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내부의 적 간신 - 중국 간신 19인이 우리 사회에 보내는 역사의 경고
김영수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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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간신과 충신..... 역사에 기록된 많은 이름들 중에 가장 극적인 대조를 이루는 인물 유형일 것입니다. 글로 기록된 역사에는 항상 이 두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이야기가 어지럽게 얽히고 설켜있고, 많은 충신과 간신들이 한 시대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들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그런 삶의 행적은 시대의 변화나 시간의 흐름 또는 한 인간의 죽음으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라는 기억속에 각인되어 현실보다 더 준엄하게 판단을 받곤 합니다. 의로웠고 충성스러웠던 이들은 후대에도 위인으로 추대받으며 책으로, 소설로, 드라마로 반복하여 사람들에게 칭송되지만, 간신이나 역사의 배반자로 낙인찍힌 이들은 두고두고 비난과 무시 속에서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이 책은 역사의 심판에도 불구하고 시대마다 반복되며 지속되는 간신들의 모습과 이미지를 (중국역사 속에서) 찾아 고발하고, 현실속의 우리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며 그런 과거의 역사속에서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격정어린 주장을 담은 책입니다.  아마도 저자는 독자들에게 우리 시대의 모습이 자신이 살펴본 중국 역사속의 간신들이 활보하던 시대상과 닮아있다는 염려와 일정 부분 과거의 간신현상이 우리 주변에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경고와 함께 간신들은 자신이 살던 당시만이 아니라 죽어서까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는 교훈 -경각심-을  알리고자 한 듯 합니다. 

  자신의 권력과 욕망의 성취를 위해 자식을 삶아 바친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 때의 역아에서 시작하여 자신의 권력을 위해 기꺼이 한 나라를 말아먹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던 명나라 숭정제 때의 온체인에 이르기까지 19명의 이야기..... 이들의 특징은 왕이나 황제의 심기를 홀려 한 나라를 뒤흔들만한 권력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그 권력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심지어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면 나라에 해가 되는 짓도 서슴치 않았다는 것, 또한 주어진 권력을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사리사욕을 위해 기꺼이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 등등 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나라를 쇠퇴하게 하고 안에서부터 무너지게 만든 치명적인 내부의 적, 바로 간신들의 악행과 기행, 그리고 그들의 최후 및 역사의 심판 등에 대한 이야기인데, 책의 부록에 담긴 중국역사속에서 화려하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수다한 간신들 중에서도 선택된 19인이니, 간신중에서도 스타급 간신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이 역사속에 활보했던 간신들에 대해 단순히 기록하여 알리는 것이 아니라, 간신들이 출현하고 세력을 키우고 나라의 기초까지 흔들리게 만드는 천편일률적인 수법에 담긴 반복되는 닮은 꼴 역사에 대한 통찰력을 가질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면에서도, 이 책의 의도는 단순히 역사를 돌아보는 것을 넘어, 저자가 염려하였던 우리 사회에 넘치기 시작하는 간신 현상에 대한 염려와 경고를 함께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 공자가 경계한 나라와 백성을 해치는 다섯가지 간신 유형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통치자가 제거해야 할 인물은..... 첫째가 마음을 반대로 먹고 있는 음험한 자이고, 둘째가 말에 사기성이 농후한데 달변인 자이고, 셋째가 행동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고집만 센 자이고, 넷째가 뜻은 어리석으면서 지식만 많은 자이고, 다섯째가 비리를 저지르면서 혜택만 누리는 자이다...." 그리고 그들의 특징으로 마음속에 '진실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고, 그들은' 나라를 뒤엎을 자'들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자의 말을 따른다면 저자의 말처럼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불행의 싹이 보이지 않는 곳을 찾기가 어렵고, 사방에 간신의 망령들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인지 몰라도 저자는 본문의 한 곳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넘쳐나는 간신배들의 유형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습니다. "정치판의 간신 정간은 기본이고, 이들에 빌붙어 알랑거리는 언론계의 언간, 배운 것을 왜곡하여 학문적인 양심은 물론 자신의 영혼마저 저당 잡히길 서슴지 않는 학간, 권력마저 돈으로 살 수 있다며 열심히 권력자의 비위을 맞추는 상간, 심지어 무인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기본기마저 망각한 채 더러운 권력의 쓰레기 더미를 향해 킁킁거리며 달려가는 무간, 종교라는 권위에 빌붙어 세상을 밝히기는 커녕 악취만 풍기고 다니는 목간, 여기에 대중을 기쁘게 하고 즐겁게 하던 딴따라가 하루아침에 권력자의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아양을 떠는 뭐라 이름 붙이기조차 민망한 간신들까지." 이러한 저자의 열변은 누구를 구체적으로 지적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모습이 정말 그렇다고 수긍할 만한 이야기이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역사속에서 만난 간신배들의 모습을 우리의 현실에 연결시켜 보고자하는 열정이 넘치기는 하나, 저자가 말하는 이 시대의 간신이랄수 있는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지적이 분명하지 못해서, 책을 보는 어떤 이는 적어도 나는 아니라는 식의 회피를, 그리고 어떤 이는 그렇다면 이런 지적에 걸리지 않는 이는 누구냐는 자책에 이르고 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간신 현상을 지적하고 경고하고자 했지만, 매번 현재 우리사회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나 사건보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로 끝내는 수준이어서, 결국 읽는 사람으로서는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에 해당되는 이야기, 또는 나를 포함한 모두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고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자의 가르침이나 저자가 예로 든 19명의 삶을 들여다보면, 분명 우리시대에는 각 개인에게 은연중 권장되는 세상살이에 대한 교훈들이 과거의 간신들을 키우던 토양하고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하게 만드는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 더 많은 부나 경제적인 발전을 위해서 작은 것이나 소수의 삶은 과감하게 무시해버리는 경제정책들, 내 의견의 관철을 위해서 상대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것마저 마다하지 않는 정치권과 사회 여러 분야의 갈등 현장들, 자신의 성공과 이익을 위해서 영혼이 죽은 수단과 방법을 설파하는 자기 계발서들 등등..... 역사의 기준으로 보면 분명 간신이 되기를 부추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여러가지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리 생각한다면 이 시대에 사악한 간신배들이란 누구를 말해야 하는 것인지..... 그 막다른 골목에서 스스로에게 공자님의 다섯가지 유형을 되물으며, 저자의 이 책이 다른 사람들을 무작정 비난하는 도구의 하나가 되지 않기를..... 먼저는 스스로를 비춰보고 정결케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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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기독교의 비밀
바트 D. 에르만 지음, 박철현 옮김 / 이제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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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나님의 역사인가? 사람들 사이의 투쟁과 쟁취의 역사일 뿐인가?' 초기 기독교의 성립과정에 담긴 사실들, 예를 들면 신약성경 27권의 정경으로서의 확정 과정과 여러 위서들의 등장과 그 배경, 여러 기독교 세력의 출현과 소멸, 상호 견제와 투쟁, 그리고 원기독교의 승리로 막을 내린 기독교의 초기 역사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이 책을 읽노라면, 저자의 말을 듣기 전에 먼저 기독교의 성립과정에 대한 여러 사실들을, 기독교 성립에 관여하신 하나님의 역사과정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여러 기독교 세력들이 정당성을 부여받고 세력을 확장하기 위한 과정에서 더 나은 비젼이나 교리를 마련한 세력의 승리였을 뿐이라고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기독교 신앙을 배타적이라고 말하는 비기독교인들의 비판이 일견 타당해 보이기는 하지만, 기독교인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종교가 가르치는 가장 기본적인 교리 자체가 이미 그런 배타성을 품고 있는지라 서로 타협할 수 없는 것을 타협하자고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듯이 -물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기독교의 배타성을 넘어선 사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또한 그러한 자세가 최소한 정통(?) 기독교가 말하는 신앙적 가치안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책을 대하는 독자의 자세에 따라서 저자가 말하는 내용들이 천양지차의 간극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때문입니다.  

 저자의 기독교 초기 역사에 대한 접근법은 신앙이라는 관점보다는 인문학에서의 눈높이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즉 신약성경 27권이 정경으로서 승인되는 과정, 에비온 파나 마르시온 파 그리고 영지주의자들이 이단적인 사상으로 몰리고 원정통 기독교가 정통으로서의 권위를 얻게 되는 과정, 승자로서의 원정통 기독교가 교리를 더 다듬고 논리적인 틀을 형성해 가면서 저지른(?) 것으로 생각되는 여러 논증이나 공격, 위조, 변조 등을 살펴보는 과정에서 저자는 원정통 기독교 나름의 그만한 세력과 권위를 얻을 만한 장점이 있었다는 인정을 해주기는 하지만, 순전히 세력과 세력의 다툼과 투쟁의 역사에서 승리한 결과로서의 기독교, 처음부터 정통성을 지닌 것이 아닌 단지 한 정파였을 뿐이지만 여러 방면에서 수완을 발휘하여 반대 정파들을 하나씩 제압해 나가는 과정에서 교리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더 완벽한 틀을 만들어가는 승자로서의 역사가 현재의 기독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저자의 관점안에는 신앙으로서의 기독교, 하나님의 섭리를 믿는 기독교라는 관점은 당연히 배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신앙인으로서 이 책을 읽다가 발을 헛디디면, 자신의 종교와 믿음의 근본 바탕에 대한 시험의 순간이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러한 과정이 결코 무익한 것이 아니고, 그런 시간 뒤에는 좀더 깊이 있고 폭이 넓어진 신앙으로의 과정이 뒤따를 수도 있으리라는 점은 인정해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저자의 관점을 따라가며 숙고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신앙적으로 하나님께서 관여하신 역사의 과정이라는 시각으로 다시 해석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입니다.  

 이단과 정통 -초기 기독교의 역사에서는 저자의 말처럼 모든 것이 처음부터 이단인 것이 아니고 원정통 기독교가 권위을 획득하면서 그외 다른 정파들이 이단시 되었지만, 현재는 분명 교리에 비추어 보아 이단적인 정파들이 주위에 많습니다-에 대한 이해, 예수의 인도 고행설이나 막달라 마리아와 은밀한 관계였다는 낭설, 또는 예수가 동성애자였다는 이야기들의 출처와 그것들이 유통되게 된 기제에 대한 이해, 현재의 기독교 교리들에 대해 단순한 교리공부 이상의 의미를 알게 한 형성과정과 그러한 과정에 담긴 의미에 대한 더 깊이 있는 만남..... 이 책을 순전한 신앙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너무 인본주의적인 관점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지만, 그래도 저자의 여러 자료를 통한 고찰과 주장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던 내용들입니다. 단순히 신앙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던 나의 종교를, 신앙을 배제한 사람들 사이의 투쟁과 성취의 과정을 담은 역사로서 대한다는 것은 조금 당혹스러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미처 알지 못하거나 소홀히 했던 사실들, 또한 그러한 과정에 담긴 역사로서의 기독교에 대한 신앙적인 이해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잃어버린 기독교들이란 신앙인의 관점에서 다시 해석해 본다면 정당한 권위를 지닌 올바른 기독교의 성립을 위한 하나님의 연단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는 않을는지.....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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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과 탈주>를 리뷰해주세요.
추방과 탈주 트랜스 소시올로지 2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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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돌아보면, 외환위기와 IMF의 구조금융과 함께 우리 사회에 강요되었던 여러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단순한 경제적인 난관의 극복을 위한 경제 분야에 한정된 변화의 요구가 아닌, 우리 사회전체, 경제적인 면만이 아니라 사회, 정치, 문화, 교육 등의 분야에까지의 광범위한 변화의 태풍을 동반하고 있었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눈앞의 위기극복이 당면과제였기에, 그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숙고해 볼만한 여유가 없었겠지만, 그리 한번 둑을 무너뜨린 신자유주의적 접근방식은 이내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위한 하나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사회적인 약자들이- 미처 일이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그러한 환경변화의 피해자가 되었고, 뭔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느꼈을 때쯤엔 이미 그에 대항할 변변한 무기하나 가지지 못하고 무장해제 당한 상태, 바로 그런 상태가 지금의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가진 자들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 계속해서 자기가 가진 것마저 잃어가는 이들이 있었고, 또한 우리 사회가 가진 미덕마저도 냉랭한 경제논리에 밀려나기 일쑤였다는 것도 분명 기억해야 하겠지요.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신자유주의의 팽창과정에서 끊임없이 외면당하고 밀려나던 사회적인 약자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일정부분 사회에 소망과 빛을 던져줄 수 있는 학문으로서의 인문학과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는 더 잘 살기 위한 선택으로서 강요당한 신자유주의적인 정책들이 아직 준비가 안된 사회적인 약자 -농민, 어민, 이주 노동자, 장애인 등- 들에게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과정을 주변화와 소수화, 그리고 국가의 추방과 대중의 탈주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번 주변으로 밀려나 소수화된 약자들이 이제는 민주주의라는 형식적인 제도에서마저 배제 당하는, 국가내의 비국민 또는 난민의 상태와 비슷한 처지로 몰리게 되고, 그런 상황은 그들이 자기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접근자체가 어려워 결국 비합법적인 난입이나 수동적인 국가로부터의 탈퇴를 시도하게 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사회적인 불안은 증가되는데 정부나 권력자가 준법을 외치게 된 현 상황의 배후에는 그러한 사회적인 기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2008년을 뜨겁게 물들였던 촛불시위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국가로부터, 또는 권력자로부터 배제당하고 추방당하고 스스로 탈퇴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가지고 귀환한 것으로, 자기 주장을 가지고 광장으로 난입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시위를 통해 사회적 흐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추방되고 배제되고 탈주하던 소수들이 사회적인 소통을 통해, 파편화된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서의 시각을 가지고 당면한 문제들에 목소리를 내고 새로이 접근할 수 있는 희망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저자는 무척이나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지식인과 인문학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두번째 장은, 저자가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촛불시위의 주인공이었던 주변화되고 소수화된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어떤 삶과 어떤 사회를 지향할 것인지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주기 위한 방법론이라는 측면에서 구체적인 고민을 담고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식기반사회라는 구호아래 지식마저도 경제적인 가치로 평가되고, 현장성이 없는 지식인 -운동하지 않는 또는 실천하지 않는 지식인-과 더욱 세속화되고 계급화 되는 대학내의 지식과 지식인의 모습을 통해 지식인의 죽음을 상정하는 저자는, 그 대안으로서의 지식과 지식인의 모습으로 실천을 통해 현장에서 함께 하는 인문학과 인문학자를 말하고 있습니다. 즉 '평화 인문학'이라는 안양 교도소에서 함께 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의 경험을 통해서 사회에서 배제되고 주변화된 사회적 약자들에게 인문학을 통한 배움을 통해 촛불시위를 통해 보았던 그들의 자각의 목소리와 당당한 주장의 가능성,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저자가 바라는 코뮨주의 실현에 대한 가능성을 느꼈을 법하고, 바로 저자는 그 지점에서 우리의 삶과 우리 사회의 흐름을 새로이 할 수 있는 희망으로서의 인문학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금 현재도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회 전체가 어렵다는 말들이 주변에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의 강도는 저자가 말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장 치명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들에겐 아무런 완충지대 없이 연속해서 밀어닥치는 어려움들은 결과적으로 끊임없이 아래로 추락할 수 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고, 그러한 과정은 더많은 이들-그러한 과정이 가속화된다면 언젠가는 나 자신마저도- 저자가 말하는 강제적인 추방 또는 자의적인 탈주에 이르게 만들겠지요. 그러한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현장에서의 활동성을 굳게 붙든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책을 통해 말하는 저자의 의견들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약자들에게 인문학을 통한 돈이 아닌 장미를 기꺼이 안겨주고 싶어하는 저자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의 현실에 낙망하고 있는 이들, 경제위기의 먹구름 속에 밀려드는 두려움을 묵묵히 삭히고 있는 이들, 우리 사회를 답답함으로 들여다보는 이들 또는 아무 생각없이 세상이 밀고 당기는 대로 끌려가는 이들까지도, 한번쯤 이 책을 손에 들고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민할 수 있다면, 서로를 배려하고 도울 수 있는 좀 더 훈훈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는지..... 상아탑안에서는 인문학이 위기라고 말하지만, 우리 삶의 현실에서는 더 많은 인문학적인 소양들이 요구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시간이었습니다. 

*********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우리사회의 아픈 부분을 감싸안고, 그 부분을 치유하고자 현장에서의 노력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는 점.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우리 사회의 모든 젊은이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주변화 소수화 되어가는 모든 이들.... 그리고 바로 당신.....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바꾸고, 우리가 처해 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민들 사이의 지적인 공감이 중요합니다. 아니 공감하지 못해도 좋습니다. 지적인 소통이라도 이루어질 수 있다면 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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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고병권이 쓴 '민주주의'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5-25 15:07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묻는 책들이 태풍처럼 출판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바람이 채 가라앉기 전에, 뒤를 이어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여기에 다시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바람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고병권이 몰고 올 바람은 일시적으로 불고 지나갈 바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되돌아올 바람이다. 그것은 한국의 정치·사상 지형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열을 내는 이...
 
 
 
하나님 임재 연습 월드 클래식 시리즈 2
로렌스 형제 지음, 배응준 옮김 / 규장(규장문화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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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복과 물질적인 성공. 현대를 사는 사람이라면 그가 비록 신앙인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삶을 꾸려나가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울 것입니다. 다른 어떤 것보다도 경제적인 능력이 중요시되고, 그러한 경향이 더 강화되는 사회적인 흐름속에서 신앙인이라는 이름으로 홀로 독야청청하게 살아간다는 것이,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삶이 아닌 이상은, 큰 용기와 결단과 인내가 필요한 일일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중에는 하나님의 축복의 증거(?)로 부의 축적이나 세상에서의 성공, 질병의 회복이나 일의 성취 등을 들어가며 그러한 경향을 강화시키기도 합니다. 분명 성경을 보더라도 신실한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는 자신의 축복을 아끼지 않으셨으니, 물질적인 것 자체를 뭐라 할 수는 없겠습니다. 욥과 아브라함, 야곱과 요셉, 그리고 그 이후의 다윗 등에 이르기까지 하나님께서는 물질적인 축복과 세상에서의 성공을 모두 허락하셨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그들의 삶을 얽매는 일이나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들에게 그러한 축복이 주어졌을 때 감사를 드렸겠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러한 축복 이전부터 그들은 삶의 순간순간을 하나님 앞에 깨어서 마음과 귀를 열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로렌스 형제가 그랬던 것처럼 살아 숨쉬는 모든 순간을 하나님과의 교통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마 그들은 그런 축복이 주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세상의 마지막 순간까지 하나님과 교통하는 삶을 중단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평생 수도원의 평수사로 지냈고, 주방에서 접시를 닦고 음식을 만들고, 샌들을 수선하면서 살았던 사람..... 바로 주인공 로렌스 형제의 이력입니다. 그는 남들이 하지 못한 고행을 한 것도 아니고, 학문적인 업적을 이루거나 물질적인 성취를 이룬 사람은 더더구나 아닙니다. 그는 수도원의 주방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평범한 것보다 더 비천(?)하거나 하찮다고 느껴지는 일들을 하던 사람입니다. 우리의 시각으로 본다면, 그 누구도 그를 눈여겨 보거나 관심을 가지거나, 그의 말에 귀기울여 줄만한 구석이 없었던 사람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는 향기가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한 생활 속에서도 끊임없는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의 연습을 통해서 다른 어떤 대단한 사람들이 지니지 못한 하나님의 향기를 자신의 삶속에 지닌 사람 말입니다. 영적 거인이라는 표현이 요즈음 식으로 말하는 버릇에 물든 내겐, 뭔가 대단한 업적을 이룬 사람이라는 뉘앙스를 느끼게 만드는 면이 있지만, 그러한 편견을 조금만 뒤로 한다면 그를 진정한 영적 거인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한 일을 하더라도 남들이 먼저 알아주기를 바라고, 기도를 하더라도 거창한 제목을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을 은연중에 고집하는 내게는, 자신의 삶속에서 자신이 하는 일의 내용이 어찌되었든지 오로지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을 위하여 감당하는 단순한 믿음에 바탕을 둔 로렌스 형제의 모습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듭니다. 오직 하나님만으로 만족하는 삶..... 말로만 너무 쉽게 살았던 건 아닐는지..... 

 오래된 신앙서적에 붙이는 상투적인 표현일수 있겠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의 시선으로 이 책을 본다면, 수도원 생활을 하며 세상과 분리된 삶을 산 로렌스 형제의 삶을 문자적으로 우리 삶에 적용한다는 것은 분명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삶의 모양새는 바뀌었다고 할지라도, 그 삶을 채우는 중심 -하나님 한분만으로 자족할 수 있는 마음-만큼은 신앙인으로서 결코 버릴 수 없는 근본이라는 사실일 것입니다. 거기에 비추어 본다면, 이 시대를 사는 나 자신을 비롯한 많은 신앙인들이 그 마음속에 너무도 많은 자신의 계획과 요구 목록들을 담고 있어서 정작 하나님이 거할 중요한 공간을 가지지 못한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물어볼 일입니다. 공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집안 벽장이나 베란다 끝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구석진 곳에 옹색한 자리 하나를 마련해 두고, 믿음을 고백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찌보면 물질적으로 풍부해진 현대의 교회와 신앙인들에게 칭찬과 격려보다는 비난과 염려의 목소리가 더 많아지는 것도 근본적으로는 그러한 중심의 변질에서 온 것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로렌스 형제의 하나님과 함께한 이 기록들은, 비록 현대의 신앙서들이 지닌 자극적이고 눈길을 끄는 문구들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오히려 밋밋하고 지루함(?)마저 느껴집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원하시는 삶, 하나님만으로 만족하는 삶, 고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삶, 그리고 현재의 삶속에서 누리는 천국의 삶 등에 대한 신앙인으로서의 귀한 모범을 담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이나 격려, 위로가 내 마음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으로 내 마음이 가득 채워질 수 있기를..... k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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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차별의 경제학 - 가격 속에 숨은 소비심리의 비밀 18가지
사라 맥스웰 지음, 황선영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물건을 사들고 한번쯤 실망스러웠던 적이 없었던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반대로 생각보다 더 유용하다거나 만족스러움에 기쁨을 느꼈던 적이 없었던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런 실망이나 환호가 단순한 가격에 대한 반응인 것은 아니지만, 가격에 대한 고려도 그러한 감정들 안에 충분히 담겨 있을 것입니다. 질이 떨어지더라도 생각보다 저렴했다면, 우리의 감정은 그에 상응하여 눈높이로 조절될 것이고, 생각보다 비쌌더라도 충분한 효용가치를 느낀다면 만족을 얻을 수 있겠지만, 비싸기만 했지 가격 값을 못한다거나 싼게 비지떡이라고 품질이 형편없을 때면 그에 상응하는 실망이나 불평들이 터져 나올 것입니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제품 가격의 적절성이라는 측면이 그러한 느낌과 감정 변화의 근본적인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바로 이 책이 그러한 가격의 적절함 또는 공정함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사람들은 물건을 사면서 그러한 제품의 가격들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때가 많을 것입니다. 특히 물가가 치솟는 시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요즘같은 시기에는 더더구나 그렇겠지요. 적절한 가격을 이 책의 관점에서 말한다면 아마도 공정한 가격이라고 바꿔 말해야 할 것 같고, 여기서 공정한 가격이라는 것은 단지 싼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는 공정한 가격이란 단지 값이 저렴하다는 것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즉 "'공정함'이란 얻는 만큼 주는 것이며 소비자를 존중하는 태도이며,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공명정대하고 정직한 자세로 거래에 임' 하고 '신뢰를 구축하고 권력을 악용하지 않는'것을 말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책내용의 주된 포커스는 바로 각각의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한 공정한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여러가지 사항들에 대한 탐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 판매자가 비용과 노동을 투입해서 만든 것이니 만큼 판매자가가 원하는대로 정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합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근거와 이유를 가지고 정해야 하며, 그러한 공정한 가격결정이 결국은 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인데, 그런면에서 이 책의 우선적인 타깃이 되는 독자는 일반 소비자들이라기 보다는 물품이나 서비스의 가격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될 것 같고, 그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얼마로 표시되는 것이지만, 소비자와 판매자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고려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제학 콘서트'나 '괴짜 경제학' 등의 교양서에 어느 덧 익숙해진 이유로, 이 책을 처음 대하면서는 그런 기대감을 가졌습니다. 일반인에게 가격결정이나 아니면 일상적으로 우리가 대하는 여러가지 가격정책들에 담긴 술수(?)들을 파헤쳐주고, 그러한 판매자들의 가격정책에 우리가 속아넘어가는 것이 어떤 면에서인지를 속시원하게 드러내 주리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은 지금은 그러한 소비자로서의 독자의 눈높이에서 들려주는 경제학 이야기가 아니라, 판매자의 입장에서 가격을 결정한다는 것에 대한 일련의 충고가 담긴 책이라고 하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 자체도 일반적인 것보다는 원론적인 면에서의 분석이 많이 담긴 것 같고, 글의 전개면에서도 일관성보다는 이리저리 조각들을 이어놓은 산만함을 느끼게 되는 면이 상당했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것은 기대한 내용과 다른데서 오는 집중력 저하가 원인이 된 산만함이라고 할 수도 있겠고, 그렇다면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일 뿐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정한 가격이라는 주제에 대한 여러 장에 걸친 내용들과 마지막 장의 공정한 가격결정을 위한 전략으로 제시된 '4C 전략' -관습 기반, 경쟁 기반, 비용 기반, 고객 기반 전략 -에 대한 내용 등은 물건이나 서비스에 대해서 싸다 비싸다, 또는 만족스럽다 불만족스럽다 등의 단편적인 판단만을 일삼던(?) 내게, '공정한 가격'이라는 훨씬 그럴듯하게 유용한 판단의 틀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가격 결정자들에게는 소비자들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가격결정의 기술을 소개하고 있고, 나같은 소비자들에게는  공정한 가격이라는 틀을 가지고 여러 제품들을 평가해 볼 수 있는 안목을 안겨주고 있다고 해도 될 듯 합니다.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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