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과 탈주>를 리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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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과 탈주 ㅣ 트랜스 소시올로지 2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9년 1월
평점 :
지금 돌아보면, 외환위기와 IMF의 구조금융과 함께 우리 사회에 강요되었던 여러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단순한 경제적인 난관의 극복을 위한 경제 분야에 한정된 변화의 요구가 아닌, 우리 사회전체, 경제적인 면만이 아니라 사회, 정치, 문화, 교육 등의 분야에까지의 광범위한 변화의 태풍을 동반하고 있었다고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눈앞의 위기극복이 당면과제였기에, 그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숙고해 볼만한 여유가 없었겠지만, 그리 한번 둑을 무너뜨린 신자유주의적 접근방식은 이내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여러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위한 하나의 기준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특히 사회적인 약자들이- 미처 일이 어찌 돌아가는 것인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그러한 환경변화의 피해자가 되었고, 뭔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고 느꼈을 때쯤엔 이미 그에 대항할 변변한 무기하나 가지지 못하고 무장해제 당한 상태, 바로 그런 상태가 지금의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가진 자들의 입장에서는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 와중에 계속해서 자기가 가진 것마저 잃어가는 이들이 있었고, 또한 우리 사회가 가진 미덕마저도 냉랭한 경제논리에 밀려나기 일쑤였다는 것도 분명 기억해야 하겠지요.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신자유주의의 팽창과정에서 끊임없이 외면당하고 밀려나던 사회적인 약자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일정부분 사회에 소망과 빛을 던져줄 수 있는 학문으로서의 인문학과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먼저는 더 잘 살기 위한 선택으로서 강요당한 신자유주의적인 정책들이 아직 준비가 안된 사회적인 약자 -농민, 어민, 이주 노동자, 장애인 등- 들에게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과정을 주변화와 소수화, 그리고 국가의 추방과 대중의 탈주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번 주변으로 밀려나 소수화된 약자들이 이제는 민주주의라는 형식적인 제도에서마저 배제 당하는, 국가내의 비국민 또는 난민의 상태와 비슷한 처지로 몰리게 되고, 그런 상황은 그들이 자기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합법적인 접근자체가 어려워 결국 비합법적인 난입이나 수동적인 국가로부터의 탈퇴를 시도하게 되고, 그러한 과정에서 사회적인 불안은 증가되는데 정부나 권력자가 준법을 외치게 된 현 상황의 배후에는 그러한 사회적인 기제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2008년을 뜨겁게 물들였던 촛불시위의 의미를, 지속적으로 국가로부터, 또는 권력자로부터 배제당하고 추방당하고 스스로 탈퇴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던 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가지고 귀환한 것으로, 자기 주장을 가지고 광장으로 난입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촛불시위를 통해 사회적 흐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지만, 추방되고 배제되고 탈주하던 소수들이 사회적인 소통을 통해, 파편화된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서의 시각을 가지고 당면한 문제들에 목소리를 내고 새로이 접근할 수 있는 희망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저자는 무척이나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지식인과 인문학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두번째 장은, 저자가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촛불시위의 주인공이었던 주변화되고 소수화된 사회적인 약자들에게 어떤 삶과 어떤 사회를 지향할 것인지에 대한 자각을 일깨워주기 위한 방법론이라는 측면에서 구체적인 고민을 담고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식기반사회라는 구호아래 지식마저도 경제적인 가치로 평가되고, 현장성이 없는 지식인 -운동하지 않는 또는 실천하지 않는 지식인-과 더욱 세속화되고 계급화 되는 대학내의 지식과 지식인의 모습을 통해 지식인의 죽음을 상정하는 저자는, 그 대안으로서의 지식과 지식인의 모습으로 실천을 통해 현장에서 함께 하는 인문학과 인문학자를 말하고 있습니다. 즉 '평화 인문학'이라는 안양 교도소에서 함께 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의 경험을 통해서 사회에서 배제되고 주변화된 사회적 약자들에게 인문학을 통한 배움을 통해 촛불시위를 통해 보았던 그들의 자각의 목소리와 당당한 주장의 가능성,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저자가 바라는 코뮨주의 실현에 대한 가능성을 느꼈을 법하고, 바로 저자는 그 지점에서 우리의 삶과 우리 사회의 흐름을 새로이 할 수 있는 희망으로서의 인문학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금 현재도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회 전체가 어렵다는 말들이 주변에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의 강도는 저자가 말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장 치명적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들에겐 아무런 완충지대 없이 연속해서 밀어닥치는 어려움들은 결과적으로 끊임없이 아래로 추락할 수 밖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고, 그러한 과정은 더많은 이들-그러한 과정이 가속화된다면 언젠가는 나 자신마저도- 저자가 말하는 강제적인 추방 또는 자의적인 탈주에 이르게 만들겠지요. 그러한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현장에서의 활동성을 굳게 붙든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 책을 통해 말하는 저자의 의견들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약자들에게 인문학을 통한 돈이 아닌 장미를 기꺼이 안겨주고 싶어하는 저자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의 현실에 낙망하고 있는 이들, 경제위기의 먹구름 속에 밀려드는 두려움을 묵묵히 삭히고 있는 이들, 우리 사회를 답답함으로 들여다보는 이들 또는 아무 생각없이 세상이 밀고 당기는 대로 끌려가는 이들까지도, 한번쯤 이 책을 손에 들고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민할 수 있다면, 서로를 배려하고 도울 수 있는 좀 더 훈훈한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는지..... 상아탑안에서는 인문학이 위기라고 말하지만, 우리 삶의 현실에서는 더 많은 인문학적인 소양들이 요구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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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 우리사회의 아픈 부분을 감싸안고, 그 부분을 치유하고자 현장에서의 노력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는 점.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 우리 사회의 모든 젊은이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주변화 소수화 되어가는 모든 이들.... 그리고 바로 당신.....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바꾸고, 우리가 처해 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민들 사이의 지적인 공감이 중요합니다. 아니 공감하지 못해도 좋습니다. 지적인 소통이라도 이루어질 수 있다면 족합니다.”