 정착되고 발전해가는 모습과 투기로 일관 되던 증권시장이 덩치를 키우고 외국인에 개방되고 여러가지 선진적인 투자기법이 접목된 건전한 투자시장으로 발전해가는 긍정적인 모습과 함께, 동일한 시장 안에서 발생했던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며 부침을 겪고 투기와 작전이라는 어두운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긴 부정적인 모습까지도 그대로 담고 있어서, 읽는 이로 하여금 과거를 돌아보는 재미뿐 아니라 그 안에 담겨 있던 시장의 모습, 인간의 모습, 그리고 탐욕과 이기심 등도 함께 들여다 보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일제시대에서 50년대에 이르기까지 주식투자의 새싹이 자랐지만 수탈과 투기의 수단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모습에서 시작하여, 정부차원에서 증시발전의 기초를 마련할 여러 법안과 제도가 도입되기도 했지만 여전히 투기와 각종 증시와 관계된 파동이 횡행했던 60년대, 자본시장의 육성을 위한 강력한 정부의 의지로 제도적인 정비가 이루어지기도 했고 개인 투자자의 등장과 함께 주식 대중화의 시대가 열린 것을 평가받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정보에 의존하고 루머가 판치던 투기의 장을 벗어나지 못했던 70년대, 국민주 발행 등으로 본격적인 주식의 대중화가 이루어지고 코스피지수가 처음으 1000포인트에 도달했으며 기술적 분석 기법이 투자기준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던 80년대, 외국인 투자자의 등장과 PER, PBR, 블루칩, 테마주 등 개별기업의 수익가치 및 자산가치를 고려한 다양한 투자기준이 나타났지만 한편으로는 IMF 외환위기와 IT버블에 의한 좌절을 안게 되었던 90년대, 그리고 EPS라는 주요 지표를 활용하기 시작하고 가치투자와 장기투자를 생각하게 되고 간접투자인 펀드의 인기와 함께 가계자산의 주식 비율이 증가하며 호황을 구가하는 듯 했지만 금융위기로 다시 고꾸러져버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에 따른 투자자, 투자기준 및 기법, 투자방식의 차이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고, 또한 증권시장에서 매번 반복되던  시장의 상승과 하락, 그리고 그에 따른 투자자들의 열광과 좌절의 생생한 모습을 함께 담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역사를 말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현재의 주식시장의 모습을 통해 낙심하거나 공포를 느끼고 있을 사람들에게, 지금과 유사했던 과거의 사건들 또는 과거의 역사라는 자기 나름의 설명서를 통해서 지금 이후를 어떻게 냉정하게 대비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이야기하고 있기도 합니다. 즉 이러한 위기는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라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그 말 속에는 과거에도 급격한 미끄러짐 뒤에는 가파른 상승이 있었듯이 이번에도 시간 -얼마가 걸릴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이 흐른 뒤에는 동일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도 함께 담았다고 해야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순한 증권시장에 대한 역사서가 아닌 미래에 대한 긍정과 희망을 담은 투자 제안서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수도 있겠고, 또한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숨죽인 역사서라기 보다는 내일을 알차게 준비하는 미래 지향적인 책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평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자도 그러한 속내를 숨기지 않고 두가지 이유를 대며 '한국의 증권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대세 하락에서 상승으로 전환하는 곳 중 하나가 될 것이다'라고 책을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희망섞인 긍적적인 전망을 듣는 것 자체로도 기분좋은 일이지만, 그래도 한가지 명심할 것이 있으니,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을 새겨 듣는 귀와 마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성공투자를 위해서는 투자자 자신이 공부를 해야 한다. 세상에서 나를 대신해 돈을 벌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저자가 말하는 시중서점에 나온 쉬우면서도 알찬 경제서적 중에 이 책은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 시장에서의 성공의 지혜와 실패의 교훈을 함께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책이 되리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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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템플턴의 가치 투자 전략 - 금세기 최고의 바겐 헌터가 전하는 불패의 역발상 투자 법칙
로렌 템플턴 외 지음, 김기준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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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플턴 그로스 4호 (Templeton Growth 4)..... 펀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들어 보았을 상품 중 하나입니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츠의 펀드 상품인데, 이 책을 읽다 문득 생각이 난 이유는 수년전 처음으로 가입했던 펀드 상품이라는 것과 이 책의 존 템플턴과 이름이 동일함으로 인한 연상 작용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먼츠를 검색해 보면 프랭클린 사가 템플턴 사 등을 1992년 합병한 것으로 나오고 템플턴 그로스 펀드의 시작이 1954년인 듯하니까, 존 템플턴의 투자철학을 반영하고 있는 펀드 상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책의 말미에 소개된 전문 바겐 헌터에 프랭클린 템플턴 인베스트머먼츠가 소개되어 있기도 합니다. 솔직히 존 템플턴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그런 사소해 보이는 나와의 연관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존 템플턴은 글로벌 투자의 선구자로, 금융시장을  궤뚫는 통찰력과 안목으로 월 스트리트 최고의 투자가로 일컬어지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항상 감사하는 마음과 겸손한 신앙으로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았던 인물입니다. 1972년에는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일컬어지는 템플턴 상을 제정하여 인류애와 종교적 성취가 뛰어난 사람들에게 시상하게 하였으며, 이러한 인류애와 박애정신을 고취시킨 실천하는 삶에 대한 공로로 1987년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작위을 수여받기도 하였고, 같은 해에 템플턴 재단을 설립하여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였습니다. 템플턴 경은 2008년 7월 타계하였습니다. 이 책은 존 템플턴의 다양한 삶의 모습 중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가치 투자를 추구하던 '바겐 헌터'로서의 그의 삶, 특히 투자 전략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투자가를 말하라면 많은 이들이 워렌 버핏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투자원칙을 '투자의 제1원칙은 돈을 잃지 않는 것, 제2원칙은 제1원칙을 잊지 않는 것이다'라고 표현하였습니다. 너무 평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 원칙을 지켜내는 것은 결코 평이하지 않은 일이고, 그 원칙들을 지켜내고 있기에 그는 현재의 위치에 올라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워렌 버핏 이전의 최고의 투자가라고 일컬어지기도 하는 이 책의 주인공인 존 템플턴이 말하는 자신의 가치투자 전략을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빨간 띠지에 적힌 '비관론이 극에 달할 때 투자하라! 이것이 나의 첫 번째 원칙이다!'라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쌀 때 사서 비쌀 때 되파는 것..... 가치투자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때'를 구분한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인데, 존 템플턴이 첫 번째 원칙이라고 하는 말 속에 '쌀 때'가 언제인가에 대한 대답이 들어있습니다. 남들이 공황에 빠져 주식을 내던질때, 모두가 아니라고 뒤돌아설 때 마지막에 서서 그 주식을 주워담는 사람이 가장 싸게 사는 사람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는 여러 곳에서 누누히 최고로 비관적일 때, 즉 비관론이 극에 달할 때가 최고로 좋은 매수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쌀 때'란 언제일지 조금만 생각하면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즉 모두가 주식 시장으로 달려들 때. 최고로 낙관적일 때가 가장 좋은 매도 시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최근 1년여간의 우리나라와 세계증시를 경험한 이들에게 많은 시사점과 교훈을 배울 수 있게 해 주는데, 실제로 이 책에는 이런 두리뭉실한 투자원칙만 나열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존 템플턴이 각각의 상황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을 정해서 매수를 시작하고, 어떤 기준에 의해서 매도를 단행했는지에 대한 방법들이 담겨있어, 실질적인 면에서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매도 타이밍을 정할 때 비교 매수법을 사용하여 50% 이상 저렴한 주식을 발견하였을 때는 과감히 교체하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법은 그가 과감히 해외 투자를 시작하고, 주식 이외의 채권등에서도 눈부신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성공투자 원칙이 소개되어 있는데, 아마도 이 책이 독자들 -특히 암울한 경제현실이나 특히 주식시장의 모습을 대하고 있을 이들- 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러한 비관적인 상황속에 기회가 있다는 것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존 템플턴이 그러한 상황에서 거둬들인 성공에 대한 여러 이야기 속에 독자들을 격려하는 메시도 함께 담겨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부디 이러한 내용들이 개인투자자들의 욕심과 탐욕을 키우는 싹이 되지 아니하고, 올바른 투자 방법에 대해서 진지하게 되짚어보고, 자신만의 건전한 투자 방법을 가진 작은 '바겐 헌터'들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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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반 34번 - 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
언줘 지음, 김하나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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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가 자라서 학교에 가게 된다는 것..... 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의 입장에서는 분명 그것은 좋은 일입니다. 한 아이가 이제는 마냥 어리광을 부리던 철부지에서 어엿한 사회 구성원의 한사람으로서의 몫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즉 규칙을 배우고, 절제를 배우고, 함께 나누고 돕고 또한 경쟁하는 것도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 자기만 생각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던 시절을 지나서 이제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도 배워야 하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마냥 용서만 받는 것이 아니라 규율에 따라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은, 아이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자기 역할을 시작했다는 중요한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입장에서 본 시각이겠지요. 마냥 자유롭던 아이의 영혼을 교육이라는 틀에 들여보내 같이 살아갈 사회구성원으로서 길들인다는 것은, 분명 어른들이 원하는 방식에 의한 어른들이 원하는 인간형으로 아이의 영혼을 물들이는 것일테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는 그런 시간을 어찌 받아들일까요..... 많은 아이들은 아마도 무리없이 그런 교육의 틀안에서 자라갈 것입니다.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자신의 재능을 죽이고, 자신의 꿈을 사그러뜨리며 순응하고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는 많은 아이들의 상처와 절망과 고뇌가 가득하다는 것 또한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더 심한 아이들은 그러한 상처와 절망과 고뇌 속에서 영영 헤어나지 못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다행인 것은 많은 아이들이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정말 훌륭한 어른이 된다는 사실이 아닐는지...... 이 책은 바로 유난히 어려운 시절을 보낸 아이가 훌륭한 어른, 정말 어른이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의 제도와 규칙 안에서 자신의 자유로운 영혼을 주체하지 못해서 방황하던 한 어린 영혼의 이야기, 그리고 그 어린 영혼이 쓰러지지 않고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조금씩 자라서 어엿한 어른이 된 이야기.... 마지막으로 어른이 되어서는 '어린 영혼을 괴롭히지도 억압하지도 말고 그가 수렁에서 헤맬 때면 조용히 손 내밀어 붙들어 주고..... 그가 잘 해 낼 수 있으리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고백하는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1학년 1반 34번. 태양이 엉덩이 끝에 걸터앉을 때까지 잠을 자고, 집 안팎을 무대삼아 모험을 나서던 어린 영혼이 그러한 자유로움을 반납하고, 가방을 매고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가서 받게 되는 새로운 이름입니다. 그러고 보면 나의 어린시절에도 선생님이 지적할 때면 이름보다는 몇 번하고 부르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주인공의 이름과 1학년 1반 34번.....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 둘은 같은 아이를 부르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아이는 더이상 이름으로 불리기 보다는 아무 개성도 느낄 수 없는 숫자 34번이라고 불립니다. 이야기 속에서도 아이를 계속 34번이라고 부르는 것은, 학교가 어린 영혼들을 어떻게 천편일률적인 모습으로 물들여 가는지를 은연중에 나타내고자 작가가 의식적으로 그리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입니다..... 학교와 학생이라는 틀 안에서 그에 맞는 역할을 강요당하는 아이는 자유로운 영혼이기를 갈망하지만 매번 34번으로 살기를 강요당합니다. 그리고 그 틀안에서 벗어나 34번이 아닌 한 자유로운 영혼이 될려고 할 때마다 치뤄야 할 대가를 배워갑니다. 어른들이 바라는 바를 외면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장했을 때 받게되는 따돌림과 멸시, 잔소리와 체벌, 소중한 것을 잃고 세상의 한켠으로 밀려나게 되는 과정 속에서 34번은 여전히 자신들의 방식대로 행동하기를 바라고 사랑하기를 바라는 어른들을 원망하고 탓하며 자유를 갈구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아무도 -올챙이를 보며 친해졌던 친구들도, 그림 솜씨를 칭찬하며 격려하던 선생님도, 그리고 34번의 부모님도- 관심있게 바라보며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봐주지 않는 그러한 어두움 속에서도..... 시간이 흐르고..... 마음이 자라고..... 그리고 34번은 어른이 됩니다. '그러니 누구 때문에 안 되고 무엇 때문에 못 한다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단다. 이제는 누구 탓도 안 돼. 모든 것은 34번 너의 책임이란다.'....는 마음 속의 목소리를 듣고 엄마를 그리워하며 뛰어가는 34번은 정말로 어른이 되기 시작한 거겠지요..... 

 내용과 함께 곁들여진 따뜻한 그림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그런대로 학교라는 단체생활을 마치고 어른이 된 이들에게도 대부분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법한 34번의 모습 중 일부분은 분명 과거 어느 땐가 자신의 모습을 생생하게 닮아 있다고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어른들은 자신이 34번이 대하며 절망하던 어른들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기 싫을 것 같습니다. 부모로서 나 자신도 솔직히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솔직해지면.....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이 나의 방식대로 아이가 살아주기를 바라는 욕심의 표현은 아니었는지, 내 삶속에 그런 이기적인 욕심이 다분히 숨겨져 있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쑥쓰러움이 생깁니다. 34번이 원하던 것처럼 아이를 그냥 사랑해 주는 것으로만 만족하지 못하고 아무 의심도 없이 내 자신의 방식대로 아이를 사랑했던 것은 아닌지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고나 할까요..... 다행인 것은 그래도 아이들의 영혼은 맑고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는 탓인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어엿하게 자라곤 하는 것 같습니다. 34번이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조금 더 적게 말하고 조용히 손 내밀어 잡아 주는, 그리고 조용히 그 영혼을 위해 기도하며 조금 더 기다려 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 이것이 자신의 34번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나같은 어른들이 배워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지 않을까 합니다. 작가가 말하는 완전한 어른,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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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의 경제학 - 웹2.0시대의 새로운 영향세력들, 그들은 어떻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가
폴 길린 지음, 최규형 옮김, 세이하쿠 감수 / 해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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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 미디어 Social Media', 위키피디아의 정의에 의하면 '사람들의 의견, 생각, 경험, 관점들을 서로 공유하기 위해 사용하는 온라인 도구나  플랫폼'을 일컫는 말입니다. 아마도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의 소셜 미디어로는 '블로그'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포탈에서 대할 수 있는 카페도 그런 형식의 일종이겠고,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을 주로 하는 매체도 또한 영향력 있는 소셜 미디어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은 바로 상호 소통을 기반으로하는 웹 2.0 시대에 일대 변혁을 일으킨 이러한 소셜 미디어의 출현과 영향력 확대에 대한 고찰을 기반으로, 기업 등의 비지니스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마케터들이 이러한 새로운 영향세력들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여러 사례와 전략을 설명하는 책입니다. 실제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고 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서의 영향력 있는 이들을 분석하고 그들의 영향력의 원천이 무엇이며, 더 근원적으로는 소셜 미디어가 갖는 특징과 성격이 어떤 것인가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경제적인 영향력을 가진 기업 또는 마케터들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여러가지 사례를 들려주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점에서 한정된 독자층을 대상으로 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자가 말하는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 있는 사례들을 세심히 살핀다면 많은 시간을 모니터 속에 묻혀 살며 자신의 블로그 하나쯤은 꾸리며 사는 현대의 많은 이들에게 블로고스피어- 온라인상의 블로거 공동체 또는 그들이 올려놓은 콘텐츠- 안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한다거나 개성있는 블로그를 꾸미고 또한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영향력 있는 블로거로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고, 최소한 웹 2.0 시대라는 구호와 함께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의 변화에 대한 이해와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개인적인 대처능력이나 전략 등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가 말하는 미국의 여러 예를 들지 않더라도, 가장 최근의 인터넷 뿐만 아니라 온 사회를 한바탕 들끓게 만들었던 미네르바 사건이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광우병 파동과 촛불집회 등은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사회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리 나름의 예라고 하겠습니다.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콘텐츠나 블로거들이 지리멸렬하게 잊혀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어떤 의견이나 이슈 등이 한번 호응을 얻게 되면 한사람의 의견이 수백명 수천명을  넘어 수백만명 또는 한 사회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 아마도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한 관심의 초점이 될 것이고, 그러한 영향력을 만들어 내는 이들이 반드시 기존의 영향력있는 사람이나 세력일 필요도 없으며,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사실이 소셜 미디어가 가지는 매력이자 난해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낯설고 난해함이 폭발적인 영향력의 가능성이 있는 소셜 미디어를 많은 기업이나 마케터들이 온전히 이용하지 못하고 바라보면서 -물론 노력은 하고 있겠지만-, 갈수록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기존의 매체에 아직까지도 많은 돈과 노력을 들이고 있는 이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적어도 신문이나 TV 등의 기존 매체에서는 자신들이 들인 노력과 돈의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자극할 지에 대한 예측을 할수는 있을 테니까요. 저자도 이 책에서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 측정이나 어떤 사안에 대한 예측의 어려움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가능성으로 그리고 때로는 현실로 나타나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영향력에 대한 여러 사례들을 통해서 그것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것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제 마케팅에 성공적으로 적용되었을 때의 효과나 가치에 대해서 분명히 깨닫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소셜 미디어가 갖는 예측하기 어렵다거나 효과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등의 난해함이 아니라 많은 성공적인 사례와 소셜 미디어와 접촉하며 나누는 끊임없는 소통과 이해를 통해서 소셜 미디어의 특징을 온전히 이해하고 난해함을 해소해 나갔을 때 얻게 될 열매들에 대한 것이겠지요...... 

 이 책의 중요한 논점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보기술의 눈부신 발전에 의해 형성된 웹 2.0과 소셜미디어의 출현과 영향력 확대로 인한 기존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를 설파하고, 그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맞는 기업과 마케터들의 변화를 촉구하고, 그들에세 새 시대에 맞는 전략과 통찰력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과 무관하게, 인터넷을 드나드는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의 내게는, 저자가 말하는 마케팅 영역의 가치로서의 소셜미디어 보다는 역자가 소박하게 언급하는, 블로그를 통해서 '음식을 잘 하는 옆집 아줌마가 음식 만드는 비법을 공개하는 훈훈함과 자신만의 운동방법을 공개하여 전 국민의 몸짱 양성을 시도하고..... 왠지 따스하고 왠지 흥미있어 보이는 많은 메시지를 전해주는' 진솔한 소통을 통하여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는 그런 공간으로서의 가능성과 서로의 개성과 가치를 존중하고 격려해 나가는 평등한 공간으로서의 소셜 미디어의 역할이 더 가깝게 다가옵니다. 그러한 것들이 쌓여 누군가는 영향력있는 파워 블로거나 스타 블로거 또는 1급 블로거가 되기도 할 것이고, 그러한 순기능을 잘 포착하여 자신을 홍보하는 기업이나 마케터는 이 안에서 저자가 말하는 또 다른 가능성을 찾게되고,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게 되겠지요. 그리고 나 같은 많은 평범한 네티즌들은 그러한 소통의 공간이 있다는 것으로 즐거운 일일테구요..... 하지만 그러한 평범함이 웹 2.0 시대에는 또 다른 힘이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 안에 있는 또 다른 희망에 대한 긍정의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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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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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림". 아마도 책을 읽거나 연극을 통해서 이 이야기를 대하는 사람들이 서로 가장 공감할 수 있는 주제어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다른 많은 이해와 해석들이 있겠지만, 나무 한그루가 서있는 황량한 언덕의 시골길에서 삶의 무료함 -또는 무의미함, 불합리함 등-에 목을 매다는 것도 생각하고 그 곳을 멀리 떠나는 것도 생각하지만, '고도를 기다려야지'라는 말 한마디로 삶의 다른 가능성들이 모두 부정되는 두 주인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삶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든 '기다림'이라는 단어 또는 의미에 눈길이 가고 마음이 머물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내가 누구를 기다린다'고 말을 할때면, 우리에게는 기다림의 대상에 대한 확실한 인식이 있고, 그러한 기다림에 딸린 확연한 의미에 대한 자각도 어느정도 명확할 것입니다. 누구를 기다리고 왜 기다리는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명확함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러한 기다림의 대부분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기한도 정해져 있기 나름이고, 막연한 기다림이라면 그러한 막연함의 이유에 대한 나름의 설명도 자신의 삶에 기록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점에서 이야기 속의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고도를 기다림'과 우리의 '기다림' 사이에는 서로 어울리지 못할 괴리감이 생성되는 듯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괴리감은 너무도 당연히 '저들이 기다리는 고도는 누구이고, 저들의 기다림이란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일까?'라는 의문에 이르게 됩니다. 

 작가 베케트도 고도란 누구이며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물음에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작품속에 썼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니, '고도가 누구일까'라는 물음에는 그러한 물음을 던지는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한 해석과 이해의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별볼일 없어 보이는 삶을 사는 듯이 보이는 두 주인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삶에 그들이 매번 그 장소에 돌아와서 서성거리고 있어야 할 이유와 의미가 되는 '고도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는 독자나 관객에게는 그들 나름의 '고도'에 대해서 한번쯤 되묻고 생각하게 만들것 같습니다. 두 주인공 보다는 더 의미있는 곳에서 의미있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독자나 관객이더라도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고도'만큼이나 막연하고 추상적인 기다림의 대상이 자신의 삶을 점령하고 이끌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고 조금더 나아간다면 기다리는 시간에 담긴 무료함과 공허함, 무의미함 등을 공허한 말과 의미없는 행동으로 메꾸며 시간을 흘러보내는 두 주인공의 삶보다는 더 의미있는 삶을 살고 있다는 독자의 의식 한구석에 '정말로 내 삶이 저들보다 더 의미가 있는 것일까'라는 의문의 싹을 키우고, 결국에는 '그럼 갈까?' (블라디미르), '가자' (에스트라공)라고 하면서도 <둘은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는 결말처럼, 조금 달라 보였지만 동일한 삶의 공간을 오가며 갈곳을 몰라하는 주인공들처럼 우리의 삶의 모습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음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닐는지..... 

  까뮈는 그의 저서 <시지프의 신화>에서, 신들에게서 바위를 산꼭대기에 운반하는 형벌을 받은 시지프가 산꼭대기에 도달하면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되풀이하여 다시 산꼭대기로 밀어 올리는 모습을 통해서, 무익하고 희망이 없는 삶 또는 노동이라는 신들의 가혹한 형벌에 반항하는 인간의 모습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인간 삶의 부조리함과 그에 대한 반항,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하는 인간존재에 대한 긍정..... <시지프의 신화>에 담긴 목소리를 이 책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다시 발견하게 되는 것은 '부조리'라는 용어로 연결된 두 책에 대한 해설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삶은 시지프의 삶보다 더 하찮고, 무의미하게 해체된 인간, 신에게 반항하는 위대한 존재가 아닌 신이 정해진 울타리 안에서 그것을 느끼지도 못하는 인간의 모습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러한 부조리한 삶속에 갇혀 있지만, 기다림을 멈추지 않고 오늘과 내일 그리고 그 다음날들을 채워가는 두 주인공의 삶의 시간 속에는 시지프의 모습이 담고 있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됩니다. 시지프처럼 위대하고 용감해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삶과 훨씬 닮은, 아니 우리보다 훨씬 더 공허함 속에 처해 있으면서도 여전히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다림을 마다하지 않는, 그리고 자신들의 삶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모습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우리 삶에 가득한 공허함과 부조리함에 대한 지적이자 거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각을 위한 일깨움은 아닐는지..... 내일도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여전히 그 황량한 언덕의 시골길에서 고도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시지프는 여전히 산위로 바위를 밀어 올리고 있을 것이고.....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여전한 모습으로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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